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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다 - 이길여 회고록
이길여 지음, 김충식 인터뷰어 / 샘터사 / 2022년 12월
평점 :
모든 것의 - <길을 묻다>
이길여 회고록
김충식 대담 | 샘터

나는 마음이 좀 비뚤배뚤한 사람이라 타인의 성공스토리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런 배배꼬임의 일종으로 평전이나 회고록이나 자서전 같은 글도 즐겨 읽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타이틀이 붙어 있으면 일부러 피해가기도 한다. 그런데 <길을 묻다>를 읽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됐다. 자서전이나 회고록 같은 종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무언가 새로운 것과 나에게 울림이 없는 그런 글이 나의 흥미를 끌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샘터 2023 봄여름 물방울 서평단 활동을 하게 되었다. 물방울 서평단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서 랜덤으로 책을 배정받는다. 그 첫번째 책이 <길을 묻다>와 <초콜릿>인데, 나는 <길을 묻다>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었다. 처음에는 이길여 총장 회고록이라고 해서 웅?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새해를 맞아 동기부여가 필요하신 분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랍니다."라는 샘물이의 소개를 읽고 이 책이 지금 나에게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뒤이어 들었다. 그런 상태로 읽기 시작.
결론부터 말하겠다.
대.만.족.
'이길여 총장 회고록'이라는 타이틀만을 보면 초기의 나처럼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도 있을 것 같아서 말한다. 이 책에는 한 여성의 성공적인 삶 만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 우리나라의 의료 발전사가 이곳에 다 들어있다. 어떻게 들어있을까? 궁금하겠지만, 그건 읽어보면 알겠고. 그래도 힌트를 주자면...
아, 그 전에, 이 회고록은 다년간의 준비와 다년간의 기간을 거쳐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그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참고로 대담자는 김충식님(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원저자이자 다양한 이력을 가지신 분. 어떻게 칭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님으로.) 이다. (인터뷰어가 열과 성을 가지고 인터뷰를 준비하면 인터뷰이는 자연스럽게 집중하고 그 인터뷰는 잘 될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짝짝짝. 멋지다.)
"시대적 배경을 설명해야하는, 자료조사가 또다시 필요한시점인데요."(p.299) 이런 말이 곳곳에 등장한다. 이런식으로 그 사건이 있었던 시대의 배경과 우리나라 및 세계의 동향 등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 우리나라의 의료 발전사를 세세하게 알 수 있어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나라를 알아가고 역사를 알아간다. 시대와 우리 민족의 삶이 한 여성의 서사를 통해서 드러나고, 그를 통해서 내가 또 우리가 나라와 역사를 시대와 우리 민족을 알 수 있다는게 너무 신기하기도 했고 여성이기에 더 좋기도 했고 심지어 재미있기도 했다.
저는 그래서 시대상이나 당대의 분위기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총장님의 성공 스토리도 그렇습니다. 총장님이 '이길여 산부인과'를 개원하면서 '보증금 없는 병원'을 써 붙였지만, 시대상을 모르면 그 의미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대담은 시대상을 조명하고 세대 간의 공감을 넓히는 작업일 수도 있습니다. _p.153_
그 시기 우리나라의 의료 보험 수혜율은 총 인구의 0.2퍼센트였습니다. 이건 1975년 7월 30일자 통계인데요. 1979년 7월 1일 통계는 30퍼센트로 올라 4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을 하긴 했지만 전 국민 의료 보험 혜택은 그로부터 10년 후인 1989년 7월 1일에야 이뤄집니다. _p.245_
이 대담집 발간의 목적 가운데 하나가 총장님의 삶과 길병원의 역사를 두 축으로 한국 의료의 발전사를 조명하는 것입니다. 두 축을 당대의 맥락과 교차 비교해야만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한국의 의료 발전사는 대한민국 발전사의 한 축이니까요. _p.256_

가천대학교 이길여 총장.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지금까지 현역으로 활동하시는 분. 이렇게 총장이라는 타이틀만 보면 잘 모르는 이들도 있겠지만 여성 의사로 한국 의료계와 많은 환자들에게 특히 여성 환자들에게 엄청난 공헌을 하신 분이시다. 사실 나는 총장님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지만 그분의 삶을 한걸음 한걸음 따라가면서 역시 예사 사람이 아니셨다는 걸 알 수있었다. "실력, 담력, 매력, 3대 요소를 두루 갖춘 특이한 분이다!"라는 평도 들으셨는데 (첫째, 실력은 길병원과 가천대학교를 일으킨 걸출한 업적을 말한다. 둘째, 담력은 웅대한 비전을 갖고, 반신반의하는 아래 사람과 인적 자원을 동원해 성과를 도출하는 리더십이다. 셋째, 매력은 스스로를 헌신하고 희생해, 벌들이 날아오게 하는 꽃 같은 매력이다. _p.508_) 이에 딱 걸맞는 분인 것 같다. 여성으로 본 받고 싶다.
총장님에게 '가천'이라는 아호를 지어 주신 류승국 박사를 만난 게 이 무렵이었지요? (...)
제 이름에 '길할 길'자가 있잖습니까. '길'자가 스무 번 더해진 글자가 '아름다울 가'라는 겁니다. (...) '가회합례 수세인천'이라는 글을 친필로 써 주셨지요. (...) 거기서 '가천' 두 글자를 따온 것이라고 하셨고요. '아름다운 기운이 솟아오르는 샘'이라는 뜻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_p.295-297_
책 제목 <길을 묻다>에는 다양한 의미가 들어있을 것 같다. 길병원의 길, 다양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었을 때 선택했던 길, 앞으로의 길, 그리고 이길여의 길. 그 길이 나의 길에도 조금이라도 놓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벽돌책이라고 다 좋은 책은 아니던데, 연초에 내 눈을 반짝이게 만들어준 좋은 책을 만났다. 샘터!! 고맙습니다 :)
*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으로 책을 제공받아 흥미진진하게 읽고 작성한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여담 :
- 엄마, 길병원 알아?
- 그럼, 인천에 있는거 말하는거지? 대단하지 그 병원.
나만 몰랐나보다. 부끄러워라. 이제라도 알았으니 그게 어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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