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키메 ㅣ 스토리콜렉터 2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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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흥미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p.370)

여행지의 낯선 골목길을 걷다가 불현듯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질 때가 있다.
 뒤를 돌아봐도 아무도 없지만, 괜스레 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미쓰다 신조가 들려주는 
괴이 현상에 관한 이야기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책을 덮고도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듯한 오싹함이 남는다.

시골의 폐쇄성, 가문의 비밀 그리고 의문의 죽음.⚰️
이 조합은 실패할 리가 없다. 
외지인이 등장하고, 오래된 가문의 비밀을 파헤치는 주인공을 따라 
독자도 함께 공포의 순간을 맞이한다.

들어가지 말라는 장소에 들어가고, 
보지 말라는 것은 기어코 보고 싶어진다. 

위험을 예감하면서도 다음 장을 넘기는 
우리의 호기심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생각해 보면 독자도 금기를 어기는 일에 동참하고 있었다.

《노조키메》의 또 다른 묘미는 괴이 현상을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한다는 역설에 있다. 
민속학을 전공한 주인공은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기이한 사건과 오래된 습속을 살피며
 그 기원과 인과관계를 파악하고자 한다.

아무리 미신임을 알고 있더라도 좀처럼 소멸하지 않는 시골의 습속은
 외지인에게는 황당무계한 이야기일지 몰라도 
마을 사람들에게는 오랜 세월 이어져 온 현실이다.

주인공 역시 괴이 현상을 받아들이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시골 특유의 미신이라며 거리를 둔다. 

그러나 그 현상이 현실적인 살인 사건으로 이어지자,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구분했던 두 세계의 경계가 무너진다. 

타인의 현실을 미신이라고 치부했던 오만함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현상보다 무서운 것은,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던 현상이 끝내
 우리의 이해를 벗어나는 순간이지 않을까.

조금씩 쌓아 올린 복선들은 불길한 징후가 되고, 
사소하게 지나쳤던 장면마저 의심스럽게 느껴진다. 

특히 장송 행렬을 피해 나무 위로 올라갔는데 
하필 그 아래에 관이 놓이는 장면에서는 숨이 턱 막혔다.

피했다고 생각한 장소가 가장 위험한 장소가 되는 상황이라니.
 일본 특유의 오래된 신앙과 기괴한 장례 풍습이 
뒤섞인 장면들은 끈질기고 불쾌한 공포를 남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시선'을 둘러싼 관계다. 👁️
노조키메는 상대를 집요하게 바라본다.
 그런데 인간은 특정한 존재를 보면서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취급하는 주술적 행위를 한다. 
바라보는 행위만큼이나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행위도 섬뜩했다.

우리는 노조키메의 정체를 궁금해하며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엿본다. 
안전한 책장 바깥에서 그들의 공포를 관찰하고 있다고 믿지만,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수록 묘한 기분이 엄습한다.

혹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함께 책을 읽고 있지는 않을까.
 노조키메의 수상한 시선을 살피던 독자가 
어느새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되는 것이다.

과학과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미신과 주술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오래된 신앙은 지역의 생활 문화와 결합해 전승되기도 하고
, 현대에는 하나의 오컬트 장르로 소비되기도 한다.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두려워한다.

미쓰다 신조의 책은 한번 펼치면 좀처럼 놓기가 어렵다. 

무서운 장면을 마주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정체가 궁금해 기어코 책장을 넘긴다.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책을 덮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내가 노조키메를 엿보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나를 엿보고 있었던 기분이다.

“당신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그 말은 대체 누가 누구에게 건넨 것일까.

(무섭다…!)



-인스타 우주 @woojoos_story 진행 및 출판사 북로드의 도서 협찬으로
 #우주클럽_장르문학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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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관한 이야기 - 인간을 인간으로 만든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기술
케빈 애슈턴 지음, 김하현 옮김 / 생각의힘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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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은 모호함의 예술이자,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공동 작업이다.
좋은 스토리텔링은 우리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자기 머릿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게 한다."

_ 3-10 「이야기의 비밀스러운 삶」

___✍️

합평 모임에서 비현실적인 요소가 등장하는 단편소설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분을 만난 적이 있다. 현실에 기반한 사건과 갈등이 주를 이루어야 하는데, 요즘 글들은 등장인물이 날아다니고 인간이 아닌 존재들까지 등장한다며 "저게 글인가?", "이런 게 재미있는지 모르겠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음, 여기서 이야기는 무엇일까.

