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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의 영화철학 - 『시네마』를 넘어서
이지영 지음 / 이학사 / 2025년 2월
평점 :

《들뢰즈의 영화 철학: 『시네마』를 넘어서》
오늘날의 사회는 이른바 ‘핵 개인화’된 개인들이 모여, 수많은 조각처럼 파편화된 모습을 띠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들은 가상 공간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타인의 영상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며 서로의 반응을 연결하고 또 다른 콘텐츠를 생성해 낸다.
이처럼 미디어를 매개로 한 상호작용 속에서 하나의 대상이 수많은 해석을 통해 끊임없이 새롭게 읽히는 시대를 마주하며, 나는 여러 의문을 품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들뢰즈가 말한,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생성되는 ‘도래할 민중’의 조건에 이미 가까워진 상태가 아닐까?
📍하지만 인공지능에 사고를 외주한 채, 스스로 답을 찾기보다 알고리즘이 우리의 관심사마저 끊임없이 예측하고 제안하는 요즘, 우리는 과연 그러한 민중이 될 수 있을까?
📜역사-이미지
들뢰즈에게 역사-이미지는 과거를 차례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과 기억의 이미지들이 충돌하고 접속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과정이다.
크리스 마커의 영화 〈태양 없이〉에서 내레이션과 이미지의 결합은 기억이 고정된 재현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형되는 것임을 보여 준다.
여기서 역사-이미지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비디오 영상 작업에서 공간적으로 확장된다.
〈프리미티브 프로젝트〉는 개별 영상들을 전시장 전체에 분산 배치함으로써 관객의 이동과 시선에 따라 구성되는 몽타주적 경험을 형성한다.
관객은 이 공간을 통과하며 역사적 폭력과 기억의 잔재를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복수의 시간층으로 마주하게 된다.
영화와 영상 예술은 과거를 단순히 재현하는 매체를 넘어, 잊힌 기억을 현재로 소환하고 새로운 역사적 의미를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네트워크-이미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포스트 시네마’의 문화적 형식인 네트워크-이미지를 탄생시켰고, 이는 기존의 영화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느냐는 질문과 함께 로도윅이 주장한 ‘명명의 위기’를 불러왔다.
얼마 전 영화관에서 본 상영 전 광고가 한 편의 영화로 제작되어 최종 공개 무대를 유튜브로 안내하는 모습을 보며, 극장과 모바일 플랫폼의 경계가 이미 허물어졌음을 실감했다.
어떤 매체든 상업주의나 전체주의로 귀결될 위험이 있기에 과거 들뢰즈는 비디오와 전자기적 이미지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현대의 네트워크-이미지는 들뢰즈가 생각한 ‘시간-이미지’의 난해함을 뛰어넘어, 관객은 여러 플랫폼을 넘나들며 영화를 해석하고 리액션과 리믹스 콘텐츠를 생산한다.
저자는 이러한 참여 문화를 벤야민의 ‘의식 가치’와 ‘전시 가치’를 넘어, 작품을 함께 만들고 소통하는 ‘공유 가치’로 확장하여 설명한다.
🍿관객-이미지
“관객은 거리를 둔 구경꾼인 동시에 자신에게 제시되는 스펙터클에 대한 능동적 해석가.” ― 자크 랑시에르 (p.302)
디지털 매체 환경의 변화는 새로운 관객론을 요구한다.
랑시에르의 ‘해방된 관객’처럼 예술가와 관객의 위계는 해체되었고, 들뢰즈가 말한 다중의 관객은 각자의 특이성을 유지한 채 작품의 의미를 함께 만들어 간다.
들뢰즈의 영화 철학은 운동-이미지에서 시간-이미지로, 다시 관객이 스스로 사유를 완성하는 ‘관객-이미지’로 확장된다.이제 관객은 영화를 소비하는 존재를 넘어 이미지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창작자이자 해석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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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1부와 2부에서 다루어진 영화 철학의 전개는 변화와 사유의 연속이었다.
《올드보이》의 지각의 균열, 《마더》와 《살인의 추억》이 제기한 불편함의 사유, 《만신》의 시간-이미지는 모두 관객을 능동적 해석자로 이동시키는 과정이었다.
저자는 들뢰즈의 영화 철학을 단순히 정리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변화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관객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완성된 정답을 얻는 일이 아니다.
들뢰즈에게 ‘도래할 민중’은 이미 완성된 집단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되어 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이 규정한 사고와 감각을 의심하고, 그 틈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기존의 연결 방식을 넘어 새로운 의미와 관계를 만들어 가는 실천이야말로, 우리가 도래할 민중으로 끊임없이 생성되어 가는 과정일 것이다.
명쾌한 해답에 도달하지는 못해도, 알고리즘이 차지한 사유의 틈으로 들어가 나만의 질문과 답을 만들어 가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인스타 @woojoos_story 모집, 이학사 출판사의 도서지원으로 우주클럽_철학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