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둣방의 송곳처럼 펜은 쓰면 쓸수록 날카로워지고, 이윽고 수놓는 바늘처럼 예리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인간의 사상은 더욱더 모난 데가 없어져 간다.
낮은 산에서 높은 봉으로 올라가면서 바라보는 경치처럼.
저작자가 한 사람을 증오하고 그 사람에 대해 통렬한 논란의 붓을 들고 있더라도,
만일 아직 그 사람의 좋은 면을 보고 있지 않다면 다시 한 번 붓을 놓아야 한다.
그에게는 아직 논란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임어당, <<생활의 발견>>, 박병진 옮김, 육문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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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유의 六不과 함께 나를 찌른 임어당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