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섬 앞바다 한국문학사 작은책 시리즈 5
홍상화 지음 / 한국문학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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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4년 전 심야영화로 보았던 「은교」를 떠올렸다. 은교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아름다움을 탐하고자 하는 늙은 시인 이적요가 그려졌다. 그는 자신의 외적인 늙음을 한탄하면서 은교의 젊음에 사랑을 느끼는 인물이나 나는 그가 자신을 늙었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그의 정신이 늙어갔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는 '늙음'이라는 도피처를 찾아 자신을 내버렸다. 그리고 「범섬 앞바다」의 정훈을 만났다.




 

 아!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도 모르게 탄식이 터져 나왔다. 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창작 인생이 끝났음을 예감했다. 소설의 좋은  소재가 될 만한 경험이나 느낌이 내 의식 속에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잠재의식 속에 숨겨

 져 있는 그 무엇을 끄집어내는 고통을 감당할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새로운 소재가 될 수 있는 경

 험을 찾아 나설 만큼 나의 문학적 열정이 치열한 것도 아니었다.

정훈은 다른 의미로 이적요처럼 쇠락을 느끼는 사람이다. 자신의 예술가로서의 생명이 끝났다는 걸 느끼며 시체처럼 살아갈 앞으로의 자신에 대한 한탄으로 몸부림치는 남자다. 모든 일상이 재미없어졌고,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참을 수 없는 것은 그런 자신조차 꼴보기 싫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에 미국에서 한국문학을 취재하러 온 마이크 무어가 연락을 한다. 마이크 무어는 정훈을 만나 한국문학이 점점 자신의 방향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정훈은 그 표류함이 자신에게도 흘러나오고 있음을 안다. 그 와중에 마이크는 어떤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한 눈에 반했는데 그 여자야 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하는 것이다. 대충 말을 맞춰 줄 생각으로 정훈이 꺼낸'죽음과 연애하는 어느 동양 여자'라는 소재에 그는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마이크 무어의 기이한 사랑에 영향이라도 받을 걸까. 정훈은 그 이후 그 여자가 있는 곳을 자주 찾아가면서 그 여자에게 천천히 잠식당한다.


그는 사라져 가는 소설가로서의 생명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 여자를 볼 때마다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감정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나는 그가 명확히 소설을 쓰고 싶은 건지 사랑을 하고 싶은 건지 말할 수 없다. 다만 소설을 쓰기 위해 사랑을 하고, 사랑을 하기 위해 소설을 쓰게 되었다는 표현이 그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지루한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그는 소설을 써야했고, 사랑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남들이 다른 방식으로 삶과 싸우는 동안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싸워야 했다. 그게 소설이라는 대상으로 비춰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사랑을 하려고 보니 문제가 생겼다. 그는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란 걸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그랬다. 정말로 그랬다. 나는 그동안 사랑을 모르면서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것처럼 사랑 이야기를 지껄여왔다.

그리고 사랑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해왔고, 그럴 때마다 나름대로 답을 얻었었다.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사랑이 무엇인지 묻는다는 사실이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는 증거였다.

사랑을 하면 그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게 되어 있다. 그것은 문자와 언어를 초월하는, 서술하거나 경험할 수 없는 아주 성스러운 것으로, 극소수의 행운아만이 경험할 수 있는 희귀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랑을 하고 싶어하는 여자를 만족시켜줄 남자가 못 되었다. 그는 사랑을 하는 법을 몰랐다. 그래서 그녀의 애정을 얻었을 때 그녀의 일기를 보았다는 커다란 비밀을 털어놓은 것이다. 그녀의 전 애인은 운동가 출신의 남자로, 같은 일을 하는 동료를 불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해를 해 얼굴을 일그러뜨린 인물이었다. 그 흉칙한 얼굴에 그녀는 뜻모를 배신감을 느낀다. 자신을 사랑했다면 스스로의 몸도 아꼈을 것이라고, 그 뜨거운 불에 지지는 순간까지 그녀를 떠올리지 않았다는 데서 그녀는 슬픔을 느꼈을 것이다. 그 어떤 것보다 그를 우선시하고 사랑하는 여자와 달리 그는 더 큰 목표를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종착역인 사람이 아니었다. 혜진, 그녀는 자신의 죽음으로 전 애인에게 복수하고자 한다.

