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 세상에 의문을 던지는 53가지 철학 이야기
이충녕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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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는 유튜버의 철학 강의 충코의 철학으로 유명한 이충녕 저자가 쓴 책이다. 가끔 철학 분야 중에 알고 싶은 학파나 학자, 혹은 개념이 있을 때, 충코의 철학을 애용했다. 저자님이 참 차분하고 친절하게 알고 싶은 것을 전달하신다. 그리고는 이제 철학 관련 책을 쓰셨다. 솔직히 말하면 유튜버 강의보다 책의 질이 좀 떨어진다고 본다.

먼저, 책의 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부제로 세상에 의문을 던지는 53가지 철학 이야기라고 되어 있다. 책 속에는 이런 차례 구성의 이유를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철학적 사고의 여정을 시간순으로 보여준다고 되어 있다. 대체로 서양 철학을 소개하는 대부분의 책들이 이렇게 시간 구성을 취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버트란트 레셀의 서양철학사를 좋아한다. 서양 철학사도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철학자들을 하나의 중심 테마로 놓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철학자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와 러셀의 서양철학사의 차이라면 두께라고 할 수 있다. 그 두께의 의미는 러셀은 한 철학자에 대해 이런 저런 모든 내용들을 알려 주려고 한다. 하지만, ‘철학자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는 한 철학자에 대해 한 두가지의 철학적 견해 및 주장을 싣고 있다. 그리고 좀 더 살펴봐야 할 철학자라면 목차를 두, 세 개로 만들어 그 철학자를 설명하고 있다.

예전에 지식인 마을 시리즈가 있었다. 과거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아주 쉽게 풀이해서 쓴 책이다. 이 책은 두 사상가를 대립하여 설명을 한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을 보면 그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준 사상과 본 책에서 나온 사상이 어떤 사상가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지도 형태로 보여준다. 그런데, ‘철학자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은 철학적 사고의 여정을 보여주는 구성을 취한 것 같지만, 각 철학자들이 어떻게 영향을 받고, 영향을 주고, 계승하거나 대립하는 형태를 설명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단순히 철학자들의 주요한 철학적 주제를 짧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철학자 설명과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철학자들을 살펴보는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면, 아리스토텔레스 경우는 행복을 주제로 하는 것 보다는 형식논리학의 시작이었던 사람으로 소개하는 것이 어땠을까 한다.

마찬가지로 행복, 도덕, 윤리에 대한 철학자들의 생각들이 보이는데, 스토아, 에피쿠르스,

키레네, 그리고 기독교 윤리를 비교하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두 번째, 시간에 따라 철학자들을 배치했지만, 본 책의 제목은 철학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철학이 연구하는 5가지 영역을 먼저 고려하고 이렇게 철학자들의 주장을 나누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형이상학/존재론, 인식론, 논리학, 윤리학, 미학을 철학이 추구하는 5가지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현대 철학은 형이상학과 존재론에 대해 탐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보는데, 이 책의 저자는 독일 철학 쪽을 좋아하기에 현상학이나 실존주의 철학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 쪽 분야는 아직도 존재론을 주요 테마로 연구하는 것 같다. 그런데, 영미철학 쪽에서는 인식론이나 논리학이 강세이지, 존재론을 파고 들기 보다는 언어 철학에 더 매진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고 공부를 많이 하신 저자분이 책에서 이런 관계를 좀 설명을 해 주셨다면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53가지 철학 이야기라고 하여, 처음 든 생각이 철학의 5가지 영역에서 세부적으로 53가지의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냥 전체 목차의 개수가 53개였다는 것이었다. 철학자들이 가진 질문을 좀 더 일반화시켜 보여주는 책들이 있다. 예를 들면, 버트란트 러셀의 철학의 문제들’, 가게야마 요헤이의 질문으로 시작하는 철학 입문’, 아우구스트 부룬너의 철학의 근본문제등이 있다. 그런데, ‘철학자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에서는 철학자들의 생각을 일반적인 질문, 문제, 주제로 묶지를 못하고 중구난방 식으로 배열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대체로 이성과 논리학을 배경으로 하는 분석철학 쪽과 감성과 변증법의 논리학을 배경으로 하는 현상학, 실존주의로 나뉘는 것 같다. 현대 쪽으로 올수록 기존의 무거운 존재나 인식의 문제보다는 윤리,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한 철학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 같다.

