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사는 오늘 나의 인물이다. 그 인물을 쓰다듬고 묘사하노라면

나의 도취감은 끝이 없을 것만 같이 여겨진다.

사는 시간이 따로 있고 삶을 증언하는 시간이 따로 있는 법이다.

그리고 창조하는 시간도 따로 있다. 그건 좀 덜 자연스런 행위이다.

나는 오직 내 몸 전체로 살고 내마음 전체로 증언하면 된다.

티파사를 살고 티파사를 증언할 일이다. 예술작품은 그 뒤에

올 것이다. 거기에 바로 자유가 있는 것이다.

 

 

 

내가 하루 넘도록 티파사에서 머무는 법은 절대로 없었다.

어떤 것을 흡족하게 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듯이

어떤 풍경을 너무 보아서 물려 버리는 때가 언제나 오기 마련이다.

고즈너기 보지 않고 너무 뚫어지게 본 탓으로 마침내 그것의

삭막한 면이나 찬란한 구석을 발견하게 되는 얼굴들이나 마찬가지로,

산, 들이나 하늘, 바다도 어떤 새로운 기운을 입어 면모를 겪을 필요가 있다.

단지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다가 다시 보기만 해도

세계가 새롭게 보이는 것이 신기하다고 감탄해야 할 터인데 사람들은

너무 빨리 싫증이 난다고 불평을 한다.

 

 

 

"티파니에서의 결혼" 중에서

 

(알베르 까뮈,<<결혼·여름>>, 김화영역, 책세상,19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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