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예술을 해도 될까요? - 한국과 미국, 대학과 현장에서 보는 창작자의 내일
정유진 지음 / 부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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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플레이브( #PLAVE ) 는 기술과 예술이 
만나 새로운 형태의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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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블래스트는 VFX와 게임 엔진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의 가능성을 열었다. 
실시간 3D 기술과 모션캡처를 활용해 가상의 캐릭터가 
무대에 서고, 노래하고, 팬들과 소통하는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를 탄생시켰다.👏🏻

​

기술로 시작한 회사가 예술과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으로 들어와
새로운 형태의 아티스트를 만들어낸 것이다. 
플레이브를 바라보며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창작의 형태가 탄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AI 시대에 예술을 해도 될까요?》는 
기술과 예술의 경계에 선 사람들의 인터뷰와 AI와 
예술의 협업을 실제 창작 현장과 새로운 직업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

AI를 활용해 작품을 만든 작가들의 인터뷰와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스트, AI 아티스트, 미디어 아티스트 등 새로운 직업군을 소개한다. 

낯선 직업의 이름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살아가는 세계와 다른 곳에 문 하나가 열리는 기분이 들었다.

​

특히 기술의 경계에서 예술적 가능성을 포착해 내는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스트'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문장이 좋았다.

​

“LED 기술, 3D 그래픽, 착시효과에 대해서 전부 아는 사람,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스는 예술가도 아니고 엔지니어도 아니지만, 
이 둘 사이를 잇는 사람이다.”🙆‍♂️


__💭

​

오랫동안 우리는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과 사회 안에서 살아왔다. 
좋은 결과를 낸 사람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그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은 쉽게 지워졌다.

​

AI 시대에는 이 흐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

“AI가 클릭 한 번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시대다.
 결과물만 보면 누가 만들었는지 구별하기 어렵다. 
그래서 학교도, 회사도 점점 과정을 보는 추세다.
 스케치, 리서치 노트, 실패한 버전, 수정 흔적 등등. 
이 사람이 정말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하는 증거를 찾는 것이다.”

​

이 부분을 읽으며 앞으로는 무엇을 만들었는가만큼 "어떻게 만들었는가"가 중요해지겠구나 싶었다.

​

수많은 지식을 조합해 사용자가 원하는 이미지와 문장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일도 점점 능숙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내놓은 결과물을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는 기본기와
 자기 생각을 정확한 언어로 설명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 같다.

​

__🔗

​

“이 시기에 해야 할 일은 그 두 영역(기술과 예술)을 서로 다른 방으로 두지 말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엮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AI 도구를 기깔나게 잘 쓸 수 있는 최소한의 속도를 유지하되,
 그 이상의 에너지는 전부 ‘내가 어떤 질문을 들고,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에 쓰길 바랍니다. 
그게 반복되면 결국 여러분의 기준이 되고, 취향이 되고, 고유한 결이 될 겁니다.” 
성소라 교수의 인터뷰 中

​

책에서 말하는 융합은 전공의 경계를 넘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술과 예술을 연결하는 일이다.
 그 안에 고유한 질문과 시선을 담아내는 것이 창작자의 오리지널리티가 된다. 
또한, 인공지능이 제시한 데이터의 기본값을 의심하고 
새로운 도구를 익히면서도 나의 질문과 기준을 놓치지 않는 태도도 갖추어야 한다.

​

사실 요즘 나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책을 읽어도 색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고, 
무엇을 써야 할지 알면서도 제자리걸음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

책을 읽으며 내가 잊고 있던 것은 글쓰기를 내 경험과 연결하는 일이었다. 
오래 바라본 것, 살아오며 쌓인 경험과 관심이 문장의 바탕이 된다. 

​

그래서 무엇을 만들 것인가 보다 내가 어떤 질문을 붙들고 있고, 
질문의 근원을 돌아보기로 했다.

 완성된 결과물 뒤에는 수많은 시도와 실패, 수정의 흔적이 쌓인다. 
그 과정에 나의 경험과 관심이 더해지면서 나만의 결이 만들어질 것이다.
__

​

"AI가 창작과 예술을 대신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앞으로 더 많은 창작물과 수많은 전문가의 논의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 
기술이 빠르게 변해도 무엇을 바라보고, 어떤 질문을 품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창작자 자신의 몫이다. 

​

현재 예술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동시에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사람인지 끊임없이 확인하는 일임은 분명해졌다.


