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세계 - 생생 입체 사진 팝업북
리처드 퍼거슨 지음 / 애플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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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너, 깜짝 놀랄 책 보여줄까?"하며  '곤충의 세계'라는 팝업북을 내놓으셨다.

책을 펴니까 곤충들이 책에서 마구 튀어 나왔다.

정말 살아있는 듯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인 꽃밭에 모인 곤충은 너무 멋졌다.

'어떻게 이런 책을 만들 생각을 했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니, 책이 아니라 예술이었다.

나도 저렇게 멋진 팝업북을 만들고 싶다.

                                             -2007년 10월 7일 일요일 초3 딸아이의 일기-

 

이 책을 처음 본 날, 딸의 일기장에 적힌 딸의 느낌이다.

워낙 곤충을 좋아하는 아이라 더 그랬겠지만,

이 책은 이제껏 보아온 다른 곤충책이나 팝업북과는 또 다른 기쁨을 아이에게 주었음이 틀림없다.

 

물론 팝업북이라 유아들에게 훨씬 사실감 있고 생동감 있게 다가가겠지만,

초등학생이나 어른들도 감탄을 하며 보게 됨은 그 입체감이 너무나 풍성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기존의 팝업북에선 강조하고픈 대상 한 두 개를 입체적으로 표현해서 특정 대상만을 눈에 띄게 강조했던 반면, 이 책에선 그 곤충과 곤충 주변의 자연환경까지도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게 한다.

예를 들면 나비가 팔랑거리며 날개짓하는 모습은 물론 나비가 꿀을 얻기 위해 앉아있는 꽃과 흔들리는 이파리, 그리고 꼬물거리는 애벌레도 덩달아 살아서 움직인다.

뜀뛰기 선수 메뚜기는 책을 펼치면 정말 이 쪽에서 저 쪽으로 뜀뛰기를 하는 듯이 길고 힘센 뒷다리를 쭈욱 펴면서 공중으로 높이 뛰어오른다.

책의 설명 그대로 곤충들이 생동감 있는 동작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딱지날개를 들어올리고 얇은 날개를 펼쳐 하늘을 나는 다양한 색깔의 무당벌레와

뿔처럼 생긴 큰턱으로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수컷 사슴벌레들의 모습,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4날개를 활짝 펼치는 비행전문가 잠자리,

그리고 이 모든 곤충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루어내는 환상적인 꽃밭은

흥분된 아이들을 곤충의 세계로 바로 초대하는 듯하다.

 

이렇듯 멋진 곤충들의 먹이, 번식, 천적 등에 대해 더 알아보고픈 것들이 있다면 

화살표가 있는 숨은 카드를 살짝 당기면 기본적인 정보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한 눈에 쏙 들어온다.

팝업 곳곳에 곤충들이 살아가는 갖가지 모습이 아기자기하게 선물처럼 가득 들어있는 것이다.^^

 

그래서 놀기 위해 책을 보는 유아기 아이들에게 이 책은 매우 훌륭한 장난감이 될 만한 책이다.

 

이 책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면서 나비도 잠자리도 사슴벌레 애벌레도 징그러운 곤충이 아니라, 친근한 곤충으로 느껴지기를 바라며,,,

이러한 친근감이 또다른 곤충 책을 찾게 하는 연결고리가 되기를 또한 욕심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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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생 플러스 유형별 해법과학 3-2 - 2007
천재교육 편집부 엮음 / 천재교육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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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2학기가 되면서 딸 아이의 학교는 학년마다 사용할 수 있는 과학 실험실의 사용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과학 실험실 사용에 맞춰 단원의 순서를 바꾸어 수업을 한다.

그래서 1단원부터가 아니라, 4단원 '여러 가지 가루 녹이기'를 먼저 배우고,

7단원 '섞여 있는 알맹이의 분리'를 배운 뒤 단원평가를 두 차례 실시했다.

 

그런데 연거푸 치러진 두 번의 과학 단원 평가를 딸은 모두 100점을 받았다.

반 아이들이 특히 7단원은 어려워 해서 100점이 혼자 뿐이란다.

과학을 좋아하는 평소 딸의 성향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단원 평가를 치기 전 [우등생 플러스 유형별 해법과학]을 풀어본 것이 적효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왜냐하면 학교 시험에서 많이 다룬 유형별 문제들을 다양한 형태로 많이 접해 보고, 문제 자체를 익히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의외로 3학년 아이들은 아직도 과학 문제에 익숙하지 않아서,

문제의 어휘만 약간 바꿔도 틀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걸 많이 연습해 볼 수 있어서 좋은 결과를 얻었지 싶다.