사실 이야기란 본래 허구를 품고 있지 않은가. 등장인물이 하늘을 날든, 동물이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하든, 독자가 그 안에서 재미와 의미를 발견한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당시에는 이런 생각을 마음속으로만 삼켰다.

그런데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에서 그때 품었던 의문을 풀어 줄 '이야기'를 발견했다.

저자 케빈 애슈턴은 기술 혁신가이자 '사물인터넷의 아버지'로 소개된다.
기술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힘'이라는 매력적인 조합이었다. 사물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기술이 인간의 이야기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현재 우리가 마주한 초현실의 세계에서 출발해, 인류 최초의 모닥불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려 한다.

___🖥️🌳

8장 「초현실」에서 나무의 경이로운 정보 공유 시스템인 의사소통 방식을 통해 사물인터넷의 본질을 찾아낸다. 

숲속의 나무는 뿌리와 연결된 공생 균류의 그물망, '균근망'을 통해 질소와 탄소, 물 등의 분자와 같은 화학 언어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주변 환경에 관한 정보를 공유한다. 다른 나무가 전해 주는 신호를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방식은 놀랍게도 사물인터넷과 닮았다.

우리가 쥐고 있는 스마트폰과 수많은 기계는 '참여형 감지'의 주체가 되어 여러 사람의 이동 정보를 수집해 최적의 경로를 안내하고, 재난 상황에서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인간이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인공 지각의 그물망은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나무의 균근망처럼 개별적으로 수집한 정보를 연결하고 공유하며, 인간의 안전과 생존에 기여하고 있었다.

이처럼 고도화된 정보 공유망 속에서 6장 「인공 현실」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예리하게 파고든다. 현대의 컴퓨터 기술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실제처럼 빚어내며, 가상의 인물에게도 생생한 감정을 불어넣는다. 우리는 그들이 허구의 존재임을 알면서도 웃고 울며 이야기에 빠져든다.

본래 이야기란 뼈대부터 허구를 품고 있지만, 스토리텔링 기술이 우리의 감각을 혼동시킬 만큼 발전하면서 이야기가 얼마나 진짜처럼 보이는지가 중요한 선택의 기준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나는 그럴수록 '얼마나 진짜처럼 보이는가'보다 '얼마나 인간을 이야기 속에 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생각해 보았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 이야기의 가치를 사실과 거짓 만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야기의 진정한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___🔥🪵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 1장 「불」에서 그 답을 찾아본다. 인간은 이성적인 사실과 객관적 확률만으로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오로지 사실과 확률에 따라 인간이 움직였다면 세상의 모든 카지노는 텅텅 비어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크게 웃었다.

우리의 굳건한 생각을 변화시키고 행동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은 그 안에 담긴 의미에서 나온다. 자기 일이 유의미하다고 느끼고, 타인에게 이로운 일을 해내고 있다는 믿음은 때로 돈보다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에 타인의 삶을 비추어 보고, 공감하며,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때 인간의 마음은 움직인다.

여기서 최초의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았던 인류를 떠올려 본다. 낮에는 실질적인 생존을 위한 대화를 나누었다면, 밤에는 안전한 불빛 앞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것이다.

이야기는 언어의 발달에 기여했고, 끈끈한 사회적 유대를 형성했으며, 인류의 생존에 유리한 강력한 도구가 되었다. 이야기를 전달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인간의 본질이라는 저자의 말이 와닿았다.

___💬📚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서로를 마주했던 머나먼 과거의 인간과 컴퓨터, 스마트폰의 밝은 스크린 앞에서 비대면 대화를 나누는 오늘날의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은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만난다. 그리고 저마다의 경험과 상상력을 보태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우리는 모두 이야기꾼이다."


-인스타 우주 @woojoos_story 진행 및 출판사의 도서 협찬으로 단체 디엠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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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100만 부 기념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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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뜻하는 '스페이스(Space)', 
만물 전체를 지칭하는 '유니버스(Universe)', 
그리고 철학적 질서를 품은 '코스모스(Cosmos)'.

무한한 시공간을 부르는 여러 이름 속에서 발견한 우주는 '인간 그 자체'였다.

​

지난 6월 김해 천문대에서 목성의 대적점을
 망원경으로 관측했을 때의 놀라운 감정이 되살아났다.

 그러면서도 밤하늘의 별이 눈앞에 수놓은 장관을 보며, 

당연히 별자리는 영원히 그 자리에서 고정되어 있다고 착각했다.

​

사실은 점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별자리는 이동하고 있었지만, 
완벽한 원이라고 믿었던 케플러처럼 
우리는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세상을 단정 짓는다. 

