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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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우리나라에 다수의 매니아층을 가지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그가 다섯편의 단편을 담은 '탐정 클럽'으로 돌아왔다. 사실 책에 실린 다섯편의 단편은 그의 초기작이라고 하니 돌아왔다기 보단 초기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이라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추리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나이기에 수 많은 지인들이 '히가시노~'를 외쳤지만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작가였다. 그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한건 작년 영화 '백야행'이 국내작으로 개봉을 할때 '소설이 원작이다'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었고 연이어 '용의자 x의 헌신'을 보면서 매니아층을 가질만 한 매력적인 작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고 나의 독서 편식이 바뀐정도는 아니지만 '그의 작품이라면 믿고 봐도 되겠다'하는 정도의 판단이 생겼다고 할까? 책을 읽기 전에는 '장편'일거라고 생각했었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좋아하지만 단편집은 절대적으로 믿지 않는 나로써는 '어~,,,'하는 당황스러움도 있었지만 추리물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오히려 그의 단편집은 순식간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추리물이기때문에 사건의 발생과 과정,결말까지 짧은 글 안에서 모두 접할 수 있었고 그것이 일반 소설과의 확연한 차이니까. 사실 단편소설집을 읽지 않는 이유는 짧은 글들에서 작가가 의도하는 방향을 찾기가 쉽지 않기때문이었고 읽은 것도,, 그렇다고 읽지 않은 것도 아닌.. 그런 느낌이 싫어서 피하고 있었으니까.
 
 
남,녀 두명으로 조직된 '탐정 클럽'. 특이하게도 부유층 VIP만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들이 해결해야하는 다섯개의 사건이 책에 담겨있다. 탐정 클럽의 활양상이라고하니 언뜻 생각하기엔 그 둘의 활동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작품에 담겨져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얼마전에 접했던 책 '도깨비 불의 집'이 떠올랐다. 그 작품 또한 밀실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히가시노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작가가 아니라는 것. 탐정 클럽에서 다루어지는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이 사건을 풀어가고 결론을 내는 것은 꼭 탐정 클럽만이 아니었다. 사건과 연관되어있는 주인공들의 추리와 조사, 그리고 적당하게는 경찰의 조사결과도 사건을 풀어주는 열쇠가 된다. 그들은 사건의 시작과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데 이미 다른 주인공들이 내렸을 법한 결론은 당연히 알고 있고 그들이 미쳐 생각하지 못한 반전을 가지고 온다는 것이 특이했다. 결국 그들의 조사과정이나 활약상 보다는 사건 자체에 얽혀있는 서로간의 이야기와 살인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에 촛점이 맞춰져있던게 아닌가 싶다. 더불어 '헉...'하는 반전을 들고오는 탐정들.. 그것이 이 단편집의 매력이다.
 
 
돈, 권력, 사랑 앞에서 살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수 많은 사람들. 그 대상이 가족이건 타인이건 상관없이 한 사람을 살인하기 위해 다른 이유로 같은 감정을 가진 여러명이 존재한다는 것. 이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라면 어쩜 너무 무서운 세상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인터뷰를 보니 그는 "10명이면 10명 모두 납득하는 살인 동기가 아니라, ‘뭐야? 이런 걸로 사람을 죽여?’ 하는 추리소설에 도전하고 싶었다."라고 이야기를 했던데 내가 그의 책을 보면서 항상 느꼈던 점이 바로 "뭐야.. 이런일로 사람을 죽여? 아 이렇게도 살인을 하는구나"하는 생각들이었음을 볼때 그의 의도대로 작품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수 많은 작품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그의 단편집을 보면서 미니시리즈 형식으로 탄생한다면 정말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탐정 클럽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만든다면 예전에 했던 '수사반장'쯤 되지 않을까? 더불어 초기작이라고 보기엔 내공이 쌓여있는 신선함이 역시 추리소설계의 대가라는 이야기가 절로 나오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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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9 39 - 열아홉, 스물아홉, 서른아홉 그녀들의 아슬아슬 연애사정! 소담 한국 현대 소설 2
정수현.김영은.최수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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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를 사랑하는 19,29,39세 그녀들의 이야기.
 
