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의 영화철학 - 『시네마』를 넘어서
이지영 지음 / 이학사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들뢰즈의 영화 철학: 『시네마』를 넘어서》


오늘날의 사회는 이른바 ‘핵 개인화’된 개인들이 모여, 수많은 조각처럼 파편화된 모습을 띠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들은 가상 공간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타인의 영상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며 서로의 반응을 연결하고 또 다른 콘텐츠를 생성해 낸다.


이처럼 미디어를 매개로 한 상호작용 속에서 하나의 대상이 수많은 해석을 통해 끊임없이 새롭게 읽히는 시대를 마주하며, 나는 여러 의문을 품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들뢰즈가 말한,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생성되는 ‘도래할 민중’의 조건에 이미 가까워진 상태가 아닐까?


📍하지만 인공지능에 사고를 외주한 채, 스스로 답을 찾기보다 알고리즘이 우리의 관심사마저 끊임없이 예측하고 제안하는 요즘, 우리는 과연 그러한 민중이 될 수 있을까?


📜역사-이미지


들뢰즈에게 역사-이미지는 과거를 차례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과 기억의 이미지들이 충돌하고 접속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과정이다.


크리스 마커의 영화 〈태양 없이〉에서 내레이션과 이미지의 결합은 기억이 고정된 재현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형되는 것임을 보여 준다.


여기서 역사-이미지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비디오 영상 작업에서 공간적으로 확장된다.
〈프리미티브 프로젝트〉는 개별 영상들을 전시장 전체에 분산 배치함으로써 관객의 이동과 시선에 따라 구성되는 몽타주적 경험을 형성한다.


관객은 이 공간을 통과하며 역사적 폭력과 기억의 잔재를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복수의 시간층으로 마주하게 된다.
영화와 영상 예술은 과거를 단순히 재현하는 매체를 넘어, 잊힌 기억을 현재로 소환하고 새로운 역사적 의미를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네트워크-이미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포스트 시네마’의 문화적 형식인 네트워크-이미지를 탄생시켰고, 이는 기존의 영화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느냐는 질문과 함께 로도윅이 주장한 ‘명명의 위기’를 불러왔다.


얼마 전 영화관에서 본 상영 전 광고가 한 편의 영화로 제작되어 최종 공개 무대를 유튜브로 안내하는 모습을 보며, 극장과 모바일 플랫폼의 경계가 이미 허물어졌음을 실감했다.


어떤 매체든 상업주의나 전체주의로 귀결될 위험이 있기에 과거 들뢰즈는 비디오와 전자기적 이미지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현대의 네트워크-이미지는 들뢰즈가 생각한 ‘시간-이미지’의 난해함을 뛰어넘어, 관객은 여러 플랫폼을 넘나들며 영화를 해석하고 리액션과 리믹스 콘텐츠를 생산한다.


저자는 이러한 참여 문화를 벤야민의 ‘의식 가치’와 ‘전시 가치’를 넘어, 작품을 함께 만들고 소통하는 ‘공유 가치’로 확장하여 설명한다.

🍿관객-이미지


“관객은 거리를 둔 구경꾼인 동시에 자신에게 제시되는 스펙터클에 대한 능동적 해석가.” ― 자크 랑시에르 (p.302)


디지털 매체 환경의 변화는 새로운 관객론을 요구한다.


랑시에르의 ‘해방된 관객’처럼 예술가와 관객의 위계는 해체되었고, 들뢰즈가 말한 다중의 관객은 각자의 특이성을 유지한 채 작품의 의미를 함께 만들어 간다.


들뢰즈의 영화 철학은 운동-이미지에서 시간-이미지로, 다시 관객이 스스로 사유를 완성하는 ‘관객-이미지’로 확장된다.이제 관객은 영화를 소비하는 존재를 넘어 이미지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창작자이자 해석자가 된다.



-🎥🎞️🎬-

돌이켜 보면 1부와 2부에서 다루어진 영화 철학의 전개는 변화와 사유의 연속이었다.


《올드보이》의 지각의 균열, 《마더》와 《살인의 추억》이 제기한 불편함의 사유, 《만신》의 시간-이미지는 모두 관객을 능동적 해석자로 이동시키는 과정이었다.


