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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한지 - 전10권 세트 ㅣ 김정산 삼한지
김정산 지음 / 예담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고구려, 신라 ,백제 우리의 삼한의 시대는 700년이나 계속 된 채 지속이 된다. 삼국지의 위, 촉, 오는 100년이 못되게 그 정도만 분열 되어 있었다. 그러면 우리의 삼한은 분열된 채 계속지내도 서로 만족하면서 살았던 것일까? 아니면, 삼국을 어우를 만한 인물이 없었던 것일까? 삼한지를 읽기전의 의문들은 읽고 나서 말끔히 사라져 간다. 하루하루 사람을 죽이고 내 성을 빼앗겼다가 빼앗아 오고 정세는 어지러워지고 고구려가 번성했다가 백제가 번성했다가 신라가 번성했다가 하지만 통일시키지 못하고 서로를 견제하기만 하는 형태인 삼각형 양국이라면 모르겠지만 삼국이라는 것은 참 난해한 문제이다. 그것도 아주 풀기 힘든 문제이다. 그런 형세에서 삼한은 모두 원하고 있었다. 삼국을 통일 시킬만한 인물이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지기를.
삼국의 통일 이야기의 대장정은 진지왕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내부의 음모로 폐위된 진지왕의 아들 용춘은 아버지의 이상한 죽음에 원한을 품고 있다. 진지왕의 서자 비형은 귀신들을 부리며 남모르게 용춘을 도와준다. 취산에서 용춘과 금관국의 왕손인 서현과 우정을 맹세한다. 서현은 신라왕가의 만명 낭자와 사랑하여 김유신을 낳는다. 삼국을 통일시킬만한 인물이 비로소 떨어진 것이다.
마를 캐며 살았다 하여 붙여진 마동왕자 부여장은 신라로 건너가 선화공주를 만나고, 그녀를 왕실에서 꾀어내기 위해 서동요를 지어 부른다. 이로 부여장은 선화공주를 얻고 백제로 건너가 살다가 임금으로 옹립되어 왕위에 오른다. 마동왕자의 거짓말은 여기서 부터 드러나게 된다.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보라고 했다. 서동요를 지어 부르는 마동왕자는 백제의 부여장 임금이 되고나서도 한 입으로 두말하기를 반복한다.
한편 중국은 수나라 양광이 국내를 평정하고 오래전부터 꿈꾸던 정복의 야욕을 하나둘 행동에 옮김으로써 고구려를 침략한다. 고구려의 인재인 단귀유과 스승 주괴는 고구려를 도와 수나라를 물리치려 했지만 내부의 모함으로 죽임을 당한다. 이런 아까운 인재를 잃게 된 것이 고구려의 멸망을 보여준 것이리라.
아버지와 형을 죽이고 보위에 오른 수나라 양광은 군사 200만을 이끌고 대규모 요동정벌에 나선다. 하지만 고구려장군 을지문덕에게 크게 패하여 돌아가게 되고 38년의 짧은 역사로 수나라는 멸망하게 된다.
『안으로는 부강함을 믿고 밖으로는 땅을 넓힐 욕심에 교만으로써 원한을 취하고 성을 냄으로써 군사를 일으키니, 이 같은 형편에서 망하지 않은 것은 고래로 듣지 못한 일이다.』
백제 부여장은 신라의 선화공주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혀로는 화친을 도모하자고 하고는 뒤로는 신라를 치는 야비한 수법을 써가며 영토를 넓혀간다. 용춘과 천명공주의 아들 김춘추는 두두리거사(진지왕의 서자 비형)를 우연히 만나 이치를 깨우친다. 수나라가 망한 직후 중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 한편 용춘은 자신의 아들의 미래를 걱정해 성골을 포기하고 진골로 살기를 결심한다. 녹각을 비유하며 아름다운 뿔이 있기 때문에 죽임을 당하는 것 이라는 이치를 깨닫게 된다. 자신의 자리를 내 놓으면 아무도 해칠 사람이 없다는 것 그것이 진실인 것이다. 성골로 살기를 고집했다면 용춘의 아들 김춘추는 신라가 통일되기 훨씬 이전에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호시탐탐 왕위를 노리던 백반은 진평왕이 나이가 들어 정신이 오락가락 하자 임금이 되기 위해 반란을 일으켜 형(진평왕)을 살해 한다. 이처럼 자신이 왕이 되기 위해서 죽고 죽이는 일이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성골의 덕만공주를 옹립한 용춘과 서현이 진압군을 조직해 진압하고 왕위에 오르지만 여왕이 즉위하자 신라는 어지러운 형국에 이른다.