소크라테스가 '인간은 자신이 부족한 것을 사랑하게 되어 있다.'라고 말했을 때 그의 말에 박수를 보냈었다. 자신의 짝의 장점이 자기 것이 되고, 그러면 그 장점을 사랑할 수 없기에 결국 사랑이란 격정은 지속될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연히 그녀를 사랑하게 된 정훈은 그녀의 모든 것을 차지하려고 한다. 사랑을 모르는 정훈은 사랑을 할줄 아는 혜진에게 끌려 자신을 변화시키려 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죽어가는 자신이 새 생명 태어나듯 발현될 수 있으리라 믿었던 마음인지도 모른다. 그는 사랑 앞에서 솔직했고, 그 솔직함이 파멸을 불러왔다. 전 애인에 관해서 그녀의 일기를 통해 알아냈다는 사실을 해서는 안 되었다.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을 폭로당했을 때, 그녀는 또다시 사랑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인식했기 때문이다. 사랑에 상처를 입어본 사람은 겁쟁이가 된다. 약하고 겁많은 사람은 자신이 상처받기 전에 모든 관계를 끝내려 한다.

혜진과 헤어지고 난 뒤 그녀를 잊으려고, 그 사랑을 잊을 방법을 찾으려고 애쓰던 그는 죽어갔다. 그는 그녀 안에서 자신이 부족한 것을 발견했기에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이었다. 그와 같이 될 수 없었기에 그의 사랑을 무너졌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인 정훈이 혜진을 못 잊어 죽는 걸로 끝나기를 바랬는데, 그는 그녀에게 상처를 치유하도록 도와준 범섬 앞바다에서 자신을 치유한다. 영원히 죽지 않을 사랑을 하면서 그는 새로운 생명을 마음 안에 피웠다. 

정말이지 문장 하나하나가 어찌 이리 몸을 떨리게 하는지. 사랑을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표현력을 갖춘 작가에게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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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뇌를 깨우는 존댓말의 힘
임영주 지음 / 예담Friend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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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 하나가 아버지와 통화하는 걸 듣다가 놀란 적이 있다. 그 친구가 아버지에게 존댓말로 통화했기 때문이었다. 집에서 아버지에게 친근하게 반말을 하는 나로서는 놀라운 모습이었다. 그에 대해 친구에게 묻자 친구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답했다.


"우리집은 원래 그래. 어릴 때부터 존댓말을 써 왔어."


거의 20년 가까이 되는 세월동안 함께 마음을 터놓는 사이끼리 존댓말을 써야 한다니. 서먹서먹한 관계는 아닐까, 더러 의문점이 들었지만 오래 그 친구를 안 후에는 내 의문점이 그저 기우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친구는 가족 안에서 사랑받는 존재였고, 또 가족 모두 평범하고도 재미있는 가족이었다. 그때서야 나는 존댓말을 평어로 사용하는 집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책으로만 보았기에 그런 집은 서양에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주 가까이에 경어를 실생활에 쓰는 가족이 있었다. 정말이지 충격이었다. 그 후로부터 친한 사람끼리 존댓말을 사용하는 모습에 대해 달리 보기 시작했다.


저자 임영주 교수는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의 의미를 사회적 상호 작용의 일환에 두고 있다. 학교 폭력의 실태를 보면 육체적 폭력은 최대치로 24%에 불과하지만 언어적 폭력은 이를 훨씬 웃도는 49%에 달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 받는 스트레스도 더 극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육체적인 폭력 역시 견딜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정신적인 폭력은 그 흔적이 마음에 남아 겉으로는 멀쩡한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치명적이고 위험하다. 말로 내동댕이 쳐진 아이들 중에서는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아이도 있다. 그만큼 말로 상처받는 일 역시 위험한 폭력의 온상이다.


책에서는 언어 폭력의 해결이 존댓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한 가지 재미있는 실험을 공개했다. 재동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존댓말 실험이었다.  수업 시간은 물론 식사 시간, 청소 시간, 일상생활에서도 저학년 고학년 할 것 없이 서로를 존칭으로 부르고 높임말을 사용하게 하는 사소한 실험이었다. 귀찮다는 걸 제외하면 노력해서 안될 문제는 아니니까. 모두가 함께 시작한 이 사소한 실험은 얼마 되지 않아 큰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교실에서는 저절로 욕설이 사라지고, 싸움이나 왕따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다른 초등학교에 시도했을 때도 결과를 같았다. 존댓말이 아이들의 감정 컨트롤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존댓말은 부드러운 말이며 공감의 말이기도 한다.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마음이 일차원적으로 필요로 하는 말이기 때문에 더더욱 상대가 그 감정을 공유하는데 있어 더욱 깊게 와닿는 감정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상대를 이해하고 있다는 작은 소통의 시작. 그것이 존댓말이었다.

