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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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쥐스킨트 소설속의 작중인물들은 어느 한군데가 뒤틀려져 있고 일그러진 모습이었다. 주인공 그르누이도 그러했다. 태생적으로 비천한 가운데 불우하게 어린시절을 보낸다. 부와 명예의 사리사욕에 눈먼자들은 그르누이를 통해 몰락의 길을 걷는다. 그는 애초 세속적인 삶따위엔 관심이 없다. 오직 관심을 두는건 향수일뿐. 그가 그처럼 갈망했던건 근원적인 자기 본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작은키에 등은 구부러지고, 다리를 절며 혐오스러운 얼굴을 가진 그가 원했던건 인간의 향기. 즉 사랑이었다.

그는 늘 소녀의 체취를 통해 마음껏 가슴속의 자유를 누린다. 하지만 자기 체취는 없다는걸 아는 순간 공포를 느낀다. 그는 그래서일까? 인간이 인간에게 느낄수 있는 감정인 사랑,무관심,증오,애처로움을 일으키는 향수를 만든다. 지상최고의 향수는 불쌍하게도 아름다운 나이의 소녀들이었다. 그는 향수를 빌미로 타인들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그건 가짜일뿐. 사실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인정받길 원했다.

그가 인간의 향기에 집착하고 탐닉한건 사랑과 자아였다. 인간 내면의 향기가 존재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그들들은 그르누이에겐 증오와 비웃음의 대상이었다. 향기를 지배하는 자가 인간의 영향력을 지배할수 있다는 발상과 소재가 특이하였다. 정말 그런 코를 가진 사나이가 있을까 여간 생뚱스러운건 아니었다. 그러나 심도있게 변하는 심리의 치밀함이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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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단편선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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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악으로써 물리치는 것이 아니다. 선이 악을 이긴다. 어찌보면 단순한 구도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못하는게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주된 구심점은 이렇다. 착하고, 욕심없고, 부지런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 돕고 살아간다. 그리고 신에 대한 믿음으로써 이들의 사랑과 베품은 커져나간다. 돈과 명예가 아니라 건실한 노동의 댓가와 더 바랄것 없는 소박한 삶을 원한다. 고리타분한 권선징악일수 있겠지만 사람들이 그런 삶을 살지 못하니까 이런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 것일거다. 인간 내면의 본질엔 악함이 깃들어 있다. 신을 통해서 사랑을 나누고 용서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악을 잠재우는 것이다.

이 책을 봄으로써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인지 알게된다. 한편으론 답답한 마음을 지울수 없었다. 여기에 나오는 바람직한 모델들 때문이다. 욕심이라곤 티끌하나 없이 땅을 일구어 곡식을 가꾸는 농민들. 늘 신을 위해 경건한 마음으로 화내는 법 없이 살아가는 노인들이 나온다. 이야기속에서는 착한 사람이 못된 사람에게 늘 고통만 받는다. 그러나 원망 대신 오히려 그들을 위해 기도 드린다. 대개 그들은 죄를 뉘우치거나 불행한 삶으로써 천벌을 받는다. 그럼으로써 착한 사람은 늘 이긴다. 하지만 오늘날의 현실을 볼때 과연 이런 바람직한 인간상들이 승리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가?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의 진리가 통할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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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29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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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체게바라의 얼굴이 새긴 티셔츠를 입은 젊은 사람들을 본다. 왠지 모를 강렬함이 전해진다. 장코르미에가 십년에 걸친 그에 대한 생애찾기가 결국 이 책을 만들었는데 대단하다고 본다. 인물에 대한 세부묘사가 꼼꼼할 정도이다.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할려고 노력하면서도 체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책이다.

아쉬운 것이 있다. 그이 친구 알베르토와 여려 라틴국가들을 여행을 했다. 근데 그곳에서 확고부동한 자기신념과 사상을 가졌는지 단순히 자본주의 모순의 목격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체의 일생을 통해서 중요한 삶을 차지했던 그 시간의 되짚음이 부족하다. 한 아르헨티나 젊은 의학도에서 혁명가로 눈을 뜨게 되는 부분을 그 심정을 더 알고 싶었다. 기나긴 여행을 통해서 인간의 대한 애정을 얻었으며 그의 만학도적인 모습은 더욱더 냉철한 시각을 부여했지 않나싶다.