백제는 부여장이 세상을 뜨고 신라는 용춘이 세상을 뜬다. 의자왕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고 대야성전투에서 김춘추의 딸과 사위를 죽여 신라조정으로 보낸다. 이 일로 지나친 원한을 사게 되고 김춘추와는 철천지원수가 된다. 고구려는 연개소문이 왕을 시해하고 보장을 내세워 왕위를 잇게 한다. 왕을 시해한 것을 빌미로 당은 또 고구려를 넘본다. 틈만 나면 노리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신라는 백제를 멸하기 위해 고구려에 도움을 청했으나 이를 거절당하고 오히려 백제와 동맹을 맺어 여제동맹이 맺어진다. 이에 신라는 당과 손잡는 수밖에 없나 고심하고 당은 연개소문을 문죄한다며 요동정벌을 꾀하게 된다. 하지만 안시성전투에서 크게 패하여 돌아간다. 신라에서는 비담이 선덕여왕을 살해하고 반란을 일으키지만 곧 수습되고 진덕여왕이 보위를 잇는다.
백제와 신라는 계속된 전란에 서로 죽고 죽이고 반복하며 통일의 명분은 점차 사라진다. 신라는 당나라와 손을 잡고 나당동맹을 맺게 된다. 진덕여왕이 세상을 뜨고 최초의 진골왕인 김춘추가 등극하게 된다. 백제의 의자왕은 삼천궁녀설 등등으로 민심을 잃어가고 신라는 알천이 세 번 양위를 거절한 사건으로 민심을 얻어 하나가 되어간다. 이에 고구려와 백제는 신라를 치고 당과 손잡은 신라는 백제와 고구려를 차례로 멸망시키지만 당은 백제와 고구려에 도독부를 설치하고 이를 신라에 돌려줄 마음이 없는 것이 드러나게 된다. 김춘추가 백제에서 죽자 아들 법민이 왕위를 잇게 된다. 법민은 백제와 고구려 유민들을 거두게 되고 이로 당은 크게 분노하게 된다. 신라는 당과의 싸움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고 백제에 당의 도독부를 평정하면서 나당대전이 깨어진다. 안으로는 친당파와의 싸움을 하게 되고 기나긴 나당전쟁을 치루게 된 신라는 그 사이 김유신장군을 잃게 되지만 유신의 서자 김시득이 나당전쟁의 종지부를 찍게 된다.
신라가 삼한을 통일했다. 한사람의 노력으로는 절대로 될 수 없는 일이다. 눈물 콧물을 흘리며 친족의 죽음등을 보고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느끼며 읽었다. 읽는 사람이 이럴지 언대 하물며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마음이야 어찌 가벼이 전쟁을 치뤘다고 할 수 있는가. 목이 메이고 가슴이 답답하고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세대에 감사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최소한 나의 아버지는 같은 땅을 밟고 계시고 언제든지 만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감사한 일은 없을 것이다.
삼한지는 우리에게 지나간 영웅들을 다시 살려서 되돌려주고 있다.
어려운 국가의 형세에서 충신들이 많이 태어난다고 한다. 삼국의 통일 직전이야 말로 삼국이 가장 어려웠을 시대였을 것이다.
『지금은 난세일세. 난세에는 간신이 임금을 미혹시키고 충신이 내쫓기는 것은 흔한 일이라네. 나는 차라리 육 사가 승냥이 떼처럼 날뛰는 금성을 떠나 조용한 곳에서 심신을 닦게 된 일을 복이라 여기네. 언젠가 현명한 군주가 나타나 어지러운 세상을 평정할 때가 오기를 기다릴 따름이네.』
입으로는 얼마든지 충절을 맹세할 수 있으나 난세에 이르러서는 목숨을 바치는 충신이 몇 되지 않는다. 어려울수록 충신이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을지문덕, 계백장군, 김유신등 흔히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던 인물이 한 시대를 타고 난 것은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만큼 나라가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 생각 된다. 그 시대의 영웅들을 지금에 와서 다시 이렇게 살아 숨쉬듯 그리고 있는 작가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소설에 불과하지만 역사라는 것 자체가 사람이 기본적인 것을 가지고 추측을 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 시대에는 어땠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의 가슴속에 그려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소설의 힘이다. 이것이 삼한지의 힘이다.
