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경험의 이야기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저녁달 편집부 옮김 / 저녁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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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큰 문제들, 눈에 담아야 할 아름다운 것들, 
공부해야 할 지혜로운 것들, 본받아야 할 고귀한 본보기들로 가득 찬데, 
어찌해서 사람들은 끝도 없이 옷차림과 저녁 식사 이야기, 
이웃집 사정이나 자기 몸 아픈 이야기만 해대고 있는 걸까요?” p.557


이 문장을 읽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생각했다. 
프리랜서, 계약직, N잡러, 플랫폼 노동처럼 일의 형태는 다양해졌다.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만큼 고용과 소득에 대한 불안도 커졌다. 
일의 경계가 흐려지고 생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일만으로 하루가 채워진다. 
각자의 삶을 감당하기 바쁜 환경에서는 이웃의 사정을 살필 여유도 줄어든다.


19세기 산업혁명의 그늘과 남북전쟁의 후유증이 남아 있던 시기,
 여성에게 허락된 일자리는 극도로 제한적이었다. 
가부장적 사회의 편견과 성적 시선을 견뎌야 했던 배우,
 타인의 일상을 수발하는 하녀, 밤새 낡은 옷을 기워야 했던 재봉사.
 루이자 메이 올컷은 《일: 경험의 이야기》에서 
가난한 여성들이 마주한 노동의 현실을 주인공의 삶에 담았다.


“크리스티와 같은 이들은 많다. 기꺼이 일하려 하지만, 
노동을 비천하게 느끼게 만드는 거친 사람들과의 접촉을 견딜 수 없거나, 
삶에서 아름다움을 모두 잃어버린 상태에서 
겨우 생필품을 얻기 위한 고된 싸움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할 일이 별로 없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그러나 이 가난한 숙녀들이 낡은 외투 아래에서 겪고 있는 자존심의 고통, 
감정의 희생, 젊음과 사랑, 희망과 야망이 치르는 순교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공장에 가라거나 부엌에서 바닥을 닦으라고 하면서 

일은 누구에게나 충분히 있다고 말할 때, 
그들에게 가장 설득력 있는 대답은 이것일 것이다.
‘직접 해보시지.’” p.191


오늘날에는 고단함과 불안을 혼자 견디는 일이 익숙해졌다. 
힘든 일이 생겨도 각자의 작은 8평 남짓한 방에서 
오롯이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며 버티는 경우가 많다.

크리스티 역시 자신의 힘만으로 삶을 꾸려가려 했다. 
하녀와 배우로 일하며 신분적 비하와 여성을 소비하는 시선을 마주하고, 
재봉사로 일하며 노동이 몸과 마음을 소모하는 과정도 겪는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성실함을 믿어준 사람, 사정을 헤아려준 사람, 
그리고 삶을 포기하려는 순간 손을 붙잡아준 사람이 있었다.
7장 ‘안개를 뚫고’에서 크리스티가 깊은 절망에 빠져 강물로 들어서려 할 때,
 그녀를 구한 것은 과거 사회적 고립 속에서 크리스티가 
먼저 손을 내밀었던 레이철이었다.

책 속에는 이처럼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공간이 나온다. 
윌킨스 부인의 집과 스털링 부인의 집에서 
그녀는 누군가와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지낸다.


나는 이 부분이 그때도, 지금도 제일 중요한 삶의 자리라고 생각한다.


‘기댈 구석, 마음이 놓일 자리’ 말이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고 예기치 않은 사건에 발이 묶일 수도 있다. 
살아가는 동안 그런 순간은 찾아온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배려였을지 모를 일이 한 사람에게는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그 손길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도움을 받은 크리스티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여성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신이 겪은 가난과 노동의 경험은 생계를 위해 일하면서도 
자존심과 젊음, 사랑과 희망까지 포기해야 했던 
여성들의 삶을 헤아리는 시선으로 이어진다.


《일: 경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성 노동의 현실과 
동시에 한 사람이 어려운 시간을 견딜 때 주변에 누가 있었는지도 돌아보았다. 

시대를 뛰어넘어 현시대에도 똑같이 나타나는 사회적 고독에 대한 깊은 공감과 
여성의 삶 속 노동의 가치를 전해준 문장들을 많이 만났던 시간이었다.


한 사람에게 건넨 말 한마디가 삶을 붙잡아주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의 사정을 살피게 된다. 

