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샀어? (후회의 어감을 넣어서 질문을 따라 해보세요.)
정답: 쌌다.
모 인터넷 서점에서 균일가 할인판매를 하였다.
솔깃한 마음으로 천원 코너에서 『위풍당당 다이어트』와,
4천원 코너에서 바로 이 『크리에이티브 메모』를 구매하였다.
두 권 모두 나는 ‘이 책 사지 마세요!’로 선정한다.
2. 이 책 많이 이상해? (호기심과 걱정을 갖고 있는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따라 해보세요.)
정답: 반 정도.
믿기 어렵지만, 정말 당황스럽지만
이 책의 저자 야하기 세이치로는 140권이 넘는 책을 출간하였다고 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메모로 성공한 사람’으로 본인을 선정하여 설명하는데 깜짝 놀랬다.
이런 책으로 140권일까?
왜냐하면 이 책이 그에게 대략 143번째 저서이다.
그러면 습작의 습작을 거듭할 시간이 충분하였을 텐데,
왜 나는 이 책을 받아들이지 못하였을까 라는 의문이 생겨서
처음에는 ‘이 책 정말 너무 별로야.’라고 생각하였다가 꼬리를 내렸다.
‘반 정도, 약간 이상한 책이야. 50%정도만 부족한 책이야.’
3. 왜 사보지 말라는 거야? (‘어디 한 번 이유나 들어보자.’는 자세로 질문을 따라 해보세요.)
정답: 돈이 아까워서.
메모를 쉽게 하는 포인트를 설명하는 곳을 한 번 같이 보자.
Out of record를 기록할 때에 메모하는 행위를 막는 사람들에게 사정을 잘 말하라는 내용이다.
‘좋은 기획안 구성을 위해서’ 혹은 ‘충실한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서’ 등 자신의 메모가 상대방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한다면 어렵지 않게 허락을 얻어낼 수 있다.
무조건 메모를 고집하거나 반대로 쉽게 포기하지 말고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기회를 포착한다면 시간과 장소에 제약 받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게 될 것이다. (p.22)
è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라는 표현이 있다. 이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시작 부분의 두 가지 예시(좋은 기획안 구성, 충실한 보고서)밖에 없다.
그리고는 ‘적절하게’와 같은 원론적인 이야기만 계속 한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저자의 독특한 노하우를 읽기 어렵다.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내용으로 빈약하다.
계속해서 읽다 보면 비교적 괜찮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온다.
메모의 입체화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단순하게 내용만 적는 것이 아니라 도식화시키고 그래프를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이런 경우에도 그래프를 그린다’라는 소제목과 함께 다음과 같은 예시가 등장한다.
- 불안정한 경영방식이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될 때
- 사원들의 장∙단점이 드러날 때
- 상사가 기분대로 일을 처리한다는 느낌이 들 때 (p.53)
è “그런데 어떻게 그리라는 거지?”
위의 예시들을
봉그래프나 꺽은선 그래프로 단순하게 표현하면 일정한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하는데,
통계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독자로서
저자가 설명하고자 하는 그래프를 감히 메모로 그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말 저런 소재들도 그래프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런 그림을 함께 책에 실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이런 메모 방식은 NG
- 수박겉핥기 식 질문만 할 뿐 본론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예방법: 상대의 성격이나 특징에 맞추어 친근하게 속내를 들으려는 훈련이 필요하다. (p.67)
두뇌 회전력을 높인다
질문을 받고 생각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몇 초뿐이다. 두뇌 회전은 훈련을 통해서만이 단련할 수 있으므로 평소 자기계발에 신경 써야 한다. (p.77)
è ‘훈련이 필요하다.’ 또는 ‘미리 연습(훈련)하여 습관을 들여라.’ 라는 표현이 많다.
위 상자 중 두 번째 본문 인용(p.77)와 같이 소제목에 딸린 내용이 너무 짧다.
그래서 깊이가 부족하다. 무언가 와 닿을만한 적절한 솔루션을 원한다.
4. 그럼 남는 거 하나도 없었어?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질문을 따라 해보세요.)
정답: 그렇지는 않아.
책 또한 그 사람의 상태를 알려 준다.
그리고 밑줄 쳐 놓은 것들, 코멘트를 달아 놓는 습관은 추후에 다시 그 책을 읽을 때 도움이 된다.
이 글을 작성하기 위해 다시 뒤적여보면서 잠깐 지나치며 언급했듯
'괜찮은 아이디어들'도 간혹 보인다.
예를 들어 저자는 메모를 할 때 ‘분위기’도 함께 기록한다.
발언하는 사람의 말을 옮길 때엔
그 사람의 표정을 그림으로 그린다던가,
간단한 의성어 또는 의태어로 메모를 현재진행형의 감으로 만든다.
(이 책을 읽은 후 한동안 이 방법을 적용해보았는데,
나중에 메모를 보며 그 당시를 떠올릴 때 명확하게 그림이 그려진다.
그러나 너무 무분별하게 많이 적혀 있으면 다시 역효과가 난다. 저자도 이 부분은 주의를 준다.)
결론을 내리자면,
나처럼 ‘메모’와 관련한 책을 모은다면 사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리고 한 번에 모두 펼쳐놓고 비교해서 취할 것만 취하자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