예전에 신해철이 진행하던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체게바라 책을 읽고 소감을 밝혔던 기억이 난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할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쿠바혁명까지는 좋은데 그곳에서 편히 살수 있지 않았느냐, 왜 구태여 볼리비아까지 가서 투쟁을 하겠다며 사서 고생을 했는지 이해가 안갔다는 것이었다. 솔직하게 평가했던 냉담조 어린 어투가 기억이 남아 편견을 갖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역설적으로 신해철의 평가는 이랬을지도 모른다. 충동적이면서도 강렬하게 에너지를 발산했던 모습이 내심 부럽기도 했을 것이다. 좀더 차분히 심사숙고하는 지성인, 참된 지식인으로 남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바램도 있을 것이다. 강경일변도로 나가다 결국 생을 채우지 못하고 마감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가 없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우리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그의 말을 무시할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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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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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씨 이야기를 먼저 읽은 나로썬 비둘기의 조나단과 좀머씨가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것을 발견할수 있었다. 실망을 안겨주는 세상과의 배신감으로 은둔자로써 살아가는 방식이 닮았다. 다만 고유한 일상의 규칙을 깨트린 비둘기때문에 실낱같은 희망을 받은 조나단과는 틀리지만 말이다. 한치의 흐트럼없이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그의 방과 은행경비원 일은 소박한 행복의 전부였다. 더이상 누군가로 인해 간섭과 침해당하는 것을 싫어하였다. 그런 조나단이 비둘기 한마리 때문에 그의 존립이 흔들려진다는 줄거리부터 시작된다. 비둘기로 인한 탈출이 결국 자유로부터의 첫발을 내딛게 된다.

그것에 적응 못하는 조나단에게 어수선함과 어지러움을 준다. 오늘처럼 은행 경비하는 행동이 거북스럽다. 공원의 거지처럼 그곳에 무언가 먹고있다는 행위를 부정한다. 하지만 그 거지의 역거움은 괜한 자유로움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바지를 찢게 만든 장본인 빈 우유통을 넣지 않아도 된다. 튿어진 바지를 애써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결국 홀로 우뚝이 은행을 지키던 자신의 스핑크스가 무너진다. 이제 그만의 세계가 무너졌다는 분노가 외부로 향해 치밀어 오른다. 내부로 향하던 에너지가 한층 넓어진 시야로 통해 발산하지만 터트릴수도 없는 소심함이 있었다.

그 불만을 무작정 걷는다는 행위로써 그 의식이 묽어지고 잠잠해진다. 호텔에 이르러서야 미처 몰랐던 새로운 자신의 모습에 허무함을 느낀다. 극단적인 생각까지 오른다. 그러나 어둠속의 천둥번개가 끊임없이 그를 외부로 끌어내려고 괴롭힌다. 아침 창에 비친 희미한 한줄기 빛이 비춰준다. 드디어 그는 시각과 청각이 트이며 자기방으로 되돌아 가지만 비둘기는 없다. 이미 조나단 삶의 파장을 던져준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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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남자 - 이시형에세이
이시형 지음 / 이다미디어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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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남자의 입장에서 남자라는 동물이 어떠한지를 보다 정확하게 짚고 있다. 잘 파악했지만 어떻게 보면 남자의 특성을 무조건 옹호한 측면이 있지않나싶다. 페미니즘같이 여자를 두둔하며 여성상위에 입각한 흔적이 없다. 놀랍게도 이 땅의 여자들에게(남자도 포함해서) 정신차리라! 따끔한 충고를 가한다. 결코 이 책은 사랑의 환상을 심어주지 않는다. 다른 여타의 남녀관계를 그린 책처럼 매끈하고 부드러운 면이 없다. 사랑 그 이면의 속설을 잘 알아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 만큼 현실론적이다.

너무 여자들에게 질책을 퍼붓는거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했다. 연애라는 특성상 사랑의 밀어에 너무 뜨겁게 달아오르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연인과 애인의 차이점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결혼은 특히 신중하라고 말한다. 그래서 왠지 이 책은 보수적인 면이 짙다. 철저히 이 시대의 사회관에 따라서 남녀간의 문제, 마찰이 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좀더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정신과 의사이니 사랑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을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더더욱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며 자기 자신을 성숙해야 할 필요성을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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