기꺼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한 사람을 붙잡았던 그때의 작은 친절은
그 사람의 삶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곳의 모양까지 바꾸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일: 경험의 이야기》

지은이 루이자 메이 올컷 

옮긴이 저녁달 편집부 

발행인 정수동 

편집주간 이남경 

책임편집 김유진 

발행처 저녁달 


#우주세문단 #저녁달 #일경험의이야기 #루이자메이올컷 #작은아씨들 


*인스타 @woojoo_story 진행 및 저녁달 출판사의
 책 협찬으로 우주세문단 단톡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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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바꾸려는 사람들 - 프랑켄슈타인에서 현대 신경기술까지, 뇌과학으로 만나는 신경윤리의 질문들
김명호.류영준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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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대비가 내리는 토요일,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 #들쥐 (10부작)를 하루 종일 틀어 놓고 보았다. 
고전 동화 발톱 먹은 쥐가 가짜 행세를 하고, 
진짜 '나'와 논쟁을 벌이는 이야기가 모티프가 된 웹툰 원작 드라마이다.


⁉️가짜와 진짜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이 핵심 질문은 《뇌를 바꾸려는 사람들》 책에서도 발견 할 수 있었다.


____🎨📖
책의 그래픽 노블이라는 형식은 복잡한 뇌 과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전기 충격 요법의 역사와 생소한 용어를 글로만 접했다면 
어렵게 느꼈을 내용이
그림을 만나면서 한층 쉬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 당시의 실험 장면과 과학자들의 표정, 
윤리를 벗어난 연구의 잔혹함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설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장면을 함께 바라보면서 지식에 감정이 더해졌고, 
난해한 주제를 끝까지 따라갈 수 있었다.


“인류가 언제 위험 앞에서 주저했던가. 
사람들은 경계심이 아닌 호기심을 따랐다.”


과거 뇌 과학의 역사부터 지금 우리가 마주한 기술로 시선을 옮긴다. 
미세 전극을 뇌에 심어 전기 자극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뇌심부자극술(DBS), 
두피에 미세 전류를 흘려 
신경 가소성을 자극하는 경두개 전기자극(tDCS·tACS),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사지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텍스트를 입력하는 BCI까지.


치료를 위해 시작한 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높이는 
‘향상’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기억을 보존하고, 언어의 장벽을 넘어 소통하고,
 AI와 뇌를 직접 연결하는 일도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여기서 ‘향상’이라는 단어에 질문을 던져보자.👀

인간의 능력을 효율과 유용성으로 바라본다면, 
약과 기술을 통해 얼마든지 더 나은 선택을 만들어낼 수 있다.

 만약 시험 기간에 집중력을 30% 높여주는 약이 있다. 
부작용도 없고, 친구들 절반이 이미 먹고 있다면 나는 먹을 것인가?
💊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대답은 NO. 🙅‍♀️


시험을 보면 백 점을 맞게 해주는 약도 아니고, 
집중력을 조금 높이기 위해 약을 먹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 예상치 못하는 상황 같은 일들이 많다. 
예를 들면, 내가 우연히 찍은 답이 맞을 수도 있고, 
엄마와의 다툼이 집중력을 흔들 수도 있다. 


공부의 속도와 방향, 지금까지 쌓아온 습관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쌓아온 
나의 공부 방식과 생활의 리듬을 한번 믿어보고 싶다.


하지만 친구들 전체가 그 약을 먹기 시작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약을 먹지 않는 선택이 정말 자유로운 선택으로 남을 수 있을까. 
모두가 더 높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갖추기 시작한다면, 
‘향상하지 않을 자유’는 어느 순간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나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


____🧠💻

"기술이 몸 바깥에 있을 때는 경계가 분명하다. 
그러나 기술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문제는 훨씬 복잡해집니다."

뇌와 컴퓨터가 연결되고 인간의 기억과 감정까지 
기술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해킹의 위험, 
뇌 정보의 개인정보 보호와 같은 윤리적, 철학적인 문제가 대두된다.


치료를 위해 시작한 기술이 어느 순간
 더 뛰어난 능력을 원하는 욕망으로 옮겨갈 수 있고,
 개인의 선택이 사회 전체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 

기술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더 중요해지는 것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본질로 돌아간다.


____📇💭

넷플릭스 드라마 <들쥐>에서 바라본 '진짜 나는 누구인가'라는
 되물음은 책을 읽는 내내 끊임없이 나를 고민하게 했다. 


인간은 살아가며 끊임없이 변한다. 
몸도 생각도 기억도 달라진다. 
그렇다면 기술의 도움으로 변화한 나는 어디까지 나일까. 