경청과 공감의 시작인 이 존댓말도 갑자기 어느 때부터 시켜서 되는 일은 아니다. 천천히 습관을 들여 온전히 입과 뇌에 새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유아기의 존댓말 교육이 부모의 중요한 과제로 부여된 것이다. 콩 심은 데 콩 난다고 했다. 아이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려는 부모 없이는 올바른 길로 가려는 아이가 태어날 수 없다. 


아이에게는 부모가 세상의 중심이고 또한 배움의 가장 근본이 되는 최전선의 대상이다. 그걸 부모가 정확히 인지한다면 그 가정은 화목할 수밖에 없다. 싸움을 만들래야 만들수가 없는 것이다. 아이의 인성, 사회성, 공부하는 힘을 키우게 하는 이 존댓말에 대해서 부모가 익혀야 할 여러가지 지침들을 <존댓말의 힘>에서 가르쳐주고자 한다.


 

태어나서 10년, 아이가 말을 완성하는 시간입니다.

존중하는 말, 배려하는 말, 상황에 어울리는 말로

아이 언어의 '골든 타임'을 지켜주세요.

부모의 작은 노력이 아이의 평생을 좌우합니다.


-<존댓말의 힘>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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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하는 말씨 망하는 말투 실천편 - 성공과 행복을 부르는 당신의 한마디 흥하는 말씨 망하는 말투
이상헌 지음 / 현문미디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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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다, 망했어! 라는 유행어로 돈을 엄청 벌었는데, 그 말로 번 돈은 모두 말아먹었어요. 정말로 망한 거죠."

 

개그맨 이봉원씨가 TV에 나와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다. 가끔은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정말이라고 느낄 만큼 말한대로 이루어지는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은 나쁜 쪽으로 말을 조심하고 좋은 쪽으로 말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흥하는 말씨 망하는 말투> 실천편은 5장에 걸쳐 어떻게 하면 말로 성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고 싶은 말을 잘하는 사람은 단순히 입만 산 사람이 아니다. 입을 통해 말을 했으면 그를 행동을 실천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한 마디로 '말의 힘'을 믿고 있는 것이다. 말한 만큼 행동하라.



1장 : 대화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우주에는 긍정과 부정의 큰 에너지가 있어 말하는대로 이루어진다. 마음속에 긍정을 심으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반대로 부정을 심으면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다. 우주에는 인과의 법칙이 있어 원인과 조건이 있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생긴다. 어떤 일을 달성하기 위해 간절한 마음을 가지면 그와 동시에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실천이 따르게 된다. 세상에 소망 없는 사람은 없다. 확신을 가져야 한다. 막연한 기대는 망상일 뿐이다. 「소망을 이루는 비결」 中


대화를 하는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하는지를 본다. 불평하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불평이 많은 것처럼 선한 사람은 자신만이 아닌 모두에게 선한 말을 해주는 말을 많이 한다. 그것은 단순히 자신의 착한 인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자신의 말로 하여금 긍정의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래야 마음이 편해지는 효과가 있어 결국 자신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덕분이다. 1장에서는 현재 자신이 좋지 않은 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낙담하지 말라는 메세지가 담겨 있다. 좋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부러워만 할 이유가 어디있나. 지금이라도 스스로 좋은 말을 하려고 노력하라. 그럼 당신이 남이 부러워하게 되는 사람이 되리라.


2장 : 명사들의 흥하는 말씨와 성공언어


눈이 앞에 달려 있고 팔다리가 있다는 것은 목표를 보고 달려가라는 신의 뜻이다. 돌다리를 두드리기만 하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꿈꾼 것을 이루기 위해서 도전하고 장해물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의미 있는 인생을 만든다.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이라는 문제에 늘 도전하다 보면 그것이 흥미진진한 게임으로 변한다. 「도전하여 성공하라」 中


 2장은 다양한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삶을 구축해나간 이들의 말을 담은 장이다. 자신의 힘든 점은 남에게 비교해서 더 나아지고 덜 나아질만한 일은 아니다. 힘든 일에는 크고 작음이 없다 했으니까. 하지만 자신보다 더 힘든 상황 속에서 이겨낸 사람을 본다면 희망의 의지를 느낄 수 있는 사람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가치 있는 장이라 할 수 있다.

