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 2 스토리콜렉터 48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드디어 레바나 여왕의 궁까지 들어왔다. 반역자로 잡혀서. <윈터> 1부 마지막에 RM-9 구역에서 결국 잡힌 신더가 레바나 여왕 앞에서 재판을 받는다. 즉결처형이었지만 우리의 신더는 킹스맨에 나올 법한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찍고 장렬하게 궁 발코니로 이어진 호수로 떨어진다. <윈터> 2부에서는 마치 세탁물같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신더의 의식의 흐름으로 시작된다. 카스웰과 제이신의 도움으로 신더는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다. 그러나 곧 이어 신더를 포함한 일행은 신더의 새로운 문제를 맞닥뜨리게 된다. 격렬한 싸움과 호수에 빠진 탓에 그녀의 생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사이보그라도 괜찮지가 않았다.



"한숨 잔다고 해서 이게 고쳐지는 건 아니야."


신더가 기계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손은 손목에 매달린 추처럼 대롱대롱 늘어져 있었다. 손가락 하나가 절단된 부분에는 구멍이 휑하게 뚫려 있었다.


"이 상태로는 싸울 수 없어. 혁명을 할 수도, 여왕이 될 수도…. 아무것도 못 해. 난 망가졌어. 문자 그대로 망가졌다고." 

신더 일행이 신더를 잡고 조립수술을 하는 동안 윈터와 스칼렛은 루나의 용암동굴에 잠입 중이었다. 지구인들이 처음 달에 식민지를 세웠을 때 만든 용암동굴의 생명유지 돔은 이후 창고와 지하 셔틀 선로로 개조되었고 지금은 레바나 여왕을 위한 늑대 병사들을 기르는 지하 훈련 시설로 운영되고 있었다. 윈터는 조종당하는 그들에게 자유를 주면 함께 싸워줄 것이라 믿고 그들을 설득하러 온 것이었다. 거대한 유리관 속에서 얌전히 살아 온 소녀는 목에 걸린 사과를 뱉은 백설공주처럼 바깥을 나오자 마자 생기있게 활동 중이었다. 늑대 병사들은 자신과 같다고, 윈터는 생각했다.



"그들이 원해서 그런 삶을 선택한 게 아니야. 너의 울프와 마찬가지로, 모두 강압적으로 끌려와서 고초를 당한 소년들일 뿐이야. 그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거지. 만약 그런 굴레에서 풀려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결코 마다하지 않을 거야.

난 그 병사들이 우리 편이 되어줄 거라고 믿어."

조종당하지 않기 위해 남을 조종하지 않는 방식을 택한 윈터이기에 그녀는 늑대 병사를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한다. 그녀의 생각은 경이롭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대나 세뇌의 무서움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그건 당연히 체념이다. 오랜 세월을 지독하리만치 고통 속에 살면 사람은 극복하려 들지 않는다. 상황에 순응하려 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닫아 버린다. 그렇지만 윈터는 달랐다. 자신과 제이신을 위해 죽어나간 늑대 친구 류를 통해서 각성한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 순응해버리면 더 이상 내일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윈터는 늑대 병사들에게도 같은 깨달음을 주고 싶었다. 레바나 같은 폭군을 따라봤자 내일은 없을 것이란 걸. 그녀가 제이신을 통해 경험했던 것을 그들은 전혀 알지 못한 채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레바나가 신더 이전부터 윈터를 극히 경계한 것은, 그녀는 루나 귀족들과 레바나 여왕에게는 없는 연민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겨울처럼 황량한 곳일수록 따뜻함을 소중히 여기는 것과 같이 윈터는 보이지 않는 곳의 사람들을 사랑할 줄 알았다. 윈터는 이 마음으로 늑대 병사들을 사로잡고 드디어 신더를 도우러 레바나의 궁으로 진격한다. 가는 도중에 사과장수 할머니를 만날 줄은 몰랐지만.


마지막은 찬란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끝끝내 레바나의 왕궁에 쳐들어가 혁명을 일으킨 신더는 레바나와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온 몸의 신경이 쥐어짜이고 폭발할 것 같은 싸움이었다. 캐캐묵은 레바나의 원한과 뜨겁게 타오르는 신더의 기가 맞붙었다. 이미 차게 식어버린 별을 달구는 전투는 결국 이 모든 여정을 끝내는데 성공한다. 사랑과 용기로 독자들을 매혹시킨 끝내주는 피날레였다는 걸 부정하지 않겠다. 사이보그라도 괜찮았다. 세상은 인간만이 구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구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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