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선물 - 내 인생을 바꾼 다섯 가지 가르침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송소영 옮김 / 마일스톤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올해 초에 나는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책 100권의 리뷰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전에는 책을 읽기만 했을 뿐, 딱히 책 리뷰를 쓰는 귀찮은 짓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책 자체는 좋아했지만 그것을 평가하는 입장은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9월달에 접어드는 이 시점에 그 때의 나에게 무척 감사하고 있다. 찰나에 느끼고 스쳐지나갔을 나의 수많은 감정들을 글로 옮겨 적을 수 있도록 해 준 용기가 고마웠다. 덕분에 나는 올해 상반기에 김민태 PD의 <나는 고작 한 번 해봤을 뿐이다>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하반기에 나의 인생을 꽃 피울 절정기같은 책을 만났다. 기타가와 야스시의 <아버지의 선물>이었다. 


<아버지의 선물>의 원 제목은 <상경이야기>이다. 시골에서 상경하는 20살 아들에게 아버지가 19년 동안 해주지 못한 말을 책처럼 남겨 전해준 것을 읽는다는 내용이다. 아들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소설 속 인물이 살아가는 인생을 그려내고 후반에 아버지가 진정 아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소설을 읽고 나서야 알 수 있는 아버지의 진심들은 나를 '유스케'(아들 이름)로 만들어 버리기에 충분했다. 서로 마음을 터놓고 대화한 적 없이 큰 남자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던 짓을 자신이 아들에게 그대로 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받고 진심을 다해 아들에게 무언가를 남기려 했고 그것이 이 소설로 남았다는 것이다. 평범치 않은 소재였지만 개연성과 전개 모두 납득이 되었다. 


------


대학을 막 졸업한 이 청년은 지금 인생의 출발선에 섰다.

얼굴에는 결의와 자신감이 넘쳐흐르고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눈동자에서는 빛이 난다.


유스케는 꿈이 있다.

모두가 자신을 성공한 사람으로 인정하는 인생을 이루는 꿈이다.


- <아버지의 선물> 도입부 -


------


<아버지의 선물> 도입부에는 유스케란 인물이 등장한다. 막 대학을 졸업하고 도쿄로 일자리를 얻은 파릇파릇한 꿈 많은 청년이다. 유스케에게는 꿈이 있다. 모두가 인정하는 성공한 인물로 사는 것이다. 이 꿈에 대비되어 도입부에서는 유스케란 인물이 살아 온 지난 생애를 간단하게 그려내었다. 취직과 진학의 앞을 두고 진학의 길을 택한 것은 단순히 꿈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좀 더 벌기 위함이었다. 무엇이든 성공할 수 있는 일을 할려면 그것을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생은 유스케의 생각만큼 가만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었다. 흘러가게 놔두면 끝없이 다른 지름길과 무수한 지뢰밭을 만들어내는 놈이었다.


유스케는 '성공'이란 키워드에 자신의 인생을 넣기 위해 늘 고민했지만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고등학생 시절엔 대학 4년에 그 목표를 찾는 것을 기대했고, 대학 4년이 손쉽게 흘러가고 난 후에는 남은 20대의 삶에 그 것을 기대했다. 시간에 기댔던 그의 인생은 흘러가기는 했지만 전혀 '성공'과는 가까이 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유스케는 점점 나이를 먹었다.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고 승진을 했다. 어찌 보면 순탄하게 풀린 것같지만 사실 나이를 먹을 수록 유스케는 고민이 더 깊어진다. '성공'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가 생각할수록 그는 '실패'한 사람의 인생을 사는 쪽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생이 말이라면 고삐라도 쥐어보겠지만 인생은 바람과 같았다. 보이지 않지만 내 곁을 지나가는 게 피부로 느껴지는 것 말이다. 소설 속 유스케는 그렇게 고민만 하다 삶의 황혼기로 달려가고 있었다. <아버지의 선물>의 소설은 그렇게 유스케가 고민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아버지의 선물>은 소설과 편지형식의 이야기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전반에 있는 유스케란 인물의 소설은 유스케의 아버지가 도쿄로 떠나는 아들을 위해 쓴 소설이었다. 후반부에 아버지가 유스케에게 진정 해주고 싶었던 말들이 정리되어 편지 형식으로 전달해 준다. 이 때부터가 진짜 시작이구나. 책의 반을 읽었는데 이제 겨우 간을 보고 있었다니! 이 느낌을 깨닫는 순간 독자들은 진정한 아버지의 선물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


드디어 네가 우리 곁을 떠나 도쿄에서 혼자 살아갈 날이 왔구나.