​



《AI 시대에 예술을 해도 될까요?》

지은이 정유진
발행인 박윤우
발행처 부키(주)



*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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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과잉 시대, 당신의 뇌가 무너진다 - 디지털 기기의 유혹과 과잉 자극은 어떻게 뇌를 오작동시키는가
리처드 사이토윅 지음, 김광국 옮김 / 알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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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
“소셜 미디어는 끊임없이 남을 뛰어넘으라 재촉하고, 
우리는 타인의 인식에 반응하느라 정작 자신만의 삶과 대처 능력을 잃어버렸다.
어쩌면 이 무분별한 채택은 우리 인식이나 사전동의 없이 시작된 역사상 가장 큰 사회적 실험일지도 모른다.” p.283 

​

무심코 틀어둔 TV에서 "SNS 챌린지에 중독된 전 세계 청소년들의 행동"을 
소개하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타인의 반응을 얻기 위해 과속과 도둑질을 자랑삼아 올리는 청소년들을 보며, 
잘못된 행동마저 유희와 콘텐츠로 소비되는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도파민 과잉 시대, 당신의 뇌가 무너진다》는 
주의력을 훔쳐 우리 뇌를 이용하려는 세력에 맞서, 
자신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을 알려준다.

​

__✨
우리는 닭장 같은 사무실에 갇혀 모니터와 스마트폰이 
내뿜는 푸른빛을 견디며 살아간다. 

쏟아지는 광고와 스크린 속에서 내 뇌가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드디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중독되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 매우 소름 끼쳤다.

​

지독한 중독 속에서 만난 ‘양가 감정’에 관한 이야기는 신선했다. 
끊임없이 '좋아요'를 욕망하면서도 정작 
단 한 순간도 즐겁지 않았던 모습이 떠올랐다.

​

'감질나게 한다(tantalize)'라는 말처럼, 
손에 닿을 듯하지만 끝내 손에 쥘 수 없는 만족감과
 달콤함 뒤에 찾아오는 허탈한 감정은 지금도 나를 지배하고 있다.

​

"볼까, 말까." 머릿속에서는 욕망과 이성의 사투를 펼치고 있다
. 쉽게 얻을 수 있는 도파민을 품에 꽉 안은 채 
끝내 놓지 못하는 주체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 
누군가에게 들통난 것 같아 부끄러웠다.

​

스크린 속, 덧없는 하트를 채우는 동시에 새로운 욕망을 피워낸다. 
어릴 적 엄마에게 "TV 그만 봐, 눈 나빠진다"라는 
잔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란 세대라 그런지 몰라도, 
핸드폰을 놓으라는 마음속 다그침에도 끝내 
스크린을 끄지 못하는 이 유혹이 낯설지 않다.

​

__🤫
 "고요함은 최고의 사치품이다"라는 문장은 
내가 '아!' 하고 탄성을 지른 부분이었다. 

의도해서 만들지 않으면 절대 얻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고요함, 온전한 쉼과 목적 없는 활동처럼
현대사회가 놓쳐버린 무의미한 경험들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 요소들이다.

​

언젠가 한 번쯤 마주한 인생의 고통과 좌절이 존재의 무가치함으로 이어질 때, 
우리는 손에 쥐어진 값싼 도파민 대신에 고요한 어둠🌑과 
상쾌한 아침 산책 그리고 초록의 자연을 곁에 두어야 한다.🌳

​

한때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운조차 없는 무기력의 늪에 빠져 있었다
. 에너지가 고갈된 순간에도 쉬기보다는 습관적으로 스크린을 켰다.
책의 표현처럼 슬롯머신의 릴이 '탕' 하고 멈출 때까지 손을 놓지 못하듯, 
끝을 볼 때까지 도파민의 바다를 헤맸다.

​

인생의 '노잼시기'를 지나며, 악착같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활자가 뇌와 눈 사이를 정처 없이 둥둥 떠다녔지만,
 이제는 생소하거나 지루한 문장도 물 흐르듯 읽어내는 크나큰 발전을 이뤘다.
도파민 가득한 재미와 자극의 시간을 덜어내며 
그 틈에 '책 읽는 시간'을 채워 넣었다. 

​

__👀
중독된 뇌에 관한 이야기는 결국 인간의 심리와 관계의 본질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중독의 가장 깊은 밑바닥에는 '외로움'이 있었다
. 인간이 갈망했던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

팬데믹 격리 시절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우리는 서로의 온기에 의존하며 사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

'좋아요'라는 덧없는 반응을 넘어, 
진짜 사람과 눈을 맞추고 온기를 나누는 
물리적 관계만이 삶의 중심을 잡아준다.🤍

​

원하지 않는 자극을 좇으며 스스로 뇌를 학대하던 이유가
 책을 통해 낱낱이 밝혀졌다. 
결핍을 바라보는 일은 살아가고 싶은 삶의 방향을 되찾는 일이었다.