 


3장 : 훌륭한 가족을 만드는 화술


좋은 아내와 좋은 남편이 되는 길과 부부싸움을 잘하는 법에 대해서 소개하는 일명 가족과의 말, 말, 말 편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유일한 병 '홧병'은 참기 때문에 생기는 병이라고 한다. 남하고 싸울 때는 참는 게 조금 더 쉬울 때가 있지만, 가족하고 싸울 때는 왠지 더 참는 게 힘들다. 그래서 가족하고는 더 쉽게 싸우고 헤어진다. 오늘날 가족이라고 해서 꼭 끈끈한 정을 요구하기가 어려운 데는 참지 않아도 되는 상대라는 의미도 있으리라.


그러나 좋은 아내, 좋은 남편을 만드는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점이 있었다. 특히 아내편. 이웃하고 잘 지내는 아내는 좋은 아내, 이웃하고 충돌이 있으면 나쁜 아내라니. 이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시도때도 없이 죄없는 이웃을 잡는다면 당연히 옳지 않은 일이겠지만 나쁜 이웃에게서 가족을 지키려는 아내 역시 이 논리대로 하면 나쁜 아내다. 게다가 이는 일하는 아내가 아닌 전업주부에게 던지는 화두인데 모범적인 아내라는 것이 집에서 가족을 위해 지키는 하우스키퍼(Housekeeper)같은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불쾌했다. 이 저자는 진정 좋은 부부에 대해서는 제대로 적지 못한 듯 하다. 


효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인에게 효를 다하라는 말은 중요하지만 옛날 옛적 효 방식을 고수하란 말은 진부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미국과 영국같은 서양에서 요양원을 보낸다고 해서 효를 다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가족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오히려 어느 면에서도 가족을 더 중요시 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이 재출간된 개정판이라는데, 이 점에 대해서 원고를 전혀 고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렇다면 저자는 여전히 같은 의식을 갖고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한숨이 나왔다.


3장은 건질 만한 것이 적은 장이었다.



4장 : 험담하면 험한 일이 생겨난다.


역경은 사람이나 식물, 동물 할 것 없이 강하게 만든다. 순탄한 길만 걸어온 사람은 위기를 만났을 때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젊은 시절 고난을 겪어 본 사람은 위기가 찾아왔을 때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 「무한 능력 만들기」 中


젊음이 좋은 것은 도전할 수 있는 패기와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도전하여 실패한다 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밑져야 본전인데 혹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돌부처처럼 꼼짝달싹 않는 젊은이들도 있다. 꿈을 이루는 데는 나이도 조건도 중요하지 않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꿈을 이루는 힘」 中


4장은 세상의 각박한 실태에 질려 좌절한 젊은이들을 위한 장이다. 아직 희망이 남아있을 것 같은 젊음을 위해 저자는 청년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자신이 상담했던 몇몇 젊은이들의 사례를 들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야 말로 일어설 때이며 꿈을 이루려는 힘은 가장 밑바닥의 일까지 할 수 있는 용기가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까지 든 돈이 얼만데 아무나 할 수 있는 공장일을 가겠느냐, 하겠지만 공장일이 아니어도 세상엔 적은 돈을 가지고도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굳이 공장까지 내려갈 것도 없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노력하라는 금같은 조언을 담은 장이다.

 

 

 

5장 : 흥하는 말 100배의 법칙


살다 보면 좋은 일만 있으라는 법은 없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수도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면 인생길이 가시밭길로 보여 어려움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어려운 일을 슬기롭게 극복한 멘토를 만나 그분의 방법을 전수받아야 한다. 직접 만나 얘기를 들을 수도 있고, 시공을 초월하여 스승의 지혜를 차용하는 법도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中


