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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키메 ㅣ 스토리콜렉터 2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4년 10월
평점 :
"당신에게 흥미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p.370)
여행지의 낯선 골목길을 걷다가 불현듯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질 때가 있다.
뒤를 돌아봐도 아무도 없지만, 괜스레 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미쓰다 신조가 들려주는
괴이 현상에 관한 이야기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책을 덮고도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듯한 오싹함이 남는다.
시골의 폐쇄성, 가문의 비밀 그리고 의문의 죽음.⚰️
이 조합은 실패할 리가 없다.
외지인이 등장하고, 오래된 가문의 비밀을 파헤치는 주인공을 따라
독자도 함께 공포의 순간을 맞이한다.
들어가지 말라는 장소에 들어가고,
보지 말라는 것은 기어코 보고 싶어진다.
위험을 예감하면서도 다음 장을 넘기는
우리의 호기심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생각해 보면 독자도 금기를 어기는 일에 동참하고 있었다.
《노조키메》의 또 다른 묘미는 괴이 현상을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한다는 역설에 있다.
민속학을 전공한 주인공은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기이한 사건과 오래된 습속을 살피며
그 기원과 인과관계를 파악하고자 한다.
아무리 미신임을 알고 있더라도 좀처럼 소멸하지 않는 시골의 습속은
외지인에게는 황당무계한 이야기일지 몰라도
마을 사람들에게는 오랜 세월 이어져 온 현실이다.
주인공 역시 괴이 현상을 받아들이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시골 특유의 미신이라며 거리를 둔다.
그러나 그 현상이 현실적인 살인 사건으로 이어지자,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구분했던 두 세계의 경계가 무너진다.
타인의 현실을 미신이라고 치부했던 오만함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현상보다 무서운 것은,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던 현상이 끝내
우리의 이해를 벗어나는 순간이지 않을까.
조금씩 쌓아 올린 복선들은 불길한 징후가 되고,
사소하게 지나쳤던 장면마저 의심스럽게 느껴진다.
특히 장송 행렬을 피해 나무 위로 올라갔는데
하필 그 아래에 관이 놓이는 장면에서는 숨이 턱 막혔다.
피했다고 생각한 장소가 가장 위험한 장소가 되는 상황이라니.
일본 특유의 오래된 신앙과 기괴한 장례 풍습이
뒤섞인 장면들은 끈질기고 불쾌한 공포를 남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시선'을 둘러싼 관계다. 👁️
노조키메는 상대를 집요하게 바라본다.
그런데 인간은 특정한 존재를 보면서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취급하는 주술적 행위를 한다.
바라보는 행위만큼이나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행위도 섬뜩했다.
우리는 노조키메의 정체를 궁금해하며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엿본다.
안전한 책장 바깥에서 그들의 공포를 관찰하고 있다고 믿지만,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수록 묘한 기분이 엄습한다.
혹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함께 책을 읽고 있지는 않을까.
노조키메의 수상한 시선을 살피던 독자가
어느새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되는 것이다.
과학과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미신과 주술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오래된 신앙은 지역의 생활 문화와 결합해 전승되기도 하고
, 현대에는 하나의 오컬트 장르로 소비되기도 한다.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두려워한다.
미쓰다 신조의 책은 한번 펼치면 좀처럼 놓기가 어렵다.
무서운 장면을 마주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정체가 궁금해 기어코 책장을 넘긴다.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책을 덮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내가 노조키메를 엿보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나를 엿보고 있었던 기분이다.
“당신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그 말은 대체 누가 누구에게 건넨 것일까.
(무섭다…!)
-인스타 우주 @woojoos_story 진행 및 출판사 북로드의 도서 협찬으로
#우주클럽_장르문학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