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브라더 케빈 - 제2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김수연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평점 :
사라진 브라더 케빈
'최근 청소년들이 즐기거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다. 오는 11월 9일에 열리는 청소년 비전 박람회도 그 중 하나다. (중략) 청소년 비전 박람회는 자신의 적성 검사를 하고 자신이 원하는 직업체험부스를 즐기면서 꿈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하 생략)'
(2013년 10월 24일 목요일자 울산매일신문 기사, <10대의 꿈을 위한 축제 '청소년 비전 박람회'> 중 일부)
학교, 학원, 집, 학교, 학원, 집, 학교, 학원, 집. 꽤나 오래전부터 이어진 10대들의 삶이다. 그들은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조차 박탈당했지만, 꿈을 꾸라는 어른들의 강압에 이기지 못해 그럴싸한 꿈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성준 역시 마찬가지다. 성준은 브라던 케빈의 주인공이다. '나는 납치당했다. 차창을 열고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아무도 내 말을 믿어줄 것 같지는 않았다. 왜냐면 납치범이 바로 엄마이기 때문이다.'(p9)로 시작되는 책은 이러한 10대들의 삶을 대변해주고 있다. 사회적 위치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10대를 대표하는 성준은 브라더 케빈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케빈은 마치 꿈같은 사람이었다. 성준이 힙합을 온 몸으로 즐기는 순간에 케빈의 실체가 드러났다. 성준의 케빈은 부서지고 현실의 케빈은 도망갔다. 10대들의 꿈처럼.
사람들이 말하는 꿈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직업으로서의 꿈이 될 수 있고, 미래로서의 꿈이 될 수도 있다. 욕망으로서의 꿈이 될 수도 있고, 헛된 기대와 망상으로 가득한 꿈일 수도 있다. 꿈은 정할 수 없다. 그러나 사회는 꿈이라는 개인적인 생활까지도 간섭하려고 든다. 자기계발서를 통해 끊임없이 쏟아지는 획일적인 물음은 성준의 엄마와 같은 사람에게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개성과 상황을 무시한 획일적인 답변을 한다. 케빈이 사라지고 성준은 엄마의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다시 시작했다. 진정한 욕망의 대상, 힙합의 꿈이 자신의 속에서 살아있었지만 ‘세상을 이끌어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p173)라는 말을 엄마에게 말함으로써 성준은 진정한 ‘나’를 이상한 형태로 바꿔버렸다.
성준은 케빈을 통해 천재 래퍼 투팍을 알았다. 성준은 투팍을 동경했다. 그 동경은 1996년에 죽은 투팍을 만나는 희망을 만들어냈다. 엄마의 바람, 특목고에 진학하고 졸업하여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거리에서 투팍을 마주치는 희망 말이다. 이 과정은 성준이 자신의 욕망을 버리는 것을 합리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10대들이 겪는 과정이기도 하다. 10대들은 착각을 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것들로 자신의 꿈과 자신이 대변하는 꿈을 엮어서 생각한다. 자신의 ‘꿈’ 그 자체를 못 보고 있다.
제 2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브라더 케빈』은 이렇게 해서 끝이 났다. 성준은 기이한 꿈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해 나갈 것이다.
필사를 하며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할 것
글은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와 팔뚝의 근육으로 쓰는 것
새로운 주제나 형식에 매달리지 말 것
절실한 것을 절실하게 표현하면 그것은 비명이다,
이 비명을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 바로 예술이다
(브라더 케빈, 김수연 저, 문학동네, 2013, 수상 소감 中)
언젠가 자신의 기이한 꿈을 그 자체로 마주했을 때 성준은 절망을 할까? 아니면 꿈을 다시 변형시킬까? 서 들은 말을 바탕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작가는 수상 인터뷰에서 하늘 아래에 새로운 것은 없다라고 했다. 차곡차곡 쌓인 필사노트에서 『브라더 케빈』이 나왔다. 그는 이기호와 김영하, 김훈, 황석영,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모방했다고 했다. 이는 작품 곳곳에서 드러난다. 유명 노래와 작품들을 인용하고 있다. 소설이지만 그는 많은 것을 긁어왔고 자신의 작품에 녹여서 쓰고 있었다. ‘절실한 것을 절실하게 표현하면 그것은 비명이다.’ 말처럼 그는 10대의 꿈, 더 나아가서는 10대였던 어른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사람들이 자신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끊임없는 사유를 통해 진정한 ‘꿈’과 마주했으면 좋겠다.
* 이 글은 2013년 11월 6일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