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미국에서 건너 온 어떤 부인에게 딸린 하녀와 같은 삶을 살던 '나'는 우연히 돈 많은 귀족 남자 맥심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갑작스런 그의 청혼이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사랑을 택하고 맥심을 따라 그가 살던 맨덜리 저택의 안주인으로 변신 한다. 거대한 저택의 안주인이 된 '나'지만 초라한 자신의 모습과 소심한 성격 때문에 쉽게 적응할 수가 없다. 게다가 저택 곳곳에 맥심의 전부인이었던 죽은 레베카의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져 있고, 레베카를 어릴 적부터 돌봐왔던 댄버스 부인의 싫어하는 기색은 너무 불편하기만 하다.

 

사고로 죽었지만 아름답고 완벽한 여성이었던 레베카의 숨결이 집안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다. 여주인공 '나'가 스치고 지나치는 모든 것들, 모든 사람들이 레베카를 생각나게 한다. 풍족한 삶을 누려본 적이 없이 자란 여주인공은 소심한 성격 때문에 더 주눅 들고, 모든게 당황스럽고 불편하다. 여주인공의 복잡하고 불안한 심리를 직접 옆에서 보고 느끼는 것처럼 생생하게 표현하는 작가의 실력은 정말 놀랍다. 소심하고 주눅들던 여주인공이 대저택의 안주인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내면 표현은 대단하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여주인공의 내면과 비슷하게 표현되는 주변 환경의 분위기는 아름답지만 으스스하다.

  

어쩌면 굉장히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사람마다의 취향 차이겠지만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소설처럼 느껴진다. 솔직히 나에게도 속도감 있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었다. 미스터리 소설이라는데 중반부까지 미스터리의 코빼기도 구경할 수 없었다. 여주인공의 불안한 심리 표현은 훌륭했지만 그저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일상 생활들에 지쳐갈때쯤 레베카의 죽음에 대한 숨겨진 진실들이 예고없이 드러난다. 긴박함은 없지만 서서히 불편하게 만드는건 일품이었다.

  

강력한 한 방은 없다.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도 없다. 하지만 최초의 출간 이후 단 한 번의 절판도 없이 꾸준하게 출간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최초 출간이 1938년이니 굉장히 오래 전에 나온 책이다. 영화와 뮤지컬로도 각색되었고 아직도 꾸준하게 컨텐츠가 생산되는걸 보면 <레베카>만의 매력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끈적끈적한 심리 스릴러로서 고딕 미스터리의 진수라 불리우는 <레베카>만한 소설은 당분간 만나기 힘들것 같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