우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데, 인간은 왜 제자리일까. 
문명은 발전해도 욕망과 다툼의 서사는 도돌이표가 붙은 음악처럼 반복된다. 

​

과학 속에서 찾는 문학, 철학, 역사적 부분이 우주를 그리는 
요번 코스모스 완독 챌린지를 통해 발견한 새로운 사실이었다. 

인간이 밝혀낸 과학적 사실에 감탄하며 
우주의 질서를 푸가의 선율에 빗대어 이해하고,
 미지의 세계를 향한 인간의 호기심을 씁쓸하고도 
아름다운 블루스처럼 느끼기도 했다.

​

칼 세이건이 참 대단한 것이, 과학적 지식만을 나열하지 않고 
당연하게 여겨 온 지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마지막은 항상 인간을 향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또 하나, 과학은 정답을 축적해 온 역사인 동시에 
자신의 오류를 수정해 온 역사였다. 

​

서로 다른 생명체가 DNA라는 공통의 언어를 공유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지구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 가운데 하나임을 일깨워 주었다. 

보이저호에 실린 인류의 메시지와 로제타석의 이야기를 읽으며,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는 일만큼 그것을 이해하려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혁명의 열쇠는 손이었다.” 

7장 「밤하늘의 등뼈」에서 아주 오래전 인간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저 많은 별은 무엇인지, 우리는 우주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지 
궁금해했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던 시대에도 별의 움직임을 
기록하고 자연의 질서를 찾으려 했다.  
새로운 별을 발견하는 일보다 우주를 바라보는 인간의 태도가 
시대에 따라 달라져왔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

그러나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과 답을 찾아온 인간은 
정작 자신이 살아가는 지구에서는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을까. 

칼 세이건이 우려했던 핵무기와 전쟁, 
인간의 이기심은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진다. 

과학기술은 발전했지만, 인류는 여전히 서로를 파괴할 힘을 쥐고 있다. 
생태계의 밑바닥을 지탱하는 미생물의 존재를 생각하면, 
지구의 주인처럼 행동해 온 인간의 태도에도 의문이 생긴다.

​

우리는 자신의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으며, 
가보지 못한 세계를 향해 질문을 던지는 존재다. 
과학은 도구일 뿐이고, 그것을 어디에 사용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조언한다.

​

우주에서 바라본 창백한 푸른 점 지구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돌이켜보면 칼 세이건의 시선은 먼 우주를 향했지만, 
그의 사유는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구로 돌아왔다. 

우주의 경탄에서 시작된 코스모스 읽기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능력을 갖춘 인간이 무엇을 지키고, 
어떤 미래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품고 살아가게 되었다.

​

51일간 우주 클럽_과학 방에서 코스 모스 완독 챌린지 활동을 통해 
하루의 끝에 책 코스모스를 펼치고, 
우주님이 전달해 주는 친절한 가이드에 따라 찬찬히 읽어가다 보니 
잘 몰랐던 부분을 놓치지 않고 재미나게 읽었다. 

내가 바라본 우주와 지구에 더불어 읽었던 사람들의 사유가 더해져, 
커다란 나만의 우주를 완성한 느낌이다.

​

매년 달라지는 우주의 모습처럼, 
내년에 펼칠 《코스모스》에서는 또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기대된다. 

우주를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했으며, 
인간이라는 또 하나의 우주를 향해 나아가는 일이기도 했다.  

​

끝은 시작이다.
저 먼 우주의 별빛이 우리 삶 속에 이어지기를.

​



인스타 우주 @woojoos_story 진행 및 @사이언스북스 출판사의
 도서지원으로 #우주클럽_과학방 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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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죽음 - 생의 끝에서도 삶의 품격을 잃지 않는 지혜
능인 지음 / 불광출판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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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님이 외로움이 뭔지 아요?"

다만 홀로 걷는 길 위에 외로움이 예고 없이 찾아오는 날이면, 어설프게 고춧가루를 들고 서 있던 나를 호통치며 환하게 웃으시던 할머니의 얼굴과 뜨거운 된장찌개 냄새가 마음속에 먼저 번져온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차갑게 얼어붙던 내 마음의 한복판에도 잠시 단정한 쉼표 하나가 가만히 놓인다. (p.145)

모든 순간은 질문이고, 삶은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능인 스님의 《단정한 죽음》은 호스피스 병동이라는 공간을 통해 
죽음 곁에서 간병하는 보호자의 마음, 
마지막 고통과 싸우는 환자의 마음, 
저마다의 사연으로 가족과의 작별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스님은 이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되, 섣불리 대답하지 않는다. 
질문을 던진 본인이 직접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스님 자신의 삶에 놓인 물음에도 답을 찾아간다.

