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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토의 검 ㅣ 소설NEW 3
 김이수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2월
 평점 :  
     
 
        
            
            
            
            
            
            
            
2008년에 <진시황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거창했던 책을 읽었다. 한중일을 둘러싼 거대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둘러싼 살인과 추적, 추리 서스펜스 물이었다고 기억한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사람의 목이 잘려나가는 사건이 생겼다. 수사를 맡은 강력 8팀은 서준필 교수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그리고 세계적인 킬러 '송곳'이라는 존재가 드러난다. 강력 8팀은 송곳이라는 자를 추적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루트로 추적을 시작한다. 여기서 반전은, 송곳이란 사람이 늘 주인공 곁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마 <진시황 프로젝트>의 가장 큰 반전이자 열쇠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반전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진시황이 쫓겨나고, 어느새 갑자기 나타났던 명성황후와 고종이 증발하고, 주인공을도와 준 여러 죄없는 사람이 도미노 쓰러지듯 살해당하거나 자살했다. 이쯤되면 민폐 캐릭터를 떠나 결말이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용두사미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후엔 이름만 거창한 책은 읽기 힘들겠다 싶었다. 그리고 8년 후, 나는 <가토의 검>을 만났다. 
  

 한 남자가 도로에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 남자는 양쪽 귀가 다 잘리고 두개골이 함몰된 상태였다. 그 남자를 죽인 사람은 누구이며, 그 남자는 왜 도로 위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가? 그 남자의 동생은 직업이 기자였고, 형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형을 죽인 자를 추적한다. 형의 사건을 맡은 곽형사는 그가 나서는 걸 대놓고 싫어하지만 은근히 밑밥을 던지면서 그를 자극해 이용하게 된다. 
이용당하는 걸 알면서도 주인공 영민은 형의 죽음을 조사하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 마침내 그는 형의 죽음에 관한 실마리를 찾게 된다. 세관 공무원으로 일하는 형이 죽기 며칠 전, 압류물품창고에서 무언가 훔쳐 감사를 받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정치권에서 한일 정부가 협의를 끌어낸 금란가사의 반환, 그리고 가토의 검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 때문에 형이 죽었다는 것. 이 모든 연결고리가 하나의 길로 영민을 이끌게 된다. 그렇다면, 형 영식을 죽인 X는 누구인가?
영민이 어딜 가는 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묘사가 지루한 점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빨리 읽히는 편이었다. 흥미로운 건, 형을 추억할 때 형과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는 그와 관련한 인물과의 연결점에서 형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동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인물들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곽형사라는 제 3자의 관점으로 온 시야가 뒤바뀌는 순간, 이 소설의 진정한 반전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가토의 검>은 읽는 내내 8년 전 <진시황 프로젝트>를 연관시키는 점이 많았다. 소설의 어떤 부분일 일치한다기 보다, 책이 원 소재를 버리고 산으로 가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막 무언가 풀릴 시점에는 가토의 검이고 금란가사고 뭐고 일찌감치 포기하는 편이 신상에 좋다. 역사와 얽힌 추리 서스펜스물을 기대한 독자가 있다면 그 점은 기대하지 말아달라 부탁하고 싶다.  
다행히 <진시황 프로젝트>에 비해 <가토의 검>이 나은 점도 있었다. <가토의 검> 역시 중도에 가토의 검과 금란가사의 중요성이 슬며시 사라져버리는 비극이 발생하긴 했지만 어쨌든 형의 죽음의 살인자를 밝혀내는 전개는 원활히 이루어졌다. 적어도 독자가 마지막 결말까지 갈 때에 적당히 납득할 만한 당위성 정도는 갖추고 있다. 그 이상을 바라는 건 무리가 아닐까 싶다.
제목에 한 번 낚이고, 전개에 두 번 낚이고, 결말에 세 번 낚이는 기분이었다. 이 소설의 낚시질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