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
오쿠다 히데오 지음, 정숙경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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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마돈나, '걸'이 여자들의 사소한 이야기라면 이번 작품 '마돈나'는 남자들의 사소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다섯개의 단편이 담겨져 있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무겁게 주제를 다루지 않아서 머리를 식히고자 할때 읽곤했다. 처음 공중그네와 인더풀을 접했을때 너무 산뜻하고 개성적인 캐릭터 설정에 오쿠다 히데오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는 그에게 푹 빠져들어갔다. 그만큼 매력있다. 무겁지도 않으면서 그렇고 가볍게 웃고 넘어가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 그런작품이라고 할까?

 

 다섯편의 작품중 '마돈나'를 읽었을땐 사실..놀랐다. 직장의 상사가 새로온 신입사원에게 흑심을 품고 질투를 하고 혼자 사랑하는..하지만 총각이라면 모르겠지만 유부남이..그것도 처녀를 상대로..내가 나이가 어려서 그런건지, 위로 직장상사를 많이 못 겪어봐서 그런지, 아니면 일본인의 정서상 그런지, 남자들이 그런생각을 하고 사는지 몰랐다. 놀랍기도하고 왠지 몰라야 할 것을 알아버린 기분이랄까? 찝찝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마돈나가 누구나에게나 존재할거란 생각 왠지 당연하다는 생각하지만 가까운 사람을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너무 더티하다고 해야할까..설정인 것인지 알길이 없다. 그냥 혼자 아닐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어버렸다.

 

 이렇듯 이번 책은 왠지 여자들이 읽으면 좀 애매한 기분이 들것 같은 생각이 든다. 더구나 내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라면 이해가 전혀 안될 것같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나도 이해가 안가는데 그 상황이 전혀 이해가 안갈것같다. 댄서가 되고싶어하는 아이를 보면서 부부갈등이 일어난다. 그것도 청소년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심리가 아닐까?

 

 이번 책은 왠지 중년 남성을 겨냥한 책 처럼 보인다. 중년 남성의 심리를 엿보고싶으신 분들은 읽기를 추천한다.^^;;유쾌 통쾌한 재미는 찾기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오쿠다 히데오의 다음작품을 기대해본다 아직은 그의 배터리가 바닥나지 않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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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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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달 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그해 여름이었다."로 시작이 되는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때는 이미 첫장에 모든 줄거리가 다 나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눈여겨 보지 않았던 탓일까 그의 삶을 짐작할 수 없었다.




 마르코 스탠리 포그, 아버지는 태어날때부터 없었고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외삼촌 빅터 삼촌과 함께 살았지만 그가 돌아가신 후 그의 삶은 무언가가 '툭'하고 끊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후 그는 외삼촌이 물려주신 천여권의 책들을 모조리 다 읽어버리고 거지 생활을 하면서 자신을 합리화 시키고 그렇게 살다가 결국은 죽음이 눈앞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삶은 여러 가지 뜻밖의 사고로 결정됩니다.」

 내가 되도록이면 간명하게 설명하려고 애쓰면서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같이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그런 충격과 사고에 맞서 싸웁니다. 하지만 저는 2년 전에 철학적인 이유에서 그런 투쟁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그가 거지 생활을 했던 이유였다. 그 죽음의 문턱에서 구출된 것은 자신에게는 아직 친구가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절벽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렸지만 떨어져 죽기 직전에 뭔가 예사롭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그렇게 상을 받는다는 사실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떨어져 내리는 두려움이 줄어들지는 않았더라도 그 두려움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새로운 조망을 얻는 것이었다. 나는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렸지만 마지막 순간에 뭔가가 팔을 뻗쳐 허공에 걸린 나를 붙잡아 주었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믿는다. 사랑이야말로 추락을 멈출 수 있는, 중력의 법칙을 부정할 만큼 강력한 단 한 가지 것이다."




 키티 우 라는 여성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던 것이 달로 향하는 그를 다시 지상으로 잡아오는 계기가 되었다. 마르코 스탠리 포그 (M.S. 포그)는 항상 공상 속에 빠져 사는 인간이다. 무엇이든 의미를 부여하기를 좋아하고 그의 행동에 항상 합리화를 시키는 그런 사람.




