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석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부산에서는 으로 부른다라는 문장으로 스타트를 끊는 소설 ’. 화제의 웹툰 의 원작 소설이라는 정보만 있었다. 그러니까 이라는 소리인데 고등학생 이정우가 바로 그 이다. 주먹을 내리 꽂기만 해도 어깨뼈가 바스러지고, 앞니 옥수수가 후루룩 털리는 무시무시한 포스로 무장한 통 이정우. 정우가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을 온다. 풍겨져 나오는 포스만으로도 여러 사람을 휘어잡는 분위기에 귀찮은 일들만 자꾸 생긴다. 좀 조용히 살고 싶은데 사람들이 가만히 놔두질 않아 정우는 내심 괴롭고 귀찮다.

 

. 모르겠다. 작가가 의도한 것이라면 괜찮았고 그게 아니라면 좀 당황스럽다. 15년 전 pc통신에서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글이라는데 웹툰을 글로만 옮겨 놓은 것 같다. 그림과 몇 마디의 대사만으로 충분한 감정 전달이 되는 웹툰과 달리 소설은 그렇지가 못하다. 내 안의 감정이 어떠한지 상대방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풀어 써줘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글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는 설명이 많이 부족하고 따라가기가 조금 버겁다. 조직폭력배와 다름없는 고등학생들의 과격한 폭력씬들에는 거부감도 살짝 들었고.

 

출판사와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해야겠다. 연재되고 있는 웹툰을 본 적이 없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잘 모른다. 그래도 인기에 힘입어 나온 소설이니 완벽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의 완성도는 기대했었다. 기존에 영화를 소설로 꾸며 나온 책들도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 주었으니까. 소설 전체의 부족한 완성도는 캐릭터의 힘으로 충족시켜 주지 않을까도 기대했었다. 하지만 그저 내 바람으로만 끝나버려 아쉽고 또 아쉽다.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을 오게 된 정우가 통의 자리를 놓고 벌이는 좌충우돌 적응기라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조금 버거운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앉은 자리에서 뚝딱 해치울 정도로 금방 읽히긴 한다. , , 꺄악으로 끝나는 몸싸움 덕일지도 모르겠다. 2병에 걸린, 자신감으로만 가득 찬 정우가 가끔 웃음도 선사한다. 하지만 글로 읽는 웹툰이 이런 기분일까. -_-;; 그래도 여러모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으니 부디 건필해서 좋은 작품으로 다시 만나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족의 탄생
이설아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결혼하고 시간이 흘러도 아기가 생기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게 입양이라고 생각했다. 주위에 난임으로 고생하고 있는 친구도 봤고, 친척 중 입양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분도 계시고, 아직 계획은 없지만 능력이나 조건만 된다면 입양을 생각하고 있는 내남자도 있고. 어쩌다 보니 보통 사람들보다 입양에 대해 생각할 만한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무조건 반대라며 손을 드는 편은 아니어도 마음이 살짝 기우는 건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여기 불임이 아닌데도 입양을 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한 가족이 있다. 첫 아이, 주하는 신생아일 때 데려와 크는 모습을 모두 지켜봐 왔고, 미루는 어느 정도 성장한 뒤 주하의 누나로,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다. 참 대단한 게 이들 부부의 용기라고 생각한다. 입양은 누구 혼자만의 결정으로 이루어질 사항이 절대 아니다. 부부간의 서로 오랜 시간 이해와 토론 끝에 이루어져도 참 대단하다 하겠는데 이들 부부의 가족들까지 따뜻하게 이해해준다.

 

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과 입양을 통해 만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무엇이 틀릴까. 내 속으로 낳지 않았어도 똑같은 내 새끼인데. 입양은 가슴으로 낳는다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를 잘 못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그런 말이 왜 나왔는지 알겠더라. 말로 설명할 순 없어도 가슴으로는 백번, 천번 이해가 된다.