삼한지는 또 우리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준다.
『우중문은 덕이 없고 혈기만 앞선 자이지만, 주문술은 제법 사려가 깊고 분별력을 지닌 사람일세. 저들을 돌아가게 만들려면 우문술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퇴로의 명분과 구실을 주어야지. 자고로 군사를 내거나 물리는 일은 오로지 명분일세.』
을지문덕장군이 살수대첩에서 사용한 전술이다. 궁핍한 지경에 처해 있다고 하지만 궁지에 몰린 쥐도 너무 몰거나 하면 고양이를 무는 법인데 을지문덕장군은 그들에게 퇴로를 내어주고 물러날 기회를 주어서 도망가게 만들었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무리 짓는 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훗날을 보지 않고 그들을 모조리 멸해버리면 지금이야 속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후대에는 그 화가 어떻게 돌아올지 모른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지금이야 전쟁이 일어나지 않지만 사는 것 하나 하나가 전쟁이 아니던가 적과의 싸움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많은 것을 대입해 볼 수 있었고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정치싸움도 싸움이라면 싸움이 아니던가 외교관계가 그렇지 않던가? 그들에게 해줄 것은 해주고 받을 것은 받기 위해 우리나라도 김춘추같은 외교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삼한지는 CEO로써 갖추어야 할 자질을 일러준다.
『대개 군주가 이웃 나라를 정벌하려는 뜻은 땅을 취하기 위함이지만 현군은 백성들을 얻고자 군사를 일으킵니다. 보통 임금은 성곽과 구루에 연연해 군사로써 민심을 해지지만 성군은 민심을 취하는 일이라면 오히려 성곽 따위는 내어줄 수도 있습니다. 물건을 훔치는 자는 도둑이며 마음을 훔치는 이는 성인입니다. 천하를 탐내는 자는 오히려 망하고 천하를 이롭게 하는 이는 크게 흥한다고 하였나이다. 덕은 칼보다 무디지만 만인을 한꺼번에 복종시키는 가공할 무기요, 성군의 덕업이 빛을 발하면 천군만마가 하지 못하는 일도 일시에 일어날 수 있는 법입니다.』
군주는 한나라의 주인일 수 있지만 군주는 우리사회에서는 작은회사의 사장일 수 있고 종업원 한둘을 쓰고 있는 식당주인 일 수 있다. 가정의 아버지 일 수 있고 학교의 선생님 일 수 있다. 물건을 훔치는 자는 도둑이고 마음을 훔치는 이는 성인이라고 하지 않는가 진정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시민의 마음을 훔쳐야 한다. 내 마음을 훔쳐가야 한다. 이제 곧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훔칠 자가 있는지 보고 있지만 도통 보이질 않는다. 분명 군주는 덕을 무기로 하여 내 마음을 훔치는 사람이여야 한다고 했지만 그런 사람이 있는 가가 문제인 것이다. 모든 대선주자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진정으로 나라를 위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고 싶다. 서로를 헐뜯고 싸우는 것만이 일이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중지란이 어찌하여 일어나는지 아는가? 열 형제가 다 같이 굶고는 화목하게 지낼 수 있어도 어디서 밥 한 그릇이 생기면 비로소 다툼이 일고 전에 없던 불만도 생기는 법이라네.』
한때 우리나라는 새나라를 외치며 새벽종을 울리며 열심히 굶어가며 일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굶었지만 민심은 흐트러지지 않았고 나눔도 더욱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시대가 왔다. 무엇이 문제 인지 잘 몰라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그 문제를 덮어버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비로소 이 문장에서 답을 얻었다. 이유는 밥 한 그릇에 있다. 이 모든 문제가 밥 한그릇에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안다면 우리는 달라지지 않을까? 책은 이렇게 고민을 해결해준다. 문제를 풀어준다. 이것이 책을 읽는 이유에 있다. 이것이 손에서 책을 떼지 못하는 이유에 있다. 삼한지를 읽으면서 얻은 답은 가슴속에 깊이 담아 두었다. 이 모든 답을 직접 알려줄 수 없다. 모두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흥미를 유발시켜주고 그제서야 읽게 되면 그 답을 찾았냐고 물어보고 싶다. 모든 사람의 답을 이 책 속에서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