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브루클린
제임스 맥브라이드 저자, 민지현 역자 / 미래지향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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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con King Kong]



어메이징 브루클린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지향




매력적인 인물들을 만났다!! 스포츠코트, 핫소시지, 지 자매, 엘레판테, 포츠, 얼, 등등...


책을 읽을 때 표지와 제목에 집착하는 편.

번역서의 경우에는 원서 제목을 꼭 먼저 확인하곤 한다.


<어메이징 브루클린>의 원서 제목은 <Deacon King Kong>. '킹콩 집사' 혹은 '집사 킹콩'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뭐라고? 집사가 킹콩이라고...?, 킹콩이 나오는건지 집사가 킹콩처럼 거대하다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번역서가 이 제목으로 나왔다면 읽지 않았을 것 같..... (언어를 단지 해석만 하는 것이 아닌 양 나라의 문화까지도 알고 깊게 생각해서 번역하는 옮긴이들의 노고에 박수를 짝짝짝!!!!)


표지의 그림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앞표지부터 책등, 그리고 뒷표지까지이어지는 이 그림은 책의 분위기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을 연상케한다. 어쩜 이렇게 잘 표현했는지!! (우리나라 책들의 표지디자인은 정말 우수한듯!! 원서 찾아보았는데.. 표지에 집착하는 나로서는...... 그 표지의 의미도 알긴하겠는데...... 우리나라 만쉐이! 미래지향 감사합니다!!)


<어메이징 브루클린>은 총성과 함께 시작된다.


"스포츠코트라는 별명을 가진 늙은 집사 쿠피는 1969년 9월의 어느 흐린 오후, 브루클린 남부에 있는 커즈웨이 빈민 주택 단지 안에 있는 광장으로 당당히 걸어 나와 마약 중개업자인 열아홉 살 딤즈 클레멘스의 얼굴에 구식 38구경 콜트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던 것이다." _p.7_


그는 대체 왜 총격 사건을 일으켰는가?라는 타이틀을 읽고서 흥미를 가지게 된 책이다. 이제 날도 슬슬 더워지니 재미있는 흥미로운 읽을 거리를 찾던 차에 읽게 된 책이다. 시작이 총성이어서 "벌써?"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평을 먼저 얘기해본다. 이 책은 마약, 이탈리아 갱과 총기사건, 지역 공동체와 백인과 유색인종 등 많은 진중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렇게 어렵고 힘들지는 않고 오히려 각 인물들이 정말로 흥미롭게 나온다. 연결된 사건도 여럿 나오고, 코믹한 부분도 많고 환상적인 부분까지도 가미되어 있어서 더 재미있다. 이 책이 영화로 나오면 보는 재미가 솔솔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반짝 덧1]

이 책의 저자인 제임스 맥브라이드는 재즈 뮤지션이기도 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폴란드 출신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브루클린 빈민가 레드훅 지역과 퀸스의 세인트 올번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또, 2차 세계대전 중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안나 성당의 기적>은 영화로 만들어졌다. 저자가 시나리오 작성.


저자의 이런 배경을 알고나니 책의 내용이 더 사실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




애정하는 장면은 스포츠코트가 죽은 아내 헤티의 영과 티격태격하는 장면이다. (영화 아니지만 자꾸 영화처럼 생생하게 그려지는 책.) 사람은 각자 자신의 기억에 의지해서 살아가지만 각각이 기억하는 바는 조금씩 다를 수 있고, 행복과 기쁨과 슬픔의 기준도 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랑. 오랜 시간 동안 누군가와 함께하고 사랑하는 것,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삶의 의미가 아닐까. (물론 이 책은 이 얘기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 부분에 집중을....;;;)


돈은 하느님의 손에 있어.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하느님의 손바닥 위에 있지. _p.218_


다시 만날 때까지, 하느님이 당신을 그분의 손안에 보호하시기를. _p.313_


(=> 하느님의 손바닥은 중요한 단서이다!! 나올 때마다 '오오', '뭐지뭐지'를 연발 함.)


스포츠코트의 총기사건을 파헤치면서 하나씩 들어나는 사건들이 있다. 그 내밀함을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고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들과 오랜 이웃들의 얽힌 이야기가 하나씩 맞춰지는 것 또한 재미있다. 애정, 관심, 사랑.. 마음에 품고 있고 가까운 이들에게만 만들어 질 수 있는 것. 유색인종이고 어쩌면 소외받고 있는 이들이지만 투박하게 보이는 이면에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정말로 따뜻하다.