저자가 자기 소개 난에 존재의 의미를 찾겠다고 철학을 공부하게 되었다고 하였는데, 독일로까지 가서 공부하는 것으로 봐서 아직도 그 방법을 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미 철학쪽이라면 그런 존재에 대한 것은 물리학을 비롯한 과학에 맞겨 두고, 차라리 과학을 비판하는 과학철학을 하거나, 혹은 그 존재의 의미 혹은 진리를 찾는다면 그게 정말 맞는지 아닌지 밝힐 수 있는 논리학과 인식론에 더 치중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고를 때,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저자 자신이 논리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을 가진 챕터가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챕터를 읽고 깜짝 놀랐다. 논리학에 대한 저자의 지식의 2천년 이전의 아리스토텔레스에 머문 것이 아닌가 하는... 근현대 철학의 가장 독특한 발전은 기호논리학이 아닌가 한다. 19세기 중반에 영국의 철학자인 조지 불이 최초의 기호논리학을 창시한다. 이건 아리스토텔레스가 연역법을 형식 논리학으로 만든 이후 논리학 역사에서 가장 주목할 발전이었다. 이런 조지 불의 업적은 그의 논리학이 전자기학의 논리회로 설계에 도움을 주고, 수학에도 엄청 영향을 준다. 그리고 논리학에서도 조지 불의 기호논리가 사용되는데, 그의 기호논리학은 명제논리라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얼마 후 독일의 수학자, 철학자, 논리학자인 고틀로프 프레게가 조지 불의 명제논리를 술어논리로 확장한다. 이걸 양화논리라고도 한다. 프레게의 업적으로 이 술어논리를 이용하여 메타수학이 발전하고 이 분야에서 핫한 역사적 사건들이 발생한다. 여기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수학의 확실성이라는 책을 읽어 보면 될 것이다. 정말 흥미 진진한 수학 역사의 숨은 이야기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술어논리는 프레게와 같은 시기에 미국에서 찰스 샌더스 퍼스라는 분이 독자적으로 술어논리를 발전시켰다. 아마 이분의 방법은 이후 일상언어 분석 쪽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런 내용으로 논리학이란 무엇인가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 시기의 논리학이라 많이 실망을 했다.

기호논리학으로 논리학을 본다면, 논리학은 어떤 주장이 정당한지 아닌지 따지는 정당성을 따지는 학문이다. 일단, 기호논리학으로 형식을 따라야 한다. 올바른 형식인지 아닌지 따지는 것을 타당성이라고 한다. 만약, 타당한 논리 형식이라면 여러 전제들에서 결론으로 간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전제들이 올바르지 못하다면, 예를 들어 하나의 명제가 지구는 둥글지 않다.라는 명제가 있다면 이는 거짓인 명제가 된다. 이럴 경우는 저 명제가 건전하지 못하다고 한다. 이걸 건정성이라고 하는데, 논리는 이렇게 형식이 올바른지 따지는 타당성과 각 명제들이 올바른가 따지는 건전성을 획득했을 때, 그 논리적 주장은 정당성을 확보한다.

그리고, 논리학 및 논쟁과 관련하여 자비의 원칙이 나오는데, 이게 설명이 좀 모호한 것 같다. 기호논리학으로 생각해보자면, 대체로 논쟁을 하는 사람들은 논변 자체가 필요한 모든 전제들을 사용하지 않았다. 너무 쉬운 명제들은 생략을 하거나 그런 식으로 되어 있다. 그렇기에 그런 논변 자체로는 타당성과 건정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은 상대의 논변을 바로 기각하지는 않는다. 이 때는 상대의 주장이 형식적 타당성을 추구한다고 가정하고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논쟁을 하는 중에 조금씩 빠져 있는 전제들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게 자비의 원칙이다. 역사적으로 논쟁에서 자비의 원칙을 가장 잘 실천한 사람은 소크라테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따지기 위한 것이지만, 그 논쟁의 태도는 먼저 상대방의 주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시작하는 소크라테스의 태도야 말로 자비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것은 저자는 하이데거 철학을 아주 높이 사는 것 같다. 저는 칼 포퍼의 철학을 좋아하는데... 마지막 저자의 확실한 지식에 대한 것은 포퍼의 책 중에 객관적 지식이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을 읽으면 확실한 지식, 객관적 지식이 가능하다고 포퍼는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도 지식 상대주의와 절대주의의 큰 논쟁사가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이 책에서 조금 부족한 부분을 말했지만, 기존의 철학사 책에서 볼 수 없는 철학자들의 에피소드가 많이 있다. 그리고 현대의 윤리학 관련 학자들 소개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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