 

아직 우리나라는 공개입양에 너그러운 시선을 보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입양아를 키우며 생기는 문제를 마음 털어놓고 시원하게 풀 수 있는 곳도 없다. 주위의 냉담한 시선은 그들도 견디기 힘든 거다. 정말 큰 용기로 아이들을 입양했지만 씁쓸한 현실에 그들 스스로 담을 쌓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책 말미에 작가가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구구절절 늘어놓은 말들에 짠해지는 마음도 든다. 열여덟 살에 강제로 어른이 되는 시설의 청소년들 이야기는 참 씁쓸하다. 씁쓸하다 못해 화가 슬며시 돋기도 하고.

 

주하와 미루를 통해 엄마로 성장해가는 미담에 흐뭇해진다.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그들의 삶을 잠시 엿본 시간은 한 없이 따뜻했다. 입양이 언젠가 이들 가족에게 아픔을 줄지 모른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마냥 외면할 수는 없는 문제이니까. 그래도 여태 해온 것처럼 현명하고 올바르게, 넓은 마음과 깊은 이해심으로 마주하면 그 통증은 언제 아팠는지도 모르게 사라질 거라고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치도록 가렵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4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형설중으로 전학과 전근을 온 학생과 선생님이 있다. 사건과 사고로 조용한 날이 없던 도범은 학교에서 퇴학 대신 전학을 권고 받는다. 아버지의 눈물에 독하게 마음을 먹고 형설중으로 전학을 왔다. 도범에게 화려했던(?) 과거의 모습을 감추고 지내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소문이 자자했던 이어서 그런지 선배고 친구고 자꾸 도범을 도발한다. 도범은 이를 악물고 버텨 보는데 잘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수인은 남자친구 율과 상견례까지 했는데 결혼 얘기가 없어 불만이 차곡차곡 쌓인다. 사회적 지위와 자신의 커리어에만 관심이 많은 남자친구 율. 결국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를 하기 위해 외국으로 떠나는 그를 수인은 잡지 못한다. 문자 통보뿐인 이별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정녕 율과는 이별인걸까. 제일 가까운 사람이라 믿었던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불안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학교에서 사서교사로서의 낯섦이 너무 불안하다.

 

이야기는 도범과 수인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불안이 한참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도범과 익숙한 세상이지만 아직도 낯선 세상에서인 수인의 눈을 통해 전해진다. 이들에게는 아슬아슬 위태롭게 흔들리는 이 불안을 시원하게 긁어줄 그 무엇이 필요하다. 그게 무엇인지 해답은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어 주는 모습을 보니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읽는 내내 책 속의 글처럼 마음이 뭉글뭉글 뭉쳐지는 것 같다. 모난 모서리를 힘껏 내밀며 콕콕 찌르던 것들이 조금씩 다듬어져 둥글둥글해지니 내 마음도 뭉근해진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안고 사는 불안이 나라고 가벼울리 없겠지만 이렇게라도 살짝 덜어내야겠다. 도범과 수인이 함께 하는 독서회의 모습이 떠올라 흐뭇한 미소가 절로 피어난다. 어질더질 더 이어질 것 같은 이들의 이야기가 짧게 끝나버려 아쉽다. 미치도록 가려운 우리에게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줘서 잠시나마 그 가려움을 잊었나 보다.

 

p.216
"그애들이 지금 을매나 가렵겄냐. 너한테 투정 부리는 겨, 가렵다고 크느라고 가려워 죽겄다고 투정부리는데 아무도 안 받아주고, 안 알아주고 가려워서 제 몸도 못 가눌 정도로 몸부림 치는 놈들한티, 대체 왜 그러냐고 면박이나 주고, 꼼짝없이 가둬놓기만 하는데 어떻게 전딜 수 있겄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빨강 - 제1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87
김선희 지음 / 사계절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고로 머리를 다친 아빠는 쉰아홉의 나이에서 일곱 살 어린 아이가 되었다. 아빠의 사고 후 생계는 치킨집을 운영하는 엄마가 책임을 졌고, 하나뿐인 형은 엄마를 도와 가게에서 일한다. 일곱 살의 아빠를 돌보는 것은 오로지 길동이의 몫이다. 어느 날 친구 희우를 통해 미령이 운영한다는 인터넷 카페를 알게 되고 가입을 한다. 카페의 이름은 더 빨강’. 매운맛을 좋아하는 식도락 모임이라는데 길동은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기로 한다.