5장에서는 실제로 흥하는 말을 해준 여러 멘토들의 이야기가 담긴 장이다. 말 뿐만이 아니라 돈 거래, 위기를 맞이하였을 때를 대처하는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담겨있다. 5장을 읽는 사람들은 알아서 가려 읽기를 추천한다. 좋은 말씀 끝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몇몇 에피소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위험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돈거래 법칙」이었다. 이 분,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사채를 써서 갚았단다. 대출을 연장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제 날짜에 갚아야한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단다. 신념은 옳은 일을 하는데 행해져야 하지 자신의 말도 안되는 고집과 원칙을 지키기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신념에 융통성을 발휘할 줄 아는 자가 진정 신념을 지킬만한 자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좋은 말에도 가시가 존재한다. 또한 이러한 자기계발서에는 저자의 생각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말 한마디, 글자 하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좋은 말도 듣고, 스스로의 오류에 대한 패러독스에 빠지지 말아야겠다는 일석이조의 교훈을 얻은 책이었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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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의 검 소설NEW 3
김이수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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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진시황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거창했던 책을 읽었다. 한중일을 둘러싼 거대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둘러싼 살인과 추적, 추리 서스펜스 물이었다고 기억한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사람의 목이 잘려나가는 사건이 생겼다. 수사를 맡은 강력 8팀은 서준필 교수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그리고 세계적인 킬러 '송곳'이라는 존재가 드러난다. 강력 8팀은 송곳이라는 자를 추적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루트로 추적을 시작한다. 여기서 반전은, 송곳이란 사람이 늘 주인공 곁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마 <진시황 프로젝트>의 가장 큰 반전이자 열쇠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반전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진시황이 쫓겨나고, 어느새 갑자기 나타났던 명성황후와 고종이 증발하고, 주인공을도와 준 여러 죄없는 사람이 도미노 쓰러지듯 살해당하거나 자살했다. 이쯤되면 민폐 캐릭터를 떠나 결말이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용두사미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후엔 이름만 거창한 책은 읽기 힘들겠다 싶었다. 그리고 8년 후, 나는 <가토의 검>을 만났다. 


  

한 남자가 도로에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 남자는 양쪽 귀가 다 잘리고 두개골이 함몰된 상태였다. 그 남자를 죽인 사람은 누구이며, 그 남자는 왜 도로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가? 그 남자의 동생은 직업이 기자였고, 형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형을 죽인 자를 추적한다. 형의 사건을 맡은 곽형사는 그가 나서는 걸 대놓고 싫어하지만 은근히 밑밥을 던지면서 그를 자극해 이용하게 된다.


이용당하는 걸 알면서도 주인공 영민은 형의 죽음을 조사하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 마침내 그는 형의 죽음에 관한 실마리를 찾게 된다. 세관 공무원으로 일하는 형이 죽기 며칠 전, 압류물품창고에서 무언가 훔쳐 감사를 받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정치권에서 한일 정부가 협의를 끌어낸 금란가사의 반환, 그리고 가토의 검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 때문에 형이 죽었다는 것. 이 모든 연결고리가 하나의 길로 영민을 이끌게 된다. 그렇다면, 형 영식을 죽인 X는 누구인가?


영민이 어딜 가는 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묘사가 지루한 점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빨리 읽히는 편이었다. 흥미로운 건, 형을 추억할 때 형과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는 그와 관련한 인물과의 연결점에서 형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동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인물들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곽형사라는 제 3자의 관점으로 온 시야가 뒤바뀌는 순간, 이 소설의 진정한 반전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가토의 검>은 읽는 내내 8년 전 <진시황 프로젝트>를 연관시키는 점이 많았다. 소설의 어떤 부분일 일치한다기 보다, 책이 원 소재를 버리고 산으로 가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막 무언가 풀릴 시점에는 가토의 검이고 금란가사고 뭐고 일찌감치 포기하는 편이 신상에 좋다. 역사와 얽힌 추리 서스펜스물을 기대한 독자가 있다면 그 점은 기대하지 말아달라 부탁하고 싶다. 


다행히 <진시황 프로젝트>에 비해 <가토의 검>이 나은 점도 있었다. <가토의 검> 역시 중도에 가토의 검과 금란가사의 중요성이 슬며시 사라져버리는 비극이 발생하긴 했지만 어쨌든 형의 죽음의 살인자를 밝혀내는 전개는 원활히 이루어졌다. 적어도 독자가 마지막 결말까지 갈 때에 적당히 납득할 만한 당위성 정도는 갖추고 있다. 그 이상을 바라는 건 무리가 아닐까 싶다.


제목에 한 번 낚이고, 전개에 두 번 낚이고, 결말에 세 번 낚이는 기분이었다. 이 소설의 낚시질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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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저리 클럽
최인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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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그렇듯, 나에게도 학창시절은 가장 찬란했던 시간으로 남아 있다.

