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서점
이비 우즈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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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 우즈의 《사라진 서점》을 읽고 난 후, 나는 여성의 강인한 의지와 그들 사이의 연대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힘을 지닌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이야기는 더블린의 조용한 거리에서 시작되어, 사라진 서점을 찾는 한 남자의 여정과 100년 전 오펄린의 삶이 교차하는 구조로 전개된다. 두 이야기의 결합은 단순한 서점 찾기가 아닌, 그 속에 숨겨진 여성의 삶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탐구한다.

100년 전 당시 여성들이 결혼과 가정이라는 틀에 갇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시대에, 오펄린은 그러한 압박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으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

현대의 인물인 마서 또한 인상 깊었다.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쳐 더블린에 온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무시당하는 현실 속에서 오펄린의 이야기를 통해 용기와 희망을 얻는다. 두 인물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나는 여성의 연대와 그들이 서로에게 주는 힘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시대를 초월한 여성들의 연대가 서로를 지탱하고,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목소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오펄린의 서점이 사라진 자리는 단순한 공간의 상실이 아니라, 여성의 목소리가 무시되던 시대를 상징한다. 그런데도 그녀의 투쟁 흔적은 여전히 존재하며, 마서와 헨리가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는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라진 서점》은 단순히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에서 오펄린처럼, 혹은 마서처럼 저마다의 싸움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며, 잊힌 것들의 가치와 그것을 다시 찾는 과정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준다. 나는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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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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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 장르의 영상물을 자주 보는 편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창작자의 지식, 기획력, 상상력, 설득력을 나만의 현미경으로 분석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스토리라인이 촘촘한지, 전개 논리가 합당한지, 소비자에게 사건을 해결할 기회를 주는지 등을 따져보는 것도 큰 재미다. 창작자가 제공하는 떡밥을 하나하나 잘 주워 담아가지만, 끝부분이 흐리거나 소비자의 해석을 존중하는, 이른바 열린 결말은 내가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과 그 논리가 흐트러지며 결론을 급하게 내리는 듯한 상황은 영 별로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1137,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신을 모시는 캐드펠 수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미스터리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1970년대에 발표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작품의 짜임새나 구조, 논리는 매끄럽게 잘 이어져 작가가 애거사 크리스티를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또한, 스토리 흐름에 독자를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해결사의 눈으로 직접 범인을 찾아보게 하는 흡입력이 있다. 마치 어지럽게 얽힌 미로를 탐험하면서 하나하나 길을 찾아가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끝까지 단순한 결론이 나지 않는 사건들과 이야기는 읽는 내내 흥미를 자극한다. 사건의 갈무리 과정을 보며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가 떠올랐다. 제동 장치가 고장 난 기차가 소수 또는 다수의 사람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윤리적인 질문 말이다. 물론 사건의 정황이나 인물들의 의도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생명과 관련된 사건 앞에서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은 소설일 뿐이고, 중세 시대라는 배경과 사건 해결자가 종교인인 '수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작가의 의도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게 된다. 최첨단 과학과 생명 윤리의식이 발달한 요즘의 시각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조금 더 유연한 시각으로 작품을 대한다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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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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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터트리며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SF 과학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

 


이 책은 2021년에 세상에 선보인 SF 소설로, ‘마션으로 널리 알려진 앤디 위어의 세 번째 장편이다. 과학적 재현도가 이전 작품들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출간 전부터 라이언 고슬링에 의해 영화화가 예정되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태양의 온도가 떨어지고 미생물로 인해 인류와 지구가 멸종 위기에 처하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는 이 위기를 해결할 임무를 맡고, 태양을 삼키는 미생물 아스트로파지를 발견하게 된다. 이 생명체가 태양의 에너지를 흡수해 지구의 온도를 급격히 낮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 타우 세티 항성계에서 아스트로파지의 번식을 저지할 단서를 찾는 위험한 여정에 나선다. 그러나 이 임무는 사실상 자살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실로 흥미진진하다. 과학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더라도, 작가의 뛰어난 설명과 상상력이 어우러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렇게 방대한 지식이 담긴 SF 소설이 존재한다니, 그 자체로 경이롭다. 스토리텔링 또한 완벽하게 구성되어 있다.

