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책 같은 표지,
내가 느꼈던 구체적인 감상은 ‘초코렛 비스킷 살인 사건’이라는 추리 소설이 생각나는 책이었다.
‘평범한 하루 24시간에 숨겨진 특별한 과학 이야기, 젊은 세대를 위한 단 한 권의 생활과학 이야기’
라는 부제들이 달려 있지 않았다면 과학 서적이란 느낌도 받지 못했겠다.
요즘처럼 마케팅이 부각되는 시대에 걸맞은 책이 아닐까?
자, 이 책의 독자층을 어느 정도로 봐야 할까?
지은이(또는 역자, 편집자)가 ‘젊은 세대’를 타겟한 것으로 보이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젊은 세대 ‘또한’ 으로 독자층을 잡은 것이 아닐까? 싶다.
표지에 이끌려 집어들 10대들이 있을 테고,
내용에서 공감대 형성이 잘 이뤄질 30대, 40대들,
그들의 주변에서 24시간 동안 일어나는 과학이야기를 부담 없이 접할 것이다.
과학 서적을 읽는 당신,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가?
나에게 먼저 이 질문을 던져 본다면 지금도 눈을 굴리고 입술을 깨물며 고민한다.
부끄럽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서 꼬리를 물어가는 과학 서적 독서의 목적 찾기를 해보겠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 글을 시작한 지 벌써 열흘째다.)
우선,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겠다.
지적 호기심의 더듬이가 여기 저기로 뻗치는 사람들이 낚아 채서 읽는 범주 중
과학도 들어 있을 테니깐. 즉, 어느 책이나 해당되는 이야기겠지.
두 번째로, 덜 심심해진다.
‘시크릿 하우스’가 제목 그대로 일상적으로 우리 집의 상황을 과학적으로 바라본 내용이다.
가만히 집에만 있어도 하나하나 느껴질 것이다.
‘여기에 떨어져 있을 진드기,
식탁 위의 사과는 지금 열심히 왁스 칠하고 있겠군.
내가 계단을 뛰어 올라갈 때마다 집이 01.mm씩 가라앉고 있으려나?’
이런 식으로.
세 번째로, 솔직하게 표현하여 ‘아는 척’ 할 수 있다.
‘살모넬라’가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고, 식탁의 유래에 대해서도 읊을 수 있다.
세 번째 이유가 주가 되면 안 되겠지만 사실 재미도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슬쩍 주위의 사물에 숨어 있는 비밀들을 이야기하면서 관심을 모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효과 이외의 시크릿 하우스의 파워를 더 찾지 못하고 있을 때
나에겐 한 가지 부끄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사촌동생과 집에 오던 중 화장실에 들렀다.
그리 좋지 않은 시설이어서 비누나 페이퍼 타월도 없었다.
- 에이, 집까지 금방이니깐 가서 손 씻을래.
- 아! 더러워. 저리가.
- (장난 치며) 너, 근데 왜 화장실 갔다 와서 손 씻는 줄 알아? 손이 더러워지거나 그런 것도 아니지만 씻잖아.
- 어? 그런가? 몰라.
-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도 화장실에 떠다니는 세균들이 우리 손에 침투하기 때문에, …(중략)… 씻는 거야. 그리고 우리는 하루에 8번 정도 손을 씻어야 하는데, 대략적으로 화장실 다녀올 때 한번씩 씻어주면 그 비율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야. (책에서 배운 대로 술술 이야기했다. 그런데 사촌 동생이 막 웃는다.)
- 왜 웃어?
- 그렇게 다 아는 사람이 왜 안 씻어? 하하하.
순간 아차 싶었다.
또 놓칠 뻔 했다.
내가 ‘시크릿하우스’와 같은 교양 과학 서적을 읽는 것은
과학자가 되거나 그런 전문 지식을 쌓기 위함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내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함이다.
행복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사소한 것들부터 중요한 사항들까지 늘 겪게 되는 결정의 순간들 앞에서
‘나의 선택을 도와줄 가이드’를 하나씩 늘려가는 재미가
‘시크릿하우스’를 읽는 가장 큰 매력이며 목적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