 

문제집이지만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재미난 꼭지도 있다.

각 단원이 시작될 때, 단 3컷의 만화지만 앞으로 그 단원에서 다룰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가를 압축적으로 재미있게 표현하면서 호기심을 증폭시킨 것이 그렇고,,,,,

단원이 끝날 때마다, 그 단원에서 배운 내용을 꼭 기억하도록 '단원 정리하기'를 딱딱한 요점정리가 아니라 만화로 각인시켜 주는 점이 독특하다.

뿐만 아니라 그 단원과 관련된 '생활 속 과학 이야기'를 곁들여 아이들이 교과서에서 배운 과학의 원리가 우리의 생활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속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한다.

예를 들면, 7단원 '섞여 있는 알갱이의 분리'에선 '자동 판매기는 어떻게 동전을 구분할까요?'란 생활 속 과학 이야기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동전의 크기와 지나가는 속도에 따라 구분됨을 배운 내용과 연결해서 알게 하는 식이다.

 

결코 두껍지 않은 교재지만 이렇게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학교 시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유형을 익히고 다져준 다양한 문제의 힘이 무엇보다 크다고 본다.

 

거기에 비하면 각 단원의 처음에서 중요한 내용만을 공책 필기하듯 정리해 준 '핵심정리'는 직접 쓴 손맛이 느껴지지 않고 너무 형광스러워서(?) 엄마 입장에선 사실 거부감이 든다.

너무 형형색색들이다보니 오히려 아이도 힐끗 쳐다만 보고 그냥 지나가 버리고 만다.

조금 깔끔하고 차분한 이미지로 정리가 되었음 오히려 더 보기가 쉽지 않았을까?란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집에 별 다섯의 평점을 잘 주지 않는 내가 과감히 다섯을 줄 수 있는 이유는,,,

아직도 문제집 맨 앞에 붙어있는 모의평가를 가위로 잘라서 풀어보지 않은 상태이니,

중가고사도 기말고사도 이것으로만 대비해도 충분히 될 것 같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시험 지원 사격자를 둔 것 마냥 마음이 든든해 짐을 숨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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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제 해법수학 3-나 - 실력문제은행, 2007
해법수학연구회.최용준 지음 / 천재교육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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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제 해법수학"의 명성은 주변 고학년 엄마들의 입소문을 통해 익히 잘 알고 있던 터였지만,

아이가 1,2학년 때는 문제집을 구지 구입해서 풀려봐야겠단 생각을 못했었다.

그런데 정말 운 좋게도 출판사에서 고객평가단이란 이름으로 고객들의 소리를 교재에 반영하고자 엄마들의 반응을 알아보는 적극적인 모임이 있어, 거기에 응모했다가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3000제'란 교재의 이름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라 처음엔 조금 의아했는데,

수학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문제가 많이 들어있어서 반복적으로 난이도 있는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가능하도록 구성해 놓았다는 것을 알고는 수록된 문제 수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물론 정확히 문제가 3000개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부록으로 제공된 문제은행CD까지 합하면 충분히 그만큼의 문제는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아이들 학교에선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단원 평가를 치른다.

특히 수학은 초등학생들의 학습 기초를 잡아주는 가장 중요한 과목이고, 아이들이 매일 문제를 접하고 풀어서 학습 습관을 잡도록 해 주는 데도 크게 한몫을 하기에 빠뜨리지 않고 시험을 친다.

그래서 요즘은 어떤 식으로든 학년의 학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선행학습으로 기본 문제집 한 권 정도는 풀고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현실적 상황을 감안해 본다면,

"3000제 해법수학"은 학교 단원평가와 기본 문제만으론 조금 부족했던 다양한 문제를 접할 수 있는 문제 보충용 교재로 실력 쌓기를 할 수 있는 적당한 교재임이 분명하다.

 

전체적인 구성은 만화로 공부할 단원을 흥미롭게 엿보게 한 뒤,

1단계로 '교과서 핵심유형 문제'를 통해 책에서 본 익숙한 유형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접하게 한다.

그리고는 2단계인 '실력에 달개달기'를 통해 수학익힘책의 문제를 다양하게 풀어보게 한다.

3단계 '단원 마무리 하기'에서 조금씩 난이도 있는 사고력 문제를 다뤄 주고 나면,

4단계 '우리 학교 기출문제'를 실어서 실제로 학교 시험에 나왔던 중요한 문제들을 실전처럼 풀게 한다.

