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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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소설 속에 들어가는 초콜릿

 

  제목부터 맛있는 이 소설은 소설까지 먹음직스러웠고 맛있었다. 부엌이라는 공간을 끌고와 티타의 사랑과 상황을 절묘하게 결합시켜 놓았다. 역시 소설에는 금기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막내 딸은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보살펴야 한다는 집안 전통에 따라 티타는 사랑하는 남자 페드로를 첫째 언니에게 빼앗겨야만했다. 이 소설이 아주 흥미로운 점은 어머니도 자신만의 금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만든 틀 아래에서 구축해놓은 안전을 위해서 어머니는 얼마나 노력했을까. 이 소설에서 불쌍한 사람은 죽어서도 집안에 매여 있어야만 했던 마마 엘레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마마 엘레나는 금기를 깸으로써 남편을 죽게 했지만 또다른 금기가 생겨버렸다. 막내딸에게 금기를 만들기도 했다. 금기. 이 소설의 힘은 처음부터 끝까지 금기였고, 금기는 이 소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설에 존재한다. 금기의 기원을 따라 올라가면 그리스로마신화가 있다. 그때부터 인간은 금기를 자신의 의지에 따라 깨려고도 노력했고 혹은 자신도 모르게 금기를 깨기도 했다. 금기는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용기가 없다면 한없이 목을 죄어 온다. 티타는 행동할 용기가 없었고 페드로는 용기를 내기는 커녕 상황을 외면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자신을 합리화시킨다. 그리고 그 속에서 두 사람은 불행했다. 그렇다면 금기를 깨고 두 사람은 행복했을까?

  글쎄, 선뜻 답을 하기 어렵다.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졌지만 행복해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상황마저 불행해보였다. 존이라는 인물을 잊기 어려워서 그랬던 건 아닐까. 존은 매우 멋진 남자였다. 현실에서 이런 남자가 있다면 가로채가고 싶을만큼. 성냥을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존과 티타는 가까워졌다. 이제와서보니 존은 티타를 가질 수 없는 남자였다. 존은 금기를 깨기 위해 노력했고 그 금기를 깬 티타가 괴로워할 때, 옆에서 도와주었다. 성냥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인디언 출신이었던 자신의 할머니 이야기를 곁들였다(이 소설 독후감엔 이렇게 써야 할 것 같다). 이때, 티타는 조금씩 더 큰 금기(언니의 남편, 페드로와의 사랑 결실)를 깰 수 있는 작은 불씨를 얻었던 것이 아닐까. 그 불씨가 타오르고 타오르면서 끝내는 페드로를 먼저 보내는 상황까지 이르렀던 것은 아닐까. 페드로가 탈 때 티타가 같이 타지 않고 자신을 제어할 수 있었던 것은 존 때문은 아니었을까. 의문이 계속해서 생긴다. 그만큼 티타의 이야기는 매력적이었다.

  멕시코 음식을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이 소설을 읽는 순간만큼은 장미 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 아몬드와 참깨를 넣은 칠면조 몰레, 크림튀김, 호두 소스를 끼얹은 칠레고추 요리를 먹은 것 같았다. 그만큼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매우 자세하게 쓰여있다. 처음에는 이 과정이 왜 쓰였나 싶지만 읽다보면 먹는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해서 적게는 몇 시간 많게는 며칠씩 준비해야 하는 요리를 읽으면서 경건해지기도 하고 티타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소설 속 음식을 먹은 사람처럼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는 매 월 매 요리마다 달랐다. 요리는 금기를 깰 수 없는 티타가 마녀처럼 사람들에게 마법을 부릴 수 있는 도구였다. 도구는 많은 사람, 심지어 눈으로 음식을 먹는 사람까지 매혹시켰다.

  6월의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6월 파트에서 존이 티타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 '우리 할머니는 아주 재미있는 이론을 가지고 계셨어요. 우리 모두 몸 안에 성냥갑 하나씩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혼자서는 그 성냥에 불을 당길 수 없다고 하셨죠. 방금 한 실험에서처럼 산소와 촛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산소는 사랑하는 사람의 입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촛불은 펑 하고 성냥불을 일으켜줄 수 있는 음악이나, 애무, 언어, 소리가 되겠지요. (중략) 다시 말해 불꽃은 영혼의 양식인 것입니다. 자신의 불씨를 지펴줄 뭔가를 제때 찾아내지 못하면 성냥갑이 축축해져서 한 개비의 불도 지필 수 없게 됩니다.(p124~125)' 다행히도 축축해지기 전 나의 불씨를 지펴줄 뭔가를 찾아냈다. 다른 사람의 불씨는 어떤 형태로 존재할까.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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