 나락에서 구출 받은 뒤 친구 짐머의 집에 얹혀살게 되자, 그는 더 이상 친구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만나게 된 것이 토머스 에핑, 다리를 쓰지 못하는 불구자에 눈먼 그 노인에게 책을 읽어주고 말동무가 되어주는 일이다. 그 노인과의 만남이 모든 일의 실마리가 된다. 그 노인의 삶의 이야기로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박차를 가하게 된다. 그 노인은 자신이 죽은 사람이라는 것 젊은 시절화가였고 아내가 있었고 사막에서 사고로 친구를 잃고 자신은 죽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 우연히 들어간 동굴에 있던 살해된 시체를 치우고 그 곳에서 많은 그림을 그렸다는 것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자신에게는 아들이 있었다는 것 그 아들의 이름은 솔로몬 바버, 그 노인이 죽고 나서 그는 솔로몬 바버를 만나게 되고 그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어떻게 꼬이고 꼬인 인생인 것인가 아니면 인생이란 원래 이렇게 꼬여있는 것인가, 포그와 바버의 인생은 읽으면 읽을수록 닮은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바버 자신도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없었고 그 공허함을 책으로 메우며 정신없이 책을 도피처로 삼아 달아나고 포그 자신도 아버지가 없었고 그는 삼촌이 남겨주신 책을 도피처로 삼아 온갖 철학을 펼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둘의 이음새 이다. 아니, 그것은 셋의 이음새이다. 포그 자신과 솔로몬 바버와 나. 둘은 자신의 이름에 의미부여하기를 좋아했다. 이렇게 닮은꼴인 둘이다.




 「비난을 받아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일을 받아들이기가 조금이라도 더 쉬워진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모두 놓쳐 버린 관계, 잘못된 시기, 어둠 속에 생겨난 실수였다. 우리는 언제나 잘못된 시간에 옳은 곳에, 옳은 시간에 잘못된 곳에 있었다. 언제나 서로를 놓쳤고, 언제나 간발의 차이로 전체적인 일을 알지 못했다. 우리의 관계는 결국 그렇게, 잃어버린 기회의 연속이 되고 말았다. 그 이야기의 조각들은 처음부터 모두 거기에 있었지만 누구도 그것을 어떻게 이어 붙여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작가는 그것을 어떻게 이어 붙여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나보다. 모든 것이 이런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나 자신이 어떻게 이곳에 와 있는지 이런 생활을 하고 있을지는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하지만 우연을 가장한 필연들이 겹치고 겹쳐서 지금의 나는 ‘폴 오스터’를 읽고 있다. 이것이 가장 확실한 대답이다.




 "때로는 사물들이 보이는 것과 다를 경우가 있는데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면 곤란한 일에 빠져 들 수도 있습니다."




라고 경고한다. 어떠한 이유에서 그렇게 되었는지 그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의 그는 있다. 그것이 진정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달의 궁전이라는 네온사인에서 그는 현실과 다른 무언가를 보았고 그 곳을 열어주는 문을 보았다. 책의 마지막 까지도 그것을 열망한다. 사랑을 했고 그것을 지킬 수 있을지 알았지만 끝내는 그것을 지키지 못하고 주위의 모든 사람이 죽고 떠나고 홀로 남겨진 채 떠오르는 달을 바라본다. 그것이 남겨진 희망이다. 주인공의 삶은 결코 쉽지 않은 삶이지만 그의 인생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지만 (그는 절대 열고 싶어 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손에 의해 열려져버린 것이다.) 그것이 모두 절망으로 바뀌었지만 작가는 희망이라는 것을 남겨두었다.




 처음 읽었을 땐 그저 노인의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야기 일 뿐 이였지만 주인공 포그의 할아버지라고 생각하고 다시 읽었을 땐 새로운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폴 오스터의 책은 한번 읽고 덮어버리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있는 책이다. 최소 두 번은 읽어야지 그제서야 이야기가 자리를 잡혀간다. 모든 것이 복선으로 깔려져 있다. 인생이란 하나의 일직선상에 모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얽히고 섥혀 풀지 못하는 실타래이다. 그 실타래 속에 내 삶이라는 그 실타래 속에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이 걸려 져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이 작품을 읽지 않고 산다면 후회할 뻔했다. 그만큼 좋은 작품이라는 것에 한 표 던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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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한지 - 전10권 세트 김정산 삼한지
김정산 지음 / 예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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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려, 신라 ,백제 우리의 삼한의 시대는 700년이나 계속 된 채 지속이 된다. 삼국지의 위, 촉, 오는 100년이 못되게 그 정도만 분열 되어 있었다. 그러면 우리의 삼한은 분열된 채 계속지내도 서로 만족하면서 살았던 것일까? 아니면, 삼국을 어우를 만한 인물이 없었던 것일까? 삼한지를 읽기전의 의문들은 읽고 나서 말끔히 사라져 간다. 하루하루 사람을 죽이고 내 성을 빼앗겼다가 빼앗아 오고 정세는 어지러워지고 고구려가 번성했다가 백제가 번성했다가 신라가 번성했다가 하지만 통일시키지 못하고 서로를 견제하기만 하는 형태인 삼각형 양국이라면 모르겠지만 삼국이라는 것은 참 난해한 문제이다. 그것도 아주 풀기 힘든 문제이다. 그런 형세에서 삼한은 모두 원하고 있었다. 삼국을 통일 시킬만한 인물이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지기를.