안타까운 것은 그 시간을 지나가는 동안에는 그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눈 내리는 날 괜스레 눈이 붉어지고 낙엽 흩날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슬픔에 잠겼던 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어떤 성스러운 시간이 일 초 일 초 흘러가고 있음을

무의식 중에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 최인호의 서문 -



세월이 흘러도 통하는 것이 있다는 말을 실감하게 해주는 말들이 책 곳곳에서 발견되곤 했다. 주인공 동순이 엄마에게 문제집 비용을 약간 꼬불쳐서 용돈으로 삼았다는 것, 등교 시간 7시를 지키기 위해 아침밥을 먹어본 일이 없다는 것, 그러나 그 등교 시간을 정한 사람들은 9시까지 푹 잔다는 것. 매일 부대끼는 버스를 타는 것. 한가한 버스를 타는 게 소망인 것. 봄이면 흩날리는 벚꽃을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여름이면 계곡으로 물놀이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가을이면 단풍이 물든 산으로 산악 여행을 가는 것. 겨울이면 따뜻한 방에서 귤을 까먹으며 따뜻한 이불 속에서 쉬는 것. 지금의 학생들도 여전히 공감되고 소망하는 10대들의 일상에 관한 소망이다.


시간이 멈춘 것마냥 70년대 학생들도, 그리고 2015년 학생들도 여전히 미성년자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불만을 느낀다.

그 나이 때 어울리는 사랑이 있고, 꿈이 있고, 도전이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 어른이 된 지금, 나는 그런 어른으로 살고 있는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10대를 성인이 되면 모든지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가두고 같은 길을 가도록 지시하게 만드는 어른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러한 고통을 겪고 자라난 70대의 청춘들은 왜 아직도 2015년 학생들에게 같은 길을 강요하게 된 것일까. 어른이 되는 것이 무기력하거나 꿈을 잃어버렸다는 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최인호의 <머저리 클럽>은 이러한 10대들의 고민과 청춘이 제대로 묘사된다. 미성년자라는 딱지를 붙여 갈 곳을 없게 만드는 세상이 미우면서도, 그런 세상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힘없는 10대인 자신들을 '머저리'라고 묘사한다. <머저리 클럽>이라는 이름을 만든 사람은 영민이인데 이 영민이라는 캐릭터 역시 매우 독특한 인물이다. 그 어떤 것도 특징적이지 않지만 존재만으로도 사람을 야리꾸리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캐릭터. 마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데미안을 보는 심경이었으리라. 동순은 친구들과 함께 6대 1로 영민을 때리려고 마음 먹은 후에 정정당당히 승부하자고 1대 1씩 붙어오면서 매를 맞는 영민에게서 흡사 두려움을 느꼈다. 보기 드물게 꺾이지 않으려는 10대의 프라이드가 자신들과 다르다고 느끼게 한 것이다. 자신이 힘이 더 세면서도 영민에게 반격조차 못한 동순이는 정신적으로 영민에게 진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나 독특한 군상은 내비두고, 나는 어쩐지 동순이라는 주인공에 자꾸만 눈이 갔다. 버스 안에서 처음 만난 여고생 소림에게 빠져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때도, 자신이 좋아하는 소림을 영민에게 빼앗겼을 때도, 그 상처를 회복하고자 겨울 바다를 보러 갔을 때도, 그리고 공부를 시작했고, 새 여자친구인 승혜를 만났을 때도, 나는 늘 그와 함께 있는 기분이었다. 동순이야말로 평범하면서도 으레 볼 것 같은 10대들의 모습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나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동순은 나의 또다른 모습이었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말이나, 70년대에는 장난꾸러기 학생을 '얄개'라고 한 듯하다. 소설 속 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명사였다. 10대의 내면적 고민이나 누구나 한 번쯤 겪을 법한 일상적인 에피소드로 당시 관람객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는 <고교얄개>는 지금으로 말하면 청춘 하이틴 영화였다.

<머저리 클럽>이 이 <고교얄개>의 계보를 잇는 작품일 것이다. 나는 <얄개> 책을 읽어본 일이 있는 사람으로서 얄개 쪽이 좀 더 70년대스럽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다. 2008년도에 나온 <머저리 클럽>이 얄개를 뛰어넘기에는 부족하겠지만, 나름 꾸려가는 전개와 여전히 동질감을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점에서 <머저리 클럽> 역시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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