저자는 들뢰즈의 영화 철학을 단순히 정리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변화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관객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완성된 정답을 얻는 일이 아니다.
들뢰즈에게 ‘도래할 민중’은 이미 완성된 집단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되어 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이 규정한 사고와 감각을 의심하고, 그 틈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기존의 연결 방식을 넘어 새로운 의미와 관계를 만들어 가는 실천이야말로, 우리가 도래할 민중으로 끊임없이 생성되어 가는 과정일 것이다.


명쾌한 해답에 도달하지는 못해도, 알고리즘이 차지한 사유의 틈으로 들어가 나만의 질문과 답을 만들어 가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인스타 @woojoos_story 모집, 이학사 출판사의 도서지원으로 우주클럽_철학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밀의 화원 비룡소 클래식 27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김옥수 옮김, 찰스 로빈슨 그림 / 비룡소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번 #우주세문단 에서 함께 읽은 《비밀의 화원》은 순수하고 솔직한 언어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열어 가는 아이들의 성장과 주체적으로 삶을 움직이는 여성 인물들을 중심으로 읽어보았다.🌿👩🏻

부모의 방임 속에서 누구도 믿지 못한 채 자라온 주인공 메리 레녹스는 미셀스웨이트 저택으로 오면서 하녀 마사, 정원사 벤 할아버지, 그리고 디콘을 만나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 역시 누군가를 치유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한다.🌱

이러한 외로운 메리와 고독한 콜린이 변화할 수 있었던 계기는 요크셔 사람들의 솔직함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인도에 살던 시절의 메리는 하인들이 모든 것을 대신해 주는 환경 속에서 자라며 타인을 배려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콜린도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방황하는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해 신경질적이고, 제멋대로인 어린 군주로 자라났다.

초반부의 하녀 마사는 메리의 무례함과 옷을 입는 법을 꾸밈없이 지적하고, 후반부에서 정원사 벤 할아버지도 휠체어를 탄 콜린을 보고 상대의 기분을 의식하지 않은 채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자칫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들의 태도는 오히려 메리와 콜린이 세운 세상과 사람들 사이에 세워 둔 벽을 허물고 타인과 진심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특히 작품 속 요크셔 "사투리"는 단순한 지역색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메리와 콜린이 디콘과 함께 사투리를 사용하는 부분은 계급과 권위가 강요하는 격식에서 벗어난다. 마치 “사투리가 전염된다”라는 말처럼 언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자유로운 감정과 생동감 역시 함께 전염된다. 💬

이렇듯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자기연민 속에 갇혀 있던 어린 군주 콜린 앞에서 메리는 도망치지 않고, 자신이 받은 다정함을 나누며 그를 황무지와 비밀의 화원으로 기꺼이 초대한다. 세 아이는 동물과 자연을 친구 삼아 비밀의 화원 안에서 자유롭게 말하고 웃으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법을 배워 간다.

한편, 《비밀의 화원》은 1911년에 발표된 작품임에도 생각보다 다양한 여성상을 보여준다.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주인공 메리 레녹스이다.👧
메리는 당시의 순종적이고 고분고분한 소녀상과는 거리가 멀다. 호기심이 많고 고집이 세며, 스스로 비밀을 찾아 나선다. 그러다 콜린을 변화시키고 화원을 되살리는 과정에서도 수동적으로 도움받는 존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주체로 그려진다.

👩🏻💡매우 흥미로운 부분은 주변 여성 인물들도 메리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마사는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태도로 메리의 성장을 이끌고, 수잔 소어비 부인은 넉넉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을 품어 주는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한다.
반면에 메드록 부인은 저택의 질서와 규율을 유지하는 관리자로서 또 다른 여성상을 보여 준다. 이들은 단순한 조력자에 머무르지 않고 저택과 공동체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결말 부분에 다다르면서, 서사의 시선이 메리를 벗어나 고모부인 아치볼드 크레이븐과 그의 아들 콜린에게 향한다. 휠체어에 의존하던 콜린이 두 발로 일어나 아버지에게 달려가는 장면은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하지만 그 변화의 출발점에는 화원을 발견한 메리의 용기와 아이들의 성장을 이끌어 준 여성들의 존재가 있었다는 사실을 계속 떠올리게 된다. 작품은 아이들의 치유와 성장 일기 이자, 그 시대의 여성들의 영향력과 돌봄의 가치를 함께 보여 주고 있다.