 삼국의 통일 이야기의 대장정은 진지왕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내부의 음모로 폐위된 진지왕의 아들 용춘은 아버지의 이상한 죽음에 원한을 품고 있다. 진지왕의 서자 비형은 귀신들을 부리며 남모르게 용춘을 도와준다. 취산에서 용춘과 금관국의 왕손인 서현과 우정을 맹세한다. 서현은 신라왕가의 만명 낭자와 사랑하여 김유신을 낳는다. 삼국을 통일시킬만한 인물이 비로소 떨어진 것이다.

 마를 캐며 살았다 하여 붙여진 마동왕자 부여장은 신라로 건너가 선화공주를 만나고, 그녀를 왕실에서 꾀어내기 위해 서동요를 지어 부른다. 이로 부여장은 선화공주를 얻고 백제로 건너가 살다가 임금으로 옹립되어 왕위에 오른다. 마동왕자의 거짓말은 여기서 부터 드러나게 된다.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보라고 했다. 서동요를 지어 부르는 마동왕자는 백제의 부여장 임금이 되고나서도 한 입으로 두말하기를 반복한다.

 한편 중국은 수나라 양광이 국내를 평정하고 오래전부터 꿈꾸던 정복의 야욕을 하나둘 행동에 옮김으로써 고구려를 침략한다. 고구려의 인재인 단귀유과 스승 주괴는 고구려를 도와 수나라를 물리치려 했지만 내부의 모함으로 죽임을 당한다. 이런 아까운 인재를 잃게 된 것이 고구려의 멸망을 보여준 것이리라.

 아버지와 형을 죽이고 보위에 오른 수나라 양광은 군사 200만을 이끌고 대규모 요동정벌에 나선다. 하지만 고구려장군 을지문덕에게 크게 패하여 돌아가게 되고 38년의 짧은 역사로 수나라는 멸망하게 된다.

 『안으로는 부강함을 믿고 밖으로는 땅을 넓힐 욕심에 교만으로써 원한을 취하고 성을 냄으로써 군사를 일으키니, 이 같은 형편에서 망하지 않은 것은 고래로 듣지 못한 일이다.』

 백제 부여장은 신라의 선화공주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혀로는 화친을 도모하자고 하고는 뒤로는 신라를 치는 야비한 수법을 써가며 영토를 넓혀간다. 용춘과 천명공주의 아들 김춘추는 두두리거사(진지왕의 서자 비형)를 우연히 만나 이치를 깨우친다. 수나라가 망한 직후 중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 한편 용춘은 자신의 아들의 미래를 걱정해 성골을 포기하고 진골로 살기를 결심한다. 녹각을 비유하며 아름다운 뿔이 있기 때문에 죽임을 당하는 것 이라는 이치를 깨닫게 된다. 자신의 자리를 내 놓으면 아무도 해칠 사람이 없다는 것 그것이 진실인 것이다. 성골로 살기를 고집했다면 용춘의 아들 김춘추는 신라가 통일되기 훨씬 이전에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호시탐탐 왕위를 노리던 백반은 진평왕이 나이가 들어 정신이 오락가락 하자 임금이 되기 위해 반란을 일으켜 형(진평왕)을 살해 한다. 이처럼 자신이 왕이 되기 위해서 죽고 죽이는 일이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성골의 덕만공주를 옹립한 용춘과 서현이 진압군을 조직해 진압하고 왕위에 오르지만 여왕이 즉위하자 신라는 어지러운 형국에 이른다.