도쿄로 가서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것은 외롭겠지만,

앞으로 만들어갈 너의 풍성한 인생을 위해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믿음직하게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단다.


네가 새로운 인생을 향해 떠날 때, 내가 해 줄 만한 것이 뭐가 있을지,

1년 전부터 생각해 왔다.

고민 끝에 한 편의 인생 이야기를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편이 내가 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잘 전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 <아버지의 선물> 편지 도입부 -


-----


유스케의 아버지는 편지 도입부에 왜 이 소설을 쓸 수밖에 없는 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말로 전달한다면 절대 아들의 곁에 닿지 않았을 진심을 글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아버지의 고백이 조용하게 아들의 심장을 울린다. 그리고 아버지는, '성공'하는 인생에 있어 무엇이 중요한가를 조언해주기 시작했다.


원제 <상경이야기>를 두고 <아버지의 선물>로 바꾸기로 결정한 출판사의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원제는 이 책을 온전히 포괄하기에 확실히 부족한 감이 있다. <상경이야기>란 것은 이 책의 전반에 있는 소설만 가지고 꾸며낸 기본적인 틀에 벗어나지 못한 제목이었다. 진정 이 책이 전해주고 싶었던 것은 꾸며내고 추측한 한 남자의 인생이 아니라 아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아버지의 마음을 담지 않은 제목은 제목으로서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아버지의 선물>이란 책 제목을 결정한 관계자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별점 5개를 줘봤다.  


유스케의 아버지는 편지에서 아들 유스케에게 '책을 많이 읽어라'라고 조언한다.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만들어 준 고마운 책이 있다. 아들 유스케에게도 그런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 말은 작가 기타가와 야스시가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너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이 되길 바란다. 진짜 아버지에게도 들을 수 없는 짠한 마음을 <아버지의 선물>을 통해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최고의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인생을 바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윈터 2 스토리콜렉터 48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드디어 레바나 여왕의 궁까지 들어왔다. 반역자로 잡혀서. <윈터> 1부 마지막에 RM-9 구역에서 결국 잡힌 신더가 레바나 여왕 앞에서 재판을 받는다. 즉결처형이었지만 우리의 신더는 킹스맨에 나올 법한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찍고 장렬하게 궁 발코니로 이어진 호수로 떨어진다. <윈터> 2부에서는 마치 세탁물같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신더의 의식의 흐름으로 시작된다. 카스웰과 제이신의 도움으로 신더는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다. 그러나 곧 이어 신더를 포함한 일행은 신더의 새로운 문제를 맞닥뜨리게 된다. 격렬한 싸움과 호수에 빠진 탓에 그녀의 생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사이보그라도 괜찮지가 않았다.



"한숨 잔다고 해서 이게 고쳐지는 건 아니야."


신더가 기계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손은 손목에 매달린 추처럼 대롱대롱 늘어져 있었다. 손가락 하나가 절단된 부분에는 구멍이 휑하게 뚫려 있었다.


"이 상태로는 싸울 수 없어. 혁명을 할 수도, 여왕이 될 수도…. 아무것도 못 해. 난 망가졌어. 문자 그대로 망가졌다고." 

신더 일행이 신더를 잡고 조립수술을 하는 동안 윈터와 스칼렛은 루나의 용암동굴에 잠입 중이었다. 지구인들이 처음 달에 식민지를 세웠을 때 만든 용암동굴의 생명유지 돔은 이후 창고와 지하 셔틀 선로로 개조되었고 지금은 레바나 여왕을 위한 늑대 병사들을 기르는 지하 훈련 시설로 운영되고 있었다. 윈터는 조종당하는 그들에게 자유를 주면 함께 싸워줄 것이라 믿고 그들을 설득하러 온 것이었다. 거대한 유리관 속에서 얌전히 살아 온 소녀는 목에 걸린 사과를 뱉은 백설공주처럼 바깥을 나오자 마자 생기있게 활동 중이었다. 늑대 병사들은 자신과 같다고, 윈터는 생각했다.



"그들이 원해서 그런 삶을 선택한 게 아니야. 너의 울프와 마찬가지로, 모두 강압적으로 끌려와서 고초를 당한 소년들일 뿐이야. 그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거지. 만약 그런 굴레에서 풀려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결코 마다하지 않을 거야.