《비밀의 화원》은 자연이 사람을 치유한다는 이야기로 기억되곤 한다. 그러나 내가 책을 읽는 동안 발견한 것은 서로를 향해 솔직하게 건네진 언어의 힘, 아이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탱해 준 여성들의 손길이었다.

지나치게 냉소적인 세상에 지쳐 사람을 멀리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비밀의 화원🍀》을 통해, 아이들의 명랑한 웃음소리가 가득 퍼지는 화원을 상상하며 따뜻한 마음 한구석을 가져가길 바란다.

그리고 고전 속 숨겨진 주체적인 여성상에 대해 새롭게 해석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비밀의 화원 🍀》을 권하고 싶다.




《비밀의 화원🍀》
지은이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그린이 찰스 로빈슨
옮긴이 김옥수
펴낸이 김상희
펴낸곳 (주)비룡소

* 본 도서는 @woojoos_story 진행과 비룡소 @birbirs 의 도서지원으로 우주세문단 단톡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스즈키 도시타카 지음, 김소연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삐-쯔삐 · 치지지지.”
👥: ???

첫 해외여행을 떠올려보자. ✈️

낯선 나라에서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는 경계와 두려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구불구불한 기호는 의미가 있는 문장으로 바뀌고, 농담을 이해하게 되며, 마침내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결국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한 세계를 이해하는 첫걸음을 내딛는 일이다.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는 박새의 언어를 수십 년 동안 연구해 온 저자가 '동물 언어학'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어릴 적 탐조를 좋아하던 소년은 어른이 되어 정말로 박새의 말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었다. 덕분에 우리도 흥미로운 박새어 입문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

연구라는 것은 원인과 결과가 뚜렷해야 하기에, 그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더욱 고되고 힘들다. 저자는 그런데도 특유의 유쾌함과 새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고 책에 담아냈다.

가루이자와에서 궁핍한 연구 생활을 이어가며 쌀과 양배추만으로 끼니를 해결하던 시절의 이야기부터,🍚
새 울음소리가 들리면 발길을 돌려 둥지를 찾아다니고, 🍜 메밀국숫집 앞 너구리 모형에 둥지를 튼 박새를 관찰하기 위해 손님인 척 너스레를 떨었던 일화까지.
연구자의 집요함과 탐조가의 순수한 즐거움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덕분에 전문적인 연구 결과를 다루고 있음에도 책은 어렵기보다 친근하게 읽힌다. 🌿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박새가 단순히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전달하고, 상황에 따라 이를 조합해 문장처럼 사용한다는 사실이었다.
📣 위험을 알리는 소리와 먹이를 발견했다는 신호를 구분해 사용하고, 때로는 여러 소리를 결합해 더 복합적인 의미를 전달한다.

🪽또한 암컷의 날갯짓이 수컷에게 새집으로 향하라는 신호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밝혀낸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인공 새집 앞에서 수백 차례나 부모 새의 행동을 지켜본 저자의 관찰력은 치밀하고 경이롭기까지 했다.

🏕️ 책을 읽다 보니 문득 산속 캠핑장에서 보았던 물까치 무리가 떠올랐다.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고요한 숲속에서 물까치들은 감나무에 남은 감을 쪼아 먹으며 끊임없이 조잘거렸다. 그때는 그저 자연이 만들어내는 배경음 정도로 여겼지만, 이제는 궁금해진다.

‘쟤네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까?’

🍊잘 익은 감에 대한 정보였을까, 낯선 인간이 접근하고 있다는 경고였을까, 아니면 정말로 무리끼리 한가로운 수다를 떨고 있었던 것일까.

중요한 것은 그 소리가 더 이상 단순한 소음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처음으로 새의 소리를 인간의 기준이 아니라, 아직 해독되지 않은 언어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게 되었다. ✨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오랫동안 인간만이 언어를 가진 유일한 존재라 믿으며, 새는 지저귀고 개는 짖을 뿐이라 단정 지어왔다. 그야말로 인간 중심적인 시선에 갇힌 '우물 안 개구리'였던 셈이다. 🐸

이 책은 그 단단하고 오랜 전제를 조용히 흔들어 놓으며, 좁은 우물 밖 동물과 자연이 공존하는 더 넓은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

_______💼

즐거운 박새 언어 탐구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인간 세계로 돌아왔다. 그런데 어쩐지 이곳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진다.