 백제는 부여장이 세상을 뜨고 신라는 용춘이 세상을 뜬다. 의자왕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고 대야성전투에서 김춘추의 딸과 사위를 죽여 신라조정으로 보낸다. 이 일로 지나친 원한을 사게 되고 김춘추와는 철천지원수가 된다. 고구려는 연개소문이 왕을 시해하고 보장을 내세워 왕위를 잇게 한다. 왕을 시해한 것을 빌미로 당은 또 고구려를 넘본다. 틈만 나면 노리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신라는 백제를 멸하기 위해 고구려에 도움을 청했으나 이를 거절당하고 오히려 백제와 동맹을 맺어 여제동맹이 맺어진다. 이에 신라는 당과 손잡는 수밖에 없나 고심하고 당은 연개소문을 문죄한다며 요동정벌을 꾀하게 된다. 하지만 안시성전투에서 크게 패하여 돌아간다. 신라에서는 비담이 선덕여왕을 살해하고 반란을 일으키지만 곧 수습되고 진덕여왕이 보위를 잇는다.

 백제와 신라는 계속된 전란에 서로 죽고 죽이고 반복하며 통일의 명분은 점차 사라진다. 신라는 당나라와 손을 잡고 나당동맹을 맺게 된다. 진덕여왕이 세상을 뜨고 최초의 진골왕인 김춘추가 등극하게 된다. 백제의 의자왕은 삼천궁녀설 등등으로 민심을 잃어가고 신라는 알천이 세 번 양위를 거절한 사건으로 민심을 얻어 하나가 되어간다. 이에 고구려와 백제는 신라를 치고 당과 손잡은 신라는 백제와 고구려를 차례로 멸망시키지만 당은 백제와 고구려에 도독부를 설치하고 이를 신라에 돌려줄 마음이 없는 것이 드러나게 된다. 김춘추가 백제에서 죽자 아들 법민이 왕위를 잇게 된다. 법민은 백제와 고구려 유민들을 거두게 되고 이로 당은 크게 분노하게 된다. 신라는 당과의 싸움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고 백제에 당의 도독부를 평정하면서 나당대전이 깨어진다. 안으로는 친당파와의 싸움을 하게 되고 기나긴 나당전쟁을 치루게 된 신라는 그 사이 김유신장군을 잃게 되지만 유신의 서자 김시득이 나당전쟁의 종지부를 찍게 된다.

 신라가 삼한을 통일했다. 한사람의 노력으로는 절대로 될 수 없는 일이다. 눈물 콧물을 흘리며 친족의 죽음등을 보고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느끼며 읽었다. 읽는 사람이 이럴지 언대 하물며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마음이야 어찌 가벼이 전쟁을 치뤘다고 할 수 있는가. 목이 메이고 가슴이 답답하고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세대에 감사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최소한 나의 아버지는 같은 땅을 밟고 계시고 언제든지 만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감사한 일은 없을 것이다.

 삼한지는 우리에게 지나간 영웅들을 다시 살려서 되돌려주고 있다.

 어려운 국가의 형세에서 충신들이 많이 태어난다고 한다. 삼국의 통일 직전이야 말로 삼국이 가장 어려웠을 시대였을 것이다.

『지금은 난세일세. 난세에는 간신이 임금을 미혹시키고 충신이 내쫓기는 것은 흔한 일이라네. 나는 차라리 육 사가 승냥이 떼처럼 날뛰는 금성을 떠나 조용한 곳에서 심신을 닦게 된 일을 복이라 여기네. 언젠가 현명한 군주가 나타나 어지러운 세상을 평정할 때가 오기를 기다릴 따름이네.』

 입으로는 얼마든지 충절을 맹세할 수 있으나 난세에 이르러서는 목숨을 바치는 충신이 몇 되지 않는다. 어려울수록 충신이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을지문덕, 계백장군, 김유신등 흔히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던 인물이 한 시대를 타고 난 것은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만큼 나라가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 생각 된다.  그 시대의 영웅들을 지금에 와서 다시 이렇게 살아 숨쉬듯 그리고 있는 작가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소설에 불과하지만 역사라는 것 자체가 사람이 기본적인 것을 가지고 추측을 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 시대에는 어땠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의 가슴속에 그려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소설의 힘이다. 이것이 삼한지의 힘이다.

 삼한지는 또 우리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준다.