산뜻한 표지가 마음에 들지만 그 보다도 깔끔하면서도 인상적인 책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던  < 19 29 39 >.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추측하기란 어렵지만 이 이야기는 31살의 차이한을 사랑하는 19세,29세,39세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그 복 많은 남자 이한이 세명의 여인들과 서로 다른 시간에 연애를 했다면 남자가 주인공인 전혀 다른 내용의 책이 되었겠지만, 이 나쁜 남자(?) 차이한은 그녀들을 동시간에 공유하고 있었다. 도둑놈이 자기 얼굴에 도둑이라고 새기고 다는 것은 아니지만 폭넓은 연령층을 아우르는 이한은 어디서도 나쁜 남자라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세 여인에게 '따로 또는 같은 느낌'을 주었던 그로 인해 세 여자는 서로가 서로의 인생에 엮이게 된다. 핑크빛 표지 만큼이나 그들에게 주어진 로맨스가 핑크빛으로 마무리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 시대에 한남자와 세명의 여자가 공존하는 것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와 연애경력 5년차에 결혼을 곧 앞두고 있는 그녀 29, 외국에서 핑크빛 로맨스로 발전하게 된 이혼경력이 있는 39, 가벼운 접촉사고를 계기로 그에게 반하고 마는 당돌한 19. 세명의 작가들이 써내려간 이야기여서 그런지 각 인물들의 성격과 개성이 뚜렷하게 보이면서도 같은 여자로써 그녀들의 갈등과 그 속에서 자신이 바라는 진심이 공감이 되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39.
지난번 이한이 이 트리안을 주면서 한 말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올 때, 자기를 기다리는 생명체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리고 햇빛이 없어도 잘 자라니 죽이지 말라고 했다. 감동도 감동이지만 부족함 없는 생활을 하는 젊은 남자가 할 수 있는 발상이 아니었다.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돌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혼자서 스스로를 돌보고 사랑하는 것은 힘을 내야하는 일이다. 고독. 나는 그런 고독감을 자기 같은 사람이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다. 이한은 '잘 알지' 하며 장난스런 미소를 지어 보였는데 그 얼굴이 참 처연했다. 그때부터 내겐 그 얼굴이 이한의 이미지가 되었다.      < P 40 >
 
19.
그에 반해 아저씨는 찬우보다 확실히 어른이었다. 어른스럽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그에게는 찬우에게 없는 여유가 있었다. 여유가 있기때문에 눈앞에 닥친 것만 보는 게 아니라 그 너머의 것을 보았고, 여유가 있기 때문에 늘 나에게도 관대했다. 그 여유라는 건 단지 나이에서 주어지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의 스타일, 차, 말할 때 언뜻언뜻 들려오는 몇몇 키워드, 그리고 그의 경제력이 여유의 기반이 되어주었다..... 찬우가 홍콩 영화나 중국 무협 드라마라면, 아저씨는 로맨틱코미디에 가까웠다. 찬우에 비해 크게 어른스럽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그가 가진 스펙들이 나의 깐깐한 시선을 조금 더 여유롭게 해주었다는 걸 애써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남자들도 그렇지 않은가. 뭘 해도 용서가 되는 여자와 뭘 해도 용서가 안 되는 여자가 있는 것처럼, 아저씨는 뭘 해도 용서가 잘 되는 남자였다.      < P74 >
 
29.
'여름비와 사랑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와. 그리고 상대의 무게가 기분좋게 느껴지는 건 그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래.' 2005년 여름. 취업 준비를 하고있던 스물네 살의 내게 사랑이 찾아왔다. 곧 나는 출판사에 편집자라는 위치로 취직을 했고, 그는 약 3년 후 연봉이 꽤나 높은 애널리스트라는 근사한 직업을 얻었다. 지금은 웬만한 데이트 비용을 그가 지불하지만 그가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3년동안은 대부분 시간도, 돈도 내가 그에게 양보했다. 그렇게 시작된 사랑을 2010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었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사랑인지, 정인지 분간할 수는 없지만 헤어진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 P 101 >
 
 
 
