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터 - 뼈와 기계의 전쟁 본 트릴로지 Bone Trilogy 2
피아더르 오 길린 지음, 이원경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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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무시무시한 포식자 '디거'를 물리칠 무기와 씨앗을 구하기 위해 루프로 떠난 인드라니. '디거'로 인해 종족 멸망을 직감한 스톱마우스는 부족민을 놔둔 채 인드라니를 찾아 루프로 떠난다. 루프로 가기 위해 떠났던 길에서 적들과의 싸움에서 정신을 잃고 깨어난 그 곳은 생경한 풍경의 하얀 방이었다.

 

스톱마우스의 시련은 어디까지일까. 인드라니를 찾기 위한 여정은 읽고 있는 나까지 지치게 만들만큼 험난하기만 하다. 사랑하는 여인인 인드라니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그리움과 낯설고 생소한 루프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된 생활은 스톱마우스가 견뎌내기엔 너무 힘든 조건들이었다. 인드라니를 찾아가는 길도 고난의 연속인데 그런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스톱마우스의 존재 이유가 무의미해 보이기도 했고 한 없이 불쌍하게만 느껴졌다. 

 

아주 먼 미래이지만 원시시대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인간들의 실상과 인육을 거래하고 섭취하는 파격적인 소재로 눈길을 사로 잡았던 본 트릴로지 첫번째 시리즈 <인피리어>. sf장르 소설의 편견이 없지 않아 있었다.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렵고 지루하게만 읽혀지는 이야기들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다. 그런 편견을 조금이나마 깨준게 <인피리어>였다. 흔히 볼 수 없는 충격적인 소재로 끝까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어서 sf소설에 대한 나의 편견을 조금이나마 없어지게 만들어 주었다.

다만 본 트릴로지 시리즈를 읽으면서 느껴지는 단 하나의 단점이 있다. 주인공인 스톱마우스가 고난을 이겨내는 과정들이 만만치 않다는걸 충분히 안다. 하지만 비슷한 설정들의 반복이다 보니 너무 지치게 만든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는건 알겠는데 조금만 자제했더라면 덜 지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작가 덕분에 조금은 지루했지만 독특한 소재와 결말 덕분에 다음 편이 궁금해지는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스톱마우스와 인드라니의 다음 행보는 과연 어떠할까. 물론 당연하게 여겨지는 험난한 여정이겠지만 조금은 가벼워져서 돌아왔으면 좋겠다. 남자가 된 스톱마우스가 이제는 부족과 가족을 책임져야하는 막중한 임무까지 지었으니 전편들의 역경들은 살짝 우스워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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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하우스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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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마이클이라는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직업은 킬러. 유령같은 훌륭한 일 처리 덕분에 조직 내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런 그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 그녀와 아이를 위해 킬러 일을 그만두고 조직을 떠나려 하지만 조직은 그와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다. 조직을 떠나려는 마이클 때문에 어릴 적 고아원에서 헤어졌던 동생 줄리앙의 신변도 위태로워진다. 마이클은 오랜 시간 헤어져 있던 줄리앙을 찾으러 엘레나와 함께 떠난다.

 

어찌 보면 뻔한 전개들이 눈에 보인다. 비정한 킬러가 등장하는 것이나, 킬러가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벌이는 싸움 같은 것들 말이다. 솔직히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스릴러 소재들인 것도 맞다. 킬러의 등장으로 신나는 액션들은 시각적인 만족감을 줬고, 한 남자의 절절한 사랑과 뜨거운 형제애 같은 감성적인 요소들은 깊은 여운을 주기엔 충분했다. 존 하트와는 첫 만남이었다. 책장에 <라스트 차일드>가 꽂혀 있긴 하다. <라스트 차일드>를 추천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 <아이언 하우스>를 먼저 읽은건 순전히 '그녀를 위해서라면 지옥이라도 가겠다'라는 부제 때문이었다. 가슴 절절한 로맨스를 기대하고 읽었던게 사실이지만 그보다 가족간의 끈끈한 유대 관계들이 더 없이 진지하게 다가온다.

 

마이클과 줄리앙에게는 지옥같았던 아이언 하우스의 시절의 과거가 있다.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채 헤어진 두 사람이 재회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 사람은 차가운 킬러의 모습으로, 한 사람은 누구나 알아주는 동화 작가로 변모한 그들에게 아이언 하우스는 악몽 그 자체의 이름이었다. 한 가닥의 작은 기억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수도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게 그랬다. 작은 파편에 불과한 기억이었지만 그것을 극복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그들의 인생은 극명하게 갈렸다. 모든 사건은 과거에서부터 시작 된다. 차츰 차츰 쌓여 오다 한 번에 툭하고 터지니 걷잡을 수가 없다. 

