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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ㅣ 지식산문 O 10
존 비게닛 지음, 김명남 옮김 / 복복서가 / 2026년 8월
평점 :
몇 년 전, 뒤척이던 밤 유튜브에서 유의 깊게 보았던
‘아시아 유일의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다큐 영상이
책 《침묵》을 읽는 동안 떠올랐다.
화면 너머로 사람의 목소리가 단 한 자락도 들리지 않던 공간,
그들이 견뎌내는 고요는 과연 어떤 밀도로 빚어진 것일까.
이 책은 고요함이 사라진 시대에 ‘침묵’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경험한 수도원 생활을 바탕으로 종교적 ‘자발적 침묵’을 이야기하며,
모든 잡음과 타인의 목소리를 걷어낸 뒤 침묵을 채우는 언어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모든 인간의 언어는 자기중심적이다.
한마디 말은 나를 증명하고 타인을 설득하기 위해 출발한다.
침묵은 내 목소리를 잠시 대화의 공간에서 지우며,
자신을 위한 요구를 멈추고 마음의 빈자리를 탐색하면서
타인의 목소리가 들어올 공간을 마련한다.
가만히 앉아 책을 읽는 행위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도 흥미롭다.
‘침묵의 읽기’에서 독서로 발견한 ‘묵독’의 의미는
조용한 책 읽기보다 깊은 곳에 있었다.
뇌 과학자 야오의 실험처럼
우리가 텍스트를 제대로 읽을 때
뇌는 청각 처리 기능을 자발적으로 끌어낸다고 한다.
머릿속에서는 '내면의 목소리'가 단어를 발음하고,
작가의 의식이 내 의식의 공간으로 들어와 말을 건넨다.
독서란 타인에게 내 의식을 잠시 내어주고 나의 목소리를 낮추는 침묵의 토론이다.
그 안에서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며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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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추구하는 침묵과 두려워하는 침묵의 본질적 차이는
그저 그것이 자발적인가 아니면 비자발적인가 하는 차이뿐일까?”
한 사람의 침묵은 권력이 되기도 하고 형벌이 되기도 한다.
권력을 가진 발화의 주체가 입을 다물면 주변은 그의 감정과 의중을 살피느라 긴장 속에 놓인다.
감옥에 갇혀 타인과의 언어적 교류를 전면 차단당하는 비자발적 침묵은
한 인간의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하게 된다.
침묵은 스스로 선택한 고요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강요된 고립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침묵이 가진 다층적인 의미를 되새기면서 얼마 전 책을 들고 캠핑을 떠났다.
귀를 찌르고 마음을 어지럽히던 도심의 소음,
억지로 자연의 소리를 덧입힌 영상 재생 음들을
모두 걷어내고 진정한 고요함을 느껴보고자 했다.
그러나 그날 밤 내가 마주한 것은 ‘침묵'의 부재였다.
소음을 완벽히 차단한다는 무반향실에 들어간 인간이
자신의 혈류 소리와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우리 자신이 소리가 된다”라는 진실을 확인하듯,
세상에 완벽한 침묵은 존재하지 않았다.
계곡의 물소리와 풀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저 멀리서 자동차 엔진 소음이 적막을 깨고 들려왔다.
자연으로 도망쳐 완벽한 정적을 욕망하던 나에게
인간의 소리도 이 세계와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순간이었다.
책에서 발견한 침묵은 입 밖으로 내민 소리가 사라진 상태보다
타인과 세상을 잇는 내면의 목소리가 존재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현실의 공허한 말과 그 안에 깃든 욕망,
침묵 속에 담긴 의미를 따라가며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의미를 오래 생각하게 했다.
지식산문 O 10 《침묵》
지은이 존 비게닛
옮긴이 김명남
펴낸곳 복복서가(주)
펴낸이 장은수
*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