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나 안타깝게도 그 정체성을 기준으로 한 '변화의 시도'는 결과적으로 한반도 속 국가의 자주독립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때문에 오늘날에도 소위 일제시대의 결과를 진단하여, 먼저 당시 대한제국의 한계를 '무능'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적어도 책은 그러한 인식에 자그마한 변화를 주문한다. 특히 국제사회에 한반도가 무가치한 땅으로 인식되었다는 상식... 그리고 무엇보다 당시 조선사회의 느긋함이 일종의 나태함과 무능함으로 인식되고 또 경직되어 전해진 것은 일종의 일제 식민사학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과거 조선이라는 국가가 일본처럼 '서구화'를 서두르지 않은 것이 '실책'(일반적인 역사적 평가)이라면, 결국 그것 역시(결과론에 비추어) 크게 자책하고 반성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적어도 대한인이 그 본연의 전통과 사고를 버리지 않은 것이 결국 당시 국제사회의 질서, 즉 약육강식의 흐름에 저항 할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는 것, 더욱이 오래도록 독립을 염원할 수 있는 사상적 토대를 제공하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결국 현대의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근본에는 이 나름의 '특징' 즉 이 책에 기록된 외국인들이 보고 마주한 한반도 문명의 특징 또한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품게 하기 충분하다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