 

적지않은 분량이다. 페이지수도 만만치 않고 한 쪽당 28줄이나 되다 보니 페이지 줄어드는 쾌감은 없더라. 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 덕분에 수월하게 읽긴 했다. 단 한 작품으로 확 사로잡는 작가가 있는 반면, 꾸준하게 읽힘으로서 그 진가가 발휘되는 작가가 있기 마련이다. 하나의 소설만 읽고 존 하트라는 작가에 대한 확신이 서진 않는다. 하지만 읽는 사람 누구나 추천하는 <라스트 차일드>가 있기에 다시 한 번 기대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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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사계절 : 한겨울의 제물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 Four Seasons Murder 1
몬스 칼렌토프트 지음, 강명순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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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문구에 '혹' 했다. 스티그 라르손을 능가할 작가라고? 작가 부재의 아쉬움을 달랠길 없어 밀레니엄 후유증을 한동안 앓았던지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스티그 라르손의 빈 자리를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도 한 몫 했다.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중 겨울편인 한겨울의 제물. 앞으로 봄, 여름, 가을편도 나온다고 하는데 어찌 기대를 안할 수 있을까!

 

혹독한 겨울 어느 날, 나무에 매달린 거구의 시체가 발견 된다. 고문으로 온 몸의 피부가 벗겨져 끔찍하게 살해된 피해자. 피해자의 영혼이 여형사 말린의 곁을 맴돈다. 고대 신화를 바탕으로 한 인신제물인 것 같다는 제보 전화가 걸려오고 살인 사건은 소문만 무성하다. 말린은 피해자의 과거를 추적하던 중 피해자를 담당했던 사회 복지국 직원 마리아 무르발이라는 여성을 알게 된다.

 

소설에서 가장 독특하다 할 수 있는 점은 주인공인 말린 곁에 맴도는 살인 사건의 피해자 벵트의 영혼이다. 말린은 들을 수 없지만 벵트는 독백을 통해 사건의 작은 실마리를 제공 한다. 말린은 꼭 벵트의 독백을 들은 것처럼 벵트가 안내하는 단서를 찾아내고 점점 범인의 실체와 가까워진다. 영하 몇 십도를 넘나드는 추운 겨울이 배경이라 안그래도 오싹한데 주인공의 곁에 맴도는 영혼의 등장으로 더 으스스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누구를 진짜 악인이라고 불러야 될지 모르겠다. 악한 근성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사람이 악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건 주위 환경 때문이던지, 성장 배경 때문이던지 꼭 무슨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소설 속 최초의 악인이라 불리울 수 있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한 가족 앞에 드리워진 악의 그늘은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알면서도 선뜻 화를 낼 수 없는건 처음부터 악인이 아니었기 때문일거다. 단순한 관심과 욕망으로 시작했지만 그로 인해 자신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닌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혼자 스스로 세상과 단절하거나, 주위 사람들에 의해 혼자가 되었거나, 어쨌든 홀로 남겨진 사람들은 고독하다. 고독은 그들에게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고독으로 만들어진 감옥 안에 갇혀 살아온 그들이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그 방법이 자신 스스로를 악의 구렁텅이로 내모는 길이라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 전에 존 하트의 <아이언 하우스>를 읽었다. 물론 줄거리는 틀리지만 느끼는 감정들이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개인적으로 <아이언 하우스>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감정들만 아니었다면 재미있었을텐데 그게 좀 아쉽다. 스티그 라르손의 빈 자리를 채울 정도는 아니더라도 새로운 북유럽 스릴러의 강자가 나타났으니 반가운 마음이 크다. 솔직히 수다스러운 아줌마같은 여형사 말린은 마음에 안들지만 작가가 작정하고 쓴듯한 묵직한 설정들은 다음편을 기대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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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1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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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인지 버블리아인지 제목이 자꾸 헷갈렸다. 책을 받아보기 전까지 버블리아로 착각. 왜 그랬을까? 라이트노벨처럼 보이는 표지는 조금 에러. 책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책 좋아하는 사람중에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책을 소재로 했고, 입소문이 너무 좋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어릴때의 트라우마때문인지 자신도 잘 모르지만 책을 못 읽는 '체질'인 다이스케는 할머니의 유품 중 책을 정리하기로 한다. 나쓰메 소세키 전집중 한 권에 저자의 사인과 뜻모를 메모를 발견하고는 견적을 의뢰하러 비블리아 고서당으로 향하지만 주인 시오리카는 병원에 입원중이다. 다이스케는 책 견적을 받기 위해 병원으로 향하게 되고 시오리카와 만나 뜻밖의 얘기를 듣게 된다.

