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섬, 라스트 파라다이스
김진혁 지음 / 들녘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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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상상 속에서나마 존재할 것 같은 낙원. 모든 사람이 꿈꾸는 장소. 그곳에 머물길 바라지만 신기루 같은 것이라고 이미 내 머리에 자리 잡은 고정관념. 프랑스 청년 씨어리는 우연치 않은 장소를 찾아 자신만의 낙원을 만들고 그 어떤 간섭과 강요 없이 사는 모습이 내심 부러웠다. 물론 사람이 살기엔 다소 척박한 이 땅에 자립자족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기에 훗날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때마침 찾아온 선택의 기회에서 왜 그는 프랑스에서의 삶을 안달하지 못해 떠났을까? 천성이 게을러서... 뻑뻑한 사회생활이 싫어서였다지만 이 책에 설명된 이유로써는 좀 미흡하다.

그때 운명의 기회가 아예 주어지지 않았더라면 프랑스에서의 삶은 어땠을까? 아직 젊은 나이이었을 테고 나태하고 주저하는 면이 있긴 하지만 남들과 똑같이 살지 않았을까 한다. 왜냐면 누구나 일탈을 꿈꾸기 때문이다. 다만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는걸 알기에... 그는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서 혹은 정신 차리며 살고 있을지 모른다. 씨어리 자신이 '아! 내가 살아가야 삶은 이거다'하며 모든 걸 내버릴 만큼 일탈의 정도가 얼마나 컸는지 잘 모르겠다. 그의 형 영향을 받은 탓도 있겠다.

제일 부러웠던 장면은 아내 로즈를 만나 정착할 곳을 찾고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섬을 가꾸기 시작했던 정착 초기 때 모습이다. 힘들고 시행착오의 나날이었겠지만 조금씩 변모 되가는 이곳을 바라보기만 해도 즐거웠을 것 같다. 노력의 산물. 충분히 그 혜택을 누릴 만 하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 마무리할 때쯤 어느 정도의 환상은 깨졌다. 약간의 세속적인 모습 때문에... 알콩달콩 사는 원시적인 모습은 없고, 외지인을 이끌어 돈을 벌어야 하는 등 결코 고립되어 살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김진혁PD가 이곳에서의 촬영일정을 끝내고 현실로 돌아와 자신에게 했던 질문. 나 역시 해본다. 치열하지 못한 삶을 살았고, 내가 진정 무엇을 좋아하고, 달려들 용기가 있었는지를... 씨어리대로 살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사는 이곳에서 씨어리의 삶을 본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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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 불완전한 과학에 대한 한 외과의사의 노트
아툴 가완디 지음, 김미화 옮김, 박재영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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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TV에서 의학전문드라마로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거기서 비쳐진 의사의 모습은 현대적이며 감각적인 요소로 가꾸어져 있었다. 또한 의학지식으로 무장된 똑똑한 지식인 집단은 피의료자에겐 절대적으로 따라야 할 권위자의 모습과 더불어 진심으로 고뇌하는 장면들이 인상 깊었다. 이러한 인식의 주입은 한마디로 '멋있게' 보였었다. 그리고 요새 TV 건강관련 프로그램이 많이 등장하면서 초대된 각 전문의들이 일상적이며 세분화된 의학정보를 들려주고 있다. 사회자, 출연진, 방청객들은 그들의 말에 한 톨의 의심 없이 (바보스러운 얼굴(?)로) 짧은 감탄사와 함께 고개 끄떡인다.

하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가공할만한 실상을 어렴풋 짐작하는 부분들에 대해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병원에 가면 엉뚱한 사람 잡는다' '그 의사는 믿을 수 없다'라는 듣기에도 깨름직한 이야기들이... 무엇이 진상인지 모른 체 소문처럼 떠돌곤 한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는 의료계의 어두운 현실, 신문지상에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의료사고에 관련된 기사를 보게 된다. 날로 발전해가는 첨단 의료 장비와 지식들. 한 치에 흔들림 없이 보이는 의사들의 모습 뒤켠엔 어두운 골목길처럼 쉬쉬하며 은폐된 것 같은 이미지가 혼란된다. 도대체 어떤 것이 진정한 의사상인지 모를 때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의료계 현장의 실상을 거침없이 보여준 책이다. 분명 우리나라의 저자가 이런 책을 썼다면 엄청난 파장과 반향을 불러 일으킬만한 요소가 담긴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환상이 깨지게 된다. '의사도 인간이구나'하는... 하지만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도 버리게 된다. 책 단락마다 스릴러처럼 읽히는 미스테리한 구성의 실제 이야기들이 꽤 흥미 있었다. 인간의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차원에서 감동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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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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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어 주었고, 믿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갈 때, 그 재회의 기회마저 사라질 때의 서러움을 난 아직 잘 모른다. 키친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기의 존재를 지탱해주었던 또 다른 존재의 사라짐에 고통 받는다. 그들이 떠나간 빈 자리에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은 족쇄에 얽어 매여지게 하는 아픔으로 바뀌게 된다. 필사코 그 추억의 헤매임에 벗어나려고 하는 주인공들의 몸부림을 '키친'에서 볼 수 있다.

