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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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어 주었고, 믿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갈 때, 그 재회의 기회마저 사라질 때의 서러움을 난 아직 잘 모른다. 키친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기의 존재를 지탱해주었던 또 다른 존재의 사라짐에 고통 받는다. 그들이 떠나간 빈 자리에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은 족쇄에 얽어 매여지게 하는 아픔으로 바뀌게 된다. 필사코 그 추억의 헤매임에 벗어나려고 하는 주인공들의 몸부림을 '키친'에서 볼 수 있다.

할머니를 잃은 미카게는 유이치,에리코라는 새로운 인연을 통해... 가슴이 아플때마다 위로가 되주는 자기만의 사색의 공간 '부엌'을 통해 극복하고자 한다. 단 하나의 혈육인 어머니를 잃은 유이치도 미카게로 부터 위안을 받는다. 하지만 자기의 복잡한 태생이 그녀한테 부담이 되는게 싫어서 선택했던것이 여행이었다. 과거의 떨쳐버림이 언제 끝날지도 모를 기나긴 여행길에서... 역시 다시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미카게에게... 무언가의 끈이 형성된다. 만약 '키친' 마지막 장면에서 미카게가 유이치의 여행지에 찾아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과거를 잊고자 찾아간 여행이었지만 끊임없는 그 기억의 굴레에 자신만 폐인으로 빠졌지 않을까 한다. 이때 미카게라는 존재는 구원이었다.

'달빛 그림자'에서도 '키친'과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사츠키와 히라기는 아침 조깅을 통해... 세일러복을 입음을 통해... 그 슬픔을 극복하고자 한다. 하지만 문득 문득 찾아오는 과거의 뇌리에 그 수단의 노력마저 수포로 돌아간다. 이때 등장하는 우라라는 그들의 구원자가 되어준다. 일순간 과거의 환상에서 현재의 일상으로 살아가게 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따뜻한 사람과 따뜻한 사람과의 따스한 느낌. 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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