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역사 - 지혜란 무엇인가? 지혜로운 이는 어떤 사람인가?
트레버 커노 지음, 정연우 옮김 / 한문화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철학의 어원은 필로소피 ‘지혜에 대한 사랑’이다. 사랑에 대해서는 필리아, 에로스, 아가페, 스토르케, 메니아 등의 어원이 있다. 이 중에 필리아는 친구와의 우정이라는 어원과 함께 지적인 사랑이라는 뜻이 있다. 철학은 냉철하면서도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열정을 가진 ‘지’에 대한 사랑이다.

철학적 지혜에 대한 일화가 있다.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일 때, 미국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진리를 찾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히말라야 근처 어느 마을에 세상의 지혜를 모두 알고 있는 현자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진리를 찾고자 하는 젊은이들 중 2명이 온 세상이 전쟁통인 그 시기에 천신만고 끝에 진리를 찾기 위해 히말라야 근처 마을로 갔다. 그리고, 그 마을의 현자가 있는 마을에 도착한다. 그들은 현자에게 세상의 진리를 알고 싶다고 하였다. 현자는 거의 죽어 가는 중이었다. 온갖 고난을 무릎쓰고 온 젊은이들을 위해 현자는 진리를 말해 준다. ‘삶은 우물이다.’

은이들은 현자의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현자도 그 젊은이들의 표정을 보며 무엇인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느꼈는지, 이렇게 되묻는다? ‘그럼 삶이 우물이 아닌가?’

이 일화는 논리학 책에 나오는 일화이다. 우리가 어떤 진리, 지혜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정말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자 철학은 논리학을 발전시켰다. 올바른 진리와 지혜를 발견하더라도 그것이 진정 지혜와 진리인지를 판별하기 위한 도구로써 철학에서는 논리학이 중요하다.

‘지혜의 역사’는 진리와 지혜를 추구하는 철학도에게는 정말 매혹적인 제목의 책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그럼 우물이 아닌가?’라는 노인의 말처럼 진정한 진리와 지혜를 말해 주는 책은 아니다. 당연히 책 제목에 ‘역사’라는 타이틀이 붙지 않았는가?

철학이란 파트에서 지혜를 추구하는 것은 책의 9장 중에 6장에 불과하다. 그것도 방대한 철학의 역사에서 지혜에 대한 아주 단편적인 지식에 속한다. 하지만, 철학이 과학으로 분리되기 전, 인간에 대한 지식을 추구했던 역사의 이면이 이어지는 이야기로 의미가 있다.

‘지혜의 역사’는 인간이 지혜를 추구했던 역사이며, 신화와 전설, 그리고 문학, 역사, 속담 속에 그러한 지혜의 발현을 보여주고 있다. 냉철하게 추구하는 진리와 지혜는 아닐지라도 우리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인류가 진정으로 살았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철학이 추구하는 이상적이며, 절대적인 것을 말하고 있지 않다.

역사 속에 지혜의 모든 단면을 저자는 보여주고자 했다.

만약, 처음의 이야기처럼 철학이 추구하는 엄밀하고 절대적인 ‘지혜의 사랑’으로 진리와 지혜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이 책을 읽으며 실망할지 모르지만, 냉철하며 이성적인 이면에 삶으로써 지혜를 역사 속에서 느끼고 참된 지혜가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많은 것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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