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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칼날은 차갑게 1
조 애버크롬비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11월
평점 :

🔪복수의 칼날은 차갑게 1 ⚔️
* 본 건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한 인물에 대한 증오가 담긴 복수의 칼날 끝엔,
얼마나 많은 배신 속 숨겨진 뼈아픈 진실이 눈 앞에 펼쳐질까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복수극에 걸맞게 책을 읽는 내내 따스한 햇살 한 줌, 존재하지 않는다.
빛은 아름답게 존재하더라도, 잠시 머물 뿐 곧 어둠 속으로 사위어가고, 세상은 이전에 빛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는 듯 전개된다.
시대 배경에 대한 섬세한 표현과 의례 등장하는 주인공과 싸우는 평범한 장면에서조차, 대단한 스릴을 느끼게 하는 작가 조 애버크롬비의 필력은 다크 판타지 소설의 끝판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 영웅이자 천검단의 용병대장인 몬자 머카토는 자신을 파멸로 이끈 고용주의 배신으로 복수를 꿈꾸며, 여러 사연을 가진 이들과 함께 복수의 여정을 시작한다.
점진적으로 도시마다 표적을 제거하면서, 도덕성을 잃은 그녀의 잔혹함, 냉소적인 무자비함이 인상 깊은 장면으로 구성되어 독자의 뇌리에 꽂히게 만든다.
지금은 사회 부적응자가 되어버린 북부 전사 시버스,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는 독물학자 모비어, 규칙에 강박을 가진 이름과는 사뭇 다른 프렌들리, 몬자의 스승이자, 과거를 추억하는 주정뱅이 코스카, 마지막 비밀스러운 강력한 인물 솅크트까지.
인물 간 대화를 통해 나타나는 지향점, 누구에게나 내재하고 있는 목적을 솔직하고 과감하게 표현하면서 각자의 마음에 가득한 한 서린 피멍들을 몬자와 함께 복수라는 이름으로 하나씩 지워 나간다.
과연 분노에 쓰러진 적의 가슴을 마구 짓밟을 때 몬자와 그들은 행복했느냐는 의문을 가진 채, 끝없는 피비린내 나는 배신, 복수라는 명분에 의한 정당한 살인이 주는 당혹감에서 조 애버크롬비가 전달하는 "복수"는 생각보다 더 강렬하고 어두운 결말을 가지고 오리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쑥쑥 자란 베나는 인정사정없는 날카로운 아이가 되었다. 달리 무엇이 될 수 있었을까? 그들 무리는 죽음에 대해, 도둑질에 대해, 사람들을 욕보이는 이들에 대해,
사람들을 욕보이는 소문을 퍼뜨리는 이들에 대해 앙갚음해 주며 돈을 벌었다. 전쟁 중인 나라에서 복수할 거리는 늘 차고 넘쳤다." p222,223
윤리 따위는 뒤로 한 채, 더럽고 잔혹한 죽음이 계속 일어난다.
비참한 세계의 부조리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복수를 행하는 인물이 남기는 궤적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비정한 인간의 실제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다.
복수는 한 인물이 상대에게 처절하게 응징하고 싶은 욕망이자, 비밀로만 남기고픈 개인사를 들추어야만 끝나는, 슬프고 어두운 이야기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모든 여정이 소설 속 몬자 머카토 만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냉정한 개인과 지배하는 악한 공동체가 우리 삶에 얼마나 깊게 파고들어 있는지, 돌아보면 서로를 배반하며 상처 주고, 신뢰를 잃고 배회하는 영혼들이 보여주는 잔인함은 현실 곳곳에도 존재한다는 걸 실감 나게 깨닫게 해준다.
불편한 여운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지만,
어느새 몬자의 복수를 응원하게 되는 건, 그녀가 계획한 복수 안에 보이는 한 인간의 처절한 고독과 마음속 공허함에 공감하게 된 것이 아닐까.
1권의 마지막 모든 것을 예측하고 알고 있는 솅크트의 등장은 더욱 흥미를 자극하고 있는데, 과연 비극 앞에 선 몬자가 응징을 넘어, 자신의 마음에 평화를 가질 수 있을지 복수의 칼날은 차갑게 2권이 더욱 궁금해진다. 👀
복수의 칼날은 차갑게1
지은이 : 조 애버크롬비
옮긴이 : 배지혜
출판사 : 황금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