폴 자매의 이야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이야기보따리에서는 더 소중한 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엘레판테가 어렸을 때 커즈에 살았던 이웃들의 이야기였다. 힘겹게 허겁지겁 사느라 바빠서 잊어버렸던 이웃들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 _p.461_


[정리]

삶이 슬프고 아프기도 하지만 진솔하고 따뜻했던 이야기.

마약과 갱이 한국사회와는 조금 멀기 때문에 더 영화처럼 다가왔던 이야기.

표지가 너무 좋고, 인물들 각자가 너무나도 (무섭기도 했지만) 사랑스러워서 한번씩 말을 걸어보고 싶었던 그런 소설을 읽었다.


[반짝 덧2]

아! 킹콩은...

왜 킹콩인지...

책을 읽어보면 알게됨!! 흐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흥미롭게 읽은 후 작성한 지극히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


#DeaconKingKong #어메이징브루클린 #제임스맥브라이드 #민지현 #미래지향 #미래지향신간 #신간추천 #삶 #지역공동체 #사랑과관계 #브루클린 #미래지향지원도서 #신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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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의 온도 미래의 고전 63
정복현 지음 / 푸른책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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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고전 63]


우정의 온도


정복현 지음 | 푸른책들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친구들은 삶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유치원에서 친구를 처음 만나지만 그때까지는 가족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조금씩 관계를 배워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우정이라는 단어가 끼어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친구가 굉장히 중요해지기 시작하죠.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가하면 나를 좋아해주는 친구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도 있습니다. 어떤 그룹이 형성되어 (책에서는 '최강미녀파', '우주보이클럽' 등이 있습니다.) 그 그룹안에 들어가고 싶기도 하고, 빠져나오고 싶기도 합니다. 그렇게 진정한 친구를 만들어 가게 되는 것입니다. 저도 그렇게 친구들을 사귀고 헤어지고 기쁘기도 아프기도 하면서 자란것 같아요. 아직까지 초등학교 때 친구와 연락을 하고 지내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참 감사한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정의 온도>는 단짝이었던 소미가 시골로 전학을 가고 외톨이로 지내다가 해미가 새롭게 친구를 만들어가게되는 이야기입니다. 해미의 시선으로 서술되지만 다른 아이들의 마음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클럽을 만들고 그 클럽에 필요한 친구를 영입하는 모습이 영악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순수함이 읽혀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합니다. 또 진실로 나쁜 마음을 먹고 그런 행동을 하는 어른들은 얼마나 많은지. 에휴 한숨이 나옵니다.


학교의 일상, 가족들과의 관계와 집에 대한 고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 이해할 수 없지만 내가 그 안에 있음으로해서 포기하고 이해해야하는 것들이 잘 녹여져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고, 또 나도 그 시절을 이렇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적응하고 바꾸어나가면서 보냈다는 것을 상기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 중학생들의 공감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책입니다. 어른들도 읽으면서 우리의 삶과 친구들을 생각할 수 있는 책입니다. 무엇보다도 사람과의 관계는 적당함, 그 온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재미있게 읽었고, 공감하며 읽었고, 또 추천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그동안 너무 뜨거웠던 것 같아. 그래서 상처도 많이 받았잖아? 이제부터는 온도를 잘 유지하자."
"그래, 알맞은 온도는 몇 도일까? (...)
"사람의 체온은 36.5도 잖아? 그 이상 올라가면 열이 나고, 내려가도 아파. 그러니까 그 온도가 제일 적당할 것 같아." _p. 141_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꼼꼼히 읽은 후 작성한 지극히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


#미래의고전63 #우정의온도 #정복현 #푸른책들 #푸른책들신간 #푸른책들지원도서 #푸른책들신간평가단 #청소년도서추천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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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눈 키우는 법 - 우세한 눈이 알려주는 지각, 창조, 학습의 비밀
베티 에드워즈 지음, 안진이 옮김 / 아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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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세한 눈이 알려주는 지각, 창조, 학습의 비밀]

보는 눈 키우는 법

베티 에드워즈 지음
안진이 옮김 | 아트북스

'우세한 눈'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처음 들어본다. 또 '발잡이'라는 말도 처음 들어보았는데 계단을 오르거나 춤을 출 때 어느 쪽 발이 먼저 앞으로 나아가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어느 손을 더 자유롭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오른손잡이, 왼손잡이로 구분되는 '손잡이'라는 용어와 유사하다.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장 읽기 능력과 보기 능력
2장 우세한 눈과 우세한 뇌
3장 감정을 드러내는 눈
4장 초상화 속 우세한 눈
5장 드로잉과 눈의 상징성
6장 초상화를 그리는 이유
7장 우세한 눈으로 그리기