 
세 여인이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 이유와 상황은 각기 다르다. 그는 싫어하고 좋아하는 음식이 만나는 상대에 따라서 달라지는 이른바 작업의 진수를 보여준다. 하지만 찬우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고의적이라던지 프로다운 바람둥이의 기질을 살펴볼 수가 없다. 어쩜 29와의 결혼을 앞두고 간혼 남자들이 품을 수 있는 잠시의 방황이라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찬우도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여러 여자들을 만나면서 이제서야 뒤늦게 알게 된 것일까? 혹자는 가벼운 칙릿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들의 갈등이 내것이 되고 나만 그런 생각들을 하는 것이 아니었구나..하는 것을 아는 것 만으로도 나는 '가볍다'란 평을 줄 수가 없었다. 가볍게 생각하려면 얼마든지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그와 사랑에 빠지는 세 여자들의 모습이라던지 그를 냉정하게 버릴 수 없는 그녀들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갔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켜보던 수 많은 연애 케이스 가운데 "똑똑한 여자가 남자 한번 잘 못 만나면 신세망친다"는 경우를 종종보았다. 밖에서는 누구나 부러워하고 대단하다고 인정하는 그녀들이 상대를 잘못 만나 인생에 쓰디쓴 경험을 하고 또 그로인해 자신들의 이미지도  추락하는 모습 말이다. 어쩜 결혼전에 그런일을 극복해나가면 다행이겠지만 그중 몇몇은 그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결혼에 골인을 해서 마냥 행복하지도 않은 그런 굴레속에서 사는 모습을 나도 종종보곤한다. 하지만 그런 그들을 누가 감히 비난 할 수 있을까? 나도 연애경험이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고 믿었던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예기치 못 한 문제가 터졌을때 과감하게 선택이라는 걸 할 수 있는 여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39.
"그럼 너, 그 여자들이랑 헤어질 거니?"   결국 이런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헤어지고, 나랑 만나달라는 그런 말. 난 이 자식을 뻥 차버릴 작정인데 어쩌자고 이런 말이 튀어나왔는지.  < P 52 >
 
 
19.
아저씨의 목소리가 너무 다뜻하고 멋져서 참고 있던 눈물이 더는 참지 못하고 왈칵 쏟아졌다. 울음이 툭 터지면서 끝도 없이 밀려왔다. 내가 지금 제일 화가 나는 건 아저씨가 나를 두고 바람을 피웠기 때문이 아니었다. 물론 그것도 화가 났지만, 그보다 더 화가 나는 건 이런 아저씨가 아직도 좋은 내가 미련하고 구질구질해서였다.    < P90 >
 
29.
'물어서 어쩔 건데? 여자와 함께 갔다고 하면? 그다음은, 그다음은 어떻게 할 건데?'
난 그다음에 닥쳐올 상황이 두려워졌다. 아마도 어린 시절의 나였다면 무턱대고 소리를 지르며 악을 써댔을 것이다. 그 결과과 어떻게 되든 그때의 감정을 100퍼센트 고스란히 실은 채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어리석지도 무모하지도 않다. 아니, 어쩜 알 만큼 알아버린 나이의 여자는 사랑을 할 때 욕망과 감정에 충실하지 못한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느새 '누가 뭐래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라는 어린 시절의 무모함과 당당함을 잃은 채 두려움을 신중함으로 가장한, 서글픈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다. < P121 >
 
 
 
 
자신을 두고 바람을 피운 그에대한 배신감과 갈등이 시작됨과 동시에 그래도 세여인중에서 자신에게 향하는 마음이 진실이기를 바라는 애절함이 모두 느껴진다. 이한은 자신이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이 상황을 정리하려고 한다. 스스로 입을 통해 바람을 피웠다고 고백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녀들이 겪을 상처에 대한 나름의 배려와 함께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을 위해 고민에 빠진다. 그 사이 세여인은 몇번의 만남과 통화를 반복하게 되고 '그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가 아닌 '누구도 그를 선택하지 않는'결말을 맞게 된다.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생각될 만큼 충격적인 상황이지만 길게는 그녀들은 5년,6개월,100일간 그와의 로맨스로 인생의 또 다른 황금기를 누렸다. 그의 아이를 가진 39, 결혼을 약속했던 29, 아직 젊기에 회복의 속도도 빠른 19. 그녀들은 이 큰 시련을 계기로 또 다른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되고 그와의 인연도 계속 이어진다.
 
세 작가가 릴레이 형식으로 써내려간 소설이라는 점에서도 신선함이 있었지만 자신들에게 상처를 준 남자를 결국엔 선택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선택한 그녀들의 이야기 자체도 흥미가 있었다. 더불어 연애시절 내가 느꼈던 수 많은 생각들과 감정들이 각 연령층의 여성들의 생각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기에 조금 더 동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구성면에서 약간 아쉬운점이 있긴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고 ~ 여성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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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9 39 - 열아홉, 스물아홉, 서른아홉 그녀들의 아슬아슬 연애사정! 소담 한국 현대 소설 2
정수현.김영은.최수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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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를 사랑하는 19,29,39세 그녀들의 이야기.
 
