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저마다의 어둠속으로 젖어들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고독한 존재로 남을 것이다. 서로 다른 해류를 따라 헤엄치는 물고기들처럼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가까워졌다가는 거무레한 얼굴로 이내 멀어질 것이다. 작별인사도 없이. 꿈결처럼. 죽음이나 망각이나, 혹은 그 어떤 공포도 이보다는 더 아득해질 수 없다. 우리가 저마다 자신만의 어두운 구멍 속으로 고립된다는 사실보다는. 우리가 그 품안에 안겨 있을 때는 그 어떤 이해도 불필요하다는 점에서 인간은 어둠에 본능적으로 애착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 이율배반적인 애착에 대해 나는 조금 더 생각해본다. 환한 빛, 따뜻한 낮이 아니라 캄캄한 어둠, 서늘한 밤을 향해 우리가 지니는 애착에 대해. (「그건 새였을까, 네즈미」 中)-31쪽
과거란 자신에게 유리한 몇개의 증거만 현장에 남겨두고 도주한 범인과 비슷하다. 지난 일들을 이해해보겠다는 마음으로 기억들을 샅샅이 살펴본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진실은 거의 없다.-36쪽
사실 전쟁은 재미있지만, 전쟁 이야기는 재미없어. 전쟁에는 진실이 있지만 전쟁 이야기에는 조금의 진실도 없으니까. (「뿌넝숴(不能說)」 中)-61쪽
왜 사람은 책에 씌어진 것이라면 온갖 거짓말을 다 늘어놓아도 믿으면서 사람이 말하는 것이라면 때로 믿지 못하는 것일까?-76쪽
몸의 온기로 따뜻해진 이불은 다시 그 몸을 따뜻하게 만든다. 마음이 편안해 보이는 사람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운 뒤에야 비로소 자신의 깊은 곳 어딘가에는 벌거벗은 마음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는 밤이 있게 마련이다. (「이등박문을, 쏘지 못하다」 中)-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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