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쓴 공주님 느림보 그림책 3
심미아 글 그림 / 느림보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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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끼와 거북이','개미와 베짱이','흥부와 놀부'처럼 시대에 따라 새롭게 해석되고 패러디 되는 고전동화들이 있다. 이처럼 이 책도 고전동화 중에서 꾸준히 읽혀지고 있는 책들을 조금 다른 각도로 바라보기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장화 쓴 공주님"은 작가의 상상력이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안데르센 원작의 ‘벌거숭이 임금님’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하면서 ‘벌거숭이 임금님’ 후편이란 느낌을 주는 설정이 독특하다. 더구나 그런 새로운 시도가 국내작가의 작품이란 점이 무척 반갑다.

그리고는 꾸밈없이 밝은 아이들의 마음을 들어다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준다. 아이들이 쓱쓱 그린 듯한 엉성한 그림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아니다. 얼른 이해되지 않는 제목과 표지의 희미한 회색을 배경으로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잠시 망설이게 된다. 일곱 살인 아들이 표지를 보고 싫다고 하던 걸 보니 선뜻 눈에 들어오는 책은 아닌 듯 싶다.

그러나 표지를 넘기면 그런 염려를 씻겨내듯 활짝 핀 개나리 빛으로 독자를 맞아들인다.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그림에는 곳곳에 아이들의 동심이 스며있다. 처음에 반기지 않았던 아이들까지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차츰 그림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아이들이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들을 택한 점도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게 할 수 있었다.

작가는 그림 속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도록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러니 아이들의 말을 가만히 들어주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방법의 하나이다. 책을 함께 보던 아이는 '주인공이 왕자님이었다면...'하면서 공주님이 슬퍼하는 장면에서부터 ‘벌거숭이 임금님’의 또 다른 손자이야기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한다.

이 책의 그림은 유난히 등장인물들의 시선을 따라가게 이끌고 있다. 첫 장면 공주님의 눈빛을 통해서는 순수하고 밝은 심성을 느끼게 하고, 사자머리를 한 공주를 책 속의 사자가 의아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거나 공주님과 대조되는 신하들의 걱정스런 눈빛, 사기꾼의 음흉한 눈빛까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를 암시해주고 있다. 또 처음부터 끝까지 공주의 표정과 닮아있는 고양이의 눈빛을 통해서는 서로의 감정이입까지 느낄 수 있다. 물론 절정은 커다란 장화를 뒤집어쓴 채 거울에 비친 공주의 확대된 모습이다. 그 눈빛에서 공주가 받은  충격이 독자에게까지 그대로 전달된다.

한편 작가는 장면마다 배경 색에 변화를 주어서도 분위기를 짐작하게 해준다. 공주님이 마음껏 머리모양을 바꾸는 장면들에선 하얀 여백을 두어 백지와 같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나타내준다. 사기꾼이 등장하는 대목에선 검푸른 색의 차가운 톤으로 색감을 가라앉혀 음산하고 불안한 느낌을 드러낸다. 그리고 공주님이 의욕을 상실한 채 방에 틀어박혀 있는 장면에선 모든 것들이 색깔을 잃어버린다. 그 장면이 얼마나 스산한지 마지막 페이지의 반전을 보며 아이들은 더욱 반가울 것이다. 공주님은 물론 주변 사물들도 모두 색을 찾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하늘도 공주가 좋아하던 분홍빛이다.

이렇게 작가는 그림으로, 짧은 이야기로 주제를 직접 드러내지 않고 독자 스스로 찾아내도록 유도한다. 은연중에 아이들에게 생각을 펼치고 마음껏 표현하라고 권하고 있다. 그것이  아이들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기의 개성을 자유롭게 표출하도록 존중해야하는 이유가 아이들의 개성은 상상력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걸 보여주는 그림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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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5-29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가 다 끝나셨나요? 빨리 보관함에 넣어야 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