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선물 - 내 인생을 바꾼 다섯 가지 가르침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송소영 옮김 / 마일스톤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올해 초에 나는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책 100권의 리뷰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전에는 책을 읽기만 했을 뿐, 딱히 책 리뷰를 쓰는 귀찮은 짓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책 자체는 좋아했지만 그것을 평가하는 입장은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9월달에 접어드는 이 시점에 그 때의 나에게 무척 감사하고 있다. 찰나에 느끼고 스쳐지나갔을 나의 수많은 감정들을 글로 옮겨 적을 수 있도록 해 준 용기가 고마웠다. 덕분에 나는 올해 상반기에 김민태 PD의 <나는 고작 한 번 해봤을 뿐이다>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하반기에 나의 인생을 꽃 피울 절정기같은 책을 만났다. 기타가와 야스시의 <아버지의 선물>이었다. 


<아버지의 선물>의 원 제목은 <상경이야기>이다. 시골에서 상경하는 20살 아들에게 아버지가 19년 동안 해주지 못한 말을 책처럼 남겨 전해준 것을 읽는다는 내용이다. 아들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소설 속 인물이 살아가는 인생을 그려내고 후반에 아버지가 진정 아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소설을 읽고 나서야 알 수 있는 아버지의 진심들은 나를 '유스케'(아들 이름)로 만들어 버리기에 충분했다. 서로 마음을 터놓고 대화한 적 없이 큰 남자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던 짓을 자신이 아들에게 그대로 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받고 진심을 다해 아들에게 무언가를 남기려 했고 그것이 이 소설로 남았다는 것이다. 평범치 않은 소재였지만 개연성과 전개 모두 납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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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막 졸업한 이 청년은 지금 인생의 출발선에 섰다.

얼굴에는 결의와 자신감이 넘쳐흐르고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눈동자에서는 빛이 난다.


유스케는 꿈이 있다.

모두가 자신을 성공한 사람으로 인정하는 인생을 이루는 꿈이다.


- <아버지의 선물> 도입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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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선물> 도입부에는 유스케란 인물이 등장한다. 막 대학을 졸업하고 도쿄로 일자리를 얻은 파릇파릇한 꿈 많은 청년이다. 유스케에게는 꿈이 있다. 모두가 인정하는 성공한 인물로 사는 것이다. 이 꿈에 대비되어 도입부에서는 유스케란 인물이 살아 온 지난 생애를 간단하게 그려내었다. 취직과 진학의 앞을 두고 진학의 길을 택한 것은 단순히 꿈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좀 더 벌기 위함이었다. 무엇이든 성공할 수 있는 일을 할려면 그것을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생은 유스케의 생각만큼 가만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었다. 흘러가게 놔두면 끝없이 다른 지름길과 무수한 지뢰밭을 만들어내는 놈이었다.


유스케는 '성공'이란 키워드에 자신의 인생을 넣기 위해 늘 고민했지만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고등학생 시절엔 대학 4년에 그 목표를 찾는 것을 기대했고, 대학 4년이 손쉽게 흘러가고 난 후에는 남은 20대의 삶에 그 것을 기대했다. 시간에 기댔던 그의 인생은 흘러가기는 했지만 전혀 '성공'과는 가까이 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유스케는 점점 나이를 먹었다.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고 승진을 했다. 어찌 보면 순탄하게 풀린 것같지만 사실 나이를 먹을 수록 유스케는 고민이 더 깊어진다. '성공'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가 생각할수록 그는 '실패'한 사람의 인생을 사는 쪽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생이 말이라면 고삐라도 쥐어보겠지만 인생은 바람과 같았다. 보이지 않지만 내 곁을 지나가는 게 피부로 느껴지는 것 말이다. 소설 속 유스케는 그렇게 고민만 하다 삶의 황혼기로 달려가고 있었다. <아버지의 선물>의 소설은 그렇게 유스케가 고민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아버지의 선물>은 소설과 편지형식의 이야기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전반에 있는 유스케란 인물의 소설은 유스케의 아버지가 도쿄로 떠나는 아들을 위해 쓴 소설이었다. 후반부에 아버지가 유스케에게 진정 해주고 싶었던 말들이 정리되어 편지 형식으로 전달해 준다. 이 때부터가 진짜 시작이구나. 책의 반을 읽었는데 이제 겨우 간을 보고 있었다니! 이 느낌을 깨닫는 순간 독자들은 진정한 아버지의 선물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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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네가 우리 곁을 떠나 도쿄에서 혼자 살아갈 날이 왔구나.

도쿄로 가서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것은 외롭겠지만,

앞으로 만들어갈 너의 풍성한 인생을 위해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믿음직하게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단다.


네가 새로운 인생을 향해 떠날 때, 내가 해 줄 만한 것이 뭐가 있을지,

1년 전부터 생각해 왔다.

고민 끝에 한 편의 인생 이야기를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편이 내가 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잘 전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 <아버지의 선물> 편지 도입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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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케의 아버지는 편지 도입부에 왜 이 소설을 쓸 수밖에 없는 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말로 전달한다면 절대 아들의 곁에 닿지 않았을 진심을 글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아버지의 고백이 조용하게 아들의 심장을 울린다. 그리고 아버지는, '성공'하는 인생에 있어 무엇이 중요한가를 조언해주기 시작했다.


원제 <상경이야기>를 두고 <아버지의 선물>로 바꾸기로 결정한 출판사의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원제는 이 책을 온전히 포괄하기에 확실히 부족한 감이 있다. <상경이야기>란 것은 이 책의 전반에 있는 소설만 가지고 꾸며낸 기본적인 틀에 벗어나지 못한 제목이었다. 진정 이 책이 전해주고 싶었던 것은 꾸며내고 추측한 한 남자의 인생이 아니라 아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아버지의 마음을 담지 않은 제목은 제목으로서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아버지의 선물>이란 책 제목을 결정한 관계자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별점 5개를 줘봤다.  


유스케의 아버지는 편지에서 아들 유스케에게 '책을 많이 읽어라'라고 조언한다.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만들어 준 고마운 책이 있다. 아들 유스케에게도 그런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 말은 작가 기타가와 야스시가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너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이 되길 바란다. 진짜 아버지에게도 들을 수 없는 짠한 마음을 <아버지의 선물>을 통해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최고의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인생을 바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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