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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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 장르의 영상물을 자주 보는 편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창작자의 지식, 기획력, 상상력, 설득력을 나만의 현미경으로 분석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스토리라인이 촘촘한지, 전개 논리가 합당한지, 소비자에게 사건을 해결할 기회를 주는지 등을 따져보는 것도 큰 재미다. 창작자가 제공하는 떡밥을 하나하나 잘 주워 담아가지만, 끝부분이 흐리거나 소비자의 해석을 존중하는, 이른바 열린 결말은 내가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과 그 논리가 흐트러지며 결론을 급하게 내리는 듯한 상황은 영 별로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1137,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신을 모시는 캐드펠 수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미스터리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1970년대에 발표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작품의 짜임새나 구조, 논리는 매끄럽게 잘 이어져 작가가 애거사 크리스티를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또한, 스토리 흐름에 독자를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해결사의 눈으로 직접 범인을 찾아보게 하는 흡입력이 있다. 마치 어지럽게 얽힌 미로를 탐험하면서 하나하나 길을 찾아가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끝까지 단순한 결론이 나지 않는 사건들과 이야기는 읽는 내내 흥미를 자극한다. 사건의 갈무리 과정을 보며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가 떠올랐다. 제동 장치가 고장 난 기차가 소수 또는 다수의 사람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윤리적인 질문 말이다. 물론 사건의 정황이나 인물들의 의도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생명과 관련된 사건 앞에서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은 소설일 뿐이고, 중세 시대라는 배경과 사건 해결자가 종교인인 '수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작가의 의도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게 된다. 최첨단 과학과 생명 윤리의식이 발달한 요즘의 시각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조금 더 유연한 시각으로 작품을 대한다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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