 

시오리카 씨와 기묘한 손님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다. 부제에서 볼 수 있듯이 비블리아 고서당의 주인인 시오리카와 고서당을 찾는 손님들의 이야기이다. 우연한 기회로 고서당에서 알바를 하게 된 다이스케가 화자이지만 시오리카가 사건을 풀어나가는 주체이다. 미스터리라고 해서 흔히 알고 있는,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을 찾는 그런 포맷이 아니었다. 한 권의 책으로 얽힌 인연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미스터리였다.

 

낯 가림도 심하고 다가서는 것도 굉장히 조심스럽고 민폐 끼치는걸 싫어하는 캐릭터들. 특유의 민족성인지 굉장히 소심해 보이는 두 주인공 때문에 답답해서 짜증이 슬쩍 나기도 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만족스러운 소설이겠지만 강력한 한방을 원하는 나같은 독자들에게는 글쎄. 그동안 너무 자극적인 소설들만 읽었던걸까? 스스로 재미를 느끼기엔 무언가 한참 모자름을 느꼈던 소설이었다. 뭐라도 하나 몰입할 수 있는게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아쉽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책을 소재로 미스터리를 풀어낸 발상은 인정한다. 하지만 힘 없는 캐릭터들로 인해 책을 소재로 쓸 수 있는 재미마저 반감시킨건 불만. 이런 소설에선 캐릭터가 가지는 힘이 굉장히 큰데 그걸 살리지 못한건 아쉽다. 앞으로 2,3편이 출간될 예정이라는데 1편만 읽고 아쉬운 소설이라고 단정 짓기엔 이를지도 모르겠다. 전편의 아쉬움을 속편이 말끔히 해결해주는 소설들도 많으니까. 이 소설이 재미가 있고 없음의 판단은 다음으로 보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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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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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건너 온 어떤 부인에게 딸린 하녀와 같은 삶을 살던 '나'는 우연히 돈 많은 귀족 남자 맥심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갑작스런 그의 청혼이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사랑을 택하고 맥심을 따라 그가 살던 맨덜리 저택의 안주인으로 변신 한다. 거대한 저택의 안주인이 된 '나'지만 초라한 자신의 모습과 소심한 성격 때문에 쉽게 적응할 수가 없다. 게다가 저택 곳곳에 맥심의 전부인이었던 죽은 레베카의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져 있고, 레베카를 어릴 적부터 돌봐왔던 댄버스 부인의 싫어하는 기색은 너무 불편하기만 하다.

 

사고로 죽었지만 아름답고 완벽한 여성이었던 레베카의 숨결이 집안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다. 여주인공 '나'가 스치고 지나치는 모든 것들, 모든 사람들이 레베카를 생각나게 한다. 풍족한 삶을 누려본 적이 없이 자란 여주인공은 소심한 성격 때문에 더 주눅 들고, 모든게 당황스럽고 불편하다. 여주인공의 복잡하고 불안한 심리를 직접 옆에서 보고 느끼는 것처럼 생생하게 표현하는 작가의 실력은 정말 놀랍다. 소심하고 주눅들던 여주인공이 대저택의 안주인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내면 표현은 대단하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여주인공의 내면과 비슷하게 표현되는 주변 환경의 분위기는 아름답지만 으스스하다.

  

어쩌면 굉장히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사람마다의 취향 차이겠지만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소설처럼 느껴진다. 솔직히 나에게도 속도감 있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었다. 미스터리 소설이라는데 중반부까지 미스터리의 코빼기도 구경할 수 없었다. 여주인공의 불안한 심리 표현은 훌륭했지만 그저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일상 생활들에 지쳐갈때쯤 레베카의 죽음에 대한 숨겨진 진실들이 예고없이 드러난다. 긴박함은 없지만 서서히 불편하게 만드는건 일품이었다.

  

강력한 한 방은 없다.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도 없다. 하지만 최초의 출간 이후 단 한 번의 절판도 없이 꾸준하게 출간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최초 출간이 1938년이니 굉장히 오래 전에 나온 책이다. 영화와 뮤지컬로도 각색되었고 아직도 꾸준하게 컨텐츠가 생산되는걸 보면 <레베카>만의 매력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끈적끈적한 심리 스릴러로서 고딕 미스터리의 진수라 불리우는 <레베카>만한 소설은 당분간 만나기 힘들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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