산뜻한 표지가 마음에 들지만 그 보다도 깔끔하면서도 인상적인 책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던  < 19 29 39 >.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추측하기란 어렵지만 이 이야기는 31살의 차이한을 사랑하는 19세,29세,39세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그 복 많은 남자 이한이 세명의 여인들과 서로 다른 시간에 연애를 했다면 남자가 주인공인 전혀 다른 내용의 책이 되었겠지만, 이 나쁜 남자(?) 차이한은 그녀들을 동시간에 공유하고 있었다. 도둑놈이 자기 얼굴에 도둑이라고 새기고 다는 것은 아니지만 폭넓은 연령층을 아우르는 이한은 어디서도 나쁜 남자라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세 여인에게 '따로 또는 같은 느낌'을 주었던 그로 인해 세 여자는 서로가 서로의 인생에 엮이게 된다. 핑크빛 표지 만큼이나 그들에게 주어진 로맨스가 핑크빛으로 마무리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 시대에 한남자와 세명의 여자가 공존하는 것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와 연애경력 5년차에 결혼을 곧 앞두고 있는 그녀 29, 외국에서 핑크빛 로맨스로 발전하게 된 이혼경력이 있는 39, 가벼운 접촉사고를 계기로 그에게 반하고 마는 당돌한 19. 세명의 작가들이 써내려간 이야기여서 그런지 각 인물들의 성격과 개성이 뚜렷하게 보이면서도 같은 여자로써 그녀들의 갈등과 그 속에서 자신이 바라는 진심이 공감이 되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39.
지난번 이한이 이 트리안을 주면서 한 말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올 때, 자기를 기다리는 생명체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리고 햇빛이 없어도 잘 자라니 죽이지 말라고 했다. 감동도 감동이지만 부족함 없는 생활을 하는 젊은 남자가 할 수 있는 발상이 아니었다.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돌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혼자서 스스로를 돌보고 사랑하는 것은 힘을 내야하는 일이다. 고독. 나는 그런 고독감을 자기 같은 사람이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다. 이한은 '잘 알지' 하며 장난스런 미소를 지어 보였는데 그 얼굴이 참 처연했다. 그때부터 내겐 그 얼굴이 이한의 이미지가 되었다.      < P 40 >
 
19.
그에 반해 아저씨는 찬우보다 확실히 어른이었다. 어른스럽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그에게는 찬우에게 없는 여유가 있었다. 여유가 있기때문에 눈앞에 닥친 것만 보는 게 아니라 그 너머의 것을 보았고, 여유가 있기 때문에 늘 나에게도 관대했다. 그 여유라는 건 단지 나이에서 주어지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의 스타일, 차, 말할 때 언뜻언뜻 들려오는 몇몇 키워드, 그리고 그의 경제력이 여유의 기반이 되어주었다..... 찬우가 홍콩 영화나 중국 무협 드라마라면, 아저씨는 로맨틱코미디에 가까웠다. 찬우에 비해 크게 어른스럽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그가 가진 스펙들이 나의 깐깐한 시선을 조금 더 여유롭게 해주었다는 걸 애써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남자들도 그렇지 않은가. 뭘 해도 용서가 되는 여자와 뭘 해도 용서가 안 되는 여자가 있는 것처럼, 아저씨는 뭘 해도 용서가 잘 되는 남자였다.      < P74 >
 
29.
'여름비와 사랑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와. 그리고 상대의 무게가 기분좋게 느껴지는 건 그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래.' 2005년 여름. 취업 준비를 하고있던 스물네 살의 내게 사랑이 찾아왔다. 곧 나는 출판사에 편집자라는 위치로 취직을 했고, 그는 약 3년 후 연봉이 꽤나 높은 애널리스트라는 근사한 직업을 얻었다. 지금은 웬만한 데이트 비용을 그가 지불하지만 그가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3년동안은 대부분 시간도, 돈도 내가 그에게 양보했다. 그렇게 시작된 사랑을 2010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었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사랑인지, 정인지 분간할 수는 없지만 헤어진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 P 101 >
 
 
 
