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얼굴 - 어느 늙은 비평가의 문학 이야기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김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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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프레드 되블린-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그 외톨이는 자신이 동경하는 곳이 어딘지는 알게된다. 즉 고향으로 삼을 수 있는 세계였다.

(...)
그가 늘 이르게 되는 곳은 너무나도 극심한 번뇌의 한가운데였다. 혼돈스러운 영혼이라고나 할까?

(...)
그는 분명 정돈된 세계, 정박할 항구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
한동안 되블린의 유일한 희망은 사회주의였다. 그러나 사회민주주의자들에게 너무나 실망한 나머지 노기충전하여 이들을 경멸하였으며,보수주의자들이라면 애당초 질색이었고, 공산주의자들은 미워했다.

따지고 보면 그는 물정 모르는 독불장군에 괴팍한 무정부주의자였다. 일찍이 그의 사고는 형이상학적인 것에 대한 동경으로 각인되었다.

- 프란츠 베르펠-

온 인류를 포용하였고 그러면서도 스스로 고독한 자로 남았던 이 사람의 목소리는 시대의 정곡을 꿰뚫었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냉소적인 남자의 얼굴, 지쳤으되 체념하지 않는, 고뇌하는 시인의 얼굴이다. (p.296)

-볼프강 쾨펜-

그들은 모두 20세기의 끔찍한 질병 즉 불안에 시달린다.
(...) 쾨펜의 인물들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피하며, 삶의 불안에 들볶이는 까닭에, 그들은 결코 서로 만나지 못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고독을 타개할 줄 모른다.
사람들은 그렇게 서로 낯선 이들로 머물며, 함께 어울려 사는 대신 그저 나란히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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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한 인생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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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그녀다운 이지적인 독립심으로 고독의 침전물 속에서 자유로움과 평화를 찾아냈고 그 범주 안에서 인생을 꾸려나가는데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언제부터인가 세상일이 다 그런 식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택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요셉은 둘 중 어느 자리에도 가지 않음으로써 무조건 오답을 택하게 돼 있는 부조리한 시스템에 저항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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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목련엔딩 > 작가와의 만남 자리에 대한 보다 섬세한 진행이 아쉽습니다

 최근 알라딘 초대 덕분에 작가와의 만남 자리에 두 번 다녀왔습니다.

전문가의 통찰, 그것도 가장 최신의 생각을 가까이서 들을 수 있어 독자로서는 고맙고 소중한 기회입니다.


하지만 두 번의 경험에서 제가 느낀 가장 큰 감정은 안타깝게도 피로함이었습니다. 


1. 

시작 시간이 몇 시가 되었건 늦게 참석하러 오는 독자들과, 30분이 지나도 합석시키는 주최 측... 

어렵게 온 길을 되돌아가기 뭐한 참석자의 입장이며 그런 분을 되돌려보내기 뭐한 출판사 측의 입장이 있겠지만, 

앞에서 얘기하고 있는 강연자와 시간을 맞춰 앉아있는 방청객들의 집중력과 분위기를 해친다는 점에서 꽤 치명적입니다. 


2. 

지치지 않는 사진 촬영. 

추억을 남기기 위한 기념 사진을 찍고픈 마음을 누가 모를까요. 

하지만 그 흔한 무음 어플 정도 사용해주시는 센스를 가진 분이 그리 드물 줄은.

아주 작은 규모의 자리에서마저 울려대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얼마나 거슬리는지. 

한 번은 주최 측이 더하면 더했습니다. 데세랄을 가져오셔서 쉼없이 눌러대는 셔터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습니다. 진행된 행사에 대해 자료를 남기시고 SNS에도 업뎃을 하기 위해서이긴 하겠지만, 현장에 있는 저자와 독자에 방해가 될 정도면 안되지 않을까요.  '그림'을 남기기 위해 진행되는 행사에 동원된 기분이었습니다. 



3.

그 외에도 장소나 규모에 대한 좀더 섬세한 사전 안내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규모 강연인지, 소뮤모 북토크인지에 따라 마음가짐이나 참석여부까지도 저울질하게 되는데, 최대한 장소나 신청자 수 등을 가늠해서 출발하지만. 참석자로서 미리 커버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피곤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장소에 비례해 넘치게 신청자를 받아서 자리 안내를 위해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게 강연 내내 이어진 경우, 

저같은 비루한 집중력의 소유자로서는 많이 방해가 되었어요) 


자리를 마련하는 쪽이나 행사에 참여하는 독자들 모두가 좀더 신경쓰면서 더 좋은 자리들이 만들어지면 좋겠다싶은 아쉬움에 써봅니다. 새로운 책이 나오고 의례적으로 뭔가 행사를 하나 해야하니까 열리는 듯한 작가와의 만남은 독자에게도 피로가 전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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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목소리
김지원 지음 / 작가정신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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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 선생은 흔들의자에 앉아 왼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굳이 왼쪽을 보는 이유는 오른쪽 방향에는 군민회관 앞에서 있는 유명 조각가 김아무개의 예술이 그의 눈을 괴롭히는 때문이었다. 아직 잎이 피지 않은 이른 봄철이기에 독고 선생이 있는 곳에서는 마을이 환히 내려다보였다.

사람들이 밭도 내고 길도 내고 농기구도 만들며 잘들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다가 예술가니 디자이너니 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흉한 것들을 창조해 가지고 돈까지 받는다고 독고 선생은 분노하였다.

독고 선생은 화가였다.사람들이 한국의 고흐라고 자신을 칭송하면 선생은 모독감을 느꼈다.
일간지의 문화부 기자가 전시회 기사를 쓰면서 이십 년도 더 전에 자신을 한국의 고흐라고 칭한 이래로 사람들이 줄곧 그 형용사를 쓰고 있는 것도 진력이 났고, 무엇보다도 자신은 이 세상에 둘도 없을 오리지널인데 말이란 게 묘했다, 말에 따라 일들이 일어나고 감정들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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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들
김중혁 지음 / 창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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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과 같은 놀라운 일을 겪고 나면 사소한 일에 놀란다는 것이 감정의 사치처럼 느껴진다.
놀라지 않으려 애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에 배정된 놀라움의 백 퍼쎈트를 이미 소진해버렸기 때문에 더이상 놀랄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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