그리고 5단계 '단원 뛰어넘기'로 아이들이 어려워 할 난이도 높은 응용력 문제와 '단원 서술형 뛰어넘기'와 '우등생 세미나실' 등 창의력을 요하는 유형의 문제들을 입맛 갖춰 고르게 싣고 있다.

 

그리고도 또 남아 있는 부록책 "핵심정리집+퍼즐 북"과 "서술형, 논술형 따라잡기"와 엄청난 수의 문제를 담고 있는 "문제은행 CD"까지......

그야말로 많은 문제를 익히게 해 주기엔 금상첨화이다.

 

한데 이런 장점이 또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3000제 해법수학"의 여러 구성 단계에서 이미 많은 문제를 풀어본 아이가 3개나 되는 부록책으로 눈을 돌려 또 풀기엔 부담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핵심 정리집'은 만화로 단원 엿보기를 한 뒤에 살짝 끼워 넣어서 개념의 원리를 잡게 해 주면 좋을 것 같고, '퍼즐'은 딱딱한 문제 유형 사이사이에 쉬어가는 코너처럼 각 단원에 하나씩 넣어주면 머리도 식혀주고 게임을 하는 즐거움도 느끼게 할 것이다.

또 '서술형.논술형 따라잡기' 역시 서술식 문제만 한 권에 부록으로 묶어 놓으니, 아이가 아예 거들떠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직 서술형에 익숙하지도 않을 뿐더러, 각 문제 단계의 끝에 한 두 개씩 나오는 서술형은 꼭 풀지만, 자꾸 연필로 꾹꾹 눌러 가며 힘들게 답을 써야 하는 문제를 계속 풀어야 하니,,,풀기도 전에 질려 버리는 것이다.

차라리 뒤에 실린 경시대회 대비 문제와 적절히 섞어서 '경시대회 대비 문제'라고 부록 이름을 바꿔 부르는 것이 아이들의 도전 의식을 더 자극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또 하나,,,,

지나치게 많이 사용된 원색의 색상들이 눈을 다소 어지럽고 혼란스럽게 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 유형도 많은데, 색깔과 박스로 분류해 놓은 것까지 이것저것 산만하게 들어오니 더 문제가 많게 느껴지는 단점이 있다.

흑백과 여백의 미를 조금은 살려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 부분이다.

 

그렇더라도,,,,

아이들에게 문제집 한 권으로 이렇게 알차게 다양한 문제를 풀려볼 수 있다는 것은

"3000제 해법수학"이 오랜동안 사랑 받으며 입소문을 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오늘도 단원 평가 시험을 치르기 위해 아침까지 서술형 문제를 잡고 낑낑거리던 딸이

과연 좋은 결과로 함박 웃음을 짓고 올 지,,,은근히 기대가 된다.

"3000제" 한 권만 다 풀고 나면 어쩐지 100점을 받고 신나게 뛰어올 것만 같은지,,,,

딸은 자신감 백배로 화팅을 외치며 학교로 갔으니 말이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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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문학박물관 - 구지가에서 김소월까지 한 권으로 보는
장세현 지음, 경혜원 그림 / 국민출판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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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학시절,, 책 내용이 온통 한자어 투성이라, 한자 사전을 옆에 끼고서 조윤제 선생이 썼던 [한국문학사]를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교수님이 들려주시는 각 문학에 얽힌 재미난 얘기들은 고등학교 시절에 얼핏 들어서 제대로 맛보지 못했던 문학이란 것에 대해 상당히 흥미를 느끼도록 해 주었기에, 토를 달아가며  읽어야 했던 한자들마저도 전혀 밉지 않고 풋풋하게 다가왔었다.

 

그리고,,,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러 버린 지금.

'박물관'이란 이름을 달고서 그 때 만났던 상상력 넘치는 문학들이 고스란히 한자리에 모여 앉아서 어린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려 한다.

감회가 새롭기 그지없다.

 

수많은 어린이책들이 화려한 겉표지와 현란하고 달달한 내용들로 아이들을 끌어당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과연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처럼 누룽지맛 나는 우리의 옛문학에 아이들이 눈길이나 돌릴까?'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소파에 편안하게 누워서 '어렵게 묘사된 문학의 흐름을 이리도 재미있게 쓸 수도 있구나!'란 생각이 미치자, 글쓴이 장세현씨가 큰일을 하나 해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중.고교 국어책에서나 볼 수 있는 문학작품들을 아이들이 쉽게 맛볼 수 있도록 고전적이면서도 해학적인 삽화를 넣어서  시각적 이미지화 시킨 것부터가 아주 세련되다. 