완벽하게 변하지 않는 ‘진짜 나’를 찾는 일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나의 선택으로 남겨둘 것인지 
정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완전함을 견디면서도 더 나은 삶을 꿈꾸고, 
호기심을 따라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온 인간. 

그 오래된 호기심의 끝에서 이제 우리는 또 하나의 질문 앞에 서 있다.


얼마나 더 나아질 것인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얼마나 나로 남을 것인가.





《뇌를 바꾸려는 사람들》
지은이 김명호, 류영준
발행인 김형보 
발행처 어크로스출판그룹(주)



#뇌를바꾸려는사람들 #프랑켄슈타인 #어크로스 #그래픽노블 
*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협찬 받아 작성한 주관적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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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사슴뿔버섯 - 서순희 장편소설
서순희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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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가 나는 문장 앞에서는 묘한 마음이 들어 오래 머물게 된다.
문장 사이에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이 스며들어 오래전의 냄새와 소리,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마음, 몸으로 견뎌낸 계절이 문장 안에 함께 들어 있다.


《붉은사슴뿔버섯》에는 한 시대의 대구가 펼쳐진다. 
그리고 소설의 중심에는 주인공 윤희가 있다. 
윤희의 시선을 따라가면 그 시절의 기억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급격하게 변해가던 대구의 풍경은 사람의 기억과 만나면서 한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 
버스 안에서 들려오던 안내양의 목소리, 성냥 공장의 매캐한 냄새, 
LP판이 돌아가던 레스토랑, 
밤거리를 밝히던 포장마차가 그 시절의 하루를 불러낸다. 💿 

그렇게 개인의 기억 속에 남은 장소들이 한 시대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지금은 고층 아파트와 상가 건물이 자리를 차지한 거리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는 풍경들이다.


💧윤희는 많이 운다. 나는 그 울음 앞에서 오래 멈춰 있었다.
 윤희는 마음이 아플 때 울고, 서러울 때 울고,
 감당하기 벅찬 순간에도 눈물을 흘린다. 
그러고는 생활 속으로 돌아간다.

 울음과 생활이 나란히 흐른다.


눈물을 닦고 밥을 먹는 일,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드는 일, 
마음을 나눌 사람 곁에 앉는 일처럼 
윤희는 작은 하루를 이어간다. 동양 미싱자수 학원에 다니고, 
수예 일감을 받아 자신의 밥벌이를 한다. 
윤희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지금보다 더 거칠었던 시대에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살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녔을 테다. 
그럼에도 세상 속으로 한 걸음씩 내딛는 윤희의 모습은 
지금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마음을 받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한 사람은 
자신이 가진 힘을 조금 더 오래 지켜낼 수 있다.

 다행히도 윤희의 곁에는 친구 진희와 동생 윤영이 있었다.


“넌 커서 작가가 된다는 생각 안 해봤나? 
꿈은 누구나 방에서도, 
마음속에서도 가질 수 있데이. 
지금부터라도 너만의 꿈을 가져라.” 
진희가 신나서 떠들었다.✨


2부에서 친구 진희와 윤희가 들판에서 나누는 꿈 이야기가 유난히 생각났다. 
인생이 어디 내 뜻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 
작중 인물들 역시 다가올 미래를 알지 못한 채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 
장애와 가난, 가족의 상처처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현실도 있고,
 죽음처럼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순간도 찾아온다.


윤희가 들판에 앉아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동안 당장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눈앞의 현실에 머물던 시선이 조금 멀리 나아간다. 

마음속에 남아 있던 바람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떠올려보는 일.
 꿈을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삶을 이어가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고 나니 풍경보다 사람이 오래 남았다. 
대구의 거리와 공장, 집과 사람들 사이를 윤희의 삶을 따라 걷듯 만나게 된다. 
건물은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다. 
어린 시절 익숙했던 길도 세월이 지나면 낯선 풍경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밥벌이의 현장이고, 
누군가에게는 사랑과 욕망이 오가는 장소였던 공간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그때의 기억은 사라진 장소를 불러내고, 

글은 그 기억 속에 살아 있던 사람을 우리 앞에 세운다.


정순 언니, 미연 언니, 상범 오빠와 오 씨네 가족들도 그 안에 함께 남았다
. 윤영의 당찬 모습도, 진희가 보여준 우정도, 
윤희가 자신의 손으로 이어간 삶도 한 권의 책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___👀


산업화를 겪으며 급격하게 변해가던 대구의 모습과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만났다.