 
세 여인이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 이유와 상황은 각기 다르다. 그는 싫어하고 좋아하는 음식이 만나는 상대에 따라서 달라지는 이른바 작업의 진수를 보여준다. 하지만 찬우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고의적이라던지 프로다운 바람둥이의 기질을 살펴볼 수가 없다. 어쩜 29와의 결혼을 앞두고 간혼 남자들이 품을 수 있는 잠시의 방황이라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찬우도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여러 여자들을 만나면서 이제서야 뒤늦게 알게 된 것일까? 혹자는 가벼운 칙릿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들의 갈등이 내것이 되고 나만 그런 생각들을 하는 것이 아니었구나..하는 것을 아는 것 만으로도 나는 '가볍다'란 평을 줄 수가 없었다. 가볍게 생각하려면 얼마든지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그와 사랑에 빠지는 세 여자들의 모습이라던지 그를 냉정하게 버릴 수 없는 그녀들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갔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켜보던 수 많은 연애 케이스 가운데 "똑똑한 여자가 남자 한번 잘 못 만나면 신세망친다"는 경우를 종종보았다. 밖에서는 누구나 부러워하고 대단하다고 인정하는 그녀들이 상대를 잘못 만나 인생에 쓰디쓴 경험을 하고 또 그로인해 자신들의 이미지도  추락하는 모습 말이다. 어쩜 결혼전에 그런일을 극복해나가면 다행이겠지만 그중 몇몇은 그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결혼에 골인을 해서 마냥 행복하지도 않은 그런 굴레속에서 사는 모습을 나도 종종보곤한다. 하지만 그런 그들을 누가 감히 비난 할 수 있을까? 나도 연애경험이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고 믿었던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예기치 못 한 문제가 터졌을때 과감하게 선택이라는 걸 할 수 있는 여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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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너, 그 여자들이랑 헤어질 거니?"   결국 이런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헤어지고, 나랑 만나달라는 그런 말. 난 이 자식을 뻥 차버릴 작정인데 어쩌자고 이런 말이 튀어나왔는지.  < P 52 >
 
 
19.
아저씨의 목소리가 너무 다뜻하고 멋져서 참고 있던 눈물이 더는 참지 못하고 왈칵 쏟아졌다. 울음이 툭 터지면서 끝도 없이 밀려왔다. 내가 지금 제일 화가 나는 건 아저씨가 나를 두고 바람을 피웠기 때문이 아니었다. 물론 그것도 화가 났지만, 그보다 더 화가 나는 건 이런 아저씨가 아직도 좋은 내가 미련하고 구질구질해서였다.    < P90 >
 
29.
'물어서 어쩔 건데? 여자와 함께 갔다고 하면? 그다음은, 그다음은 어떻게 할 건데?'
난 그다음에 닥쳐올 상황이 두려워졌다. 아마도 어린 시절의 나였다면 무턱대고 소리를 지르며 악을 써댔을 것이다. 그 결과과 어떻게 되든 그때의 감정을 100퍼센트 고스란히 실은 채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어리석지도 무모하지도 않다. 아니, 어쩜 알 만큼 알아버린 나이의 여자는 사랑을 할 때 욕망과 감정에 충실하지 못한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느새 '누가 뭐래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라는 어린 시절의 무모함과 당당함을 잃은 채 두려움을 신중함으로 가장한, 서글픈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다. < P121 >
 
 
 
 
자신을 두고 바람을 피운 그에대한 배신감과 갈등이 시작됨과 동시에 그래도 세여인중에서 자신에게 향하는 마음이 진실이기를 바라는 애절함이 모두 느껴진다. 이한은 자신이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이 상황을 정리하려고 한다. 스스로 입을 통해 바람을 피웠다고 고백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녀들이 겪을 상처에 대한 나름의 배려와 함께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을 위해 고민에 빠진다. 그 사이 세여인은 몇번의 만남과 통화를 반복하게 되고 '그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가 아닌 '누구도 그를 선택하지 않는'결말을 맞게 된다.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생각될 만큼 충격적인 상황이지만 길게는 그녀들은 5년,6개월,100일간 그와의 로맨스로 인생의 또 다른 황금기를 누렸다. 그의 아이를 가진 39, 결혼을 약속했던 29, 아직 젊기에 회복의 속도도 빠른 19. 그녀들은 이 큰 시련을 계기로 또 다른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되고 그와의 인연도 계속 이어진다.
 
세 작가가 릴레이 형식으로 써내려간 소설이라는 점에서도 신선함이 있었지만 자신들에게 상처를 준 남자를 결국엔 선택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선택한 그녀들의 이야기 자체도 흥미가 있었다. 더불어 연애시절 내가 느꼈던 수 많은 생각들과 감정들이 각 연령층의 여성들의 생각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기에 조금 더 동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구성면에서 약간 아쉬운점이 있긴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고 ~ 여성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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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의 기적 - 하루 10분, 당신의 뇌가 일으키는 놀라운 결과
KBS 수요기획팀 지음 / 가디언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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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1,440분... 그 중 1%도 되지 않는 10분. 그 짧은 10분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멘토'라는 책에서 1분을 활용하는 법칙에 대해서 읽고는 '하루에 1분이라면 나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정말 어렵지 않은 방법이다'하고 생각했었는데 '하루 10분의 기적'을 접하면서 그때의 그 기억이 되살아 났다. '하루 10분의 기적'은 KBS에서 기획프로그램으로 방영이 되었다가 그 반응도 너무 뜨겁고 45분의 짧은 방송시간에 다 보여줄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기에 작가들이 마음을 먹고 출판하게 되었다고 한다. 10분... 밥 한끼를 차려 먹을 수도 없는 그 짧은 시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있을까? 더불어 그 짧은 시간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하루 10분, 당신의 뇌가 일으키는 놀라운 결과