​

이제는 속도를 늦추고 일부러라도 여유롭게 시간을 '낭비'해 보려 한다. 
잠시 알림을 끄고, 책이 전하는 고요함과 사람의 온기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인스타 우주 @woojoo_story 진행 및 알레 출판사의 도서협찬으로 
우주클럽_비공개서평단 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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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는 도시의 청소부입니다 - 도시의 가장 낮고 뜨거운 일터에서 발견한 인생의 존엄
장샤오만 지음, 허유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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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향한 딸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이지 않는 곳을 정성껏 가꿔온 청소노동자의 삶을 가슴 깊이 담아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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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는 도시의 청소부입니다 - 도시의 가장 낮고 뜨거운 일터에서 발견한 인생의 존엄
장샤오만 지음, 허유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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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몸의 땀구멍이 ‘노동’으로 가득 채워져야만 한다.”

한여름 사무실 건물 화장실에서 마주친 미화원 여사님과의 대화는
 오래도록 마음을 어지럽혔다.
 통유리 창으로 굳게 닫힌 빌딩은 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고, 
직원이 출근하기 전 에어컨조차 켤 수 없는 새벽에 여사님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청소를 끝낸다고 했다.

​

더워서 사무실 정수기 얼음을 가득 담아 가시며 멋쩍게 건넨 웃음에 
나는“얼음 많이 드셔도 돼요.”라고 말하면서도 마음이 내내 무거웠다.

내가 쾌적하게 머무는 공간에는 그 공간을 닦고 정리하는 사람의 시간이 들어 있었다.

​

《나의 엄마는 도시의 청소부입니다》는 시골에서 도시로 나와 중국 선전에서 
미화원으로 일하는 어머니 ‘춘샹’의 시선으로, 
중국 작가이자 사회 저널리스트인 딸이 엄마의 노동 현장을 기록한 책이다.

​

책을 읽는 내내 뜨거운 여름과 습한 공기 속 뉴스에서 
접했던 폭염 속 노동자들의 모습, 
충분한 휴식 공간 없이 짧은 휴식으로 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침에 만났던 미화원 여사님의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

___🧹👷‍♂️

​

“그는 이미 이 쇼핑몰에서 반년째 광택 작업을 하고 있었다.
 (중략) 단출한 배낭 하나, 그 안에 든 작업용 광택제와 도구들, 
간이침대와 물병 하나. 이것이 류 씨가 
이 도시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유일한 증거품들이었다.”

​

여러 빌딩을 오가며 수년째 건물 바닥의 광택을 내고 있는 류 씨의 이야기에서도
 고된 노동의 환경과 휴가조차 마음 놓고 쓸 수 없는 
노동자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

책 속에는 제3자의 시선으로 노동 현장을 바라보는 기록과는 다르게 
엄마를 향한 딸의 애정이 깊게 스며있다.
 딸은 엄마의 노동에 놓인 부당한 조건과 제도의 빈틈을 들여다본다. 
가까운 사람의 삶에 오래도록 관심 있게 바라보았기에 보였던 장면들이 가득했다.

​

___📺🧽

​

요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슈와 뉴스를 접하는 속도는 빨라졌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의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할 통로는 여전히 좁다.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와 흥미 위주의 사연이 빠르게 소비되는 동안 
관심이 필요한 삶은 화면 밖으로 밀려난다.

​

연애 관찰 프로그램이 늘고 연예인의 일상을 가까이 들여다보는 동안에도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공간을 깨끗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노동은 좀처럼 이야기의 중심에 들어오지 못한다.

​

깨끗한 화장실과 반짝이는 바닥, 정돈된 건물 안에서
 그 공간을 만든 사람의 시간과 노력은 눈 앞에서도 쉽게 지워진다.

​

___👀💪🏻

​

“우리도 내 엄마처럼 저마다의 방식으로 
각자의 인생에 새겨진 ‘결핍’과 맞서 싸우고 있다.”

​

이 문장을 읽으며 열악한 공간에서 생계를 위해
 오늘도 온몸을 땀으로 채우는 값진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었다.
 늘 이용하던 공간을 닦고 정리하는 사람의 하루까지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

저자는 딸의 시선으로 청소노동이라는 직업 뒤에 가려져 있던 
"엄마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지나온 거리와 건물, 화장실과 복도, 
깨끗하게 정돈된 공간 속에 만든 사람의 시간을 함께 읽었다.

​

한 사람의 하루를 기억하는 일은 보이지 않던 삶을 보게 하는 일이었다.