섣불리 짐작할 수 없었던 영수 님의 이야기, 
간병하는 지선 님에게 건넨 짧은 쉼의 권유, 
아프지만 괜찮다는 환자의 말 뒤에 숨겨진 두려움과 외로움까지 
조금이나마 알아갈 수 있었다. 

만약 내가 병상에 누워 죽음을 기다린다면, 
마지막 순간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깊은 위로를 받을 것 같다.

"아름다운 죽음은 무엇일까.
남겨진 사람들이 마지막 사랑을 전할 수 있었던 시간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p.168)

책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
 문장에 담긴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다가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장이 떠올랐다. 
애달픈 곡소리가 들리는 와중에도 남겨진 가족들은 마주 앉아 밥을 뜨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난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을 지었다. 
외할아버지는 먼 곳으로 긴 여행을 떠나셨지만,
 '죽음'이라는 매듭 앞에서 오히려 더 끈끈하게 이어진 가족애를 느꼈다.

이번 책에는 편지지가 동봉되어 있었다. 
책을 덮고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전해보라는 불광출판사의 뜻깊은 기획이었다.

 펜을 쥐고 미래의 나에게, 그리고 곁에 있는 남편에게 편지를 적어 내려갔다.

 손편지는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차분히 엮어내는 도구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뒤섞인 마음을 한 글자씩 써 내려갔다.

《단정한 죽음》을 통해 남겨진다는 것은 상실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서로를 더 깊이 끌어안는 과정임을 배웠다. 
훗날 남편과 내가 서로의 마지막을 배웅하게 될 때 
조금은 덜 후회할 수 있도록,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함께 잘 살아가고 싶어졌다.

"평생은 너무 멀고 막막했지만 
한 학기, 한 계절이라면 조금 가볍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 오늘에서 다음 계절까지 
진희와 내가 함께 바라봐야 할 시간은 딱 그만큼이면 충분했다." (p.203)

무너지고 싶은 마음이 일렁일 때마다 
진희에게 능인 스님이 했던 당부가 생각날 것 같다. 

미래의 나에게 쓴 편지 끝자락에는 '조금 더 버텨보기'라는 다짐을 남겼다.

지금껏 잘해 왔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며, 
혹시 잠시 주저앉아 울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날 것이라고.

단정한 죽음이란 생을 열심히 살아가다 언젠가 죽음에 당도할 우리가,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과 작은 행복을 나누고
 오늘을 즐겁게 마무리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정말 평범하고도 소박한 하루가 제일 소중한 지금이다.



《단정한 죽음》
지은이 능인 스님
발행인 박상근
펴낸곳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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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2만 리 1 ㅣ 비룡소 클래식 25
쥘 베른 지음, 드 뇌빌 외 그림, 윤진 옮김 / 비룡소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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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공간을 탐색하는 인간의 본능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미지의 세계란 곧 새로운 무언가의 등장을 의미한다. 
​
산업 혁명의 정점에서 증기 기관과 전기가 세상을 바꾸던 19세기 후반, 
일상의 단조로움을 깨뜨리며 불쑥 나타난 '바다 괴물'의 소문은 
당시 사람들의 도파민과 지적 탐욕을 한껏 자극했을 테다. ⚡️
​
과학이 만물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던 시대상을 고려하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를 둘러싼 해양 학계의 열띤 찬반 논쟁과 
이를 추적하기 위해 출항하는 링컨호의 모습은 정복과 탐험을
 말미암아 제국주의적 시대상과 맞물려 보였다.
​
“바다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활동하기에 가장 좋은 무대다.”
피에르 아로낙스 박사의 말처럼 당시의 바닷속에는
 지식이 다다르지 못한 어둠의 문명이자,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초자연적인 공간이었다. 
​
그러나 역설적으로 괴물을 마주한 인간은 
자신들이 창조한 최첨단 증기기관 앞에서 괴물이라고 칭하는 바다 고래조차
 결국엔 지쳐 굴복할 것으로 생각한다.🐋
​
미지의 존재를 향한 순수한 호기심과 기술 문명의 힘으로
 자연을 제압할 수 있다는 19세기 인간의 오만이 교차하는 부분이라 인상 깊었다.
​
작살잡이 네드와 하인 콩세유, 그리고 아로낙스 박사만이 망망대해 한가운데, 괴물이라 믿었던 존재 위에 남겨진다. 
​
드디어 괴물의 정체가 철제 잠수함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신묘한 옷차림에 알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네모 선장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
자유를 이야기하면서도 자신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은
 철저히 감추고, 필요하다면 타인의 자유까지 제한하겠다는 
네모 선장의 태도는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런 그가 아로낙스 박사에게 해저 세계 일주를 제안한다.
​
특히 11장에서 노틸러스호의 내부를 둘러보는 장면은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흥미로웠다. 
바닷속을 항해하는 잠수함 안에 이토록 놀라운 공간이 존재하다니!🪎
​
네모 선장의 서재에서 '책이 육지와 바다를 연결하는 유일한 끈'이라
 설명에서도 그를 더욱 비범하고 신비로운 존재로 다가오게 했다. 
​
이어지는 12장에서는 오직 전력으로만 
움직이는 노틸러스호의 동력 원리와 보트의 구조까지 다루어지는데, 
디테일한 과학적 지식이 앞으로 펼쳐질 해양 탐구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었다.

