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스에게서는 교양이란 말의 원래 의미를 아주 정확히 보게 된다. 크라우스는 훗날 어떤 삶을 살게 되든지 어디서나 유용한 인간으로, 그렇지만 교양은 없는 인간으로 평가될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는 어디까지나 교양을 갖춘 인간이다. 그는 확고부동하고 온전한, 깨지지 않는 전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크라우스야말로 인간적 교양 그자체라 할 수 있다. 그의 주변에는 날개를 달고 속삭여대는 지식들이 날아다니지 않는다. 그 대신 무엇인가가 그의 내면에 들어 있다. 그는, 그는 그 무엇 위에 가만히 있고, 그리고 그 무엇을 토대로 하고 있다. 그는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결코 누군가를 속이거나 헐뜯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이것을, 이 수선스럽지 않음을 나는 교양이라 부른다. 수다스러운 자는 사기꾼이다. 그가 매우 친절한 사람일 수는 있지만, 자기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을 모두 뱉어내지 않으면 못배기는 그의 단점은 그를 비열하고 나쁜 친구로 만들 것이다. 크라우스는 비밀을 간직하고 남에게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 막 떠들어댈 필요 따위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미덕, 그리고 적극적인 보호작용을 한다. 나는 그것을 교양이라고 부른다. 크라우스는 자기 나이 또래의 남자아이들에게 무뚝뚝하며 때로는 거칠게 대하기도 한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나는 그를 너무나도 좋아한다. 그점이 그가 잔인하고 경솔한 배신 같은 것은 전혀 할 줄 모르며, 할 수도 없다는 것을 말해 주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충실하고 예의바르다. 비열한 친절을 베풀면서 자신의 이웃, 동료, 형제를 속이고, 끔직스런 방식으로 그들의 이름과 삶을 망쳐놓곤 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던가. 크라우스는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결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항상 자신이 세운 어떤 규율들을 따르며 산다. 나는 그것을 교양이라고 부른다.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깊은 애정과 충만한 생각, 그것이 교양이다.

 

로베르트 발저, <<벤야멘타 하인학교: 야콥 폰 군텐이야기>>, 홍길표 옮김, 문학동네, 2012, 88-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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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가 사랑한 작가 로베르트 발저의 <<야콥 폰 군텐이야기>>에는 '미미한' 사람들의 존엄함이 나타나 있다. 위에 말한 교양은 근대의 교양하고는 다르다. 근대의 교양이 개인의 자아를 넓혀가서 자신의 개성을 두드러지게 하는, 영웅적인 개인을 향한 -빌헬름과 바이런,파우스트나 짜라투스트라..데미안- 길이라면, 발저가 말한 교양은 '자아소멸'이라는 자아실현을 위해 떠나는 반영웅적인 개인을 향한 길이다. 자신을 숨기고 낮추며 드러나지 않게 사는 사람들의 교양을 '크라우스'를 통해 들고 있다. 카프카가 개인의 이름을 지우고 K라는 기호를 가져온 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이 아니다. 탈개인, 탈근대를 향한다해서 그것을 개인의 소멸에 대한 고발로 읽을 필요는 없다.

발저의 야콥 쿤데를 읽으면 스스로 보통사람이 되고자 하는 길을 택하는 것은, 즉 자발적인 몰락 역시 주체의식의 발로이다. '자발적 평범', 그 또한 위대한 철학이 아니겠는가!!!

 

크라우스의 교양은 지식과는 무관한 아무리 미천한 사람이라도 가질 수 있는, 그러나 그런 사람이 드문 그런 교양이다. 수선스럽지 않고 신뢰할 수 있으며, 타인의 비밀을 존중하며, 자신의 원칙을 가지고 사는 것...한 인간으로서의 온전한 생활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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