 

책은 어떤 연구결과나 학자들의 이론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사례를 보여준다. 평범한 학생부터 직장에서의 10분활용까지. 하루 10분을 알토란같이 사용한 사람들의 수 많은 변화에 대해서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10분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라. 하는 방법이 아닌 10분을 제대로 활용함으로써 뇌에 주어지는 자극.. 그리고 그 자극으로 인한 대단한 효과들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나에겐 가장 흥미로웠다.

 

아침 10분독서, 10분의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 55개의 자격증을 취득한 선생님, 아침 10분 수학으로 학업성취도와 생활태도가 달라진 초등학생들, 쉬는 시간 10분을 활용한 내신 1등급 학생, 10분 108배의 운동으로 건강과 학업성취도를 높인 중학생들, 10분 탈춤으로 산업재해 제로를 달서안 한국화장품 공장, 10분 스트레칭으로 수년간의 고질병을 치료한 탤런트 오미연씨, 10분의 멍한 휴식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기업의 대표들.. tv리모콘을 들고 눈을 몇번 꿈뻑거리면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그 10분을 활용해서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 신비롭기도 하지만 혹자는 정말 그 소소한 투자로 '결과'라는 것이 창조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잇을 것이다. 만약 매일 10분동안 5개의 영어단어를 외우겠다고 마음을 먹는다고 가정하자. 한달 30일이면 150개의 단어를 외울 수 있다는 결론이 난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런 짜투리 시간을 활용한 결과도 어마어마하게 불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할 수 있다'와 '해봐야 뭐 해'의 엄청난 차이의 결과라고 해야할까?

 

우리의 뇌에는 '의욕의 뇌'라고 불리우는 부위가 있다고 하는데 '의욕의 뇌'를 자극하는 방법은 좋든 싫든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하면 작업을 한다는 정보가 보내져 자기흥분을 일으키고 결국 차례로 '의욕'이라는 지령을 내리게 된다고 한다. 책에 나왔던 예를 들자면 책상정리를 히작하다보니 사무실 청소까지 해버린 경험.. 이런것들이 바로 '의욕의 뇌'를 자극한 결과라고 한다. 하루 10분을 투자해서 무엇이 되겠느냐는 의문을 갖기전에 그 소소하게 생각되는 그 시간을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계획이 아무리 좋아도 실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진정한 시테크란 계획이 조금 미진하더라도 시도하는게 중요하다." <P 36>

 

 

 

책은 10분의 짜투리 시간을 활용한 사람들의 예와 함께 그 사례를 이론과 실험으로 정리한 내용을 함께 제시하고 독자들이 그 방법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까지 한눈에 보기 쉽도록 각 장별로 정리가 되어있다. 더불어 책의 마지막에는 앞서 제시되었던 경험자들의 사례를 < 하루 10분 실천법 _ 학습편,운동편,휴식편 >으로 나누어 부록으로 다루고 있으니 핵심적인 내용만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도록 편집이 되어있다. 특히 나의 경우는 자녀 학습법에 대해서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해준 것 같다. 아이가 아직 어리기에 특별히 학습이라고 이야할 수 는 없지만 책을 통해 보았던 10분효과를 보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10분'을 활용한 독서나 복습시간을 갖는 것이 정말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특별히 부담을 주지 않는,, 어쩌면 조금은 아쉬워 보이기까지 하는 그 '10분'을 활용하여 학습과 집중력을 높여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나니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엄마'가 되지않을 자신이 일단 생긴다고 해야하나?(일단 겪어봐야겠지만~)

 