 

길동이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가 버거워 보인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재개발 지역에 살고 있고, 아빠는 길동이를 작은 형이라고 부르며 틈만 나면 지붕위에 올라 말을 탄다. 그 스트레스를 야동 보는 것으로 풀어내는 길동.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처럼 느낄 법도 한데 어쩌지 못할 현실이기에 그냥 하루하루를 버틸 뿐이다. 그런 길동이가 야동을 보는 것은 가장 현실적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인지도 모른다.

 

빨간색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들이 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책 속에서는 매운맛의 빨간색과 야동의 빨간색이 쓰였다. 공통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두 개의 빨간색은 길동이에게 어떤 의미일까. 참 솔직하다. 빨간색처럼 뜨겁고 진하다. 그 나이의 청소년들이 보고 겪었을만한 야동 경험담이 무척 리얼하다. 그래서 진짜 청소년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왕따나 폭력, 학업 스트레스가 없는 청정무구 리얼 청소년 이야기. 그래서 더 좋다. 그들의 이야기를 참 솔직하게 해줘서.

 

두루뭉술하게 이어지지 않고, 말도 안 되는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설픈 치유를 하려 들지도 않는다. 삶은 여러 가지 맛의 변형이라는 책 속의 글이 가슴에 와 닿는다. 항상 단맛만을 원하는 우리지만 인생살이가 어디 쉬운 일인가. 지독하도록 매운맛을 느꼈을 때 차분하게 기다리다 보면 얼얼했던 혓바닥도 개운해지고 이마에 송골송골 맺었던 땀도 어느새 식는다. 인생도 그렇다. 아무리 급해도 돌아가라는 말도 있듯이 한 템포 천천히 가다 보면 언젠가는 인생의 단맛을 느낄 날이 올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나더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요미키타 중학교 3학년 3반에만 전해지는 괴담이 있다. 그것이 있는 해인지, 없는 해인지 구분하는 것은 학년이 바뀌는 1학기 초, 3반의 학생 수에 비해 1개씩 모자라는 책걸상으로 알게 된다. 도쿄에서 살다 이곳으로 전학을 오게 된 사카키바라 코이치. 병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소녀를 교실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소녀의 이름은 마사키 메이였다. 같은 반 친구들은 메이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지내는데 그것을 본 사카키바라는 혼란에 휩싸인다.

 

오른쪽 눈에는 안대를 하고 있는 신비한 분위기의 조용한 소녀, 마사키 메이. 도시에서 시골로 전학을 온 사카키바라. 캐릭터를 견고하게 만들기 위한 초반은 조금 지루하게 느껴져도 이 둘이 만나 뿜어내는 시너지는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나중을 위해서는 꼭 넘어가야할 문턱이다. 중반 이후 슬며시 드러나는 괴담의 정체에 오소소 돋는 소름과 쭈뼛한 등줄기는 덤이다.

 

소설이 원작이지만 일본 애니가 인기를 끌었던 어나더’. 애니에서 주인공인 메이의 모습이 너무 강렬하게 박혀있는 탓에 만나기까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두꺼운 볼륨에 지레 겁도 먹었고, 호러 미스터리로서의 서늘한 기운을 마주할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걱정했던 이 모든 걸 한 방에 해소시켜준 몰입감은 최고로 꼽을 만 하다.

 

장르를 하나로 정의하기가 힘들다. 여러 가지 장르가 섞여 있어 하나를 꼭 집어내기 힘들 정도. 청춘이면 청춘, 호러면 호러, 반전이면 반전, 하나같이 섞이기 힘든 요소들임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뛰어난 몰입을 하게 만든다. 너무나도 쉽게 훅 읽혀서 놀랬다. 미리 집어먹은 겁이 우습기까지 했다. 최고라고 꼽을 정도는 아니었어도 오락성 하나는 끝내주는 소설이니 즐기기엔 이만한 게 없다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