아무래도 수상했다.👀
황홀한 바닷속 풍경을 아로낙스 박사의 눈을 빌려 보고 있어도 
네모 선장과노틸러스 호에 대한 미심쩍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
정확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놀이동산’에 입장한 느낌이었다.
 아무리 즐거운 공간이라도 마감 시간이 다가오면 퇴장해야 할 때가 존재한다. 그런데 노틸러스 호에서는 그 시간을 누구도 알 수 없었다.🎢
​
여러 해역을 넘나들던 노틸러스 호는 암초에 걸려 좌초한다. 
보름 후 만조가 다가오면 자연스레 벗어나리라 확신하는 
네모 선장은 육지 탐방에 나서는 세 인물을 막아서지 않는다.
​
오랜만에 육지에 발을 디딘 세 사람은 동물의 고기와 과일을 탐하지만, 
그곳에서 마주친 원주민들은 식인종이자 ‘야만인’이라 지칭한다. 
여기서 작품에 반영된 시대적 인식의 차이를 실감했다.
​
비유럽 사회를 미개하다고 표현하고, 
유럽 문명의 우월성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선에는
문화적 다양성을 동등하게 바라보지 못했던 당대의 한계가 드러난다.💡
​
지금까지 쥘 베른이 묘사한 아름다운 바닷속 이야기는 
내게 동화 속 세상, 꿈같은 놀이동산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즐겁게 바라보던 바다 풍경도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
잘 생각해 보면 아로낙스 박사와 잠수함을 이끄는 네모 선장 일행 모두
 바닷속 생물에게는 야만인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우월함을 과시하듯 만들오진 금속 잠수함의 엔진 소음은 
당시 기술적 한계를 고려하면 해양 생물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
그렇다면 원주민은 야만인이고, 노틸러스 호의 사람들은 
문명인이라고 구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
​
"박물학자들이 정확히 관찰한 바에 따르면 산호는 나뭇가지 모양으로 자라나면서 광물이 된다. " p.391

"관산호, 뇌산호, 별산호, 버섯산호, 패랭이산호가 눈부신 보석이
흩뿌려진 꽃 카펫처럼 발 아래 펼쳐져 있었다. 진정 말로 그려 낼 수 없는 광경이었다!" p.394
그럼에도 바다가 선사하는 즐거움은 여전했다.
산호가 동물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웠다. 
산호가 이루는 아름다운 장관을 마치 영상이 재생되듯 
문장으로 바라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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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선장과 아로낙스 박사가 나누는 바닷물의 밀도와 수압에 관한 논의도 
새롭게 배울 수 있어 흥미로웠다. 
같은 바다라도 해역과 환경에 따라 물리적 특성이 달라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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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잠수함에도 호기심이 일었다. 
작품 속에서 완전무결한 잠수함처럼 표현되는 노틸러스 호를 보면서 
19세기의 잠수함과 실제 공학 기술이 발전해 온 역사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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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베른의 상상력이 독자로 하여금 과학의 역사까지 들여다보게 만든다.
문학과 과학은 과거와 미래를 서로 공유하는 매개체라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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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해저 2만리》 2권은 또 얼마나 
의뭉스럽고 새로운 세계로 나를 초대할까.🐚
멀리서 나타난 하나의 점을 보고 
네모 선장과 부선장이 일행에게 숨긴 비밀은 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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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우주 @woojoos_story 진행 및 
비룡소 출판사의 도서 협찬으로 우주세문단 단톡방에서 함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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