그런데도 중,고교 교과서에서 처음 접하게 되면 정말이지 고리타분한 고전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경우가 많다.

한자로 씌어진 원문이나 딱딱한 한자어투는 흑백의 규격화된 교과서와 더불어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곁가지식 얘기들만 중구난방 흩어져서 머리 속에 남게 되니, 시대적 맥을 잡기란 사실상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 결국 재미난 입말에서 시작된 문학은 어느새 '지겨운 문학'으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또, 고대가요인 <구지가>부터 향가, 고려속요, 시조, 가사, 고전 소설,  근대 초기 문학인 <김소월의 시>까지를 시대적 흐름에 따라 역사 이야기를 섞어가며 맛깔스럽게도 풀어낸다.

어떤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이런 이야기가 생겼으며, 우리 문학사에서 지니는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쉽게 이해하도록 꾸며놓은 것이다.

 

그래서 구성 또한 상당히 체계적이고 깊이가 있다.

문학 작품 하나하나는 초등학생들이 봐도 전혀 어렵지 않도록  재미있게 소개되고 있고, 

이야기가 끝나면 여운과 함께 그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숨은 내용을 <작품 속 이야기>란  카테고리로 묶어서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 걸음 더>는 말 그대로 그 작품이 있게 된 시대적 배경과 사상, 그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 등으로 작품 내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흥미로운 정보들을 제공한다.

문학상식을 풍부하게 넓혀 주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역사적 순서대로  이야기들을 풀어놓았기 때문인지,

가만히 이 책을 끝까지 읽다보면,  시대에 따라 그 특징이나 내용이 조금씩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비현실적이고 황당 무계한 내용이 많다가 점차 현실을 반영하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면서 서민들의 생각을 대신 말해 주는 작품이 많이 창작되었다는 것이다.

즉, 좀더 인간다운 세상을 바랐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 이 시대에도 이런 작품을 읽으며 분노하고, 웃고, 가슴 졸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 아닐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부터, 계속 예전에 깔깔거리며 읽었던 옛시조 한 수가 부쩍 마음을 끈다.

지금 읽어도 여전히 재미있다.

우리 아이들이 문학을 어렵고 딱딱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즐겁고 재미있는 것임을 한 방에 깨우쳐 줄 재치만점의 사설시조!

 

두꺼비 파리 한 마리 물고 두엄더미 위에 올라 앉아

건너산 바라보니 날쌘 송골매 한 마리가 떠 있거늘 기겁을

하고 놀라 펄쩍 뛰어내리다가 두엄더미 아래 굴러떨어졌구나.

두꺼비 일어서며 말하길, 휴우 다행히 몸이 재빠른 나였기에

망정이지 둔한 놈이었으면 다쳐서 멍이 들 뻔했구나!

 

해학 속에 숨은 날카로운 풍자가 아무리 봐도 일품이다.하하하~~~

이 책을 제대로 신나게 읽은 어린이라면 나처럼 큰소리로 웃게 되겠지? ^^

 

어두침침한 민속박물관에 처박혀 있을 뻔 했던 우리 옛문학을,,,,

어른과 아이들이 방학 체험학습 삼아 삐죽 쳐다 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생각날 때면 언제든 신나게 볼 수 있는 밝은 어린이 도서관으로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옮겨 놓은 듯하다.

 

맨 뒤에 실린 '국문학사 연표'는 연대를 쭈욱 나열하고 소개된 작품이 국문학사에서 어디 위치에 있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 것이지만, 차라리 없는 것이 낫지 싶다.

아이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시대명을 적어 구분을 해 주는 것도 아니고,

B.C(기원전)와 A.D(기원후)로 나눠 딱딱한 도표 속에 다른 친구들이 알지 못하는 풍부한 지식들을 갖게 해주려고 했다니.......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고 박수치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내게는, 

숫자와 작품을 꿰맞춰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인지 영~ 끝맛을 쌉싸름하게 만드는 '옥의 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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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3
존 보인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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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 뒤 밤잠을 설쳤다.

두근거리고 방망이질 치는 마음을 쉽게 가눌 수가 없어 새벽녘까지 브루노와 쉬미엘의 환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유태인의 대학살을 다룬 많은 책과 영화를 예전에도 접했지만,

가슴 구석구석 이렇게까지 아픔이 많이 남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이제껏 봐왔던 대부분의 작품들은 피해자인 유태인이나 그들을 바라보는 제3의 객관자가 대부분 화자인 경우가 많았다.