 


작품은 극한 상황에서도 휴머니즘을 잃지 않는 한 인간과 외계 생명체 간의 감동적인 소통을 그려낸다. 각자의 별을 지키기 위해 협력하는 장면들 또한 깊은 감동을 주며, 그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깊은 우정은 곧 다가올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운명을 잊게 하는, 유일한 희망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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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순간 - 대한민국을 설계한 20일의 역사
박혁 지음 / 페이퍼로드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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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717일은 대한민국의 5대 국경일 중 하나인 제헌절이다. 그러나 나는 헌법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매년 이날을 지나쳤다. 단지 공휴일이 평일로 바뀐 것에 대한 불만만을 쏟았을 뿐이다.

 

헌법의 순간1948712일에 공포된 헌법, 즉 대한민국의 기틀을 마련한 뜨거운 20일의 역사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무지하면 그저 무지할 뿐, 휴일 여부에만 신경 썼던 내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 책은 헌법 제정 과정을 기록한 제헌국회 회의록을 바탕으로 쓰였다.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헌법이라는 나라의 기초를 세우기 위해 선출된 198명의 제헌 의원들은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거쳐 법안을 하나하나 만들어갔다.

 

이 나라의 국호가 왜 대한민국이 되었는지, 헌법에 사용된 용어가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성차별, 교육, 자유, 종교 및 정치와 같은 사회의 다양한 현안들이 어떻게 입법되었는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역사와 맞물려 깊이 있는 통찰을 얻게 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헌법의 정신,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자유롭고 평등하며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에 대한 내용이었다.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되어 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과연 이 헌법 정신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가? 헌법 앞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운가?

 

이 책은 단순히 현재의 정치나 사회 현상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헌법을 이해하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비판적인 시각과 끊임없는 질문을 유도하는 이 책은 그러한 의미에서 매우 소중한 지침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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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발상법 -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지식을 탄생시키는 여섯 가지 전략
이종필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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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 교수의 신작 과학자의 발상법은 과학의 역사 속에서 위대한 발견을 이끌어낸 과학자들의 사고방식을 여섯 가지 발상법으로 정리한 책이다. 물리학을 중심으로 과학 지식과 과학사를 살펴보며, 과학자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이종필 교수는 지난 20여 년간 물리학 연구와 교육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책은 총 여섯 가지 발상법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부는 과학 지식과 과학사를 재구성하여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부에서는 과학의 언어인 수를 통해 사고하고 추론하는 방법을 다룬다. 수리 추정과 차수 추정 등의 방법을 통해 수치를 쉽게 이해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두 번째 부는 보수적 발상을 다루며, 기존 이론을 확장하거나 일반화하여 새로운 지식을 포용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천왕성의 궤도 설명과 같은 사례를 통해 과학자들이 보수적 발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세 번째 부에서는 실용적 발상을 다루며,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낡은 틀을 깨고 새로운 지식을 얻는 과정을 설명한다. 보어의 원자 모형, 주기율표, 망원경과 현미경을 통한 발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네 번째 부는 혁명적 발상을 다루며, 발상의 전환과 역발상, 직관과 어긋난 사고 등의 사례를 제시한다. 패러데이의 역발상과 드브로이의 과감한 가정이 이끌어낸 발견을 통해 혁명적 발상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다섯 번째 부에서는 실패할 결심을 다루며, 과학에서 실패가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요소임을 강조한다. 멘델의 유전 법칙, 암모니아 촉매 개발 등과 관련된 실패 사례를 통해 과학자들이 어떻게 실패를 극복했는지 살펴본다. 여섯 번째 부는 미학적 발상을 다루며, 과학이 추구하는 단순함, 대칭성, 필연성, 자연스러움 등이 새로운 발견을 가능케 하는지 설명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과학자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새로운 시대에 효과적인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과학자의 발상법은 과학이 오늘날의 과학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살펴보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게 하는 제안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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