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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족의 영웅 아스테릭스 ㅣ 아스테릭스 1
르네 고시니 글, 알베르 우데르조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외로운 둘리가 아스테릭스였다면
쏘오쏙쏙~ 방울~ 빙글빙글~ 방울~ 여기저기 내 방울~ 내 방울!
쏘오쏙쏙~ 방울~ 빙글빙글~ 방울~ 여기저기 무지개~!
8·90년대생이라면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귀여운 내 친구 둘리의 OST, 비눗방울이다. 그 외에도 한치두치세치네치 뿌꾸 빰! 뿌꾸 빰! 으로 시작되는 두치와 뿌꾸, 꼬비꼬비, 날아라 슈퍼보드, 달려라 하니, 무도사 배추도사가 나왔던 옛날 옛적에, 머털도사 등 상당히 많은 만화가 어릴 적 함께 했었다. 아직도 생각나는 장면이 있고, 고등학생이 되고나서도 가끔 우연찮게 TV 방영할 때면 재밌게 봤었는데, 지금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간혹 리메이크가 된 아기공룡 둘리와 머털도사가 보이긴 하지만 그 외 나머지 추억의 만화들은 어디로 갔을까?
1961년부터 아직까지도 연재되는 유명한 프랑스 만화가 있다. 먼저 먼나라 이웃나라를 쓴 이원복 저자가 쓴 이 책의 추천글을 보자. '전세계 대중문화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미국 문화의 상징’은 바로 ‘미키 마우스’다. 그러나 이 막강한 미키 마우스도 프랑스에서는 한참 뒤편으로 물러서서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 아무리 미국의 소비 대중 문화가 거세게 밀려와도 프랑스인들은 미소를 띠며 자신있게 말한다.' 우리에게는 과연 이러한 문화가 있을까.
한류, 한류하지만 가끔씩 이게 정말 한류일까?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껍데기 뿐만인 문화가 아닐까. 언제까지 이 한류가 지속될까. 1920년대 태어난 미키마우스처럼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는 우리나라만의 콘텐츠가 있을까. 그 역사는 짧지만 우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것들이 있다.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라바 등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도 둘리처럼 사라질지 모른다. 예전과는 달리 만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제도적으로도 뒷받침 될 것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콘텐츠의 질 높은 구성이다. 우리는 좋은 예로서 아스테릭스를 참조할 수 있다.
르네 고시니와 알베르토 우데르조가 쓴 아스테릭스는 물약을 먹고 힘이 쎄지는 골족 아스테릭스와 어릴 때 물약 통에 빠져 힘이 쎈 오벨릭스가 보여주는 이야기다. 프랑스 특유의 재치와 코미디 덕분에 어른들이 읽어도 유치하지 않다. 또한 예술의 중심, 프랑스의 문화를 엿볼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프랑스 등 유럽 역사와도 접하게 된다. 물론 이야기 흐름상 조금 변화된 것들도 있지만, 중간에 달린 각주나 책 뒷편에 실린 옮긴이 글을 통해 사건의 왜곡된 부분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제대로 된 역사를 알고 싶어서 혼자 찾아보기도 했다. 이와 같은 행동을 통해 역사에 대한 지식과 나름의 가치관을 설정할 수 있었다. 아울러 우리나라에도 아이가 읽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역사와 문화가 녹여진 만화가 있었다면... 이라는 아쉬움도 있었다(개인적으로 네이버 웹툰 <호랑이 형님>이 아이가 읽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청소년들에게 매력적인 만화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오랜 세월동안 우리와 함께 동고동락 해 온 호랑이, 구미호 등 여러 소재와 배경이 한국의 전통 미를 잘 담아내고 있다고 여긴다).
이 만화의 가장 큰 매력은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인물들의 대사들이다. 무심하면서도 개그 요소가 다분히 버무러져 있는 구절들을 몇 개 들고왔다.
음.... 좀 평범하지만 그래도 맘에 들어. 평범한 것이 항상 사람들을 웃게 하니까. -아스테릭스, 고트족 국경을 넘다 편에서
관중은 저마다 해설가가 된다. -아스테릭스, 올림픽에 나가다 편에서
진정한 용기는 자신의 두려움을 지배하고 이겨내는 거야. -아스테릭스, 바이킹을 물리치다 편에서
삶에서 묻어나는 인물들의 대화들. 이 속에서 프랑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들의 인생에 대한 태도를 눈여겨 볼 수 있다.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만화, 아스테릭스. 이제 다시 시작하는 둘리와 머털도사도 이 만화처럼 오랜 생명력을 가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