할머니를 잃은 미카게는 유이치,에리코라는 새로운 인연을 통해... 가슴이 아플때마다 위로가 되주는 자기만의 사색의 공간 '부엌'을 통해 극복하고자 한다. 단 하나의 혈육인 어머니를 잃은 유이치도 미카게로 부터 위안을 받는다. 하지만 자기의 복잡한 태생이 그녀한테 부담이 되는게 싫어서 선택했던것이 여행이었다. 과거의 떨쳐버림이 언제 끝날지도 모를 기나긴 여행길에서... 역시 다시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미카게에게... 무언가의 끈이 형성된다. 만약 '키친' 마지막 장면에서 미카게가 유이치의 여행지에 찾아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과거를 잊고자 찾아간 여행이었지만 끊임없는 그 기억의 굴레에 자신만 폐인으로 빠졌지 않을까 한다. 이때 미카게라는 존재는 구원이었다.

'달빛 그림자'에서도 '키친'과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사츠키와 히라기는 아침 조깅을 통해... 세일러복을 입음을 통해... 그 슬픔을 극복하고자 한다. 하지만 문득 문득 찾아오는 과거의 뇌리에 그 수단의 노력마저 수포로 돌아간다. 이때 등장하는 우라라는 그들의 구원자가 되어준다. 일순간 과거의 환상에서 현재의 일상으로 살아가게 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따뜻한 사람과 따뜻한 사람과의 따스한 느낌. 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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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옷
아멜리 노통브 지음, 함유선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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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유희, 언어도단이 느껴지는 책이다. 주인공격인 여류 작가는 이런 물음을 표한다. 폼페이의 화산폭발은 자연현상이 아닌 도시 전체를 영구한 유적으로 남기려는 누군가의 조작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그 사건의 진실을 두려워하는 셀시우스라는 자에게 26세기의 미래로 이끌려 온다. 그 후 그들은 끝없는 격론과 토론을 벌인다. 줄거리는 그만큼 간단하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 초점을 맞춰 귀 기울이면 된다. 셀시우스를 통해 앞으로의 미래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작가는 그 끔찍한 미래상에 반문하게 된다.

그의 고지식함을 내키는데로 독설을 퍼붓는 주인공을 통해 아멜리 노통이 제시하는 소설의 요지가 무얼까 궁금했다. 지금 현대의 인류사회가 품고 있는 문제점들이... 노통이 생각하는 미래의 인류 모습이 정말 그렇게 될 것 같다는 묘사가 있었다. 근데 정말 그런 것들이 도래하기엔 과장된 면이 있었다. 좀 와 닿지 않은 부분이 있던 거다. 국가는 멸망하여 서방부, 동방부로 나눠지고... 북쪽은 권력의 힘을 가진자들. 남쪽은 불가촉되어야 할 천민집단으로 여기고 쓸어버리는 장면. 그러기 위해 폼페이 사건은 절대 필요했던 것. 상상력은 칭찬할 만하다. 그렇다고 미래의 모습을 호락호락하게 다 담을 수 있을까 묻게 된다. 짧은 대화체 구성의 소설을 통해서 말이다. 거대한 프로젝트에 대해 염두에 두고 소설을 읽으면 부담스럽다.

차라리 그들의 논쟁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그 장면을 보는 것이 재밌을 거다. 무려 오백년 동안 엄청난 시간차 사이에 놓인 골 깊은 괴리와 격리감이 그들을 끎임 없는 논쟁으로 이끌지 않았나 싶다. 꺼림낌없이 자기 관점을 주장하는 모습이 가벼운 맛깔스럼을 느낄 수 있다. 심문하고 추궁하는 자... 심문당하고 변론하는 자... 끝내 서로의 이질감을 극복 못했지만 둘 사이에 어떤 끈끈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준 듯 하다. 둘 모두 마음에 어떤 커다란 영향을 던지고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던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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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e짠돌이 - 평생 가장 확실한 재테크 = 절약습관
다음카페 '짠돌이' 엮음, 이보슬 글·구성 / 영진.com(영진닷컴)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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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배기 절약의 정보와 절약습관 기르기가 담겨 있다. 짠돌,짠순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구구절절한 사연이 기막히게도 재밌다. 읽어보면서 알게 모르게 새어나간 내 소비습관과 지출에 대해 다시 한번 돌이키게 된다. 요새 많이 팔리는 주식, 부동산 투자등이 실린 재테크 전문 서적은 아니다. 다만...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 사람들이 푼돈 10원이라도 아까워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구두쇠 궁상 떠는게 아니라 '절약은 미덕'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노력하면 왕~짠돌이가 될 수 있는 희망찬 메시지가 가득하다.

이 책에 담겨있는 정보는 누구나 상식적으로도 아는 생활속의 절약이며 간단히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그런데 왜 돈을 그렇게까지 하면서 아껴야 하는 의식은 그 필요성조차 자각 못할 때가 많다. 부족함을 못 느끼고 살아서 그랬는지 모른다. 이 책을 읽다보면 돈의 소중함과 어떻게 하면 잘 쓰며 아낄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도 신용불량의 입장에 처해 지난날의 후회와 반성을 기록했던 회원님들의 글이 나에게 있어 교훈을 준다. 돈에 대해 현명해져야 한다는 회원님들의 이야기가 정말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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