난 그 병사들이 우리 편이 되어줄 거라고 믿어."

조종당하지 않기 위해 남을 조종하지 않는 방식을 택한 윈터이기에 그녀는 늑대 병사를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한다. 그녀의 생각은 경이롭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대나 세뇌의 무서움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그건 당연히 체념이다. 오랜 세월을 지독하리만치 고통 속에 살면 사람은 극복하려 들지 않는다. 상황에 순응하려 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닫아 버린다. 그렇지만 윈터는 달랐다. 자신과 제이신을 위해 죽어나간 늑대 친구 류를 통해서 각성한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 순응해버리면 더 이상 내일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윈터는 늑대 병사들에게도 같은 깨달음을 주고 싶었다. 레바나 같은 폭군을 따라봤자 내일은 없을 것이란 걸. 그녀가 제이신을 통해 경험했던 것을 그들은 전혀 알지 못한 채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레바나가 신더 이전부터 윈터를 극히 경계한 것은, 그녀는 루나 귀족들과 레바나 여왕에게는 없는 연민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겨울처럼 황량한 곳일수록 따뜻함을 소중히 여기는 것과 같이 윈터는 보이지 않는 곳의 사람들을 사랑할 줄 알았다. 윈터는 이 마음으로 늑대 병사들을 사로잡고 드디어 신더를 도우러 레바나의 궁으로 진격한다. 가는 도중에 사과장수 할머니를 만날 줄은 몰랐지만.


마지막은 찬란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끝끝내 레바나의 왕궁에 쳐들어가 혁명을 일으킨 신더는 레바나와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온 몸의 신경이 쥐어짜이고 폭발할 것 같은 싸움이었다. 캐캐묵은 레바나의 원한과 뜨겁게 타오르는 신더의 기가 맞붙었다. 이미 차게 식어버린 별을 달구는 전투는 결국 이 모든 여정을 끝내는데 성공한다. 사랑과 용기로 독자들을 매혹시킨 끝내주는 피날레였다는 걸 부정하지 않겠다. 사이보그라도 괜찮았다. 세상은 인간만이 구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구원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윈터 1 스토리콜렉터 47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대망의 완결편이다. <신더>, <스칼렛>, <크레스> 3부를 넘어가는 동안 우리는 신데렐라, 빨간 모자, 라푼젤에서 모티브를 따온 여주인공들을 만나보았다. 4부 <윈터>의 여주인공 윈터는 '백설공주'에서 모티브를 얻어 온 인물이다. 폭정으로 사람들의 위에 군림하는 레바나 여왕의 의붓딸이자 루나의 공주인 그녀는 <윈터>에서 루나와 지구의 평화를 지키려는 신더 일행에 합류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모와 상냥한 성품으로 백성들의 숭배를 받는 여왕의 의붓딸. 윈터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윈터>의 윈터는 루나의 정통 왕위 계승자인 신더의 정통성을 입증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백성들의 두터운 인망과 존경이 그녀에게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 보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외모의 공주. 거짓으로 둘러쌓인 레바나 여왕은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레바나 입장에선 윈터는 신더 편에 서면 위험하고 자기 편에 있어도 잠 못 이루게 하는 계륵같은 존재다. 의붓딸의 미모에 질투가 나 스스로 상처를 내게 했지만 오히려 그 흉터가 의붓딸을 더 빛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늘 옆에서 조롱하는 대상이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라는 걸 깨달았을 때 레바나는 윈터를 제거할 음모를 꾸미게 된다.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주인공 신더의 최고 조력자는 단연코 크레스일 것이다. 그러나 크레스는 신더를 왕위에 올릴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그것을 해결해주는 인물이 바로 윈터다. 윈터는 신더를 최종 목적지로 인도하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윈터는 왕실의 피가 전혀 없지만 왕실 사람인 공주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지만 힘이 있는 존재. 백설공주 그 자체다. 백설공주는 자신의 힘으로 일을 해내는 인물이 아니다. 동화 속에서는 사냥꾼, 일곱 명의 난쟁이, 왕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윈터>에서는 그녀의 소꿉친구이자 근위병이자 애인인(…) 제이신이 이 3종류의 조력자의 역할을 해낸다. 레바나 여왕 앞에선 사냥꾼이 되어주고, 신더의 옆에선 난쟁이로 변하고, 윈터의 앞에선 왕자가 된다. 제이신은 윈터에게 있어 가장 완벽한 반쪽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제이신은 윈터 일행에게 돌아가기 위해 3부 <크레스>에서 신더 일행을 배반한다. 그러나 레바나 여왕은 제이신의 마음을 철저하게 이용하려는 듯 가족의 생명을 미끼로 제이신에게 윈터를 처단할 것을 명한다.