🧔🏻 고개를 돌리니 옆자리 동료가 쉼 없이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평소 같으면 그저 소음으로 흘려들었겠지만, 저 말들 역시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의미와 신호의 집합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끄러움은 도저히 가라앉지 않아, 결국 귀에 이어폰을 꽂고 박새의 소리를 다시 들어본다. 🎧

🐦: “삐-쯔삐 · 치지지지.”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들려왔다.

👥: “경계해, 모여라!”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지은이 스즈키 도시타카
옮긴이 김소연
펴낸이 서현동
펴낸곳 (주)오팬하우스

*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의 모든 신화 신박한 정리 - 신과 인간의 거대한 연대기를 한 권으로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화는 신과 자연, 그리고 인간을 잇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내가 《세상의 모든 신화 신박한 정리》를 읽고 싶었던 이유는 한국의 난생설화🪺처럼 독특한 세계의 신화들을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같은 인간 사회에서 탄생한 이야기라 하더라도 각 민족이 살아온 환경과 삶의 방식에 따라 신화의 구조와 신의 위상은 달라진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리스·로마 신화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세계 곳곳의 신화를 소개하며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악어와 소년👦🏻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동티모르 신화였다. 소년이 돌본 악어가 죽으면서 섬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상징성을 지닌다. 동티모르 사람들은 자신들을 ‘악어의 등 위에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부를 정도로 악어를 신성하게 여긴다. 이는 악어라는 존재가 지닌 뛰어난 생존력을 통해 자신들의 기원과 정체성을 설명하는 하나의 문화적 선언처럼 느껴졌다.

🦁충성VS정의⚖️
말레이반도의 민족 영웅 항 투아와 항 제밧의 비극적인 갈등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술탄이 항 투아에게 부당한 처벌을 내리자, 친구를 위해 반란을 일으킨 항 제밧, 그리고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충성을 위해 그를 막아야 했던 항 투아의 선택은 독자에게 생각할 만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충성을 끝까지 지켜야 하는가, 아니면 정의를 위해 반기를 들어야 하는가."

이 대목을 읽으며 지난해 스위스 루체른에서 보았던 사자상이 떠올랐다. 그 조각상은 프랑스 왕실을 지키다 전사한 스위스 근위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기념물이다.

오늘날까지도 바티칸 교황청의 스위스 근위대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나는 또 다른 질문에 이르렀다.

💡"자신이 믿는 신념 때문에 목숨을 바칠 만큼의 용기는 어디에서 탄생하는가."

신화 속 영웅들의 이야기는 먼 과거의 전설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윤리적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달과 태양🔆

레반트 신화에서는 태양의 신 샤프슈가 여성으로, 달의 신 야리크가 남성으로 등장한다. 다른 문화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별 구도와 반대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그리하여 달이 찼다가 기울고 이슬이 내렸다 마르기를 반복하며 세상에는 주기라는 질서, 사랑이라는 은밀한 약속 그리고 생명의 리듬이 자리 잡게 되었다.”p.120🌱

이 대목은 레반트 농경 사회에서 달의 주기와 이슬, 그리고 생명의 순환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신화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이 자연의 질서와 섭리를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삶의 언어였음을 알 수 있다.✒️

동티모르 신화가 민족의 기원을 설명하고, 항 투아와 항 제밧의 이야기가 공동체의 가치관을 보여주며, 레반트 신화가 자연의 질서를 해석하듯 신화는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각 문화권이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의 집합체이며, 인간이 자신과 공동체의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해 만들어낸 정신적 지도와도 같다.✨

저자의 말처럼 신화는 지금도 문학과 영화, 게임, 예술 속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며 살아 숨 쉬고 있다.

💭책을 덮으며 문득 발칙한 상상을 더해보았다.
그렇다면 인공지능과 인터넷이 인간의 삶 깊숙이 자리한 오늘날, 미래의 사람들은 어떤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낼까.👀

어쩌면 우리는 이미 새로운 신화가 탄생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신화 신박한 정리>>
지은이 박영규
발행인 박강휘
발행처 김영사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장이 사라진 세계에서 바일라 27
이병승 지음 / 서유재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용기란, 자기 꿈을 크게 믿는 것, 불가능이 가능하다고 믿는 마음가짐, 그리고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자세다."