한데 이 작품은 가해자인 나치군 장교의 천진난만한 아홉 살 아들의 시각에서 인류의 비극사인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그려낸 점이 신선한 충격과 아픔을 더해 준다.

 

베를린의 고급 주택에서 가정부 마리안이 자신이 보물처럼 아끼는 물건들을 상자 속에 넣으며 이삿짐을 꾸리자, "내 물건이니까 건드리지 마세요!"하고 당돌하게 말하던 개구쟁이 브루노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앞으로의 얘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이야기가 흘러 가는 상당 부분까지도 막연히 유태인 학살과 관련된 내용이겠거니 생각하며,

순진한 아홉 살 아이의 이사 후 적응기에 귀여움이 느껴져 히죽거리며 웃기까지 했다. 

중반이 훨씬 넘어서면서 차츰 브루노가 그렇게 존경하는 아빠가 수용소의 총사령관이라는 사실과 '퓨리'로 불리는 인물이 히틀러라는 것, 그리고 브루노가 계속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자신이 이사간 곳을 '아우비츠'로 발음했던 곳이 '아우슈비츠'수용소라는 실체가 드러나면서 나의 오감이 서서히 긴장되기 시작했다.

결국 브루노와 가족들이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겪는 그 모든 혼란과 낯선 상황들을 유발한 아버지의 승진이란 게 그런 거였어~라는 생각이 드니, 몸서리가 쳐졌다.

 

물론 이야기 속 브루노,,,, 아홉 살 남자 아이 브루노는,,,,

내가 이 모든 상황을 알고는 손에 땀을 쥐고 잔뜩 긴장해서 책을 읽는 동안에도,

계속 그 모든 일들에 대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는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 남자 아이로 여전히 남아 있었다.

오히려  브루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특별한 만남이 즐거운 생활의 일상이 되어 그를 점점 기쁘게 할 뿐....

 

탐험 놀이를 즐기던 브루노가 집 주변에 쳐진 철조망 너머에 앉아있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쉬미엘을 발견하고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은 가해자인 독일 나치의 아이와 피해자인 유태인 아이의 마주침이라는 역사적 비극이 숨어 있음에도 그저 따뜻하고 아름답고 가슴 찡하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있음에도 어른들의 전쟁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오로지 아홉 살 자신들의 꿈과 삶에 대해서만 이야기 나누면서 서로 공감대와 우정을 쌓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철조망 건너편의 쉬미엘이 자신의 아버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걱정하자 탐험하기 좋아하는 브루노는 친구의 아버지를 함께 찾아주기 위해 줄무늬 파자마를 입고 철조망 안으로 들어간다.

브루노가 머리에 줄무늬 모자를 쓰고 줄무늬 파자마를 입었을 때,,,,

쉬미엘은 눈을 깜박거리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브루노는 철조망 안에 사는 자신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브루노는 철조망 밖에서 생활하고, 쉬미엘 자신은 안에서 생활해야 할까?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은 곧 '브루노이면서 쉬미엘'이란 상징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아버지를 찾아 헤매다가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뜻모를 행진 대열에 끼어 밀폐된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도 두 소년은 "네 아빠를 찾아 주지 못해 미안해.", "오늘 제대로 놀지 못한 게 아쉽다."라며  두 손을 맞잡고 서로를 위로한다.

나의 숨이 턱~하고 목줄기 끝까지 치밀어 올라 눈이 빨개질 때쯤,,,

사람들로 꽉 찬 출입문이 쾅하고 닫히며 암흑같은 어둠 속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아우성을 친다.

그 후로,,,브루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헉,,,,,,,,ㅠㅠ

 

반전이 있을 줄 알았다.

어린 아이들이라, 이렇게 예쁘고 착한 우정을 가진 아이들이라 뭔가 따뜻한 결말을 기대했다.

충격으로 턱까지 치밀고 올라온 숨을 잠시 쉴 수 없었다.

잠 자고 있는 내 아이들의 얼굴이 겹쳐지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두 소년이 전쟁의 대학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도 나에게 찐한 눈물을 솟구치게 했던 것처럼,

어떤 말로도 홀로코스트를 들먹일 수가 없다.

그저 이런 가슴아픈 우정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 -_-;;

 

이젠 줄무늬만 봐도 가슴이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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