 『우중문은 덕이 없고 혈기만 앞선 자이지만, 주문술은 제법 사려가 깊고 분별력을 지닌 사람일세. 저들을 돌아가게 만들려면 우문술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퇴로의 명분과 구실을 주어야지. 자고로 군사를 내거나 물리는 일은 오로지 명분일세.』

 을지문덕장군이 살수대첩에서 사용한 전술이다. 궁핍한 지경에 처해 있다고 하지만 궁지에 몰린 쥐도 너무 몰거나 하면 고양이를 무는 법인데 을지문덕장군은 그들에게 퇴로를 내어주고 물러날 기회를 주어서 도망가게 만들었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무리 짓는 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훗날을 보지 않고 그들을 모조리 멸해버리면 지금이야 속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후대에는 그 화가 어떻게 돌아올지 모른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지금이야 전쟁이 일어나지 않지만 사는 것 하나 하나가 전쟁이 아니던가 적과의 싸움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많은 것을 대입해 볼 수 있었고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정치싸움도 싸움이라면 싸움이 아니던가 외교관계가 그렇지 않던가? 그들에게 해줄 것은 해주고 받을 것은 받기 위해 우리나라도 김춘추같은 외교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삼한지는 CEO로써 갖추어야 할 자질을 일러준다.

 『대개 군주가 이웃 나라를 정벌하려는 뜻은 땅을 취하기 위함이지만 현군은 백성들을 얻고자 군사를 일으킵니다. 보통 임금은 성곽과 구루에 연연해 군사로써 민심을 해지지만 성군은 민심을 취하는 일이라면 오히려 성곽 따위는 내어줄 수도 있습니다. 물건을 훔치는 자는 도둑이며 마음을 훔치는 이는 성인입니다. 천하를 탐내는 자는 오히려 망하고 천하를 이롭게 하는 이는 크게 흥한다고 하였나이다. 덕은 칼보다 무디지만 만인을 한꺼번에 복종시키는 가공할 무기요, 성군의 덕업이 빛을 발하면 천군만마가 하지 못하는 일도 일시에 일어날 수 있는 법입니다.』

 군주는 한나라의 주인일 수 있지만 군주는 우리사회에서는 작은회사의 사장일 수 있고 종업원 한둘을 쓰고 있는 식당주인 일 수 있다. 가정의 아버지 일 수 있고 학교의 선생님 일 수 있다. 물건을 훔치는 자는 도둑이고 마음을 훔치는 이는 성인이라고 하지 않는가 진정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시민의 마음을 훔쳐야 한다. 내 마음을 훔쳐가야 한다. 이제 곧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훔칠 자가 있는지 보고 있지만 도통 보이질 않는다. 분명 군주는 덕을 무기로 하여 내 마음을 훔치는 사람이여야 한다고 했지만 그런 사람이 있는 가가 문제인 것이다. 모든 대선주자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진정으로 나라를 위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고 싶다. 서로를 헐뜯고 싸우는 것만이 일이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중지란이 어찌하여 일어나는지 아는가? 열 형제가 다 같이 굶고는 화목하게 지낼 수 있어도 어디서 밥 한 그릇이 생기면 비로소 다툼이 일고 전에 없던 불만도 생기는 법이라네.』

 한때 우리나라는 새나라를 외치며 새벽종을 울리며 열심히 굶어가며 일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굶었지만 민심은 흐트러지지 않았고 나눔도 더욱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시대가 왔다. 무엇이 문제 인지 잘 몰라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그 문제를 덮어버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비로소 이 문장에서 답을 얻었다. 이유는 밥 한 그릇에 있다. 이 모든 문제가 밥 한그릇에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안다면 우리는 달라지지 않을까? 책은 이렇게 고민을 해결해준다. 문제를 풀어준다. 이것이 책을 읽는 이유에 있다. 이것이 손에서 책을 떼지 못하는 이유에 있다. 삼한지를 읽으면서 얻은 답은 가슴속에 깊이 담아 두었다. 이 모든 답을 직접 알려줄 수 없다. 모두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흥미를 유발시켜주고 그제서야 읽게 되면 그 답을 찾았냐고 물어보고 싶다. 모든 사람의 답을 이 책 속에서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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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려 써야 할 우리말 사전
고정욱 지음 / 자유로운상상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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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말, 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 중 꽤나 많은 말들이 외래어로 채워져 있다. 순화되어야할 일본말 중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다마'나 '다꽝'등은 알고 있었는데 '우동'이라든지 '오뎅'같은 말은 고유명사로 인정해줘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억지로 끼워맞추는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면 그것도 표준어로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보기 안좋은 말은 피해야 하겠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주자. 어려운 말들은 갈수록 잊혀져가고 있다. 나조차도 이 책을 읽으면서 입을 딱 다물지 못했다. 다물고 나서는 다시 쩌억하고 입이 벌려지는 까닭은 이렇게 많은 모르는 말이 있었다니..이거 정말 한국사람도 한국말 사용하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어떻게 외국인에게 사용해주기를 바라겠는가. 처음듣는 말들로 채워진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기에는 지루하고 시간도 만만치 않게 걸릴것 같다. 읽어서 실상 활용하기전에 잊어버릴것 같다. 그래서 조금씩 아껴서 두고 두고 한장씩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북한에서 사용하는 말 중 우리가 다시 살려서 써야할 말들이 참 많이 있었다. 북한언어가 처음에는 웃기고 재미있더니 그런관심을 가지고 잘 읽어보니 아름다운 말이 많이 있었다. 쓰고 싶은 고운말들이 많았다. 넓은바다를 '호호바다'라고 한다. 하하호호바다 좋은 말 같은데 왜 사용하지 않을까? 나부터 사용해야겠다.