책상 위 모니터나 휴대폰 메모장에 모토가 되는 문장 한 줄쯤은 누구나 저장해 두고 살아간다. 내 사무실 모니터 포스트잇에는 위의 문장이 적혀있다. 
《문장이 사라진 세계에서》를 읽는 내내 모니터 옆에 붙은 이 문장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아르고스의 검열 감시 시스템을 뚫고, 금서와 금지된 콘텐츠를 위해 은밀하게 모여드는 인물들의 모습이 바로 불가능을 가능하다고 믿는 '용기'의 구체적인 실현처럼 보였다.
소설에서는 AI 기술에 대한 대단함을 과시하기보다, 그 이면에 내포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문장의 힘💡'에 대해서 집중하게 만든다.

....💌
각기 다른 직업과 성향을 지닌 인물들이 '우아한 금서 클럽🚫📚'이라는 공동체에서 '문장'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연결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를 아르고스의 촘촘한 감시망 속으로 초대한다.

소설 속 인물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내 안의 '우정❣️'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정의되어 있었다.
우리는 흔히 "우정"을 또래나 오랜 시간 쌓아온 친구 관계로 한정 짓곤 한다. 하지만 금서 클럽 내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우정은 금지된 콘텐츠를 공유하고, 나아가 문장의 힘을 믿는 이들이 만들어 가면서,
소설 속 오랜 친구 사이에서 배신과 탐욕으로 파멸하는 클래식한 권력의 서사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같은 취향을 공유하며 끈끈하게 결속하는 ‘느슨하지만, 단단한 취향 공동체🕊️’의 우정은 무엇보다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처럼 길 가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 사소한 인사를 나누던 식당 주인처럼 전혀 관계없어 보이던 평범한 이웃들이 위험에 처한 서로를 구하는 서사는 뻔하지만, 생각보다 더 깊은 감동을 준다. 
세상을 움직이고 구원하는 것은 거대한 권력이 아니라, 이토록 작고 다정한 연결🔗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준다.

이러한 연대는 혈연이라는 전통적인 관계의 한계마저 넘어선다. 금서 클럽 인물들과 그들의 아버지의 관계는 어딘가 조금씩 어긋나 있다.
하지만 이들은 결핍을 피를 나눈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보상을 받으려 얽매이지 않는다. 대신 금서 속 문장✍️을 통해, 서로의 빈틈을 매워주고, 오해를 정면으로 마주한 끝에 자신들의 자리를 되찾아 간다.

"골동품 할아버지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 사이를 걸어 다녔다. 입가에 웃음과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지.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지! 마음껏 말하고🗣️, 마음껏 토론해라!💭 생각의 춤을 춰라!💃🏻🕺🏻 "(p.207)

...⌨️
그러나 감동의 끝에 작품이 남기는 가장 섬뜩한 질문은 결국 AI 기술의 본질로 향한다. 사회를 안정화하는 완벽한 시스템처럼 보이는 ‘아르고스’는 우리에게 치명적인 의문을 남긴다.
책의 끝 부분에서는 아르고스의 기술 자체보다  '검열의 기준을 누가, 어떻게 정하는가', '무엇을 입력하고 무엇을 믿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인간의 선택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흔적처럼 남긴다.

인간의 편견이나 왜곡된 독재자의 신념이 AI의 철학으로 학습될 때 벌어지는 비극은 단순히 소설 속 허구가 아니라,지금 우리가 당면한 현실처럼 다가와 오싹함을 더 한다.😱
결국 이 소설은 AI에 대한 양면성을 다루면서도, 동시에 사람이 지닌 문장의 힘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다.

인간이 어떤 문장을 읽고, 어떤 문장을 믿으며, 결국 미래에 어떤 문장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기술 발전이 불러오는 장밋빛 미래보다 인간들의 작은 연대와 뜨거운 문장의 힘을 되새겨 보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우리는 지금 어떤 문장을 삶의 지표로 삼고 살아가고 있을까. 과연 문장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대답을 《문장이 사라진 세계에서》에서 찾아보길 바란다.

삶의 지표가 되어물 문장의 힘을 믿는 분💪🏻
AI 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편리함과 이면에 대해 생각해 보실 분📀
차가운 SF 세계관 속 숨겨진 인간미와 연대의 감동을 느끼고 싶은 분💛

《문장이 사라진 세계에서》
지은이 : 이병승
펴낸이 : 김혜선
펴낸곳 : 서유재
*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