"공주님은 왕가의 핏줄이 아닙니다. 공주님이 왕이 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아무렴. 불가능하고말고."


레바나가 제이신의 주위를 맴돌며 말했다. 비단뱀 한 마리가 그를 칭칭 휘감고 숨통을 조이는 느낌이었다.


"네가 강력히 주장한 대로, 너는 나의 충성스러운 종이니까. 네가 내 명령을 받들어 그 애를 죽일 테니까."


제이신의 혀가 월석처럼 바싹 말라붙었다.

 

<윈터>의 이야기는 완결편답게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소녀 성장판의 끝장이라고 할 정도로 윈터의 성장기는 눈물겹다. 마지막이어서 그런지 시리즈 주인공들의 한층 더 성장한 분위기가 소설 전반을 압도했다. 특히나 윈터와 스칼렛의 오묘한 우정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좋았다. 또한 감질나게 클라이맥스에만 보여주었던 SF와 블록버스터급 묘사가 <윈터>에서는 곳곳에서 터진다. 짜릿하게 터지는 작전이 나도 모르게 할렐루야!를 외치게 하더라. 솔직히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를 통틀어 SF는 <윈터>가 최고다. 1부의 어색함이 2부, 3부를 거치면서 진화되었는데 4부에서 꽃읓 피웠다. 혹시 초반의 어색한 SF설정은 마지막 마무리를 더 찬란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닐었을까 의심이 될 정도였다. 내 추측이 맞다면 마리사 여사는 진짜 대단한 조련사다. 독자를 길들일 줄 아는 작가는 언제나 환영이다! 위에 3부 형들보다 마지막 아우가 최고인 작품, <윈터> 1부는 윈터 2부로 이어지는 완결편이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뉴욕의 고양이들
짐 튜스 지음, 엘렌 심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욕은 화려하고, 냉혹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다. 휘황찬란한 만화경 같은 모습에 빠져 꿈을 꾸며 오는 사람들에게 아스팔트의 차가움이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를 알게 해주는 도시라고 하더라. 그런가하면 인생의 열정을 다 바쳐 삶을 좀 더 치열하게 살아가야 겠다는 숭고한 영혼들을 더 뜨겁게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하기도 한다. 밤과 낮의 얼굴이 다르고, 겉과 속의 얼굴이 다른 양면의 도시 뉴욕에는 우리의 주인공 고양이들이 산다. <뉴욕의 고양이들>은 뉴욕에 여러 곳에 사는 고양이들을 인터뷰한 흥미로운 책이다.


말이라곤 '냐옹', '이야옹', '캬악' 소리밖에 못 내는 고양이한테 어떻게 취재 했냐고? 좋은 질문이다. <뉴욕의 고양이들>을 탄생시킨 질문도 바로 당신의 질문에서 시작한다. 미국의 코미디언 짐 튜스는 뉴욕사람들의 사진과 인터뷰를 담은 <휴먼스 오브 뉴욕>이란 책에서 영감을 얻었다. 하지만 그 책은 그가 보기엔 좀 지루한 주제였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신선한 소재의 인터뷰를 만들 수 있을까 하다가 집에서 키우는 자신의 고양이 아서와 비를 발견하게 되었단다. 아. 그래. 너희를 취재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 그 생각이 다양하고 멋진 고양이 사진들과 고양이 시선으로 쓴 짤막한 인터뷰를 하게 된 이야기란다. 물론 고양이 인터뷰는 짐 튜스가 오랜 시간 동안 고양이를 주위 깊게 관찰하면서 나름의 해석을 한 것이란다. 그것이 의외로 사진과 잘 맞아서 고양이에 빙의한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운 정도다.




나는 사자의 후손이야. 야생 동물의 본성이 가끔 튀어나오지. 그러니까, 그냥 뭔가를 사냥하고 싶어져.


보통 뭘 사냥하는데?


주로 실.


- 스카우트, 그린포인트 

뉴욕이란 도시는 어찌 보면 고양이와 닮은 구석이 참 많다.