 

 아름다운 말 고운말이 아름다운 입술에 머물수 있게 해주어야겠다.

 

 말이 나온김에 한마디만 더 늘어놓자면..요즘 청소년들의 잘못된 언어사용에 관한 말이다. 어릴때는 잘 모르고 썼던 인터넷용어들이 나이가 조금 들고나서 보니 전혀 아름답지도 않고 오히려 어른들이 듣기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우리들만의 은어가 남들이 모르는 비밀스러운 은어가 사용할때는 좋을지 몰라도 자꾸 그런말을 사용하다보면 본래의 우리국어는 사라져버리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이것은 몸소 실천한 경험에서 하고싶은 말이다. 나조차도 '방가방가'등의 인터넷용어를 즐겨사용했었다. 친구들이 내 문자메시지를 해석해야 할 정도로 왜곡되게 사용하고 있었다. 그것을 지금에 와서는 후회한다. 그때는 그냥 그러고 싶었나 보다. 어떠한 심리에서 그렇게 했는지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어찌되었든 지금은 아름다운 우리말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고싶다. 얼마든지 아름다운 말이 많이 있다. 그런것을 찾는 것이야 말로 들판에 핀 아름다운 꽃을 발견하는 것에 비유하겠는가.

 

 이런 즐거움을 요즘 청소년들이 알아줬으면..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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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 제10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 수상작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5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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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소설의 제목은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의 제목을 패러디 한 것이라고 한다. 샐린저의 책이 일본에서는 '호밀밭에서 붙잡아서'라는 타이틀로 번역이 되었기때문에 이 책의 제목이 '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가 된 것이다.

 

 유머소설이라고 해서 우울한 일상에서 한바탕 웃어볼까 하고 읽어보기 시작했다. 300명남짓한 농촌마을을 살리기 위해서 청년회장 신이치가 거짓소문을 만들기 시작한다. 재미,웃음 글쎄 잘 모르겠다. 단지 거슬리는 것은 어색한 사투리이다. 일본소설을 많이 읽었지만 일본소설의 번역때문에 어쩔수 없겠지만 하면서 넘어갔던 적이 많았다. 사투리..읽는데 자꾸 눈에 거슬려서 좀 짜증이 일었다.

 

 오로로콩이라는 콩을 먹고 사는 우시아나 마을 어느것 하나 내새울 것이 없어서 고대의 공룡을 출현시키는 악의없는 거짓소동을 만든다. 효과는 만점이다. 매스컴등 소문이 쫘악 퍼지면서 마을은 금새 유명해진다. 읽으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우리마을도 소도시라 마을은 점점 노인인구만 늘어나고..만약 내가 마을을 일으켜 세우고자 하면 어떤일을 해야할까?하고..

 

 정말 힘든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거짓으로 공룡을 출현시키진 않을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왔듯 결혼으로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은 괜찮은 것 같다. 하지만 요즘 누가 농촌으로 시집오려고 하나..다들 넓은 곳으로 가고싶어 늙은 부모들도 내팽겨 쳐놓고 가는 마당에..참 소재가 아픈 소재인것같다. 지금 이시대의 문제점을 웃음거리로 만들자니..마음이 아프다.

 

 "오로로콩이라면.."

 "오로로콩은 오로로콩이여."-p.115


 

 소설은 그냥 소설일 뿐이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야할 것 같다. 큰 웃음은 없지만 그냥 소소하게 넘기는 웃음은 자잘하게 많은 작품이다. 블랙유머가 아니라서 그냥 생각 없이 웃고 싶을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소설이라고 해야 적당한 것같다. 우리 자신은 국가나 마을에게 무엇을 바라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 국가나 마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도는 생각해 보아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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