우세한 눈을 알기 위한 간단한 테스트가 책에 나온다. 자신의 우세한 눈, 상대의 우세한 눈을 알게되면 관계에도 큰 변화가 온다고 한다. 대화를 더 진중히 관심가는 쪽으로 나눌 수 도 있다. 상대가 마음에 안들 경우에는 상대의 우세하지 않은 눈을 지속적으로 쳐다봄으로써 그 대화를 종결할 수도 있다는 게 작가의 의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른손잡이이듯이 오른쪽 눈이 우세한 사람들이 더 많이 있고, 양손잡이가 있듯이 양쪽눈이 동일하게 작동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오른쪽 두뇌로 그림 그리기>의 저자이기도 한데, 이 책은 그림 그리기 입문서의 고전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보는 눈 키우는 법>은 <오른쪽 두뇌로 그림 그리기>의 두 번째 책이자 보는 것과 그리는 것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어 구체적으로 쓴 책이라고 할 수있다.

자신의 우세한 눈을 알면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물을 구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보고 이해하는 능력도 높아진다고 한다.

여러가지 자화상 작품들이 나온다. 그 설명을 읽어보면 화가가 그런 의도로 이 자화상을 그렸구나, 이해할 수있다. 하지만 사실, 내가 보는 것과 설명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져서 계속 물음표를 달고 다니고 있다.

드로잉에 관심이 많고 그림그리기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 혹은 눈과 뇌와 창조 등에 관심이 생긴 사람들에게 이 책은 많은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 아트북스 서포터즈 2기로 도서를 지원받아 흥미롭게 읽은 후 작성한 지극히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


#보는눈키우는법 #베티에드워즈 #아트북스 #아트북스신간 #아트북스서포터즈 #아트북스서포터즈2기 #6월도서 #우세한눈 #눈과뇌의관계 #눈과창의성 #그림그리기 #자화상 #오른쪽두뇌로그림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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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르테미시아 - 최초의 여성주의 화가
메리 D. 개러드 지음, 박찬원 옮김 / 아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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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성주의 화가]


여기, 아르테미시아


메리 D. 개러드 지음

박찬원 옮김 | 아트북스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카라바조를 뛰어넘는 '21세기 슈퍼스타', 이런 호칭을 받고 있는 예술가가 있다. 바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아르테미시아를 안다는 것은 미술에 새롭게 눈뜨는 것이다."

-> 아르테미시아에게 어찌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을까?


작년부터 꾸준히 여성예술가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자화상 그리는 여자들> - <완전한 이름> -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이 세 권의 책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물이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이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라는 이름은 (아마도) 여러 번 들어봤을 것이다. 이름 보다는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나 '회화의 알고리즘' 같은 제목은 잘 기억이 안날 수도 있지만 작품을 보는 순간 아! 탄성이 나오는) 한 작품을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듣고 읽고 잊어버리고를 반복하던 어느 날, <자화상 그리는 여자들>이라는 책을 통해 조금 더 각인이 되었던 그녀. 멋있어요 언니!!!! (멋있으면 다 언니 =ㅁ= v)


전체적으로 여성주의 예술사와 여성 예술가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위 세 권의 책이라면 <여기, 아르테미시아>는 아르테미시아의 삶과 작품을 통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당대의 여성주의 예술가와 그 풍토를 알 수 있다. 흥미로운 부분이 상당하고, 놀랍고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너무 재미있게 집중해서 읽었고 '아하, 모멘트'가 많았었기에 완전 좋다고, 꼭 읽어보라고 가볍게 쓰고 싶지만, 내용이 과히 가볍지는 않다. 작가가 미술사가이고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연구자이기도 해서 쉽게 설명하려고 했겠지만 전문적이고 이해가 다소 어렵거나 그 시대를 다루는 너무 방대한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1장. 아르테미시아와 작가들 - 초기 근대 유럽의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는 전투에서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했으며 온전한 평등은 여전히 꿈으로 남아 있다. 페미니즘 운동이 한 세대 이상 지속하지 못했다는 것은 슬프게도 사실이다. 물결은 한 번 치고 나갔다가 그 반동으로 다시 밀려나곤 했다. 하지만 페미니즘 물결은 15세기 이후 세기마다 다시 일어났고, 매번 상당한 진전을 가져왔다. _p.70-71_


2,3,4장이 특히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신화나 성경에 나오는 여성 인물들과 사건들을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 대다수이고, 당대 다른 여성 작가들과 남성 작가들의 작품들과도 비교하면서 설명이 되어 있다. 인물, 표정, 시선, 주름, 소품 등 어느 것 하나 빼놓고 지나갈 수 없다. (성경은 쬐콤 알고 있지만 신화는 잘 몰라서 그 부분이 쏙쏙 떠오르지 않아서 아쉬웠고, 나의 부족함에 통탄스러웠다. 엉엉)