 가난 속에서도 하루를 버텨내고, 사랑하고, 꿈꾸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작가 특유의 풍성하고 생생한 인물 묘사는 사람마다 
가진 사연과 관계를 촘촘하게 쌓아 올린다. 
시대의 무게를 품은 이야기지만 인물들의 삶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어
 지루할 틈 없이 읽었다.


사라진 거리에는 사람의 기억이 남고, 기억은 문장이 되어 시간을 건넌다.
그 문장 속에서 그 시절의 "윤희"들은 오래 살아 숨 쉰다.


《붉은사슴뿔버섯》 
지은이 서순희 
펴낸이 신의연
 펴낸곳 마이디어북스 @mydear___b

* 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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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어인 문장의 힘 (리커버 에디션) - 하루 10분 필사, 당신의 미래가 바뀐다
케이크 팀 지음 / 케이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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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출판사의 《내가 주어인 문장의 힘》 필사책 📘


“인생은 피아노 같습니다. 🎹
흰 건반은 행복한 순간들이고, 검은 건반은 슬픈 순간들이죠.
두 건반이 함께 연주되면서 ‘삶’이라는 
아름다운 음악이 완성됩니다.” _수지 카셈


이상하게도 나는 좋은 문장을 만나면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
 작은 메모지에 옮겨 적어 따로 모아두곤 했다. 🐿️


그렇게 여러 해 동안 문장이 하나둘 쌓이다 보니, 
문장을 필사했을 당시의 감정과 힘들었던 상황까지 함께 떠올랐다.
지나고 보니 나는 그 문장들을 다시 꺼내 읽으며 마음을 다잡고,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었던 것 같다.💪🏻


10일 간 많은 것을 느끼게 했던 8월 필사 클럽 일정이 끝났다.
 그 후에도 인증은 생략하더라도 문장을 음미하고
 손으로 쓰는 행위만큼은 매일 이어가 보았다. ✍️✨


《내가 주어인 문장의 힘》 필사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기록하는 시간’ 그 자체에 빠져들게 된다.
 케이크 출판사의 필사책은 겉보기에는 두꺼워 보여도, 
매일 한 문장씩 차곡차곡 채워가는 기쁨을 준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제본 📖
사각거리는 펜촉을 받아내는 종이의 질감 📜
묽고 굵은 펜을 써도 번지지 않는 깔끔함까지. 🖋️


책의 구성이 우리에게 필요한 
[동기부여, 자신감, 자존감 & 위로, 인간관계, 지혜]의
다섯 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오늘은 위로를, 내일은 사랑을 느끼며,
 필사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매일 손으로 쓰는 시간을 생각해 책의 구성 하나하나에 
세심하게 공을 들인 티가 난다. 👀


명언을 남긴 인물의 이름을 함께 확인하며 문장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되고, 
영어 필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단어를 익힐 수 있는 점도 좋다. 

무엇보다 ‘나의 말’ 공간에 문장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을 적어가는 과정이 마음에 든다. 🫶🏻


나는 필사를 할 때 호흡도 같이 조절하면서
 한 글자 한 글자 숨을 가다듬고 온 신경을 모아 쓴다. 

아무 생각 없이 펜을 움직이는 것 같아도, 
속으로는 아름다운 문장의 의미를 되새기며 
한 글자씩 정성스럽게 옮겨 적는다. 


오늘 필사 페이지를 채웠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저녁에 갖는 필사는 하루 동안 "뾰족해진 나"를 
조용히 문장의 세계로 이끌었다. 

생각이 꼬리를 물며 복잡해지다가도 펜을 잡고 필사책을 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인 ‘나’로 돌아온다.☺️


빠르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잠시 멈춰 문장을 바라보고, 
손으로 천천히 옮겨 적는 시간. 📝


필사를 통해 좋은 문장을 오래 기억하고,
 그 문장을 천천히 되뇌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데 있다. 
오늘도 필사를 마친 뒤, 
한결 고요해진 마음과 함께 그 시간을 사진 한 장에 가만히 담아본다.📸



《내가 주어인 문장의 힘》 🌿

I am What I Write 
지은이 케이크 팀 🍰
펴낸곳 케이크(주) 
펴낸이 이충희 

*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받아 
작성된 주관적인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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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애나 비룡소 클래식 45
엘리너 포터 지음, 스톡턴 멀포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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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는 밝은 사람, 그늘이 없는 사람이 좋았다.

