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 목소리
김지원 지음 / 작가정신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독고 선생은 흔들의자에 앉아 왼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굳이 왼쪽을 보는 이유는 오른쪽 방향에는 군민회관 앞에서 있는 유명 조각가 김아무개의 예술이 그의 눈을 괴롭히는 때문이었다. 아직 잎이 피지 않은 이른 봄철이기에 독고 선생이 있는 곳에서는 마을이 환히 내려다보였다.

사람들이 밭도 내고 길도 내고 농기구도 만들며 잘들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다가 예술가니 디자이너니 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흉한 것들을 창조해 가지고 돈까지 받는다고 독고 선생은 분노하였다.

독고 선생은 화가였다.사람들이 한국의 고흐라고 자신을 칭송하면 선생은 모독감을 느꼈다.
일간지의 문화부 기자가 전시회 기사를 쓰면서 이십 년도 더 전에 자신을 한국의 고흐라고 칭한 이래로 사람들이 줄곧 그 형용사를 쓰고 있는 것도 진력이 났고, 무엇보다도 자신은 이 세상에 둘도 없을 오리지널인데 말이란 게 묘했다, 말에 따라 일들이 일어나고 감정들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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