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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 소아정신과 최고 명의가 들려주는 아이들의 심리와 인성발달 ㅣ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1
노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2월
평점 :
늦은 저녁을 먹고 아이 둘과 모처럼 밤마실을 나간 적이 있다.
밤마실이라 해봤자 초승달과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서 아파트의 베드민턴장에서 얼음땡과 그림자 밟기를 하고,
아파트 한 바퀴를 돌며 얘기 나눈 것이 전부이다.
한데 엄마 아빠의 '바빠!'라는 핑계가 그동안 얼마나 아이들을 목마르게 했었는지,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을 정말 밤하늘이 쩌렁쩌렁하도록 깔깔거리고 웃으며 그림자를 밟으러 뛰어다니고,
아파트 동 사이사이를 마치 정글 탐험하듯 의기양양하게 앞장 서서 걸으며
아무 것도 모르는 엄마를 모셔가는 양 서로 말을 이어가며 신나서 떠들어대는 남매의 행복함이라니.ㅎㅎ
새삼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아이들과 짧은 시간이지만 즐겁게 보내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마 이 책을 다 읽자마자, 아이들이 조르기도 전에,
다소 귀찮은-아이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목격하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밤의 산책을 먼저 제안한 것을 보면
마음 속에 동한 무엇인가가 분명 있었던 것 같다.
그 밤의 짧은 산책으로도 아이들의 행복 지수는 생각 이상으로 금세 쑥쑥 올라갔으니 말이다.
딸아이의 일기장엔 벤치에 누워 하늘의 별을 보며 나눈 이야기가,
아들의 일기장엔 처음으로 '밤 하늘의 별'이란 동시가
반짝반짝 빛나게 적혔으니 이런 나의 단언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뻐한다'는 속담처럼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
하지만 작가 노경선씨처럼 아이들의 심리와 인성발달을 꿰뚫고 있는 소아정신과 최고의 명의가 책의 서두부터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나는 어떤 부모인가?" 라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
내 경험으로는 피곤하고 바쁜 일상에서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느라 아이들은 뒷전일 경우도 많은데.......ㅠㅠ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다. 아이에 대한 사랑도 표현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는 말에 백 번 옳은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보모의 양육 패턴은 자식을 통해 대물림 된다.'는 어마어마한 말을 들으면 조금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
의식적으로라도 아이들을 키우는데 주의하고 노력해야겠다는 사명의식이 순간적으로 끓어올랐다가도,
하나하나 신경 써서 기르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가에 이르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것 같은 허탈함이 동시에 들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런 육아서를 읽으면서 참 많은 걸 배운다.
'내 부모를 알아야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다.'는 말을 듣고는
곰곰이 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고,
한동안 소홀했던 내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이 느껴져 내 둘레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기쁨도 음미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전반에 걸쳐 아이의 인생을 결정짓는 데 가장 중요한 엄마의 역할.
즉 아이의 몸이 보이는 감정적 반응을 언어화시켜 주는 존재로서의 엄마로부터,
문제가 일어났을 때 이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몸소 실천하여 아이들이 보고 배우게 하는 부모의 자세까지
긍정적인 경험을 심어주는 것이 심리학, 소아정신의학,두뇌과학적으로 봤을 때도 아주 중요하다고 설명한 것은
부모 된 나 스스로를 성찰해 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특히 3부에 실린 마음 편하고 성격 좋은 아이-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10가지 덕목은
이제껏 우리 부모가 아이들을 키워온 방식과는 사뭇 다른 내용도 섞여 있어 귀가 솔깃해지는 항목도 많다.
1.부모와 자녀는 무조건 친해야 한다.
2.가정에 민주주의를 도입하라.
3. 만 3세 이전에는 주 양육자를 바꾸지 마라.
4. 아이 때문에 화가 날 때는 '일단 멈춤'하라
5. 때려서는 아이의 나쁜 행동을 고칠 수 없다.
6. 가정에 재판 절차를 도입하라.
7. 학원에 보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8. 과잉보호는 아이의 정서적 성장을 방해한다.
9. 컴퓨터 하는 꼴은 봐야 한다.
10. 사춘기 자녀들은 부모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
여기에서 다룬 내용들은 처음 엄마가 된 사람들, 아이들과 씨름하면서 교육을 생각하는 사람들, 아이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든 부모들의 고민을 상당 부분 풀어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부모는 아이로 하여금 세상의 모든 일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재미있는 일을 하고, 그 재미를 진심으로 나누기만 하면 됩니다.
아이와 마주 웃어주고 몸으로 신나게 놀아주는 이 모든 놀이가 아이의 감정 반응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길이며,
아이의 뇌를 건강하게 발달시키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137~138쪽)
라는 전문가의 말이 가장 마음 깊은 자락에 와서 꽂히는 것은,
내 아이들의 기뻐하며 감동받는 모습을 아파트 산책길에서 이미 맛보았고,
그 순간을 즐거운 추억으로 떠올리는 것은 이미 아이들의 뇌가 건강해지기 시작했다는 걸 기분좋게 알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