더불어 멘토에서 1분의 법칙을 접하고 나서 지금까지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었는데 더불어 10분의 법칙을 이제부터 나에게 적용해보려고 한다. 2010년 목표중에 학업과 임신으로 인해서 미루어졌던 몇가지 목표들에 대해 매일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볼 생각이다. 조금은 아쉬웠던 점은 아직 방송내용을 접하지는 못했지만 책의 내용 대부분이 방송중에 다루어졌던 내용만 나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고 170페이지 정도밖에 안되는 내용이 상당히 아쉬웠다. 조금만 더 10분을 가치있게 활용하는 사람들의 사례들을 더 다루어줬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분량의 아쉬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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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들려주는 행복심리학 - 유치원, 초등학교 1,319명의 아이들이 들려주는 "행복에 대하여"
안톤 부헤르 지음, 송안정 옮김 / 알마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보고도 지금의 내가 꼭 읽어야 할 지침서라고 생각했던 책. 나는 지금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보육교사 자격취득을 함께 하기 위해서 유아,아동과 관련한 과목도 함께 공부중에 있다. 더불어 5세의 딸이 있고 뱃속에 둘째도 무럭무럭자라고 있으니 이 책이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이 있을까?

 

자랑이라기 보다 주변의 시선과 가족들의 평가로 미루어 보아 나는 그다지 '나쁜 엄마'는 아니다. 첫 아이가 뱃속에 있을때부터 습관적으로 나누던 대화를 지금까지 하고 있고 장난감보다는 책을 선호하는 아이를 위해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한권한권 정성껏 책을 읽어주고 그날 그날의 일과는 아이와 상의해서 하고 싶은 활동 위주로 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내가 집에서 살림을 하던 전업주부도 아니었고 별보고 출근해서 별보고 퇴근하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항상 아이의 시선에서 함께 하고자 노력했다. 주말엔 짧은 여행이라도 꼭 함께 다녔고 지역에서 열리는 체험행사는 모두 출동~ 물론 신랑이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기에 가능했던 일들이다. 덕분인지 아이는 여러면에서 발달과 생각이 빨랐고 호기심도 왕성하다. 떼부리는 일도 거의 없고 그렇다고 한들 대부분은 대화로 해결이 가능할 지경이니까. 겨우 5살이지만 아직까지는 잘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도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둘째는 전업주부로써 내가 100%양육을 해야하는 입장에 놓여있기 때문에 첫째보다 오히려 내 어깨가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말 못하는 신생아 시절부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그 길고 어려운 시간들 속에서 어떻게 아이의 행복을 찾아줄 수 있을까?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할 때 행복할까?

 

이 책은 작가가 1,300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행복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렇게만 보더라도 수 많은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서 내 자녀의 행복을 찾을 수 많은 방법을 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팍팍 차오른다. 더불어 어쩌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 자녀의 행복을 찾아야하는 시대가 되었는지 조금은 울적해지기까지 한다. 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점을 주어야할지 고민할 정도로 책을 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서평을 쓰기전에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 다른분들의 서평을 보았는데, 너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사람의 '생각의 차이'가 판이한 결과를 가져다 준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 1장 행복이란 무엇인가? / 2장 긍정적 정서들, 기쁨과 행복의 발달 / 3장 아이들이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다 / 4장 행복을 위한 교육은 가능한가? >라는 주제로 구성이 되어있다. 목차에서 느껴지듯이 조금은 이론적일 것 같고 딱딱한 느낌이 살짝 든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야기 한다니 그런 걱정은 하지말자~하고 책장을 넘겼다가 책의 반절에 가까운 이야기가 거의 이론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있어서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책은 내 기대와는 다르게 이론적이고 통계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꺼내 놓는다. 더불어 누구인지도 모르는 연구자들의 이름이 계속적으로 나열되면서 딱딱함이 조금은 더 느껴졌다. 물론 내가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기에 상당수의 연구내용을 들어본 탓도 있겠지만 그들을 한번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흥미있게 읽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결론적인 이야기는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와 더불어 <아이들은 특별한 조건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정도가 될까? 내가 생각하는 행복을 느끼는 기준들이 책에 나열되어 있었다. 새로운 깨달음이라기 보다 이미 나는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생활에서 많이 행하고 있는 내용들에 대한 정리였기때문에 조금은 더 지루했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들도 실천하기가 어려워서이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내용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만약 이론적인 내용이거나 연구결과에 의한것이 아니고 순수한 아이들의 인터뷰나 대표적인 아이들의 생활에 관한 이야기로 풀어갔다면 조금은 더 친근하게 다가왔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계속 남았다.