2장. 섹슈얼리티와 성폭력 - 수산나와 루크레티아

3장. 허구적 자아 - 뮤지션과 막달라 마리아

4장. 여성과 정치적 힘 - 유디트


아르테미시아는 단 하나의 이미지를 통해서 성적으로 피해를 당하기 쉬운 여성의 딜레마에 나타난 인간의 여러 면모를 보여주었다. 수산나가 장로들의 성적 괴롭힘에 고통받는 모습이 확연히 보이는 한편, 장로들이 수산나의 자연적 성 정체성을 조종하고 왜곡하는 것에 괴로워하는 그의 심정도 섬세하게 암시하고 있다. _p.80-81_


보통 미술작품을 볼 때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보기 보다는 그 작품이 풍기는 이미지와 내가 느끼는 감정을 나는 중시하는 편이다. 평소대로 아르테미시아의 이 작품들을 감상했다면 깊게 다가가지 못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것이 더 좋았던 이유다. 다행이다싶었다. 아르테미시아의 작품전을 보고싶다. 오래오래 가까이 다가가서 내가 읽은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싶다. 그 누구도 아닌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수잔나와 막달라 마리아와 유디트를.




아르테미시아의 기교는 전통적인 미술사 관행에서 보면 당황스러운 측면이 있다. 그의 미술에서 스타일 차이는 진화적 미술 정체성의 결과가 아니라 주제의 표현적 도전에 따른 적용이기 때문이다. (...) 아르테미시아의 급진적 페미니즘 표현은 우리의 규칙을 깨뜨렸고 작품의 감정 작업에 젠더라는 차원을 하나 추가했다. _p.129_


5장. 젠더 간 대결 - 여성 우위

6장. 분열된 자아 - 알레고리와 실제

7장. 모계 승계 - 그리니치 천장


악명 높은 여성의 이미지는 잠재적으로 당대 여성들도 공범이라는, 그들 모두 이브의 후손이라는 암시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돈네 인파네'(오명을 입은 여성)라는 이미지는 당대에 드물기에 아르테미시아의 그림들이 유독 눈에 띄는 것이다. _p.199_


실제 삶에서, 어머니로서의 위험 부담과 책임감 때문에 많은 여성이 지적 능력을 완전히 발전시키는 일이 어려웠지만, 그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르네상스 페미니스트들은 더 높은 위치를 얻기 위해 싸웠다. 교육 기회에 대한 그들의 열정적인 요구가 명백한 예이며, 그보다는 덜 명백하지만, 여성작가와 예술가는 창작 능력을 이용해 남성주의 담화를 무력화했다. _p.216_




아르테미시아 젠틀레스키는 카라바조의 제자였지만 스승을 뛰어넘는 도전을 서슴지 않고 했다. 미술사나 여성주의에 관련된 책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생각해야할 많은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 남성들은 남성 자신들만이 일구어냈다고 생각하는 이 세상에 여성들이 어떻게 작용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깨닫고 기억해야할 것이며, 여성들은 뒤로 숨거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삶에서 깨어나 조금더 세상을 일구어 나가면서 살아가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이것이 페미니즘이 아닐까싶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 불편하지만 알아야하는 것이다.


덧.

1. <바로 보는 여성 미술사>라는 책. 여성주의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입문으로 큰 흐름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못 읽었음)

2. 책을 다 읽고나서 알게 된 책 <우리의 이름을 기억하라 - 미술사가 놓친 위대한 여성 예술가 15인>. 이 책을 <여기, 아르테미시아>를 읽기 전에 먼저 읽으면 아르테미시아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넓게 알고서 깊게 들어갈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꼭 읽어봐야할 것 듯! (두근두근. 읽을 책이 또 늘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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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위의 집
TJ 클룬 지음, 송섬별 옮김 / 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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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와 선택된 아이들]

벼랑 위의 집

TJ 클룬 장편소설

송섬별 옮김 | 든


금요일마다 울 둥이 조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놀이를 한다. 매 주 고모가 어떤 책을 가지고 올지, 무얼하며 놀지 둥이들은 늘 궁금해 한다.