《폴리애나》를 읽으며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열한 살 소녀 폴리애나의 밝음이었다.

 폴리애나를 현대 인물로 재탄생시킨다면 파워 EEEE형, 
E만 존재하는 MBTI를 가진 아이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밝다.


부모를 잃고 해링턴 이모의 집에 맡겨진 폴리애나는 
돌아가신 아빠와의 추억에서 시작된 ‘기쁨 놀이’를 이어간다. 

그러나 폴리애나가 보여주는 밝음의 이면에는 
슬픔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었던 아이의 마음이 자리한다.

 부모의 부재 속에서 어리광조차 허락받지 못한 폴리애나에게 
기쁨 놀이는 슬픔을 견디는 방법이었고, 밝음은 자신을 지키는 힘이었다.


폴리애나는 그렇게 자신을 지키기 위해 품었던 밝음으로 
벨딩스빌 사람들에게 삶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자신이 발견한 기쁨을 사람들에게 건네며 닫힌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가며 소식과 마음을 전달하는 모습은
 그리스 신화 속 헤르메스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폴리애나가 사람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은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함께 읽을 때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1913년에 출간된 《폴리애나》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던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공공 아동복지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던 시기라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가족과 친척, 민간 구호시설에 의존해야 했다.


작품 속 부인회는 지역사회의 연결망 역할을 하지만, 
해외 보육원에는 기부하면서도 
눈앞의 고아 지미 빈을 돌보는 일에는 책임을 미룬다. 
여성 공동체가 서로를 돕는 역할을 하면서도, 
정작 가까이 있는 문제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했던
당시 사회의 한계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폴리애나는 물질적 풍요를 갖추고도 
마음을 닫고 살아가는 해링턴 이모에게는 
닫힌 집 안으로 관계를 불러오는 한줄기 등불 같은 존재가 된다. 

마을 사람들 각자의 외로움과 상처 속에 머물러 있었지만,
 폴리애나를 만난 사람들 내면에도 작은 변화가 생긴다.


나중에 사람들이 폴리애나를 위해 해링턴 집을 찾아오는 장면이 더욱 뭉클했다. 

밀리 스노는  방 안에만 있던 어머니의 상태가
 호전되면서 뜨개질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과부 벤턴 부인은 색깔 있는 옷을 입기 시작한다며, 

저마다 삶에서 찾아낸 ‘기쁨’을 해링턴 이모를 통해 폴리애나에게 전한다.


당시 여성들의 삶은 가정이라는 공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과부나 아픈 여성에게 가족과 여성 공동체의 지원은 생활을 이어가는 기반이 되었다. 

《폴리애나》 속 여성 인물들은 그런 시대적 조건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변화를 만들어간다. 

폴리애나가 전한 ‘기쁨 놀이’는 

집 안에 머물던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옷차림과 말투, 
가족과의 관계까지 바꾸어 놓는다.


이야기의 끝에서는 지미 빈과 해링턴 이모까지
 폴리애나를 위해 서로의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된다. 

결국 폴리애나에게서 시작된 메신저의 역할이 마을 사람들에게 이어진 것이다.


《폴리애나》를 읽으며 그동안 읽었던 《비밀의 화원》, 
《인형의 집》, 《작은 아씨들》을 함께 떠올렸다.

 《비밀의 화원》에서는 아이들의 무해한 언어가 닫힌 마음을 열고,
 《인형의 집》에서는 사랑과 이타심을 생각하게 한다.
 《작은 아씨들》에서는 자매와 이웃이 서로의 삶을 보듬고,
 《폴리애나》에서는 한 아이가 ‘기쁨 놀이’를 전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역할을 한다.


비룡소 고전으로 만난 이 작품들은
 시대와 배경은 달라도
 한 사람의 마음과 선택이 
다른 사람의 삶에 닿으며 관계를 변화시킨다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 작품을 읽기 시작했지만, 
그 안에서 시대가 정한 역할 속에서도 
자신의 방식으로 삶의 변화를 만들어간 여성들의 모습까지 돌아볼 수 있었다.

 아이 한 명의 기쁨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마을 전체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지켜본 것은
 오래 기억에 남을 독서였다.



《폴리애나》
지은이 엘리너 H.포터
그린이 스톡턴 멀포드
옮긴이 햇살과 나무꾼
펴낸이 박상희
펴낸곳 (주)비룡소


*인스타 @woojoos_story 진행 및 
비룡소 출판사의 도서협찬으로 우주세문단 단톡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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