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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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상적인 세계로 향하는 새로운 문 : 래빗홀 9 ]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정보라 연작소설집 | 래빗홀








우왓, 첫 소설 [문어]를 읽는데 끊임없이 이어지는 말투의 문장에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말하듯이 술술 이어서 쓰는 문장을 좋아하는 편이고 나도 자주 구사하고 있는데도 뭔가 좀 어려웠다고 해야할까. 익숙하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상상해보면 상황이 정신 없을만 했다. [문어]라니, 정체불명의 검은 정장 사람들이라니, 갑자기 잡혀와서 질문과 대답을 도돌이로 몇 시간씩 하고 있는 상황이라니!!! 아니, 왜 자꾸 안경은 빼앗아 가는 거야!!!! (후훗, 이 책을 읽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문장들. 하지만 관심생기지 않는가?!!)



고등교육법 개정안, 일명 강사법이라고 하는 것이 제정되었고, 예상대로 대량 해고 사태가 일어났고, 잘려서 열받은 선생님들이 대거 노조에 가입했기 때문에 우리 노조는 잠시 부흥기를 맞이한 것 같았지만 그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잘 모르겠고, 고등교육법 시행령과 대학 강사 제도 운영 매뉴얼에 따라 공개 채용을 실시한다고 발표한 학교들 중에서 몇몇은 불분명한 채용 기준을 제시하며 (...) 연줄과 인맥에 의존하여 쉽게 쓰고 쉽게 버리던 이전의 주먹구구식 강사 채용 방식으로 돌아가려 했다. _p.14-15_ 문어_



그리고 나서는 점점더 푸욱 빠져들어 읽었는데, 자꾸 눈물이 났다. 가슴이 먹먹했다.



권력기관은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의 생명조차 존중하지 않아요. 인간이 아닌 생물도 똑같이 이 지구에서 살아갈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거에요. 그러니까 떠나요. 잔인한 권력이 쫒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가요. 가서 행복하게 살아요. _p.84_



슬픈 소설인가? 아니다, 그런건 아니다. 재미있다. 흡입력 있고, 피식피식 웃게되고 뭐야아, 정말 주위에 있을 것 같아아아, 이런 생각들을 할틈도 없이 계속 읽게 된다.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진다. 게다가 해양 생물들이 각 소설의 제목이다.



[문어]

[대게]

[상어]

[개복치]

[해파리]

[고래]



심지어 [대게]의 주인공 대게는 (진짜 대게 맞다. 수산물 시장에서 파는, 쪄서 먹는 그 대게!! 냠냠.... 미아냉...) 말을 할 줄도 아는데 (당연히?) 이름도 있다. 예브게니.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친근하다. 이 이름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나중에 [작가의 말]에 친절한 설명으로 나온다. 내가 생각한 '그 예브게니'는 아니었지만...;;; ) 대게와의 대화는 러시아어로 이루어진다. 러시아어가 계속 눈에 들어오니 러시아어는 읽지도 못하면서 자꾸만 읽고 싶어진다. 발음하고 싶어진다. 러시아어는 1도 알지도 못하면서. 소설에 조금만 집중력을 잃었더라면 분명히 러시아어를 검색해서 발음을 따라했을 것이다. 나는 그러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렇게 중간에 책을 덮고 검색하러 나갈 수가 없었다. 대게와의 대화는 소중하니께. 작가님은 대게의 러시아어 통역도 잘 하고 있으니께.



* 참고로, 정보라 작가님은 러시아 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거쳐 러시아문학과 폴린드문학으로 박사학위 받으심!!



정보라 작가님의 경험이 많이 들어있는 소설이라는 얘기를 책을 읽기 전에 미리 들어 알고 있었다. [문어]가 걸어와서 '나'를 툭툭 건들이지 않았더라면, [대게] 예브게니가 '나'에게 러시아어로 말을 걸지 않았더라면, 또 루비처럼 반투명하게 빛나는 [상어]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개복치]가 선우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았더라면, 고속도로 졸음 쉼터에서 [해파리]에게 쏘이지 않았더라면, 검은 [고래]의 실체를 알지 못했더라면, 소설이 아니라고 생객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니다. 어쩌면 너무 당연해 보여서 모든게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 같아서 그냥, 이 책은 작가님의 포항에서의 생활이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



"당신들의 바다가 아닙니다."

등산복으로 가장한 검은 덩어리가 말했다.

"바다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_p.222_ 고래_



+ 작가님이 포항에서 살면서 경험하고 생각한 걸 소설로 쓰셨다는 이야기. 또 포항에 처음 갔을 때 남편분이 문어를 보고 하신 말씀으로 소설 [문어]가 시작되었다는 것도 들었다. 사진도 봤다. '포항 소설'이 맞구나!!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속 소설은 모두 재미있고 흥미롭다. 각각이 연결되고있고 인물들도 독특하다. 다음에는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궁금해진다. 그래도 슬프다. 해양 생물에게 미안하다. 지구가 엉망이어서 슬프다. 인간들이 배려도 포용도 함께 살아가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아서 아프다. 가벼운 소설같아 보이지만 그렇지가 않다.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직가님은 [작가의 말]에 작가님 자신에 대해서도 소설이 쓰여진 그때 상황과 배경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을 해 주셨다. [작가의 말]을 읽고 작가님이 더 좋아졌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비인간 생물들이 없어지면 인간도 죽는다. 자연이 죽으면 인간도 죽는다. 태풍과 산불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그러니 우리는 기후 위기에 당장 대응해야 하고,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것이 지구 생물체 모두가 살아남는 길이다. 항복하면 죽는다. 우리는 다 같이 살아야 한다. 투쟁. _p.266_ _작가의 말_



덧,

아! 책 제목을 <포항 소설>로 하고 싶으셨다면서 주위의 반대로 못했지만 포항이 너무 좋다며 하나씩 설명해 주시는 모습에 또 반해버렸다. 친구가 포항댁이 되었는데 맨날 놀러오라고 난리다. 이제는 드디어 포항에 가볼 때가 되었나보다. (라는 이상한 결론이 났다.)



덧덧,

래빗홀 첫번째 책은 김청귤 작가님의 연작소설집 <해저도시 타코야키>이다. <지구 생명체는 항복하라>를 읽으면서 이 책도 떠올랐다. 함께 읽어보면 더 좋을 것 같다!! ( 리뷰 -> #해저도시타코야키_라라 )



** 래빗홀,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흥미롭고 진지하게 읽은 후 작성한 주관적인 리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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