겉으론 차가워 보이지만 속내는 따뜻하고, 관심 없는 척 쿨하게 굴지만

때론 다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이런 모습 때문에 더욱 매력적인 것까지 닮았다.


- 옮긴이의 말 

160장에 달하는 고양이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털어놓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또 어찌나 공감이 되는지. 우리집 고양이들이 보는 눈빛하고 뉴욕의 고양이들이 보는 눈빛하고 크게 다르지 않더라. 역시 나를 만만하게 보고 있었구나! 다시금 깨닫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다. 하지만 모든 고양이 애호가는 알 것이다.

고양이는 귀여운 척이나 애교를 피워서 좋은 게 아니라 고양이 그 자체로도 그냥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을. 117편의 인터뷰와 사진 속에 숨겨진 고양이들의 마음도

사랑하는 입장에서 보지 않는다면 절대 알 수 없는 메시지들이니까.


첫 번째 이혼 뒤에 방어적인 성격이 된 메이비, 재택근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사교 활동으로 푸는 에마, TV를 통해 대구 요리법을 배우고 있는 고고, 신발 끈 하나만을 소유한 미니멀리스트 포비, 양말과 먼지 덩어리로 설치미술을 하는 비까지. 다양한 성격을 가진 군상들을 고양이의 인생에서 집결해 만나볼 수 있는 이 재미있는 책을 나만 보면 아까울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골, 한적한 곳에 가게를 차렸습니다
나가이 후미에 지음, 송소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꿈을 이루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꼭 한번씩은 생각해보는 것이 있다. 꿈을 이룰 때까지 나는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해리포터의 조앤롤링처럼 낭떠러지 끝까지 몰리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명작을 쓸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는 보통의 사람들이고, 그런 천운을 기대하기보다는 몸을 움직여 먹고 살 궁리를 하는 게 더 값어치 있는 일이란 걸 안다. 하지만 뭘로 어떻게 먹고 살지도 막막하다. 본디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어떻게 다른 일을 가지란 건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게를 여는 일조차 좋아하게 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선택한 곳은 도심도, 잘나가는 관광지도 아니었다. 시골이었다.

 

<시골, 한적한 곳에 가게를 차렸습니다>의 주인공들은 도심을 벗어난 곳에서 인기 가게를 운영하는 오너들의 이야기다. 이들의 공통점은 떼돈을 벌겠다는 경영 마인드는 애초에 없었다는 것이다. 좋아서, 사람들이 먼저 알아봐주어서, 기뻐서, 내 행복을 찾기 위해 연 가게가 꽃 핀 경우다. 말로만 들으면 절대 이해가 안 된다. 가게에 대한 자부심만 있으면 모두가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걸까. 그들이 말하는 현실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개업자금이 없어 남의 가게 한 켠을 염치없게 빌린 빵집, 부부 모두 신용도란 걸 일생 신경 써본적이 없어 융자는 상상도 못해보고 공사의 처음과 끝을 경험한 커피집, 한땀한땀 정성들여 제작하겠다는 고집 때문에 백화점 플레이스토어는 꿈도 못 꿔봤다는 가죽가방가게.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행복'과 '열정'으로 가게를 세우느라 고생했다는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고는 하는데 어째 가까이에 파랑새를 찾으란 것과 같은 이치같다.

 

<시골, 한적한 곳에 가게를 차렸습니다>에 나오는 가게 오너들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창업을 시작했다. 꿈과 열정이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고 그 위에 경영과 회계라는 벽을 만들어야 튼튼한 가게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나가이 후미에는 절대 두루뭉실하게 '당신은 할 수 있어요!'라고 현혹하지 않는다. '그래그래, 꿈이 참 원대하네. 그런데 잠깐 이리와서 창업 시 반드시 거쳐야 할 리스트도 보자구.' 하는 느낌이다. 성공 사례 뒤에 어떻게 가게를 차려야 하는지 세밀하게 알려준다. 꿈이라서 실패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망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 꿈과 현실의 강에 번갈아 빠지는 기분이다.

 

 

무언가를 할 마음이 있다면, 위와 같은 표를 제시해주니 자신이 얼마나 적합한지 참고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상과 현실이 모두 부합하는 가게. 그것을 만들어주기 위해 이 책을 냈다는 저자 나가이의 상냥함이 책에 담뿍 담겨 있으니 믿고 봐주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