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순대의 막중한 임무 사계절 중학년문고 34
정연철 지음, 김유대 그림 / 사계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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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털처럼 휴머니즘이 우리의 감성을 덮는다. 산만하고 투박하며 유치한 책의 겉표지에 실망할 수 있지만, 책의 내용은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준다.

 

엄순대의 막중한 임무4편의 단편 동화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어, 사회적 약자와 소외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날쯤에 내 마음에 휴머니즘이 울컥하게 만드는 묘한 느낌을 준다.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책을 추천한다면 조반니오 과레스키의 신부님 우리 신부님-돈까밀로와 페포네를 추천했다. 유쾌하고 즐거우며, 재미있는 사건이 짧은 일화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유머와 위트로 독자를 미소짓게 하는 책이다. 한국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드디어 조반니오 과레스키에 비견할 동화가 나왔다. 정연철 동화작가의 엄수대의 막중한 임무이다.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이야기는 서술된다. 처음 이야기의 시작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지닌 우리의 시각과 다르지 않다. 조금씩 이야기가 전개되며, 우리는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관찰자는 슈퍼히로도 아니며 특출한 능력도 없는 우리와 같은 보통의 사람들이다. 일반적인 그들이 특별한 상황을 겪으며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우리 마음의 따뜻함을 드러낸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이러한 휴머니즘의 발현이다.

 

어린 자녀가 있거나,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는 반드시 이 책을 소장해야하며, 아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직접적 잔소리와 훈계보다 문학으로 인간성을 빛나게 할 수 있다.

 

조반니오 과레스키의 책과 정연철의 책은 유머와 위트가 넘친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더라도 재미가 없으면 잔소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의 책은 다음에 올 이야기를 기대감으로 읽게 한다. 과레스키의 책은 휴머니즘과 자유주의-사회주의라는 냉전 초기의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보편적 요소가 있다. 당대의 인기 작가였기에 시의성도 확보한 것이다. 정연철 작가의 책도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장애아동, 치매환자, 외모가 특이한 소외자 등을 다루고 있다. 사회적 약자이며 소외자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로 시의성을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그의 책이 사랑받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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