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부 - 철학과 과학으로 풀어 쓴 미래정부 이야기
김광웅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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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분류를 보면, 정책/행정/조직/ 정치학일반으로 되어 있다. 본문을 보며 꼭 이 책의 분류를 항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좋은정부'는 부제로 '철학과 과학으로 풀어 쓴 미래정부 이야기'라고 되어있다. 이 책에 관심이 갔던 것도 철학과 과학이라는 학제간 접근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현대 철학자로 유명하며 의미가 있는 이는 비트겐슈타인 일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자 개인으로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 철학사조의 발전에 이정표 역할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철학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언어와 세상이 일대일로 대응된다는 논리주의 사조는 논리실증주의자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준다. 이를 따른 철학자, 과학자, 예술가 등은 현상을 과학과 논리로 설명하려고 하였다. 비트겐슈타인의 저서 '논리철학논고'는 이들의 성경과 같았다.


논리철학 논고를 쓰고,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고는 오스트리아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초등 교사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세계와 일대일 대응을 하지 않고, 다양한 용법으로 사용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맥락을 공유하는 문화에 의해 언어 사용이 공유된다는 것이다. 이를 가족유사성으로 비트겐슈타인은 설명한다. 사후에 출간된 '철학탐구'는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변환점이 된다. 이는 분석철학에 영향을 주며, 또한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에게도 영향을 주게 된다.


'좋은정부'는 이러한 현대철학의 조류에서 분석철학이나 독일의 비판철학인 프랑크푸르트학파와는 거리가 있는, 프랑스의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의 견해를 주로 차용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의미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개념의 상상력으로 설명하며 깨달음을 주는 것에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그기까지이며, 현대사회가 가진 병패를 비판만 할 뿐이지 대안을 주지 못하는 것이 한계가 아닐까 한다. 좋은정부는 철학으로 지금까지의 정부를 비판한다. 그리고, 대안을 과학에서 찾은 듯 하다.

 

양자역학에서 양자생물학으로 이어지는 과학의 발전은 새로운 사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저자의 주장은 다소 허황되다고 할 수 있지만, 과장법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자. 그리고, 이 책의 분류를 다시 한번 생각하자. 약간의 사족을 달자면, 아무리 뛰어난 계산 성능을 가진 양자컴퓨터가 있을지라도 결코 소수의 갯수에 대한 비밀을 풀지는 못 할 것이다. 또한 짝수와 홀수의 곱이 짝수라는 것도 양자컴퓨터의 계산으로 증명하지 못 한다. 이는 AI가 결코 인간을 넘을 수 없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정부에서 하는 모든 정책 결정은 알고리즘이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리즘이란 '수학과 컴퓨터 과학, 언어학 또는 관련 분야에서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해진 일련의 절차나 방법을 공식화한 형태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된다. 즉, 알고리즘이 정책을 결정하더라도 그 알고리즘을 짜는 주체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행정학, 정치학 책이라 딱딱하고 무거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상상력과 따뜻함으로 가득차 있다. 곰곰히 생각하며 읽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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