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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고양이들
짐 튜스 지음, 엘렌 심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8월
평점 :
뉴욕은 화려하고, 냉혹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다. 휘황찬란한 만화경 같은 모습에 빠져 꿈을 꾸며 오는 사람들에게 아스팔트의 차가움이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를 알게 해주는 도시라고 하더라. 그런가하면 인생의 열정을 다 바쳐 삶을 좀 더 치열하게 살아가야 겠다는 숭고한 영혼들을 더 뜨겁게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하기도 한다. 밤과 낮의 얼굴이 다르고, 겉과 속의 얼굴이 다른 양면의 도시 뉴욕에는 우리의 주인공 고양이들이 산다. <뉴욕의 고양이들>은 뉴욕에 여러 곳에 사는 고양이들을 인터뷰한 흥미로운 책이다.
말이라곤 '냐옹', '이야옹', '캬악' 소리밖에 못 내는 고양이한테 어떻게 취재 했냐고? 좋은 질문이다. <뉴욕의 고양이들>을 탄생시킨 질문도 바로 당신의 질문에서 시작한다. 미국의 코미디언 짐 튜스는 뉴욕사람들의 사진과 인터뷰를 담은 <휴먼스 오브 뉴욕>이란 책에서 영감을 얻었다. 하지만 그 책은 그가 보기엔 좀 지루한 주제였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신선한 소재의 인터뷰를 만들 수 있을까 하다가 집에서 키우는 자신의 고양이 아서와 비를 발견하게 되었단다. 아. 그래. 너희를 취재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 그 생각이 다양하고 멋진 고양이 사진들과 고양이 시선으로 쓴 짤막한 인터뷰를 하게 된 이야기란다. 물론 고양이 인터뷰는 짐 튜스가 오랜 시간 동안 고양이를 주위 깊게 관찰하면서 나름의 해석을 한 것이란다. 그것이 의외로 사진과 잘 맞아서 고양이에 빙의한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운 정도다.
나는 사자의 후손이야. 야생 동물의 본성이 가끔 튀어나오지. 그러니까, 그냥 뭔가를 사냥하고 싶어져.
보통 뭘 사냥하는데?
주로 실.
- 스카우트, 그린포인트
뉴욕이란 도시는 어찌 보면 고양이와 닮은 구석이 참 많다.
겉으론 차가워 보이지만 속내는 따뜻하고, 관심 없는 척 쿨하게 굴지만
때론 다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이런 모습 때문에 더욱 매력적인 것까지 닮았다.
- 옮긴이의 말
160장에 달하는 고양이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털어놓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또 어찌나 공감이 되는지. 우리집 고양이들이 보는 눈빛하고 뉴욕의 고양이들이 보는 눈빛하고 크게 다르지 않더라. 역시 나를 만만하게 보고 있었구나! 다시금 깨닫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다. 하지만 모든 고양이 애호가는 알 것이다.
고양이는 귀여운 척이나 애교를 피워서 좋은 게 아니라 고양이 그 자체로도 그냥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을. 117편의 인터뷰와 사진 속에 숨겨진 고양이들의 마음도
사랑하는 입장에서 보지 않는다면 절대 알 수 없는 메시지들이니까.
첫 번째 이혼 뒤에 방어적인 성격이 된 메이비, 재택근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사교 활동으로 푸는 에마, TV를 통해 대구 요리법을 배우고 있는 고고, 신발 끈 하나만을 소유한 미니멀리스트 포비, 양말과 먼지 덩어리로 설치미술을 하는 비까지. 다양한 성격을 가진 군상들을 고양이의 인생에서 집결해 만나볼 수 있는 이 재미있는 책을 나만 보면 아까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