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레이먼드 카버를 세계적인 작가로 출세시킨 작품집 <<대성당>>의 대표 단편 <대성당>을 보면,

소설 속 화자의 아내는 한 맹인친구-남자-와 만나진 않고 서로의 일상의 얘기를 담은 녹음테이프를

10년째 교환한다. 그 테이프 속엔 결혼과 이혼 재혼 등 아내의 굴곡진 삶의 이야기가 그대로 들어 있다.

 

아내는 10년 전 그 맹인친구의 사무실에서 잠시 일하면서 그를 알게 되었는데, 아내가 직장을 그만 둘 때 그는 아내의 얼굴을 한 번 만져보길 원했고 그녀는 그것을 허락한다. 그 뿐이었다.

아내에겐 그 때 사랑하는 약혼자가 있어서 그와 결혼했고, 그 맹인 역시 그 사무실의 새직원과 결혼해 행복하게 각자 살아왔다. 각자 서로 다른 삶을 살면서도 녹음테이프를 통해 서로의 소식을 주고 받으면서 친구의 끈을 놓진 않았다.

 

 어느날 이 맹인친구가 부부의 일상 속으로 하루 들어 온다. 맹인의 아내가 죽어서 장례차 이 부부가 살고 있던 곳과 가까운 곳에 맹인이 왔고, 아내가 그 맹인 친구를 집으로 초대한 것이다. 이 친구에 대한 얘기는 아내에게 들어서 알고 있지만, 남편에겐 이런 교유가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찜찜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남편은 그 하루 저녁을 맹인과 같이 지내면서 이들 두 사람의 관계를 이해하게 된다. 맹인이 아내의 얼굴을 만지면서 그리고 그것을 허용하면서 느꼈던 느낌을 다른 방법으로 간접체험하게 되면서.

남편은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대성당을 맹인친구에게 설명하기 위해 그가 시킨대로 맹인의 손에 자기 손을 포개고, 또 눈을 감고 대성당을 그린다. 그러면서 대성당-하필이면 다른 건물이 아니라 대성당을 그리게 된 것 역시 복선이다-의 진정한 의미도 알게 되고, 얼굴을 만질 때의 아내의 느낌, 맹인의 느낌도 알게 된다. 무념한 성스러움!! 어떤 경건함!!

 

당연히 그는 그들의 교유를 이해했을 것이다.

 

*카버의 간결, 생략, 침묵이 많은 글쓰기상 이런 감정에 대한 해석은 없다. 그는 단지 손을 잡고 대성당을 그린다. 고요하다. 그것으로 끝이다. 단지 단순한 문장으로 독자의 해석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여기서 해석 부분은 내가 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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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의 미카엘도 한나에게 책을 읽은 녹음테이프를 보내는 일을 오랫동안 한다. 몇 년간인지는 잊어버렸다.

 

사람은 어딘가 진실을 털어놓는-카버식 용어론 영혼의 사정- 배출구가 필요하다. 진정한 교환을 필요로 한다. 이런 교유를 우리는 무엇이라 부를까. 차원이 다른 사랑, 인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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