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헌법의 순간 - 대한민국을 설계한 20일의 역사
박혁 지음 / 페이퍼로드 / 2024년 7월
평점 :
매년 7월 17일은 대한민국의 5대 국경일 중 하나인 제헌절이다. 그러나 나는 헌법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매년 이날을 지나쳤다. 단지 공휴일이 평일로 바뀐 것에 대한 불만만을 쏟았을 뿐이다.
책 《헌법의 순간》은 1948년 7월 12일에 공포된 헌법, 즉 대한민국의 기틀을 마련한 뜨거운 20일의 역사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무지하면 그저 무지할 뿐, 휴일 여부에만 신경 썼던 내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 책은 헌법 제정 과정을 기록한 「제헌국회 회의록」을 바탕으로 쓰였다.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헌법이라는 나라의 기초를 세우기 위해 선출된 198명의 제헌 의원들은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거쳐 법안을 하나하나 만들어갔다.
이 나라의 국호가 왜 대한민국이 되었는지, 헌법에 사용된 용어가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성차별, 교육, 자유, 종교 및 정치와 같은 사회의 다양한 현안들이 어떻게 입법되었는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역사와 맞물려 깊이 있는 통찰을 얻게 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헌법의 정신, 즉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자유롭고 평등하며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에 대한 내용이었다.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되어 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과연 이 헌법 정신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가? 헌법 앞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운가?
이 책은 단순히 현재의 정치나 사회 현상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헌법을 이해하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비판적인 시각과 끊임없는 질문을 유도하는 이 책은 그러한 의미에서 매우 소중한 지침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