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처럼
김경욱 지음 / 민음사 / 2010년 8월
구판절판


하지만 기다림의 마력이란 오묘해서 그냥 기다리는 것과 간절히 기다리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뭔가를, 누군가를 기다리기 시작한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작당이라도 한 듯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97쪽

행복에도 맛이 있다면 여름이 익어 가는 밤, 강이 내려다보이는 옥상에서 먹는 차가운 치즈 케이크 같은 것이리라.-133쪽

해 본 사람들은 안다. 결혼이라는 통과의례가 얼마나 복잡다단한가를. 이혼을 억제하는 것은 부부 클리닉도,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주위의 이목도 아닌 결혼이라는 제도의 번거로움이다. (중략) 가급적 간소하게 치르자고 여자와 뜻을 모았지만 빠뜨릴 수 없는 최소한의 것들로만으로도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147쪽

영원한 추억은 없다. 시간은 힘이 세니까. 그러나 마지막 추억마저 어둠에 묻혀도 깨달음의 빛은 언젠가 찾아온다. 사랑도 힘이 세니까.-214쪽

매운맛은 실연의 아픔과 같아서 시간이 치료해 줄 때까지 고통을 온전히 느끼는 수밖에 없었다. 매운맛과 실연의 공통점은 그것만이 아니다. 혼쭐이 나고도 또 찾으며 고통이 클수록 고통을 준 대상에게 더 끌린다. 다른점도 있다. 실연의 아픔은 눈물 없이 견딜 수 있지만 매운맛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그러니까 태어날 때 울지 않은 사내조차도.-226쪽

생사의 기로에 선 자들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한 방은 단말마의 고통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고독이었다. 공감은 신의 언어이니 고독한 환자에게 신은 모르핀도 히포크라테스도 아닌, 또 다른 환자다.-257쪽

의사는 말했다. 결혼은 두 사람이 모여 사는 게 아니라 네 사람이 모여 사는 거라고. 신랑과 신부, 그리고 각자의 마음 속 아이. 네 개의 다른 별에 살건 사람들이 한 지붕 아래 사는 거라고.-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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