 

 

 

 

어른들은 새로운 유년기의 행복을 믿지 않는다. 행복에 대해, 특히 아이들의 행복을 판단할 때 항상 자신의 유년 시절 추억을 떠올리고 그것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행복은 아이들에게도 주관적인 어떤 것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자신이 유년 시절에 느꼈던 행복함을 요즘 아이들에게도 추천할만한 행복으로 판단하고 적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행복을 증진하려는 교육이라면 강요된 행복을(이것은 종종 치밀하게 일어나고 대부분 좋은 것으로 생각되지만) 단념해야 한다.                 p 28

 

 

과욕하지 마라. 예를들어 푼토에서 포르쉐로 바꿔야 한다고 욕심 부리지 마라. 우리가 포르쉐에 익숙해지면 이미 레라리를 겨누게 된다. 이것은 행복을 줄인다.

" 스물한 살에 나의 기대들은 0으로 줄었다. 그 후로는 온통 얻는 것 뿐이다. "                               P 40~41

 

 

중요한 건 단순히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의 양이 아니라 함께한 시간의 질, 서로 간의 충실도, 집약성, 강렬함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차츰 나이를 먹을수록 엄마 아빠와 함께 수영장에 가도 예전만큼 행복해하지 않는다. 그리고 부모와 함께 가는 것을 주저하거나 또는 자기 친구들을 동반할 수 있을때만 함께 가려고 하는 시기가 곧 오게된다.  한 가지 사실을 늘 명심해야 한다. 우리 아들딸들의 유년기는 빨리 지나가버린다. 특히 우리가 그 시절을 다시금 돌리고 싶어 할 때 아이들은 이미 자라있다.              p138

 

 

 

대부분의 부모들이 알고 있겠지만 아이들은 용돈을 많이 주는 것이나 장난감을 많이 사주는 것 보다는 부모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속에서 더 많은 행복을 느낀다. 나 또한 유치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내 시간이 적다는 것에 조금은 아쉬워하면서도 아이가오면 아직도 만지고 안고 이야기하는 즐거움에 살고 있으니까. 맞벌이를 하면서 주변에서 두가지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 아직 엄마손이 많이 갈때는 돈도 좋지만 집에서 아이를 보는게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이다.","나중에 학교 보내고나면 엄마랑 보내려고도 안할텐데 그때는 직장구하기가 어려우니 몇년 힘들어도 계속 다녀야한다." 어떤게 정답일까? 사람의 생각의 기준에 따라서 틀리겠지만 물론 맞벌이를 유지하는 것이 물질적으로 훨씬 풍요롭다. 그렇다면 질적인 면에서는 아이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줄 가능성도 훨씬 높다. 후자처럼 다면 몇년간의 어려운 시간을 극복하면 어차피 아이들은 부모를 찾지 않는 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는 틀렸다고 말할 것이다. 아이들의 정서적인 부분에 대한 발달은 유아기에 거의 완성이 되고 성장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맞이하게 되겠지만 기본적인 성장을 끝낸 내 아이의 정서는 인생 전반에 걸쳐서 작용을 할테니까. 고로 유년시절 겪었던 행복의 기억이나 그로 인해 아이의 정서적, 성격적인 부분이 발달한다면 과감하게 아이에게 그 시간을 투자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짧은 몇년의 시간조차 아이와 공감할 수 없다면...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모든 아이들 가진 엄마가 직장을 그만둬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연구결과에서도 나왔지만 맞벌이든 전업주부든 아이들의 느끼의 행복의 양은 차이가 없다. 다만 얼마나 질적으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들을 즐기는지가 관건이다.

 

 

 

'어떤' 부모의 자녀는 더 행복할까? 미국 버클리 대학의 발달심리학자 다이애나 바움린드는 '권위적인'('권위죽의적인'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부모의 양육 태도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p 254

 

* 아이들에게 이유를 들어 설명한 규칙들(아이들도 함께 의논하고 결정한다)을 지킬 것을 분명하게 요구한다.

* 분명한 지침을 제시한다.

* 전적으로 신뢰할 만하다.

*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다.

* 자녀에게 관심이 매우 많다.

* 자녀를 격려하고 칭찬한다.

 

 

 

위의 기준으로 본다면 다행히도  나는 아이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어떤'부모에 해당된다.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조건은 그리 멀리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만 앞서고 행동이 되지 않는 '다이어트'같다고 할까? 한꺼번에 변하려하지 않고 한번에 하나씩 바뀌다보면 다른 하나의 조건이 또 바뀌어 있을 것이다. 12년간 다니던 직장을 아이의 유치원 입학과 함께 과감하게 그만두고 육아에 조금은 더 신경을 쓰면서 '60분부모,영재의 비법'등의 프로그램을 가끔 시청하게 되는데, 실질적인 적용면에서는 그런 프로그램들이 책보다는 더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제목과는 다르게 너무 이론적이로 지루했기에 아쉬움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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