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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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생각을 많이 해요.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그리고 그사이의 시간과 그 바로 앞, 바로 뒤 시간에도.-145쪽

가깝다는 것은 거리를 줄이는 게 아니라 거리를 극복하는 거예요. 긴장이라는 것은 완전함에 하자가 있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완전함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완전함을 유지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데서 생기는 거예요. …… 사랑하지 않는 두 사람은 상대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데서 열정을 얻는 법이에요.-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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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구판절판


여기서 살고 있는 나는 틀림없이 내가 만든 ‘이 집 전용의 나’이다. ‘이 집 전용의 나’는 심각한 것은 접수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의 나는 이 집에 존재하지 않는다. …… 당당하고 거리낌없이 살 수 있는 이유는 여기가 무인의 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이 무인의 집이 되기 위해서는 여기에 ‘이 집 전용의 우리’가 존재해야 한다. …… 답답할 정도로 꽉 찬 만실(滿室) 상태가 된다. 실제로는 꽉 찬 만실이면서도 텅 빈 공실(空室). 그러나 비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꽉 찬 상태.-133쪽

"그러니까 넌 네가 아는 사토루밖에 모른다는 말이야. 마찬가지로 나는 내가 아는 사토루밖에 몰라. 그러니까 요스케나 고토도 그들이 아는 사토루밖에 모르는 건 당연한 거야. …… 그러니까 모두가 알고 있는 사토루는 어디에도 없다는 뜻이야. 그런 사토루는 처음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어. 알겠어?"-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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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가라 - 제13회 동리문학상 수상작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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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부터였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 당신이 내 손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손의 원소가 내 손의 원소와 같다는 것을 간절하게 실감했기 때문이라고. 아니, 모르겠다. 많은 시간이 흘러서가 아니다. 당신에 대한 기억은 어떻게도 단언할 수 없다. 모른다고밖에는. 모든 것이 덩어리로 다가왔다고밖에는. 스며들고 번져갔다고밖에는. 당신의 그림 속에 떨고 있던 모세혈관들처럼.-62쪽

어떤 관계는 고인 물처럼 시간과 함께 썩어간다는 것을, 거기 몸을 담근 사람까지 서서히 썩어가게 한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소유와 의존, 집착과 연민, 쾌락과 무감감과 환멸, 한줌의 간절한 진실이 한 무더기의 뱀들처럼 서로의 꼬리를 물고 얽히는 동안, 땅 밑에서 하나씩 뿌리가 문드러져가는 나무처럼 어깨가 굽고 목소리가 잦아들어 가리라는 것을 몰랐다.-3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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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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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인간 앞에 놓인 절망의 종류는 그리 다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 그래도 다행인 건 그 절망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오로지 한 가지뿐이란 사실이다. …… 그 방법이란, 눈 딱 감고 죽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18쪽

밤새 쓴 편지를 아침에 확인하는 건 자기를 부정하는 행위다. 다시 읽어보면 과거의 잘못처럼 삭제하고 싶은 문장 한두 개쯤은 반드시 발견된다. 너무 감정에 충실해서 혹은 용기가 충만해서 생긴 증상이니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밤에라도 용기를 가질 수 없다면 우리는 평생 비겁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36쪽

진짜 비극은 내가 겪는 나의 비극이 아니라, 나로 인해 겪게 되는 타인의 비극이다.-140쪽

편지를 받을 사람이 있고 또 답장을 보내줄 사람이 있다면, 생은 견딜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단 한 사람뿐이라 하더라도.-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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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절판


이담에 역사에 물어보라 하는 건 다 헛소리예요. 사람들이 기억하려고 노력을 해야지요.-175쪽

여름방학 같은 때, 장마중에 비 그치면 아침인지 저녁인지 잘 분간이 안 되는 그런 날 있잖아, 누군가 놀려줄라구 얘, 너 학교 안 가니? 그러면 정신없이 책가방 들고 뛰쳐나갔다가 맥풀려서 되돌아오지. 내게는 사춘기가 그런 것 같았어. 감기약 먹고 자다깨다 하는 그런 나날.-227쪽

헤어지며 다음을 약속해도 다시 만났을 때는 각자가 이미 그때의 자기가 아니다.-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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