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쥐스킨트 소설속의 작중인물들은 어느 한군데가 뒤틀려져 있고 일그러진 모습이었다. 주인공 그르누이도 그러했다. 태생적으로 비천한 가운데 불우하게 어린시절을 보낸다. 부와 명예의 사리사욕에 눈먼자들은 그르누이를 통해 몰락의 길을 걷는다. 그는 애초 세속적인 삶따위엔 관심이 없다. 오직 관심을 두는건 향수일뿐. 그가 그처럼 갈망했던건 근원적인 자기 본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작은키에 등은 구부러지고, 다리를 절며 혐오스러운 얼굴을 가진 그가 원했던건 인간의 향기. 즉 사랑이었다.

그는 늘 소녀의 체취를 통해 마음껏 가슴속의 자유를 누린다. 하지만 자기 체취는 없다는걸 아는 순간 공포를 느낀다. 그는 그래서일까? 인간이 인간에게 느낄수 있는 감정인 사랑,무관심,증오,애처로움을 일으키는 향수를 만든다. 지상최고의 향수는 불쌍하게도 아름다운 나이의 소녀들이었다. 그는 향수를 빌미로 타인들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그건 가짜일뿐. 사실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인정받길 원했다.

그가 인간의 향기에 집착하고 탐닉한건 사랑과 자아였다. 인간 내면의 향기가 존재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그들들은 그르누이에겐 증오와 비웃음의 대상이었다. 향기를 지배하는 자가 인간의 영향력을 지배할수 있다는 발상과 소재가 특이하였다. 정말 그런 코를 가진 사나이가 있을까 여간 생뚱스러운건 아니었다. 그러나 심도있게 변하는 심리의 치밀함이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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