《나의 엄마는 도시의 청소부입니다》 
지은이 장샤오만 
옮긴이 허유영 
발생인 윤승현 
브랜드 웅진지식하우스 @woongjin_readers 
발행처 (주)웅진씽크빅 @wjthinkbig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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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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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경험의 이야기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저녁달 편집부 옮김 / 저녁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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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큰 문제들, 눈에 담아야 할 아름다운 것들, 
공부해야 할 지혜로운 것들, 본받아야 할 고귀한 본보기들로 가득 찬데, 
어찌해서 사람들은 끝도 없이 옷차림과 저녁 식사 이야기, 
이웃집 사정이나 자기 몸 아픈 이야기만 해대고 있는 걸까요?” p.557

​

이 문장을 읽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생각했다. 
프리랜서, 계약직, N잡러, 플랫폼 노동처럼 일의 형태는 다양해졌다.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만큼 고용과 소득에 대한 불안도 커졌다. 
일의 경계가 흐려지고 생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일만으로 하루가 채워진다. 
각자의 삶을 감당하기 바쁜 환경에서는 이웃의 사정을 살필 여유도 줄어든다.

​

19세기 산업혁명의 그늘과 남북전쟁의 후유증이 남아 있던 시기,
 여성에게 허락된 일자리는 극도로 제한적이었다. 
가부장적 사회의 편견과 성적 시선을 견뎌야 했던 배우,
 타인의 일상을 수발하는 하녀, 밤새 낡은 옷을 기워야 했던 재봉사.
 루이자 메이 올컷은 《일: 경험의 이야기》에서 
가난한 여성들이 마주한 노동의 현실을 주인공의 삶에 담았다.

​

“크리스티와 같은 이들은 많다. 기꺼이 일하려 하지만, 
노동을 비천하게 느끼게 만드는 거친 사람들과의 접촉을 견딜 수 없거나, 
삶에서 아름다움을 모두 잃어버린 상태에서 
겨우 생필품을 얻기 위한 고된 싸움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할 일이 별로 없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그러나 이 가난한 숙녀들이 낡은 외투 아래에서 겪고 있는 자존심의 고통, 
감정의 희생, 젊음과 사랑, 희망과 야망이 치르는 순교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공장에 가라거나 부엌에서 바닥을 닦으라고 하면서 

일은 누구에게나 충분히 있다고 말할 때, 
그들에게 가장 설득력 있는 대답은 이것일 것이다.
‘직접 해보시지.’” p.191

​

오늘날에는 고단함과 불안을 혼자 견디는 일이 익숙해졌다. 
힘든 일이 생겨도 각자의 작은 8평 남짓한 방에서 
오롯이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며 버티는 경우가 많다.

크리스티 역시 자신의 힘만으로 삶을 꾸려가려 했다. 
하녀와 배우로 일하며 신분적 비하와 여성을 소비하는 시선을 마주하고, 
재봉사로 일하며 노동이 몸과 마음을 소모하는 과정도 겪는다. 

​

하지만 그녀에게는 성실함을 믿어준 사람, 사정을 헤아려준 사람, 
그리고 삶을 포기하려는 순간 손을 붙잡아준 사람이 있었다.
7장 ‘안개를 뚫고’에서 크리스티가 깊은 절망에 빠져 강물로 들어서려 할 때,
 그녀를 구한 것은 과거 사회적 고립 속에서 크리스티가 
먼저 손을 내밀었던 레이철이었다.

책 속에는 이처럼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공간이 나온다. 
윌킨스 부인의 집과 스털링 부인의 집에서 
그녀는 누군가와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지낸다.


나는 이 부분이 그때도, 지금도 제일 중요한 삶의 자리라고 생각한다.

​

‘기댈 구석, 마음이 놓일 자리’ 말이다.

​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고 예기치 않은 사건에 발이 묶일 수도 있다. 
살아가는 동안 그런 순간은 찾아온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배려였을지 모를 일이 한 사람에게는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그 손길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도움을 받은 크리스티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여성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

자신이 겪은 가난과 노동의 경험은 생계를 위해 일하면서도 
자존심과 젊음, 사랑과 희망까지 포기해야 했던 
여성들의 삶을 헤아리는 시선으로 이어진다.

​

《일: 경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성 노동의 현실과 
동시에 한 사람이 어려운 시간을 견딜 때 주변에 누가 있었는지도 돌아보았다. 

시대를 뛰어넘어 현시대에도 똑같이 나타나는 사회적 고독에 대한 깊은 공감과 
여성의 삶 속 노동의 가치를 전해준 문장들을 많이 만났던 시간이었다.

​

한 사람에게 건넨 말 한마디가 삶을 붙잡아주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의 사정을 살피게 된다. 

기꺼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한 사람을 붙잡았던 그때의 작은 친절은
그 사람의 삶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곳의 모양까지 바꾸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일: 경험의 이야기》

지은이 루이자 메이 올컷 

옮긴이 저녁달 편집부 

발행인 정수동 

편집주간 이남경 

책임편집 김유진 

발행처 저녁달 


#우주세문단 #저녁달 #일경험의이야기 #루이자메이올컷 #작은아씨들 


*인스타 @woojoo_story 진행 및 저녁달 출판사의
 책 협찬으로 우주세문단 단톡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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