<벼랑 위의 집>에 푸욱 빠져있던 터라 지난 주에는 표지를 보여주면서 둥이들에게 책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집은 바닷가의 절벽 위에 있어요.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할아버지도 고모도 가족이 아무도 없는 여섯 명의 아이들이 아서 원장선생님과 함께 살고있는 집이에요. 이 아이들은 겉모습이 우리와는 조금 다르기도하고 특별한 힘도 가지고 있어요. 마법같은 특별한 힘. 매직. 아직 어리기 때문에 자신의 힘을 제대로 다루는게 어려우니까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연습을 해요. 그런데 사람들은 겉모습만으로 판단을 하고 오해를 하고 겁을 내면서 못되게 굴려고 하지요. 우리도 모두 배우고 공부하고 노력하면서 자라는데 말이에요.

천시는 초록색인데, 우리 지난 번에 젤리피쉬 책 읽은적 있죠?, 젤리피쉬처럼 투명해서 속이 다 들여다보여. 호텔직원이 되는게 꿈이에요.

탈리아는 노움이고 정원가꾸는 걸 아주 좋아하고 잘 해요. 여자아이인데 턱수염도 있대!

피는 숲 정령이어서 나무와 꽃들과 마음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땅에 손을 넣어서 씨앗들의 노래를 듣기도하고 노란 꽃도 피게 만들었어.

샐은 아주 얌전하고 예민한 아이여서 두려움을 느낄 때는 작은 강아지로 변해. 우리 샐한테 자상하게 잘 해줘야겠다! 그리고 샐은 글 쓰는 걸 좋아해요.

시어도어는 비늘이 달린 작은 새 처럼 생신 와이번이에요. 감정을 느끼고 대화를 나눌 수 있지. 동전같이 반짝이는 걸 좋아해요.

마지막으로 루시. 루시는 장난을 좋아하고 세계를 어둠에 휩싸이게 만들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있어요. 6살! 우리 겸이들이랑 친구다!

표지에서 우리 친구들을 찾아보자! 여기 초록색 천시가 보이네. (...)

빨리 읽어주세요. 재미있겠다!

(엄청 두꺼운 책을 후루룩 넘기던 겸이들, 당황하며.) 어? 그림이 하나도 없네...?

응! 고모가 읽고있는 책인데 너무 재미있어! 나중에 울 겸이들 크면 고모가 이 책 빌려줄께. 그 대신 오늘은 책 맨 뒤랑 맨 앞 표지에 있는 책갈피를 선물로 줄게요! (책갈피가 너무 예쁘다)



기억해야 할 이들과 잊지말아야 할 사건들이 4,5월에는 특히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책을 읽으며 이들을 기억하고 잊지않는 것이라 사건과 인물들에 관한 책을 꾸준히 읽었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몸도 덩달아 콕콕 아파왔다. 그렇게 힘든 날들을 보내다가 5월이 다 지나갈 무렵에 만난 책이 <벼랑 위의 집>이다.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 몰라도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다." _p.541_

마법적 존재들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 홀로 남겨진 아이들은 마법아동 고아원에서 특별한 관리를 받고 있다. 4급 기밀을 지닌 마르시아스섬의 고아원으로 라이너스 베이커가 한달간 파견을 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른 과제랑 별다를 것도 없어. 이런 상황, 전에도 겪어 봤잖아. 해 보자고, 나 자신. 할 수 있어." _p.144_

내용과 글이 재미있다.

인물과 스토리 전개도 흥미롭다.

시선과 관계, 다름과 틀림, 공동체와 어울림등 생각할 거리들이 많이 있다.

"오늘 난 선물이란 어떤 형태도, 크기도 될 수 있다는 것, 또 우리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타난다는 걸 알게 됐단다. 베이커 씨? 당신은 오늘 무엇을 배웠습니까?" _p.156_

깔깔거리며 웃다가도 가슴이 몽글몽글해져서 눈물이 맺히기도 하고 인물들의 순수한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따뜻한 순간들이 참 많다.

"그래, 훨씬 낫구나. 그리고 앞으로도 아까처럼 겁이 나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변신하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 _p.416_

겉 모습이 다르고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관찰받는 대상이 되어야하는 마법적 존재들. 지금의 현실과도 다를 바가 하나도 없음에 화가 나기도 하고 이런 세상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를 새삼 깨닫기도 했다.

집이라는 공간, 그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서 보다 더 깊이 머물게 해 주는 책이다. 좋다.

"집이란 그 어디보다도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곳이지. 우리도 그렇지, 얘들아? 우리 집에선 우리들 자신이 되잖아." _p.163_

원서도 찾아보고 작가님 책을 더 찾아봤는데 번역서는 이 책 한 권이고, 다른 책들도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원서라도 읽어봐야겠다!!!

지금 바로 읽어보세요! 매우 좋아요, 장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재미있게 읽은 후 작성한 지극히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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